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세계 최가아아앙!
근데 이거 어떻게 쓰는 거야?
제기랄, 특성은 얻었는데 쓰는 방법을 모른다. 내가 속으로 불평하자, 안내 문구가 떠올랐다.
[모든 여자를 위한 방패: 거대한 마력 방패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자에 대한 욕망, 들어간 마력, 지키는 여자의 미모, 몸매에 따라 방패의 내구성이 증가하고 크기가 커집니다.]
[지키는 여자가 없을 경우, 최소치를 유지합니다.]
빠르게 읽었다.
여자에 대한 욕망. 당연히 최상이다.
들어간 마력. 기운의 양과 회복력으로만 따지면 나는 앨리스와도 비교될만했다.
지키는 여자의 미모. 말해 무엇하랴. 내 주변엔 미녀가 차고 넘쳤다.
몸매도 마찬가지다. 보통 여자가 아니라, 실전으로 단련된 병사들이 내 주변인이엇다.
'진짜 최고잖아?'
문제는 당장 주변에 여자가 없다는 것.
나는 시험 삼아 특성을 발동시켰다.
"모든 여자를 위한방패!!"
[의지만으로도 충분히 발동합니다.]
그랬어? 알려줘야 알지. 내 육중한 방패가 마력을 받아들이며 만개한다.
우웅-
투명한 막이 방패의 주변에 생겼다. 전신을 가리고도 충분히 남는 크기.
몰아치던 수인종들은 살짝 당황했다.
"이, 이게 뭐냐?"
"일단 때려!! 약해 보이잖아!"
카가강-
발톱과이빨이 사정없이 방패 위로 쏟아진다. 수인종의 말마따나 당장 내 마력 방패는 허약했다.
'그야 지킬 여자가 없으니까!'
그래도 아까와는 상황이 다르다. 나는 양기를 아낌없이 퍼부어 방패를 유지하며 훌쩍 뛰어올랐다.
파앗-!
"저 녀석 도망간다!"
"제기랄! 누르고 있었어야지!"
"누가 누를 건데? 힘 하나는 호족보다도 월등한 놈이야."
내가 무서운 건 다치는 거였지. 수인종의 힘이 아니었다. 저깟 놈들은 한 트럭이 몰려와도 힘에서 이길 수 있다.
담장 위로 올라간 나는 조롱하며 뒷걸음질 쳤다.
"나를 잡을 수 있다고? 헛된 망상이나 실컷 해라 병신들아!"
"죽여! 투명한 방패를 때리지 말고, 돌아서 노려라!"
"쿠르르."
재빨리 따라붙는 놈들. 하지만 지금부터는 작전대로였다.
그것도 내 능력이 개화한 상태로 작전을 수행하는 거다.
타다닥-!
최대한 빨리 저택으로 달려간다. 창문에서 몇몇 병사들이 활을 쏘았다.
수천의 수인종에게 별 타격은 없겠지만, 반격의 의지로는 충분하다.
"저택에 인간 병사가 있다!"
"몰살해! 찢어서 내장을탐미하는 거다!"
두두두-
어그로가 살짝 분산되었다. 활을 쏜 병사들은 재빨리 아래층으로 달려가는 중일 거다.
'관건은 비밀통로야. 어차피 거기로 전부 빠져나가야 하니까.'
나는 신속하게 저택의 출입구에 도달했다. 먼저 문을 두들기던 수인종 하나를 밀쳐낸다.
뻐억-
"끼이잉-!"
견족이었나. 아무튼 문을 지키는 병사에게 크게 외쳤다.
"제스 홀란트다. 문을 열어!"
"예!"
소심하게 열리는 문. 본래라면 여기서 몇몇 병사들이 희생하며 시간을 벌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는 출입구를 지키는 병사를 훑었다.
'열댓 명? 미모는 몰라도 몸매는 충분하겠지!'
아까 지키는 여자가 없을 때도 수인종의 공격을 어느 정도 받아냈다. 그럼 지금은?
나는 '모든 여자를 위한 방패'가 단단해지는 조건을 상기했다. 분명 여자에 대한 욕망도 있었다.
병사들의 가죽갑옷 위로 불룩 솟은 가슴을 빤히 봤다.
"처, 천인장님. 지금 어디를.....?"
"전투 중입니다!"
D컵? 아니, 가죽 갑옷에 눌린 상태니까 E컵은 될 거 같다.
'역시 몸매는 충분하다니까.'
E컵이면 따먹을 가치가 충분하다. 나는 몬스터를 힘껏 발기시키며 외쳤다.
"저년을 따먹고 싶어어어엇!!"
몸의 기운이 쑥 빠져나간다. 잠시 휘청일 정도의 양.
하지만 그 결과는 만족할만했다.
촤아앙ㅡ!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는 마력 방패. 저택의 출입구를 막고도 남는 크기의 방패가 펼쳐진다.
반구형으로 출입구를 깔끔하게 감쌌다. 투명한 방패 너머로 보이는 당황한 얼굴.
"뭐, 뭐야? 아까보다 커졌어....."
"아우울! 겁먹지 마라. 분명 때리니까 흔들렸다."
"정예 전사만 나서!"
수천의 수인종 중에서 유독 덩치 큰 놈들이 달려든다. 타조족의 부리, 랑족의 발톱, 엽표족의 이빨 등에 얼핏 기운이 서렸다.
'검기? 발톱에 실었으니까 정확히 검기는 아니겠지만.....'
보통 공격이 아니라, 어렴풋이 검기가 서린 공격이다.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티디딩-!
내 방패는 아주 멀쩡했다.
쏟아지는 공격을 받고도 흠집 하나 없는 마력 방패. 도리어 공격한 놈들이 부리와 발톱을 부여잡았다.
"크흐읏.... 왜 피가....?"
"반탄력이다. 쇳덩이를 때린 거 같아."
신음을 흘리는 녀석들. 덕분에 병사들이 희생할 일은 없었다.
병사들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천인장님, 이게 뭡니까?"
"이런 소문은 못 들었습니다...."
이 녀석들은변방 귀족의 사병이다. 나에 대해 잘 모른다는 뜻.
나는 대강 둘러댔다.
"방패의 성능이지. 얼른 다음 장소로 이동해라. 나도 뒤따라 이동하마."
"알겠습니다!"
후다닥 달려가는 병사들. 그간 아주 든든하게 출입구를 지킬 생각이었는데......
카가강- 까앙-!
"크흑?"
"이 녀석 조금 약해졌다!"
이번엔 내가 당황했다. 병사들이 멀어지자 마력 방패의 강도가 약해진 것이다.
확실히 눈에 보이는 차이.
'어쩐지 고작 15명으로 튼튼하다 했어.'
'지킨다'라는 게 거리에도 영향을 받는 모양이다. 설명에는 나와 있지 않아도 그렇게 취급되는 듯하다.
나는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때려!! 부서지지 않는 벽은 아니다!"
"기운을 실어!"
까강-!
불안하게 흔들리는 마력 방패. 나는 병사들이 보이지 않는 걸 확인하고, 바로 방패를 해제했다.
투명한 막이 사라지자 잠시 휘청이는 놈들.
"뭐야....?"
"뚫었다!!"
놈들이 움직이기 직전, 나는 몸을 돌려 땅을 박찼다. 저택의 로비를 단번에 주파한다.
"잡아라!"
사납게 따라붙는 수인종. 하지만 그리 부실한 작전은 아니었다.
어디선가 폭발음이 들리며 기둥이 흔들거린다.
콰아앙-!
"음....?"
"폭발?"
나는 씩 웃었다. 미리 저택의 기반에 스크롤을 설치해뒀다. 지금의 폭발은 로비 쪽을 겨냥한 것.
조만간.....
쿠르르.
로비 쪽의 천장이 가라앉는다. 직접적인 타격은 아니어도 추격을 방해하기엔 충분하다.
그사이에 나는 다음 장소에 도달했다.
"천인장님! 여기입니다!"
비밀통로로 향하는 복도. 이곳에서 병사들과 함께 2차 방어선을 꾸렸다.
'고작해야 복도야. 전부 뒤덮는 것도 가능하겠어.'
다만 아까처럼 병사들이 전부 달아나는 건 곤란했다. 그러면 방패가 약해지니까.
나는 병사들 중에 미모가 가장 출중한 녀석을 하나 골랐다.
"거기 보라 머리!"
"네, 네....?"
"가죽 갑옷을 벗어라, 당장!!"
내 천인대라면 바로 명령을 따랐을 거다. 하지만 귀족 사병인 그녀는 조금 머뭇거렸다.
답답해서 거듭 호통치자 가죽 갑옷을 벗는 그녀. 나는 재빨리 병사를 끌어당겼다.
"히이익! 저, 저는 남자한테 만져진 적이...."
"없으면 더 좋지."
보라 머리 병사는 꽤 순진하게 생겼다. 동그란 눈에 마찬가지로 동글동글한 얼굴.
그런데 몸은 또 굴곡졌으니 훌륭하다. 옷 속으로 손을 넣고, 맨가슴을 주물거린다.
"히이익! 처, 천인장님....."
"가만히 있어 봐. 너희를위한 거니까!"
다른 병사들은 경악해서 입을 쩍 벌렸다. 동료에게 수군대는 녀석도 있다.
"어, 얼굴은 잘생겼는데 그만큼 변태라는 게 사실인가 봐."
"지금 전쟁 중인데...."
병사들의 안색이 어두워진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욕망이 충전되었기 때문이다. 불끈 솟은 내 몬스터.
그걸 보라 머리 병사의 엉덩이 사이에 비비자,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이, 이게 뭡니까? 너무 큰데에엣....!"
"뭐긴 뭐겠어."
대답하려던 찰나, 수인종들이 들이닥친다. 놈들은 내 꼴을 보고 격노했다.
"인간 놈이 교미 중이다!!"
"우리를 얼마나 얕봤으면 교미한단 말이냐!!"
분노의 돌진. 기세는 무시무시했으나 두렵지 않았다.
'모든 여자를 위한 방패'가 단단해지기 위한조건. 여자에 대한 욕망이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방패여!!"
투명한 방패가 통로를 가득 채운다. 아까보다도 한층 강해진 모습.
당연히 수인종들은 뚫지 못했다.
카가강-!
"제기랄, 기운을 담아도 안 먹혀."
"족장을 불러! 족장이 와야 해결할 수....."
"내가 나선다!"
무모한 공격이 계속된다. 물론 마력 방패는 흠집도 나지 않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 내가 이때까지 방패로 얻어맞기만 했었나?’
아니었다. 방패로 막으면서 동시에 휘둘러 공격하는 게 내 전투법이다.
그렇다면 마력 방패도....?
반신반의하는 상태에서 방패를 힘껏 휘두른다.
투명한 마력 방패는 내 움직임을 따라왔다. 복도의 벽과 천장을 긁으며 움직이는 마력 방패.
기기긱-!
“어어?”
그대로 수인종을 날려버린다. 마력 방패에서 질량이 느껴지진 않았다.
단지 때릴 때의 저항감만 전달될 뿐이다.
그리고 나는 수인종 따위는 단번에 날려버릴 수 있었다.
‘놈들의 공격은 방패가 막아주고, 나는 방패로 공격하고?’
맞을 수 없고, 때리는 건 쉽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혹시..... 세계 최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