〈 27화 〉조르는 엘프 선생님[일리엔 크사크루](2)
“애초에 들어오고 나서빠져나가는 인원은 없고, 들어오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잔뜩 있어서, 결원도 없는데 전학생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선생님들 사이에서 어떤 아이일까 하는 호기심이 꽤 있었는데 말이야. 로렌님을 닮으면 어떻게 하냐는 걱정이 있었는데, 순둥이 이미지라 다행이야~.”
로렌. 로렌 드 파웬을 말하는 것 같았다.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라벨라의 조모라고 했던 기억이 났다. 일레인은 로렌을 따라 하듯 자신의 눈꼬리를 잡아 끝까지 쭉 올렸다. 둥그런 인상이다 보니, 날카로운 인상이라기보다는 귀엽다는 게 옳은 표현일 것 같았다.
“벨테르에 살고 있던 거야? 아니면 벨테르로 이사 온 거야?”
“이사 왔어요.“
“흐응~. 나는 벨테르에 처음 왔을 때, 건물이랑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랐는데. 파웬도 그랬어? 대신 맛있는 것도 많아서 깜짝 놀랐다니까? 수도로 가지 못해서 불만이었는데, 한 달정도 지내다 보니 그런 생각이 없어졌으니까 말이야.”
“네....”
일리엔은 한 손으로 거대한 가슴을 받치고, 다른 한손으로는 턱을 괘고 마레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찰랑거리는 머릿결에서 달콤한 과일 향이 물씬 풍겼다. 얼굴을 핥으면 저 향에 어울리는 달콤한 맛이 날 것 같았다. 마레이는 불편한 듯 몇 번이나 자세를 고쳐 앉았다.
“아, 내 이야기만 너무했나. 미안 미안, 눈치 없다고 종종 이야기를 들을 정도거든. 그럼 파웬의 이야기 좀 들어볼까.,,,, 진로를 못 정했다고 했지? 그럼 장교 쪽은 어때? 줄리아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실 수 있을 텐데.”
일리엔의 말에 마레이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을 강조하는 자세에 툭 튀어나온 유두로 가는 시선을 멈출 수 없었다.
“파웬 가문이면 역시 관료 쪽이려나? 로렌님을 보면 대학 쪽으로 진학해서 교육자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어렵네.....”
일리엔은 고민이 된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푸딩처럼 꾸욱 눌려있는 데도 흥분할 때의 마레이의 바지처럼 옷이 학대를 받고 있었다. 라벨라나 에르덴의 가슴골에 물건을 끼워 넣으면 귀두가 드러났지만, 일리엔 가슴은 그조차 용납하지 않고 마레이의 페니스를 전부 감쌀 것만 같았다.
“그건 차차 생각하도록 하고, 어디보자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네? 줄리아 선생님은 오늘 종례까지 연강이시고... 종례 때 애들에게 소개하기는 조금 그러니까, 뭐 좀 먹으면서 이야기나 더 할까?”
바지에 짓눌린 페니스는 이제 아플 정도로 단단하게 변해 있어서, 쉽사리 일어설 수도 없는 상황이기도 했기에 엘프 선생의 제안에 마레이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파웬가 사람들은 인간이면서 녹색 머리카락이 특징이라 들었는데, 마레이는 머리카락 색이 검은색이네?”
“방계? 였을 거에요. 라벨라님이, 아니... 이모가 말씀해주셨어요.”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던 것은 아주 어릴 적이었으며,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아버지의 친척을 전전하며 살았던 마레이에게는 가문이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졌다. 다들 알고 있는 파웬이라는 가문에 대해서 마레이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일리엔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그에 맞춰 커다란 가슴이 출렁거리고 있었다. 일리엔은 아직도 브래지어를 입지않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마레이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을 향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고, 주춤거리는 몸짓에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아직 어려서 그런가.... 줄리아 선생님이랑 사귀면서... 나를....’
하지만 일리엔은 내색하지 않았다. 인간의 도시에 살면서 하도 자주 겪는 일이다 보니, 인간의 생리현상이라 당연하게 받아드리게 되었다. 그래도 부끄러운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데 파웬은 줄리아 선생님이랑 무슨 관계야?”
향수를 짙게 뿌렸지만, 엘프의 예민한 감각을 속일 수는 없었다. 수인이라면 코가 맹맹해질 정도로 짙은 향에 구분조차 못 하겠지만, 마레이에게서 줄리아가 자주 뿌리는 향수의 냄새가 났다, 그리고 그 속에 섞인 밤꽃 향이 심증을 굳히고 있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인지....”
마레이는 짐짓 모르는 척 대답했다. 만난 지 하루 만에, 그것도 담임선생과 제자와 섹스를 하는 관계가 되었다는 걸 말한 들 누가 이해해줄 것이며,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것 정도는 이미 이해하고 있었다, 이미 새엄마와 성녀를 범한 것에 비하면 큰 문제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엘프는 감각이 좋아서 말이야. 수인에 비해 뛰어나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파웬에게서 줄리아 선생님의 냄새가 나.”
“.....그게 무슨 말씀인지....”
“뭐... 그리고, 저, 저, 정액냄새도 나고...... 향수로 가릴 거였으면 여러 향수를 번갈아 뿌리면 되는데, 한 향수를 그리 짙게 뿌리면 미묘하게 난다니까. 그래서 줄리아 선생님과 무슨 사이야?”
일리엔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추궁한다기보다는 사랑 이야기에 흥미가 넘치는 소녀의 얼굴이었다. 흥미로 가득 찬 그녀의 얼굴에 마레이는 섣불리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조심스러운 마레이의 모습에 일리엔의 눈동자에는 강한 확신이 담겼다.
“나는 인간이 아니라서 그런 게 문제없다고 생각하니까 말이야. 말해줘~ 응~? 역시 연인 사이? 아니면 가문끼리 혼약?”
“....그.... 그냥 연애라고 해야 할까요.. 그게....”
일리엔은 볼에 바람을 집어넣고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오늘 술자리에 데려가서 놀리면 즐거울 것 같았다. 부끄러운 데도 애써 태연한 척하면서 술잔을 잡고 부들부들 떨 손을 생각하니 작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역시 줄리아 선생님같이 딱딱한 사람은 두근두근한 연애에 끌리는 걸까. 그런데 이런 어린아이랑 벌써부터 그런 짓을 할 정도면... 얼마나 만난 거지?’
학교 내에서 철옹 벽이라 불릴 정도로 딱딱한 그녀와 혼전에 거사를 치르다니, 그냥 놀랍기만 했다. 아니, 줄리아 같으면 마음을 주면 몸을 주는 건 의외로 쉬울 것도 같았다.
“에헤~ 그러면 알게 된 지는 얼마나 됐어? 일 년? 이 년? 흠.... 역시 가문이 가문이다 보니까 어릴적부터??”
마레이의 키를 보고 일리엔은 시간을 짐작하다, 인간의 아이들의 성장을 생각해보고는 역시 가문끼리의 만남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의견을 바꾸었다. 마레이는 무어라 할 말이 없었기에 적당히 분위기에 편승해서 고개를 끄덕였고. 일리엔은 좋다고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럼 데이트는 자주 하는 편? 보통 둘이 먹는 건? 줄리아 선생님 성격상 역시 서점이나 체스 같은 걸 두려나?”
“그냥저냥....”
“에.... 재미없게 그렇게 반응할 거야?”
일리엔은 이제 친구를 대하듯 마레이를 대하고 있었다. 양손에 깍지를 끼고 뒷목을 붙잡고 의자에 몸을 기대어 작게 기지개를 켰다. 몸의 움직임에 한 박자늦게 거대한 가슴이 부르르 떨리는 장면에 마레이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줄리아 선생님과 친구고..... 연인이니까. 사적인 자리에서는 파웬은 날 친구처럼 대해도 좋아. 음.... 이런 건 어색해 보이는구나? 나에 대해서 모르는 눈치인 걸 보니까. 줄리아가 별다른 말은 안 해줬나 보네~? 뭐, 사적인 자리에서 일 이야기는 안 꺼낼 거라 예상은 했는데. 내 예상이 딱 들어맞아도 좀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네.”
일리엔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의자에 기대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장 한숨을 내쉬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문 위에 걸려 있는 시계로 시선이 이어지고 그녀는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으으.... 시간 많이 남았는데..... 학교를 소개해주는 건... 역시 줄리아 선생님이 해주는 게 낫겠지? 그럼 뭐하고 시간을 보내야 하나...”
“원소 마법 수업하신다고 했는데,조금 알려주실 수 있나요? 조금 흥미가 가서....”
일리엔은 기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 부탁해 학교를 소개받는 것도 좋겠지만, 혹여 누가 그녀의 가슴의 움직임에 이상함을 발견할지도 몰랐다. 쾌활하고 밝은 성격 그리고 과장된 동작과 전혀 어울리지 않은 거대한 가슴과 육감적인 몸매.
“그러면 잠시만.... 어디보자 기초 교재가....”
일리엔이 서랍 속을 헤집고 있었다. 출렁거리는 가슴에 따라 점점 들리는 옷이 상의로 밀려 올라가고, 천천히 엉덩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의 성격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러나 몸매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보라색 란제리 팬티가 그녀의 뽀얀 엉덩이를 들어내고 있었다.
“이건 조금 어려울 테고... 음... 이건.....”
무방비하게 뒤를 돌아서 책장을 둘러보고 있는 일리엔의 엉덩이가 시야를 가득 매웠다. 그저 광경만 보자면 엉덩이를 흔들어 남자를 유혹하는것 같은 모습에 마레이는 멍하게 그녀를 바라보고있었다.
“일리엔 선생님.”
“에이~, 줄리아랑 있을 때랑 나랑 있을 때는 편히 부르라니까. 왜?”
일리엔은 자신의 옷이 들려서 하체를 전부 들어내고 있다는 걸 알지도 못하는지 마레이를 바라보았다. 브래지어가 없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을 정도로 둔감하니 자연스레 의문을 지워졌다.
“왼쪽 눈에 대해서 궁금하지 않으세요?”
“음... 궁금하긴 했는데. 조금 조심스러워서..... 어...? 꺄아아아앗!!”
일리엔은 검지를 모아 빙빙 꼬다가 하얀 허벅지가 그대로 보이는 자신의 하체에 시선을 옮겼고, 원피스가 올라가 팬티를 전부 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크게 소리를 지르며 원피스를 쭉 밀어 내렸다.
“에... 그.. 그게... 이건... 하핫... 나도 참 덤벙댄다니까...”
얼굴이 붉게 물든 채, 횡설수설하는 그녀의 모습에 마레이는 작게 웃음으로 화답했다. 안대를 벗을까 말까 했던 고민이 바보 같았다. 그냥 욕망에 솔직했으면 좋았을걸. 그런 생각을 하며 입을 천천히 열었다.
“별건 아니고 조금 특이하게 생겼어요. 사람들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할까나...“
이번이, 이번이 정말로 마지막이야. 그렇게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는 다짐을 하면서. 마레이는 일리엔의 대답도 듣지 않고 왼쪽 눈을 가리고 있는 안대를 벗었다. 굳이 대화를 돌리려고 느끼는 모양인지 그녀는 담담한 척 마레이의 왼쪽 눈을 바라보았다.
“신기한 눈이네....“
일리엔이 멍하니 마레이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다가올 결과를 기대하듯이 담담하게 웃어 보이곤 자리에서 일어나 일리엔의 책장 옆에 섰다.
“찾는 책 제목이 뭔가요 선생님?”
“아.... 그게.... 마, 마법학 개, 개론이라고....”
일리엔은 갑작스레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책장을 훑어본 마레이는 천천히 일리엔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움찔 몸을 떨고 마레이에게서 한 발자국 떨어졌다.
“도와드릴게요. 여기에는 안보였네요.”
자신 앞에 있는 책장을 한 번 훑고 옆을 바라본 마레이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일리엔의 모습에 기쁜 듯 웃어 보였다. 마레이의 얼굴을 본 일리엔은 눈앞에 보이는 아무런 책을 집어 들고 붉어진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에? 그 책 맞나요? ‘마법 회로 술식의 응용과 현 체계’라 쓰여 있는데.”
“아, 아니.... 이게 아니라... 어, 어디 있지?”
어색하게 가린 책 사이로 붉게 달아오른 일리엔의 귀가 슬쩍 보였다. 마레이는 책을 찾는 척, 일리엔의 손등을 붙잡았다. 잠시 마레이를 쳐다본 일리엔은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 손에 잡힌 손 위로 뻗어있는 길쭉한 손가락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아, 죄송해요. 손이 가늘어서 예쁘네요.”
“으응.... 고, 고마워.”
일리엔의 손등을 잡은 손을 천천히 떼어냈다. 겹쳐진 손이 떼어지기 싫다는 듯, 그녀의 손이 조심스레 마레이의 손을 따라가다 가만 멈추었다. 일리엔은 가슴 깊이 올라오는 한숨을 억지로 참아냈다.
‘이게.... 무슨.....’
일리엔의 반응을 본 마레이의 행동은 더 대담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시늉을 해야 하니 자신 앞에 있는 책장을 훑어보고 꿀을 바른 듯 윤기가 나는 일리엔의 허벅지에 바지를 뚫을 기세로 튀어나온 자신의 페니스를 가져다 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