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교회속 성녀(聖女) [에르덴 파벨](1)
기억 속에 희미한 마리 드 파웬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달짝지근하면서도 아련한 냄새였다. 어머니 같은 분을 범한다 생각하니 발기가 풀리지 않은 페니스가 더욱더 단단해지고, 질척한 느낌을 주는 그녀의 안에 남아서 미묘한 감촉에 불만을 토하듯, 움찔움찔 떨린다.
“읏... 읏.. 거, 건강하네... 우리 오늘 상점가에 가려 했는데.”
“한 번만 더 하면 안 돼요?”
“하지만 방 안에 채울 물건들이....”
마레이의 간절한 눈빛에 라벨라는 말끝을 늘어뜨렸다. 그녀의 에두른 승낙에 마레이는 아름답고, 또 성욕에 굴복한 자신의 새엄마를 테이블로 이끌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됐네요.”
“죄송합니다...”
마레이의 사과에 라벨라는 작게 웃어넘기고, 사랑스러운 아들의 이마의 입을 맞추었다. 기분 좋은 애정표현에 마레이의 입가 활짝 펴졌다. 알몸으로, 하나가 된 상태로 이마를 부드럽게 핥는 혀는 모자관계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멀리 동떨어져 있었지만.
“한 번만이라고 했지만, 몸이 달아올라 버려서 몇 번이나 조른 건 저였어요.사과할 필요 없어요..”
“네에....”
라벨라는 이전에 봤던 깔끔한 슈트(suit)를 입기 시작했다. 그녀의 정장에는 제국을 상징하는 독수리 문양과 금으로 된 장식들이 조금 과장을 덧붙이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마레이, 무슨 일이지요?”
“아, 아니에요.”
다정하게 묻는 라벨라에 모습에 마레이는 서둘러 고개를 젓고 그녀의 옆에 섰다. 집안에서 보여주던, 아름답고 또 요염하고, 그리고 언제나 자신을 원하던 요부의 모습은 한 줌도 찾을 수 없었다. 마레이의 옆에는 감찰청 제2국장이 서 있을 뿐이었다. 방금 전까지 마레이의 피스톤 질에 거실바닥을 온몸으로 닦아내던 그 모습이 전부 거짓말 같아서, 그는 라벨라의 손을 꼭 붙잡았다.
“응...? 아, 후후훗. 자 그럼 출발할까요.”
“네, 네에....!”
자신의 손을 붙잡는 마레이의 얼굴을 슬쩍 본 라벨라는 너무나 즐거운 듯이 웃어보였다. 그리고 붙잡은 그의 손에 깍지를 끼고 에스코트하듯 그를 이끌었다. 성큼성큼 앞서나가는 발걸음은 당장이라도 마레이를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라벨라가 이곳의 지리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했던 것은 모두 사실이었다. 마레이의 손을 놓지 않고 거미줄처럼 얽힌 도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에게 알아야 할 상점들과 조심해야 할 장소들을 하나하나 짚어주기 시작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온 마레이는 라벨라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일단 고개를 끄덕여보았다.
“한 번에 이해하기에는 너무 많았죠?”
“아, 아니... 그게..... 네.”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라벨라의 모습에 마레이는 순순히 사실을 토해냈다.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꼭 끌어안은 라벨라는 마레이의 귓가에 상냥하게 속삭였다.
“지금 다 알 필요는 없어요. 주말에 시간이 된다면 우리 또 이렇게 나와요. 계속... 계속...”
계속이라는 말이 주는 달콤함에,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진심에 마레이는 라벨라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그것만으로 부족했는지, 그녀의 목을 감싸 안고 몇 번이나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더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밖이네요. 사랑스러운 마레이.... 지금은 조금만 참아줘요...? 나도 하고 싶은데..... 정말로...”
아름다운 새엄마의 손길에 마레이의 바지에 무엇인가가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라벨라는 보석이라도 다루듯, 그 위를 조심스럽게 훑어나가며 아쉬운 듯 몇 번이나 입맛을 다셨다.
-삐.. 삐.. 삐...
서로의 눈동자만을 바라보며 갈등하고 있는 와중에 라벨라의 허리춤에서 기이한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주말에 무슨....”
사랑하는 아들과 데이트를 즐기던 라벨라의 인상이 잔뜩 찌푸려졌다. 그녀는 허리춤에서 검은색의 뭉툭한 네모난 물건 같은 것을 꺼내들고 귓가에 가져다 대었다.
“무슨 일이지? 뭐라고 했나? 그게 무슨....”
라벨라가 마레이를 보고는 입술을 악물었다. 그리고 주변을 다시 훑어보고, 다시 마레이를 보았다.
“알았네, 지금 가도록 하지.”
처음 마레이를 상대했을 때만큼 딱딱한 말투로 대화를 끝낸 라벨라는 검은 돌을 주머니에 다시 집어넣고 그를 꼭 끌어안았다.
“마레이.... 미안해요.... 엄마가 지금 꼭 해야 되는 일이 생겨서...”
“전 괜찮아요. 엄마, 오늘 꼭 돌아올 거죠?”
라벨라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웃음을 짓는 마레이의 모습에 끈적이는 딮키스를 건넸다. 거침없이 밀려들어오는 길쭉한 혀가 입안을 잔뜩 헤집고, 침을 빨아마시고 나서야 라벨라는 입술을 떼었다.
“우음.... 우음.... 이 뒤는 집에서 마저 해요. 사랑하는 나의 마레이.”
“네......”
마레이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서둘러 걸음을 옮기는 라벨라는 지나가는 마차를 붙잡아 지폐를 쥐여 주며 마레이를 조심히 데려달라며 마부에게 신신당부를 건네고 떠났다. 꿈같이 짧은 라벨라와의 데이트가 끝나고 혼자 집으로 돌아온 마레이는 정적이 휩싸인 집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말로... 꿈같네....”
마레이는 현관에서 한 동안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고개와 함께 짙은 갑작스러운 외로움을 털어내며 마레이는 거실에 들어설 수 있었다. 외로움이란 건 그에게 너무나도 익숙했고 또 당연한 것이었다.
라벨라와 함께 식사를 했던 식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 밑으로 기어들어간 라벨라의 정성스러운 봉사와 그걸 다 받아내지도 못한 채, 욕육에 휩싸여 그대로 덮쳐버린 것도. 그것도 만족하지 못해서 바닥을 닦아내듯, 그녀를 기게 만들며 거칠게 했던 것도. 더더욱 서로를 원해서 테이블 위에 그녀를 눕히고 뒤에서, 그리고 앞에서.
마레이는 어느새 크게 부풀어오른 자신의 분신을 보며 크게 한숨을 토해냈다.
그의 손이 천천히 그의 바지로 향했지만, 고개를 털어내고 끓어오른 성욕을 참아냈다. 혼자 한다고 해도 기분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
마레이는 자꾸만 라벨라가 떠오르는 부엌의 모습에 도망치듯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서둘렀다. 복도에서 개처럼 기어가는 그녀와 채찍질하듯이 허리를 움직이던 자신, 창문을 열어 놓고 밤공기에 서로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식히며 그녀를 범한 것도, 욕실 앞에서 했던 것도 모두 눈앞에 아른거렸다.
색(色)으로 미쳐버릴 것 같은 집에서 마레이는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외로움보다는 라벨라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나도 컸다. 문 앞에 쪼그려 앉아 마레이는 멍하니 라벨라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니,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마레이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종소리가 시간속에 유영하던 마레이를 건져냈다. 정오에 울리던 대성당의 종소리와는 달랐다. 작고, 그리고 구슬피 울리는 종소리에. 마레이는 어느새인가 종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어...?”
처음 보는 교회가 마레이의 눈앞에 있었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것도, 그렇다고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작은 건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처음 보는 건물이었다. 골목 구석구석을 세세히 설명하던 라벨라가 이런 수도원을 빼먹을 리가 없었을 텐데...
마레이는 이상함을 느꼈지만, 어느새 수도원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인기척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수도원을 둘러보던 마레이는 굳게 닫힌 문을 조심스레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몇 개의 의자가 놓인 예배실 한 가운데에, 한 수녀가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높게 자리잡은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 전부 그녀를 향해 있었다. 기적과도 같은 광경이었다. 마레이는 한동안 기도를 드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경건한 기도를 드리는 모습에 마레이는 구석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자신도 똑같이 신에게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시골에서 반 의무적으로 다녔던 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진심으로 신에게 몇 번이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이, 이상한 관계가 되어버렸지만. 저에게 어머니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부디 제 친어머니도 당신의 품속에서...’
인기척에 마레이는 기도를 드리다 고개를 들었다.
“안녕?”
“.........안녕 하세요”
우선 길게 늘어진 보라색 머리카락이 보였다. 일반적인 수녀들의 정복인 검은색과 대비되는 흰색 수녀복이었다. 그리고 옅은 분홍색 입술, 가느다란 턱, 반짝이는 초록색 눈동자, 고운 아미. 신기한 느낌이 드는 여인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 신기하다는 느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 신성한 느낌이 드는... 아무도 밟지 않은 새 하얀 눈밭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라벨라처럼.
그 신비로운 느낌에 얼굴을 함부로 마주 볼 수 없었다. 아니, 얼굴을 흘깃 보려고 해도 자꾸만 시선을 피하게 됐다. 그래서 그런지 얼굴을 자세히 표현할 수 없었다. 다시 한번 그녀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려고 했지만, 시선이 옷 사이로 슬며시 드러나 있는 그녀의 새하얀 목덜미로 향했다.
“귀여운 꼬마....라기에는 애매한가? 몇 살이니?”
“열 다섯 살이에요.”
보라색 머리의 수녀는 마레이의 앉은키를 가늠하듯 손을 자신의 가슴아래에 대보았다. 꼬마라고 하기에는 역시 크네 하면서 웃는 그녀의 모습에 마레이는 당황한 듯 자신의 옆머리를 배배 꼬았다.
“난 에르덴이라고 하는데, 귀여운 신자님의 이름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아, 저, 저는 마레이 드 파웬이라고 합니다!”
긴장한 듯 크게 자기소개를 하는 마레이의 모습에 에르덴이라 소개한 여인은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천박하게도 보일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순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에 마레이는 그저 고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마레이? 아, 마레이라도 불러도 될까? 그래서 마레이는 이곳에 어떻게 찾아온 거야?”
“에... 그게... 종소리가 예뻐서....”
“종소리가 들렸다고?”
“네, 넷.”
마레이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린 에르덴은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마레이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이렇게 귀엽게 생기고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신자와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오늘도 당신의 종이 드리는 기도가 당신에게 제 목소리가 닿기를.”
갑자기 기도를 드리는 에르덴의 모습에 마레이도 눈을 감고 신에게 기도를 드렸다.
“하하하하, 따라 기도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야. 간식 있는데 먹고 갈래?”
“.....네에.”
거절할까도 잠시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고 보니 상점가에서 식사하자던 라벨라가 급작스러운 일정으로 집에 돌아왔기에 마레이는 점심시간이 꽤 지난 이시각까지 뭘 먹은 적이 없었기에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마레이의 이야기를 들은 에르덴은 티스푼을 허공에 휘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헤~, 그럼 이제 여기서 사는 거네?”
“네.”
어느새 자연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자신의 모습에 마레이는 깜짝 놀랐지만, 그녀의 묘한 분위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을 스스로에게 했다. 물론, 라벨라와의 비밀스러운. 남들에게는 결코 말할 수 없는. 배덕스러운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친척 집을 전전하면서 살아왔는데도, 이렇게 바르게 자란 모습을 보면 네 어머니께도 기뻐하실 거야.”
“감사합니다...”
“오늘 일정이 있니?”
“네??? 아뇨. 아, 있어요. 저녁 이후에는....”
“그러면 조금 일이 있는데 도와주지 않을래? 수녀님을 도와주면 신께서 너에게 축복을 내릴 거란다.”
“네, 뭐....”
신님이 과연 신경이라도 쓰실까 생각도 들었지만,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에르덴의 모습에 마레이는 대답을 회피하듯 그저 웃어 보였다. 혼자 하기에는 조금 양이 많았다는 수녀의 말에 그는 무슨 일일까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에르덴의 뒤를 쫓았다.
“주변 고아원 아이들의 빨랫감인데. 거기 자원봉사자가 적어서 내가 가끔 이렇게 빨랫감들은 해주고 있지. 뭐, 힘든 건 세탁기가 해주고. 우리는 널어놓기만 해서 간단하지만. 아무래도 여자 혼자 하기에는 힘들 거든~.”
콧소리를 내며 즐거워하던 에르덴이 도착한 방안에는 여러 대의 고물 세탁기가 있었다. 이제 막 빨래가 끝났다는 듯이 소리를 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