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9화 〉진짜 재능충 (69/111)



〈 69화 〉진짜 재능충

"그, 그걸 왜 나한테 말해!!"

나도 모르게 이런 병신 같은 말을 내뱉었다.

'당연히 냉큼 받아먹었어야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사람이 진짜로 떨리면 아무 말이나 나오기 마련이다. 원래 감정 앞에서 이성을 유지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덩달아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는 앨리스.

"그..... 주변 사람 중에서는 도련님의 양기가 가장 많습니다."
"트, 틀린 말은 아닌데."

하기야 앨리스가 부하에게 부탁하겠나, 아니면 가문으로 돌아가서 가족들과 하겠나.
나한테 충성 서약까지 맺었으니, 앨리스의 처녀도 내가 가져가는 게 맞았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진도가 너무 빠르지 않나? 아, 아직 뽀뽀밖에 안 했는데......'

처음 보는 접수원한테 가슴을 만져도 되냐고 묻고, 일하는 중에 뒤치기까지 하는 나지만 앨리스는 대우가 다르다.
내가 망설이는 사이, 앨리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빨리 강해져야 합니다!"
"왜......?"
"조금 있으면 전선으로 향합니다. 분명 어마어마한 적이 많을 겁니다. 며칠 전처럼 제가 당했다가는 도련님을 지키지 못합니다."
"마, 맞는 말이야."

꿀꺽ㅡ
침소리가 유독 크다. 나는 마치 처음 해보는 사람처럼 손을 방황시키다가 겨우겨우 내밀었다.

"자, 잡아....."
"네."

살포시 손을 얹는 앨리스. 순간 내 머리는 백지가 돼버렸다.

'어떻게 하지? 욕망대로만 할 수도 없는데. 앨리스는 무슨 취향일까? 일단 문을 단단히 닫고 빛을 좀 차단할까?'

각종 생각이 스친다. 사고의 폭발에 멍해진 나는 그냥 앨리스를 끌어당기고 말았다.

와락하며 안기는 앨리스. 몸 자체는 나보다작아서 품에 쏙 들어온다.
앨리스의 체취가 훅 풍겼다. 보통은 훔쳐 맡는  고작이었는데, 이렇게 정면에서 즐길 줄은 몰랐다.

"킁킁."
"거, 검사하시는 겁니까? 저는 자주 씻습니다."
"아니...... 사실 난 앨리스 냄새가 너무 좋거든."
"......"

대답을 못 하는 그녀. 나는 한동안 앨리스를 껴안고 체취를 즐겼다. 코끝을 타고 간질간질한 냄새가 올라온다.
평복을 입은 앨리스의 감촉은 덤이었다.

'근육이 너무 적당해! 여타 기사들처럼 마냥 키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적지도 않아. 전신에  분포된 근육......'

어느 하나만 발달하지 않았다. 유연성과 근력의 조화를 지키며 균형 있게 발달된 몸이다.
 너머로 살결의 따듯함과 탄력이 전해졌다.

한참을 껴안고 있는데, 앨리스가 조그만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릅니다."
"응?"
"크, 큰 덩어리가 허벅지를 찌릅니다."

아, 몬스터가 주체를 못 했다. 녀석은 날뛰고 싶다는  벌써부터 앨리스의 허벅지를 마구 압박하는 중이었다.
딱히 조절할 방법도 없는지라 나는 멋쩍게 웃었다.

"하하..... 자연스러운반응이야."
"알겠습니다."

앨리스는 그러더니 들고 온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게 뭐야?"
"검은 천입니다."
"천......?"
"예. 조금 부끄러워서 그러는데, 천막을 어둡게 해도 괜찮겠습니까?"
"마음대로 해."

앨리스가 한다는데 뭐 어쩌겠나. 그녀는 입구부터 시작해서 빛이 들어오는 모든 곳을 차단했다. 검은 천과 천 사이로 비치는 은은한 햇살만 남았다.
내 시력이 상당한 편인데도 앨리스의 윤곽만 보였다.

"이제  거야?"
"사실....  틈도 없애고 싶지만, 최소한의 빛은 있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대체 누구한테?"

앨리스도 그냥 나를 찾아온  아닐 거다. 아마 모종의 성교육을 받았을 터.
난 앨리스가 지닌 지식의 출처가 궁금했다. 그러자 살짝 얼굴을 돌리며 중얼거리는 앨리스.

"에델......"
"풉."

에델이라. 밤노예 출신에 내 시중도 꽤 들었던 에델이라면 교육자가 될  있다.
나는 큭큭 웃다가  물었다.

"에델이 뭐라고 하든? 남자를 공략하는 기술 같은 건 안 알려줬나?"
"배, 배웠습니다!! 오늘 아침에 급하게...... 도련님께 써도 됩니까?"
"오."

아침에 급하게 배운 기술이라. 이전까지는 거의 백지상태였다는 뜻이리라. 하기야 아까 검은 천을 붙이는 움직임도 어색했다.

나는 선선히 웃었다.

"얼마든지 해봐. 내가 공략한 여자는 많고 많아도, 역으로 나를 공략한 여자는 없었거든."
"정말입니까?"
"시도는 있었지만, 다들 실패했어. 내가 침대에서는 십존이야, 십존."

앨리스의 목소리에 활기가 돌았다. 왜 그러는지 궁금했는데, 이어진 말에 바로 납득했다.

"그럼 제가 도련님을 공략하면, 그게 첫 경험이시군요!"
"......맞긴 하네."

근데 쉽지 않을 거다. 잠자리 경험도 없고, 지식도 아침에 갓 배운 앨리스 아니던가.
나는 앨리스가 혹여 실망할까 봐 걱정했다.

'기술이 나한테 아예 안 통하면 어쩌지? 난 16 대 1도 겪었던 사람인데......'

너무 어설프면, 적당히 연기라도 해줘야겠다. 그런 다짐을 했다.
한껏 긴장한 목소리로 말하는 앨리스.

"그...... 배운 걸 써보겠습니다."
"얼마든지."

앨리스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자 그녀의 존재감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아까까지는 일반인과 같은 기세였는데, 지금은 너무압도적인 기세다.
이어서 그녀의 손바닥에 기운이 몰린다. 붉디붉은, 그녀 특유의 음기였다.

공격 용도는 아니고, 그저 기운을 뭉쳐놓은 수준. 앨리스는 수줍게 말했다.

"이걸 도련님께 접촉시키겠습니다."
"자, 잠시......"

공포스럽다. 다른  아니라, 앨리스의 음기가 너무 두려웠다.
여자는 밀도 높은 양기에 쾌락을 느낀다. 그렇다면 남자는? 마찬가지로 밀도 높은 음기가있으면 쾌감을 얻었다.

'차이점이라면 음기는 온 세상에 넘쳐나서 적응할 수 있다는 거. 그에 비해 양기는 드무니까 여자들이 적응하질 못하지.'

그랬다. 세상에는 분명 음기가 넘쳐났고, 특히 나는 16 대 1로 음기를 받아낸 적도 있다.
제아무리 밀도 높은 음기라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앨리스의 기술을 보자마자 자신감이 증발해버렸다.

"애, 앨리스. 우리 이야기 좀 할까?"
"시간이 없습니다, 도련님. 성교도 수련의 일부이니 부지런히 해야 합니다."
"머, 멈추......"
"목덜미부터 하겠습니다."

앨리스의 붉은 음기가 내 목에 닿는다. 타오르던 붉은 덩어리는 삽시간에 녹아들었다.
찰나의 평화. 이내 쾌락의 지옥이 시작되었다.

좋다좋다좋다. 너무 좋다. 목덜미에서 짜릿한 느낌이 시작되더니 척추를 타고 꼬리뼈까지 퍼졌다.

"흐으으으..... 흐아앗!!"

머리부터 전신을 충족시키는 강렬한 쾌감. 쥐어짜는 듯한 쾌감이 목에 머물렀다가 자꾸만 퍼진다.
섹스 후의 사정? 그딴 건 비교도 되지 않는다. 최고 강도로 사정을 10번쯤 해야 비슷한 느낌을 받으리라.

자연스레 눈이 풀린다. 앨리스가 잠시 두 명으로 보였다.

'멈춰야 해. 이건 감당할 수 없어. 앨리스한테 그만해달라고......'

 입은 전혀 다르게 움직였다.

"하으으, 더! 더 해줘."
"괜찮았습니까?"
"계속해줘."

다행입니다. 따위의 말을 뱉으며 나를 만지는 앨리스. 그녀는 아까처럼 음기를 농축시켜서 날 주물러댔다.
음기가 들어올 때마다 전신이 움찔거린다.

"흐으앗! 으으으......"
"배우길 잘했습니다! 도련님이 이토록 만족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하아, 하아. 빨리  해....."
"네. 일단 사지를 공략하고......."

그녀가  손을 주무른다. 순간 나는 천국을 다녀왔다. 고작해야 손, 가슴을 만질 때도 그냥 정신적 충족감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앨리스의 농축 음기가 들어오자 정신을 못 차렸다.

"손가락을 하나씩 눌러드리겠습니다."
"끄흐으으..... 허업!"

앨리스는 두 손으로  손가락을 마사지했다. 손톱을 눌렀다가 손가락의 힘줄을 살짝살짝 풀어준다.
이 과정이 전부 천국에서 진행되는 것만 같았다. 음기가 흡수될 때의 감각은 사정과 비슷하다.

사정할 때 느끼는 쥐어짜는 듯한 쾌감. 앨리스는 그걸 계속 유도하는 거였다.

"아, 아......"

마사지를 너무 즐긴 걸까, 손에서 느껴져야  쾌감이 사타구니 부근에서 느껴졌다.
이어서 속옷에 액체를 쏟아내는 몬스터. 푸슈욱- 푸슉-!
건강한 소리가 들린다. 나는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없었다.

‘앨리스한테...... 손 마사지로 가버렸다.’

섹스 천재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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