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제스 홀란트에게 충성합니까
다음 날, 아침.
나는 에델과 함께 일어났다. 사실 주위는 꽤 개판이었다.
에델이 수련하다가 급하게 치운 마법 시약이나, 재료 따위도 있었고 어제 벗어 던진 옷도 널브러져 있다. 우리의 체액은 물론이고.
햇빛을 각도를 슬쩍 봤는데, 벌써 정오에 가까웠다.
'하지만 내가 지금 일어났으니까 아침이지.'
"에델, 아침 먹을까?"
"준비하겠습니다."
침착하게 침대에서 벗어나는 에델. 그녀의 엉덩이를 아직도 붉게 물들었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에델의 머리카락이 유독 침대에 많은 건 착각이 아니다.
"아침으로는 뭘 드실 겁니까?"
"아무거나 괜찮은데..... 멀쩡하네?"
"물론입니다. 얼른 나갔다 오겠습니다."
"응?"
그 격렬한 밤을보내고도 에델이 멀쩡한가 싶었는데, 역시나 아니었다.
에델은 상의만 걸치고 하의는 휑한 상태로 나가겠다고 한 것이다.
나는큭큭 웃으며 그녀의 다리를 가리켰다.
"뭐.... 하의실종이라는 유행을 만들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을게."
"시, 실수입니다!"
후다닥 바지를 입는 에델. 다리를 하나씩 올릴 때마다 속살이 잘 보여서 좋았다. 열심히 관음했는데 옷입기가 끝나니까 아쉬움이 몰려온다.
"으음....."
"다녀오겠습니다."
"빨리 와."
내 말을 듣고 에델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그 움직임 하나조차도 귀여웠다.
'하여튼..... 어제 봤던 인형이나 볼까.'
날 닮은 전투 인형. 사실 이제는 에델이 6위계에 올라서 꼭 만들 필요는 없지만, 나를위해 필요했다.
'내 여벌 목숨..... 훼이크를 위해서 만들 거야.'
어제처럼 재료가 필요할 거다. 나는배를 내려봤다.
'어제보다 뱃살이 좀 줄어든 거 같은데? 으음.'
살짝위험하겠지만, 어디 목숨을 건 에델 정도겠나. 눈 부릅뜨고 단검으로 살을 잘랐다. 물론 어제보다는 훨씬 조금.
그러고는 재빨리 포션으로 치유하는데, 에델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도련니이이임!!"
"깜짝이야...."
"뭐 하시는 겁니까!전 이제 필요가 없습니다!"
아.... 뭐라고 말하지. 사실대로 설명하려다가 멈칫했다.
어제 살을 잘라준 게, 나를 위해서였다는 걸 알면 난리 날 거다.
"그.... 깜박했어. 네 정성이 담긴 건데, 완성하고 싶잖아?"
"예에?"
잠시 할 말을 잊은 에델. 그녀는 또 눈물을글썽이더니 전투 인형에 손을 올렸다.
"6위계에 올라서 효율이 더 좋아졌습니다. 재료는.... 조금만 더 모으면 완성입니다."
"더 잘라줘?"
"절대 안 됩니다! 머리카락이나 모아서 어떻게든 해보죠."
그러면서 에델은 한동안 주문을 웅얼거렸다. 나중에는 정식으로 마법진도 그리고, 시약도 뿌리더니, 아예 자리 잡고 마법을 펼친다.
"......하여 그대에게 자아를부여하노니, 일어나서 나를 위해 싸우라!!"
검은 기운이 전투 인형에 몰려간다. 눈, 귀, 코, 입 따위를 통해 기운이 흡수되었다.
나와 똑같이 생겼던 인형은 천천히 눈을 떴다. 꿈벅이는 모습이 참 멍청해 보이는데, 잘생기긴 했다.
'키는 살짝 작네. 재료가 완벽하지 않아서 그런가.'
나를 닮아 아름다운 전투 인형. 녀석은 자신의몸과 얼굴을 더듬더니, 사용법을 하나씩 익히는 듯했다. 최종적으로 실험한 것은 목소리.
"아. 아."
"목소리도 똑같네?"
고개를 끄덕이는 에델. 그녀가 뿌듯해하던 순간이었다.
"섹스."
"......?"
저 새끼가 지금 뭐라고 말한 거지? 따질 겨를도 없었다. 전투 인형은 나와 똑같은 얼굴을 달고 천박한 말을 내뱉었다.
"섹스."
"아니, 입 좀 닥치....."
"섹스."
"에델! 가만히 있으라고...."
"섹스섹스섹스섹스!!"
같은 단어만 미친 듯이 반복하는 녀석. 에델이 다급히 정지 명령을 내리자, 전원 꺼진 로봇처럼 풀썩 쓰러졌다.
"휴우..... 저거 진짜 내 신체만 넣은 거 맞아? 무슨 인형이란 새끼가 일어나자마자 섹스만 외치는 거야?"
"......"
짜증 나서 뱉었는데, 대답이 없다. 의아한 얼굴로 에델을 돌아보자, 그녀는 딴청을 피웠다.
"에델?"
"그으, 제스님의 전투 인형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에델?"
"사실 다른 말을 할 줄 아는 게 더 이상하지요. 역설적으로 전투 인형의 언행이 제 마법의 '완벽함'을 증명하는 겁니다."
씨발, 에델마저.....
한탄스럽다. 태어남과 동시에 섹스를 외치는 전투 인형이 완벽함의 증거라니.
'나는 대체 어떤 삶을..... 아니지. 내가 가장 잘 아는구나.'
다시 생각하니까 크게 불평할 구석은 없다. 단지 새삼 충격받았을 뿐이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에휴, 그나저나 오늘 면접이 있단 말이지."
"신병 면접입니까?"
"그래."
에델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존경을 시험한다는데, 대체 어떤 방식인 겁니까?"
"아, 그거 말이지."
나는 떠올렸던 걸 말했다. 단계별로 내게 봉사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뭐 상의 탈의부터 시작해서 공개적인 펠라까지 있으니 충성심 확인은 확실하리라.
내 계획을 들은 에델의 얼굴이 단번에 일그러진다.
"말이 안 됩니다, 제스님....."
"왜?"
"다른 건 둘째 치더라도, 제스님에게 흑심을 품은 자라면 존경심 없이도 통과할 겁니다."
"아아....."
나를 따먹고 싶은 사람 말이지? 확실히 내게 성욕을 지녔다면 이런 면접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그런데....
"뭔 상관이야?"
"예?"
"나한테 흑심을 품었어도 괜찮아. 애초에 16인의 기사나 내 천인대나 전부 그런 마음으로 돌아가는 거 몰라?"
"마, 맞습니다만....."
이제는 에델도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그녀는 뭐가 맞고 틀린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가슴이 만지고 싶어서 에델의 가슴을 주물렀다. 당연히 기겁할 줄 알았는데, 에델은의외로 침착하게 가슴을 대줬다.
'음, 역시 감촉이 좋아....'
"당황하지 않네?"
"예. 출신이 출신인지라."
하기야. 난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물었다.
"너도 면접장에 같이 갈래? 재밌을 텐데."
"사양..... 아니, 괜찮겠군요."
의외다. 에델은 무슨 생각인지 내 제안을 승낙했다.
'원래 내가 여자랑 노는 걸 별로 안 좋아하지 않았나?'
아무튼 같이 가겠다는데 말릴 이유가 없다. 우리는 준비해둔 면접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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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장은 큼직한 천막이었다.
바깥에는 500명이나 되는 병사가 길게 늘어섰고, 안에는 의자 10개가 놓여 있다.
'한 번에10명씩. 총 50번을 봐야 한다고?'
으.... 생각만 해도 길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즐거움이 있을 거라는 정도.
면접관은 나와 앨리스, 에델이었다.
앨리스가 나지막하게 호명한다.
"첫 번째 조는 들어오도록!"
"예."
우르르 몰려오는 10명의 지원자들. 다들 무난하게 예쁘고, 실력도 괜찮았다.
'마음 같아서는 전투 통과인데.... 그럴 순 없으니까.'
몇 가지 질문이 던져진다. 앨리스의 형식적인 질문에 병사들은 착실히 답했다.
시간이 좀 지나자, 나를 보는 앨리스.
"도련님도 질문을 하시지요."
"그래야지."
나는 가장 왼쪽의 병사를 골랐다.
"거기 너."
"네, 네!!"
"아까 나를 존경한다고 했는데, 날 위해서 어디까지 할 수 있지?"
"목숨을 바칠 수 있습니다!"
목숨이라, 그거 좋지. 근데 나는 다른 게 더 좋아.
"목숨 말고 다른 건? 예를 들어 지금 옷을 벗으라고 하면 하겠나?"
"예에.....?"
흔들리는 병사의 눈동자. 그녀의 갈색 눈은 이리저리 흔들렸다.
"나는 진심이야. 그 정도의 존경과 충성이 없으면 전쟁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해."
"하, 하겠습니다!!"
병사가 방어구를 하나씩 벗어 던진다. 무거운 것부터 벗자 평복 차림이 되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녀는 머뭇, 머뭇하다가 상의를 벗어 던졌다. 출렁하는 그녀의 젖가슴.
'오..... 무브먼트 최고.'
이어서 하의까지 벗으려 하는 걸 잠깐 말렸다.
"그만!"
"넵!"
다른 면접자들은 최대한도로 긴장한 상태였다. 화살이 돌아올까 봐 무서운 것이리라.
"다들 저 병사처럼 할 수 있겠나? 못한다면 당장 면접장을 나가라. 내 주변에서 얼씬도 하지 마!"
"......"
"내 휘하가 되고 싶댔지?"
"예!"
"그렇다면 보여줘라. 너희의 존경을, 그리고 충성을."
병사들의 표정에 갈등이 어린다. 개중 가장 귀엽게 생긴 병사가 눈을 질끈 감았다.
"하, 하겠습니닷!"
훌렁훌렁 옷을 벗어던진다. 아담한 가슴이 자태를 드러낸다. 그녀는 내친김에 하의까지 제거했다.
완전한 자연의 상태. 알몸인 채로 절도있게 경례한다.
"추웅성!! 제스 홀란트님의 수하가되고 싶습니다!"
"합격."
나는 다른 녀석들을 쳐다봤다. 그리고..... 면접자들은 하나둘씩 옷을 벗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