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1주차 에필로그[에르덴 파벨]
에르덴은 사제복에 흙이 묻는 것을 상관하지 않은 듯 곧장 쓰러져있는 노인의 옆에 앉아 그의 주름진 손을 붙잡았다. 힘은커녕 온기조차 느껴지지 않아 힘을 주면 바스러질 것 같은 마른 나뭇가지 같았다.
“도망치세요...... 수녀님..... 역병이, 역병이 돌았습니다.”
노인의 얼굴이 검게 죽어있었고 흰자는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덜덜 떨리는 손을 꽉 쥔 에르덴은 그의 이마에 성호를 그었다. 에르덴이 손을 떼어내자 노인의 몸에 빛이 머물렀고 힘겹게 숨을 몰아시던 모습은 거짓말이었다는 듯이 편안히 숨을 쉬고 있었다. 수녀가 아니라 성녀라구요. 속으로 중얼거린 그녀는 뒤에 도열해 있는 사제들을 노려보았다.
“......바로 정화자들과 수도사들을 투입하세요. 이런 건 제가 말하지 않아도 바로 움직였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송구합니다.......!”
에르덴이 보인 강렬한 신성력에 뒤에 있던 신관은 성호를 그으며 신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곧장 사람들이 뭉쳐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에르덴은 사기(死氣)와 빌어먹은 고기 굽는 냄새로 가득한 마을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사교도들인가. 그렇다고 해도 발테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곳에서 자리를 필 줄이야...”
에르덴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신어(神語)를 중얼거리자 비릿한 냄새를 피우던 마을 위로 강렬한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태양 빛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빛이 폭발했다.
-키에에엑!!!
-성녀! 성녀! 성녀가 왔다!!
마을의 한 모퉁이에서 검은 형체들이 튀어나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일개 인간이 내보일 수 없는 거대한 신성력의 흔적에 녹아내리며 에르덴에게 저주를 퍼붓다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시시하네, 전부 말이야.”
이걸로 끝인가. 에르덴은 순백의 복장을 한 무리들이 마을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신성한 힘에 사교들은 재도 남기지 않고 증발했을 터. 이제 사교도들이 남긴 불길한 마법과 희생이 된 사람들을 저들이 구조 할 것이다.
“아아, 마레이..... 벌써 부터 보고 싶네요. 양 어머니는 라벨라 드 파웬인가…..”
건물에 갇힌 사람들이 빠져나오고,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이곳저곳에 천막이 펴지기 시작했다. 일반적이라면 사기에 찌든 건물과 사람들은 구제할 방법이 없기에 불에 태웠을 테지만, 신에게 선택받은 성녀가 직접 나서서 정화한 이상 그런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에르덴은 멍하니 벨테르가 있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레이는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학교에 다닌다고 했던가. 지금쯤 학교에 도착해 있겠지. 학교생활은 잘하려나. 벌써 여학생이나 여선생을 넘어뜨렸을 수도.
‘후후.... 나도 미쳐버린 걸까.’
마레이의 대한 생각만 해도 입가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성녀 주제에 남자를 마음에 담다니. 그것도 어린아이를. 한심해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다만, 한심하다 생각이 들어도 행복했다. 이렇게 즐거운 적이 있던가.
에르덴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것은 아니었다. 마레이의 생각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엄마가 있다고 했던가. 그 엄마라는 작자도 이렇게 만들어버렸을 테지. 정말 못 된 아이라니까....
에르덴은 옷 위로 수궁사.... 아니, 음문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마레이가 만져줄 때는 애액을 왈칵 토해낼 정도로 기분 좋았는데. 지금은 그저 담담한 느낌이 너무나 강했다.
“아~, 마레이보고 싶다.”
마레이 드 파웬. 얼굴, 목소리, 웃음. 그리고 거대한 페니스. 눈 앞에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그러고 파웬이면 분명 제국의..... 에르덴은 이어지던 생각을 털어냈다. 재수 없는 드레곤 녀석. 에르덴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마레이도.... 날 생각해줬으면 좋겠는데...”
1분이라도, 아니 1초라도 말이야. 에르덴은 목에 웅얼거리는 말을 내뱉지는않았다. 왜인지 모르게 자존심이 상했다. 얼추 정리가 된 모양인지, 언덕 위에 서있는 그녀를 향해 신관들이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에르덴을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
“저렇게 나를 추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대단한 사람인데... 너는 알고 있으려나.”
나쁜 아이. 날 이렇게 만들어버리고 말이야. 마레이의 상상이 계속되니 에르덴의 몸에 천천히 달아올랐다. 자신이 내려갈 때까지 그 누구도 이곳으로 올라올 리가 없었기에 그녀는 치마를 슬쩍 들어 올려서 자신의 음부를 천천히 매만졌다.
“역시 마레이가 아니면 안 되나.... 으으...... 부족해...”
손을 몇 번 쑤셔 넣자 에르덴의 몸은 작게 애액을 토해냈다. 하지만 만족감은 없었다. 부족하다고 할까. 성욕 정도야 참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허전했다. 텅 빈 느낌. 에르덴은 마레이와의 끈적한 정사를 떠올려보았다.
“누나의 안에 정액을 마구 싸고, 싸고, 또 싸고..... 여기였으면 임신했으려나....?”
에르덴이 음문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쾌락의 파도가 스쳐 지나갔지만, 발목조차 채 적시지 못했다.
“마레이라면 이렇게... 으응.. 그래, 아아, 거기, 거기, 누나의... 으응...”
마레이라면, 마레이였다면. 자신을 포로로 만든. 아니, 육노예와 다름없게 만들어버린 소년이 만져준다 생각하니, 자신의 수음보다는 몇 배나 기분이 좋았다. 허무함밖에 들지 않았던 행위가 뜨겁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아아, 마레이, 누나를 범해줘요, 으으, 마레이, 좋아해요, 좋아해요, 누구보다도, 아아, 마레이..... 흐윽....!”
에르덴의 몸이 천천히 뒤로 무너졌다.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급한 불을 끈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마레이가 주던 쾌락은 온몸을 으깨버릴 듯 강렬한 파도와 같다면, 혼자 해결하는 것은 개울에 발목을 담그는 것에 불과했다. 마레이가 해준다고 자신을 속여 가며 자위를 해도 허벅지를 간신히 채워버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하아, 하아, 마레이...... 나쁜 아이.... 성녀를 이렇게....”
에르덴이 활짝 벌려진 다리를 다시 오므렸다. 같은 무게의 미스릴보다 비싼 성녀의 정복은 물을 머금는다고 해도 몇 초 지나지 않아 흔적도 없앨 터. 에르덴은 신성력으로 성수를 만들어내 애액으로 범벅된 자신의 손을 가볍게 씻어내고 몸을 일으켰다.
“이러면 더 이상 자위 따위는 할 수 없잖아...!”
바닥을 거칠게 걷어찼다. 구두 끝으로 흙먼지가 거칠게 일렁였다. 정말이지 나쁜 아이야. 아니, 좋은 아이일지도 모르겠네. 자위중독으로 파견을 나간다고 해도 신성력을 대충 부어버리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결계를 만들고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런데도 그 누구도 불만을 내뱉지 못했다. 아니, 불만조차 가지지 못했다는 게 정확했다.
“빨리 처리하고 마레이를 위해 옷이나 만들어볼까. 후후....”
불만을 내뱉기에는 그녀가 보여준 신위는 그저 경외심밖에 들지 않았다. 인간이 감당할 수도 없는 신성력을 흩뿌리는 그녀의 모습에 모두들 기적을 본 듯 경배하기 바빴다. 그리고 혼자만의 공간을 만들어 모두의 출입을 신성력으로 금제하다 보니, 어느새 거대한 신성력을 쓴 반동으로 괴로워한다고 소문마저 돌고 있었지만 말이다.
자신을 발견하고 달려오는 사제의 무리에 에르덴은 목소리를 높였다.
“병자들을 치유를 돕겠습니다. 지금 상황이 어느 정도죠?”
“히, 힘드실 텐데 쉬고 계십시오 성녀님. 저희가 전부 다 할 수 있습니다.”
“이제 괜찮습니다. 무리하지 않았으니까. 어서 병자들이 있는 곳으로.”
사제들이 그녀의 모습에 성호를 긋고 신을 찾았다. 그야말로 신의 화신이라고 생각되는 그녀의 힘과 그러한 힘을 쓴 반동에도 직접 현장으로 나서는 헌신적이고 자애로운 모습을 보고 기도드리기 바빴다.
‘마레이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에르덴은 그들에게 일절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자신의 작은 주인님만이 가득했다. 그녀의 뒤로 신성력이 퍼져나가자 병자들이 일어났고, 힘을 다 쓴 신관들은 가득 채워진 신성력에 놀라기 바빴다.
에르덴은 자신을 불러 세운 이들을 흘깃 보고, 더 이상 부상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대답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자신의 수도원으로 이동했다.
“마레이의 어머님이라… 아니, 엄마인가.”
라벨라 드 파웬인가. 에르덴은 기억속에 남아있는 드래곤의 손녀를 떠올렸다. 눈동자색과 머리색이 정반대인 드레고니안. 마레이를 발테르에 불러준 은인이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소년의 어머님이었지만…..
“분명 엄마랑...... 아침에도.... 자기 전에도.... 계속하고 있겠죠...? 마레이는 나쁜 아들이니까?”
성녀의 직감이라고 할까, 아니면 무엇이라고 해야할 지 모를 감각이 그녀 또한 어린 소년의 포로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에르덴은 볕이 잘 드는 마당에 누워 천천히 옷을 벗었다. 마레이가 잡아끄는목줄을 달고 이 주변을 기어갔을 때 느꼈던 만족감이란. 마레이의 이름이 달린 목줄을 하나 사서 차고 다닐까. 생각만으로도 음부 주변이 축축해졌다.
“나도 마레이의 엄마가 되고 싶어.... 아아, 마레이....”
옷을 반쯤 벗은 채로 에르덴은 자신의 음부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걸로 부족한 것이지, 마레이라는 이름을 생각할 때마다 벌렁거리는 자신의 엉덩이에도 손가락을 삽입했다.
“혹시 찾아가면 안 될까..... 학교는....”
에르덴은 고개를 저었다. 사랑하는 마레이를 위한다면 당장이라도 옷을 벗고 길거리를 활보 할 수 있었지만,그건 마레이를 위한 길이 아니었다. 학교를 찾아간다면?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혹여나 알아본 사람이 마레이를해코지한다면?
두려운 상상에 에르덴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반쯤 걸쳐진 옷들이 벗겨지고, 눈부신 나신이 드러났다. 그녀는 개의치 않고 마레이 몰래 걸어두었던 자신의 보호술식이 멀쩡한 것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마레이가 다니는 학교의 교장이 있기에 걱정하는 게 바보였지만, 그녀는 이미마레이에 관해서는 바보든 뭐든 상관이 없었다.
“그러면 집에찾아가는 건 괜찮지 않을까... 아아, 마레이, 마레이... ”
그 초록도마뱀을 닮아서 마레이의 엄마라는 여성은 아름다운 초록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겠지. 가끔 자신의 엉덩이를 범하면서 엄마라 외치던 마레이의 모습에 자존심이 전부 구겨졌지만, 에르덴은 못 들은 척 엉덩이를 더 높게 들어 올렸고 마레이가 주는 쾌락을 1초라도 더 느끼기 위해 허리를 흔들었으니까.
“나와 닮은 여자이려나.... 후후, 뭐 상관없지만.... 흐윽...”
첫 번째는무척이나 크게 와 닿을 수밖에 없었다. 에르덴은 그 사실을 이해하고는 있었다. 그래, 그저 이해만 하고 있었다. 분했다. 엉덩이에 들어가 있는 손가락이 하나에서 두 개로 늘었고 에르덴의 허리가 이전보다 더 크게 떨리고 있었다.
“....죽여 버리면 마레이가 슬퍼하겠지...? 그렇지, 마레이, 마레이는 착한 아이니까... 아아...”
에르덴의 허리가 높게 치솟아 있었다, 그녀의 음부에서는 쉴 새 없이 애액이 쏟아지고 있었다. 마레이, 마레이. 이름을 입에 담으며자위를 하니 그가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 그래, 그래 부족하지만, 이거면 조금이지만. 에르덴은 입을 꽉 깨물었다.
“그럼 내가 더욱 잘, 열심히, 해서, 하고, 또 하고, 고양이처럼 울고, 배도 보이고 벌리라면 벌리는 노예가 되어줄 테니까... 첫 번째가 되어줄 테니까... 아아..... 아.... 으읏...!!”
에르덴의 허리가 풀썩-하고 땅으로 쓰러져 내렸다.첫 번째가 아니면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을 하니 이상하게 두려워졌다. 하지만 그런 고민도, 마레이를 상상하면 조금씩 희미해져 갔다.
“몇 번째라도 좋으니까...... 옆에 있게 해줘.... 마레이... 마레이....”
절정에 달했는데, 달한 것 같지 않았다. 애를 태운 것만 같이 부족하기만 했다. 에르덴은 다시금 손가락을 자신의 안으로 천천히 삽입했다. 이상하게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성녀라는 직위가 답답했지만, 그럭저럭 괜찮지 않나 생각하고 지냈지만. 지금은 순전히 분만이 터져 나왔다.
마레이와 함께 살면 어떤 기분일까. 음란한 꼬맹이가 자신을 어떻게 다뤄주려나. 에르덴의 입에서 들뜬 숨이 터져 나왔다. 쓰레기 같은 사교도 새끼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자신이 함부로 위치를 드러낸다면 마레이가 위험할 확률이 높았다.
이 주변까지는 완벽하게 다른 이들의 시선을 치워버릴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다. 그 빌어먹을 드래곤도 학교 주변을 서성거리면 곧장 눈치챌 터.
“내가 더 잘 봉사할 수 있는데, 아아, 마레이...... 조금만, 조금만 참아요... 나도, 나도....”
엉덩이의 구멍에 들어간 손가락이 점점 빠르게 왕복하기 시작했다. 목말라. 부족해.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두 번째지만, 곧 첫 번째가 되어줄 테니까. 안 돼도 옆에만 있게 해준다면, 자신을 범해준다면, 안에 정액을 가득 채워준다면,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면 그런 건 모두 상관없지만 말이야. 에르덴이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나도 여기로.... 할 수 있게 해줄 테니까...”
에르덴은 자신의 음문을 보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마레이가 보고 싶다.”
그녀의 중얼거림이 아무도 없는 수도원의 정원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