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조르는 엘프 선생님[일리엔 크사크루](1)
“마레이 드파웬이다. 공문을 읽지 않은 것인가?”
“에에... 또, 또 딱딱한 말투에요 줄리아 선생님!”
“음, 미안하군. 아니, 미안하네. 미안합니다.”
줄리아의 대답에 일리엔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도 미소를 잃지 않고 줄리아와 마레이를 한 번씩 바라보곤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뾰족하게 나 있는 귀가 작게 움찔움찔 움직였다.
“파웬이라 불러도 괜찮을까요?”
“일리엔 선생은, 본인이 아닌 왜 절 보고 말하는 건가요?”
“글쎄요~.”
일리엔의 녹색 눈동자가 호선을 그리고 웃고 있었다. 호기심으로 반짝이는눈동자는 연상의 이성이라기보다는 친구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지각하겠군. 저는 수업을 전부 마치고 돌아올 테니, 수업이 전부 끝날 때까지 마레이군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에~. 수업이 전부~. 끝날 때까지요.”
줄리아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계속 웃고 있는 일리엔의 모습에 화를 내지도 못하고 적당히 인사를 건네고 말없이 마레이를 바라보다 서둘러 걸음을 옮기고 건물의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그럼, 우리도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눌까?”
“네, 넷!”
마레이는 잔뜩 긴장한 듯 큰 소리로 대답했다. 일레인은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12반의 부담임인 일리엔 크사크루입니다. 보이는 대로 종족은 엘프이고요. 원소 마법에 관련해서 수업을 여러 강의를 맡고 있습니다. 자 딱딱한 소개는 이쯤으로 하고.... 더 궁금한 게 있어?”
“아, 아뇨....”
일리엔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던 마레이는 비로소 그녀의 복장이 눈에 들어왔다. 골지무늬가 들어간 초록색 롱 니트원피스가 허벅지 중간 부분까지 걸쳐 있었다. 라벨라와 비슷해 보이는. 아니, 좀 더 커서 터져버릴 듯한 가슴과 현실에서 불가능할 것같은 가느다란 허리, 그리고 또다시 원피스를 학대할 정도로 큰 엉덩이가 들어나 있었다.
“수업에 관해서는 줄리아 선생님에게는 얼마나 들었나요?”
“그게... 그러니까....”
“둘만의 시간을 아주 오래 보낸 것 같은데.... 뭐, 처음부터 설명해드릴게요. 아, 이제 우리 반 학생이니까, 편하게 말해도 될까? 이런 딱딱한 말투는 별로 안 좋아해서 말이야!”
마레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일리엔은 능청스럽게 웃어 보였다. 왜인지 모르게 줄리아와 마레이의 관계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런데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동료선생인 줄리아를 위함이었을까, 아니면 전학생에게 학교에 관련된 정보를 알리기 위함이었을까는 알 수 없었다.
“이 학교만의 특이한 강의 시스템 이야기는...”
“아, 그건 들었어요....”
“음...그럼 청강 이야기도..?”
“네.”
일리엔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입술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였다. 그리고 머리를 거칠게 털어내고 다시금 말을 이었다.
“그러면 파웬군은 어디 지망이야? 역시 기사 지망은 아닌 거 같고... 마법사도 아닌 거 같고... 역시 관료 쪽이나 대학이려나?”
“아뇨, 아직 생각을 안 해봐서.....”
일리엔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은 집안에서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일단 무엇이든지 배워보고 결정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걸 생각하면 일반적인 아이일 뿐이었다. 그러니 의문이 든다.
‘줄리아 선생님은 엄청 딱딱한 느낌의 사람을 좋아할 것 같았는데..... 이런 어린아이가 취향이었으려나.’
사색은 잠시였다. 남의 취향이나 연인을 평가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었다. 일리엔은 고개를 털어내고, 희미한 밤꽃 냄새와 줄리아의 향수가 섞여 기묘한 향을 내뿜는 눈앞의 학생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우리학교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어디보자... 벨테르 국립학교는 원래 사립이었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니? 그럼.... 간단히 역사 공부 시간이네..,, 피의 여황이 대대적인 숙청 이후에 대규모 개혁으로는 세 번째였나...? 대대적으로 제국의 교육시스템을 개편했는데, 그중 하나가 학교 관련이었어. 원래 마법과 검술은 돈을 주고 따로 배우거나 귀족 가문과 몇몇 소수의 사람들만이 사립학교에 들어와 배우고 있었지만, 전부 갈아엎고 대도시마다 하나씩 큰 학교를 세워 국립으로 시작한 게 첫 번째. 황제와의 모종의 계약으로 로렌 드 파웬. 네 가문의 큰 어르신이라고 해야하나... 내가 제국 귀족 가에 대해서 관심이 없어서.... 아무튼, 교장이 이 학교에 취임한 게 두 번째.교장이 이리저리 자기 마음대로 교육시스템을 주무르고 성과를 꾸준히 내는 학교라고 하면 모든 요약이 끝날 것 같네. 이해했어?”
“네, 뭐.”
마레이의 대답에 일리엔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에 관해서, 수업에 관해서 설명해야 하는데 자꾸만 눈앞의 학생에게 줄리아의 짙은 향기가 나는 이유가 몹시도 궁금했다. 아니, 짐작은 갔지만…. 본인의 입으로 듣고 싶다고 해야 할까.
“음.... 아이들이 도움을 주겠지만, 아무래도 인기 있는 과목은 인원이 꽉 찼을 거라.. 사람이 적은 과목을 위주로 소개한다면....잠깐만. 아직 지망이 없다고 했으니까..... 일단 검술 관련해서는 아사노 나기사라는 선생님이 계시거든? 동방에서 오셨고 청초한 느낌이 드는 미녀라 아이들에게 인기는 많은데. 워낙 수업이 엄격하셔서 지금은 듣는 학생이 별로 없어서 고민이시지.”
미녀를 강조하는 일리엔의 모습에 마레이는 하하, 하고 웃어넘길수밖에 없었다.
“다른 선생님들도… 아, 일일이 설명하기에는 조금 많은데... 볼래?”
일리엔이 헤프게 웃어 보이고 자신의 수첩을 마레이의 앞으로 밀었다. 폭유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거대한 가슴은 크기 때문인지 중력이 버겁다는 듯이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다. 마레이는 애써 그녀의 가슴으로 가는 시선을 참아내고 일리엔의 수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폐강 위기 수업!
1.아사노 나기사 선생님.
-몇 없는 동방 출신의 선생님. 검술 관련 과목을 교육하고 있는데, 질 좋은 철이 나지 않는 동방의 특성상 가벼운 검을 가르침. 검술은 훌륭하다고 하나 일반인은 따라 할 수 없다고 하니(혈족 전승 검술이라동방에 있는 아들만이 배웠다고 한다), 기본기를 원하는학생에게 추천하자!
일리엔의 성격이 보이는 메모 옆에는 자그마하게 사진이 붙어 있었다. 현모양처라는 느낌의 미녀라고 해야 할까. 정갈하게 입은 소복 위로 볼륨 잡혔다고 해야 할까. 거유라고 해야 할지 모를 가슴의 윤곽이 드러나 있었다. 검은색 긴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은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의 미녀였다. 마레이는 사진에서 눈을 떼고 다음 장을 넘겨보았다.
2. 이체르 데 발렌타인.
-저주 방어 수업 중에 유일하게 사람이 없는 선생님. 항상 망토를 둘러싸고 있어서 학생들이 기분 나쁘다고 말하는데, 사실은 엄청 수줍은 선생님. 이야기를 나눠보니 실력은 확실한데 수업할 때 떨려서 어쩔수 없다고 말했다. 일대일 수업을 하고 싶어 하는 거 같은데, 다들 기피하니 힘들어하시는 중. 저주 방어 수업에 심도 있는 학생을 추천해드리자!
망토라고 해야 할까. 거적때기라고 해야 할까. 기분 나빠 보이는 것으로 얼굴을 포함한 온몸을 칭칭 감은 모습의 여인이 서있었다. 남자라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은 거적때기를 뒤집어썼는데도 윤곽으로 드러나 있는 가슴과 엉덩이 라인때문이었다. 흘깃 보이는 갈색 피부가 매력적으로 보였다.
3. 이하운 선생님.
수인족 선생님. 격투술을 가르치고 있으며 꽤나 수업 외에는 인기가 많은데, 수업때 너무 과격하거나 학생들의 사정을 봐주지 않다 보니 학생들이 없어 가끔 운동장에 멍하니 있는모습이 보인다. 끈기가 있어 보이는 학생을 추천해드리면 꼭 안겨들겠지?
일리엔의 사심이 가득 담긴 글귀를 무시하고 또 옆에 붙어있는 사진을 바라보았다. 과격이라든지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든지 그런 말과 전혀 관련이 없는 귀여운 얼굴의 소녀가 있었다. 핫팬츠에 복부가 그대로 보이는 운동복을 입은 뾰족한 귀를 가진 소녀였다. 배에는 선명하게 복근이 나와 있었고 몸매는 전체적으로 슬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때? 조금 도움이 됐어?”
“네에... 꽤, 꽤나요...?”
“다행이네. 아, 내 수업은 어때? 사람이 꽤 있긴 한데 자리가 비어 있거든. 취미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서 분반이 많아서 그런 거지만 헤헤....”
일리엔은 책상 서랍을 하나씩열어 뒤적이기 시작했다. 니트 위로 튀어나와 있는 수박만 한 가슴이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가녀린 팔과 대비되어서인지 몰라도 라벨라보다 커다란 가슴에 시선이 가기 시작했다. 골지 재질의 옷이 거대한 가슴의 밀려서 고통받고 있었다.
“찾았다. 어디보자... 내가 가르치는 수업교재야. 원소 마법의 기초라고 해서 개론 같은 건데....”
마레이는 어느새그녀가 친근하게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과목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집중하지 못하고책을 이리저리 펼치며 움직이는 그녀의 따라 규칙도 없이 마구 흔들리는 가슴에 시선이 빼앗겼다. 그러다 문득 제멋대로 따로 움직이는 가슴을 보고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았단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 뒤편으로 보이는 침대 위에 보라색 브래지어가 눈에 들어왔다. 정리되지 않은 침대 위, 막 벗어난 듯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이불, 그리고 잔뜩 눌린 베개 또한 눈에 들어왔다.
“....원소 마법은 기사 지망이랑 마법사 지망, 그리고 사관 지망생에게 모두 인기가 있는...!”
잠시 낮잠을 자서 줄리아가 부를 때 늦게 나온 걸까. 브래지어가 없다 생각하니 그녀의 가슴 위로 유두가 슬며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니, 튀어나와 있었다. 골지라 잘 눈에 띄지 않았을 뿐. 깨닫고 다시 바라보니 확실히 유두가 튀어나와 있었다.
“어때? 내 수업? 재미있겠지~?”
“네, 네!!”
일리엔은 신나 떠들고 어느새 마레이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니트원피스 위로 튀어나온 가슴, 그리고 그 위에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두 개의 버튼을 보고 마레이는 침을 삼켰다. 이미 페니스에는 피가 잔뜩 쏠려 바지를 찢어버릴 듯이 발기하고 있었다.
“마법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범용성은 원소 마법을 이길 과목이 없으니까. 관료나 대학진학 목적인 아이들도 종종 수업을 들으러오니까, 다양한 친구들도 사귈 수 있어. 다른 선생님들은 학생들 진로에 따라 학급을 나누긴 하시는데, 나는그냥저냥 다 함께한다고 해야 되나? 우리 반 학생이니 청강은 얼마든지 환영이야!”
마레이의 바지가 혹사 받는 것도 모르는 채, 일리엔은 신이 난 듯 재잘재잘 떠들고 있었다.
“발테르 학생들은 우수해서 가르치는 재미가 있다니까? 대숲에서 강의를 하다 보면 다들 느긋느긋해서 수업에따라오지 못하면 ‘한 번 더 듣지 뭐~‘ 이런 느낌이었는데 말이야. 내가 들어올 당시에는 로렌님이 막 들어오시고 난 뒤라 어중간했지만, 몇 년 만에 제일이라는 호칭을 받게 된 걸 생각하면 아직도 놀랍긴해.”
일리엔은 마레이가 종종 보아왔던 시골의 아낙네 같은 느낌을 주었다. 대화하는 걸 좋아하고 조금 행동이 과장되고. 다만, 그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건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운 미모와 반칙이라고 생각이 드는 몸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