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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8화 〉제국의 보물 제스 홀란트!(11) (68/111)



〈 68화 〉제국의 보물 제스 홀란트!(11)

치열한 전투가 끝나고 며칠이 더 흘렀다.
아직 훈장이 온  아니지만, 나에 대한 대우는 확연히 달라졌다. 특히나 다른 부대를 지나가도 칼같은 경례를 받는 것이다.

"추웅성!!"

지나가는 병사 하나가 딱딱하게 굳어서 경례한다. 나는 적당히 손을 들어서 받아줬다.

"그래그래."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제스 천인장님!"
"고맙다......"

한   그리 많다고 이러는지. 뭣보다 섹스할 게 아니면 큰 관심이 없었다.

'병사를 먹는다? 굳이.... 내 부하들도 충분한데.'

 며칠간은 추모 기간이었다. 내 천인대도 무려 3할이나 죽었으니 응당 애도를 해야 한다.
그리고 딱 오늘부터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날이다.

나는 천막으로 향하면서 조금 기대했다.

'누구를 고를까? 오랜만에 실바? 아니면 제스 기사단이랑 거칠게?'

16 대 1의 섹스. 전신의 양기가 쪽쪽 빨리는 경험은 힘들지만, 그만큼 재밌었다.
스륵. 천막을 걷자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

"에델? 앨리스? 둘이 같이 있네."

에델이야 전속 하녀라서 익숙하지만, 앨리스는 또 왜 온 거지. 난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리에 가서 앉았다.
가장 먼저 입을 여는 에델.

"제스님."
"응?"
"어떻게 책임지실 겁니까?"

책임? 하녀를 내가 책임져야 하나? 아니, 돈 주고 일 시키면 그만이지....
그렇게 생각하는데, 에델이 차갑게 말했다.

"제스님 덕분에 전 지금 6위계 마법사로 알려졌습니다."
"축하해!!"
"......축하할 일이 아닙니다."

이를 빠드득 가는 에델.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4위계부터는 전쟁에서도 활약할 수 있고, 5위계는 천인대에 있기 아까운 전력입니다. 6위계 마법사는..... 전술을 바꿀 영향력이 있단 말입니다!"

에델의 말이 맞았다.물론 6위계라고 해도 뭐 혼자서 다 죽인다는, 뭐 그런 뜻은 아니다.
다만 지엽적으로 확실한 영향력을 지닌다는 것.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네가 6위계로 오해받으니까 내 천인대를 과대평가할 수 있다는 거지?"
"아시는군요. 전투도 끝났으니 오해를....."
"그럼 노력해."
"......?"

황당하게 쳐다보는 에델. 난 그녀에게 말했다.

"에델, 넌 서른도 안 됐지?"
"예."
"그런데도 4위계에 올랐어. 그것도 조기교육을 받은 것도 아닌, 밤노예 출신이 말이야."

조금 딱딱해지는 에델의 얼굴.

"넌 충분히 재능있어. 노력해. 계속 증진하면 한 단계 정도는 충분히 오를 거라고."
"마, 말처럼 쉬운 일이......"
"네가 4위계에서 무슨 등급이지?"
"사, 상(上)등급입니다."

같은위계 안에서도 상중하(上中下)의 세 등급으로 나뉜다. 20대에 4위계 하등급만 되어도 뛰어난 수재일 텐데, 에델은 그조차도 넘은 거다.

'하여간 이런 밤노예가 우리 가문으로 굴러들어와서는..... 횡재한 거라니까.'

나는 문득 생각나서 하멜의 양기를 꺼냈다. 거기서 15% 정도를 따라 다른 유리병에 담았다.
화들짝 놀라는 에델.

"어, 어? 제스님! 정식 용기에 담지 않으면 몇 주 안에 흩어질  있습니다. 빨리 용기에...."
"네가 가져. 몇  안에 사라진다고 했지? 이게 다 없어지기 전까지 미친 듯이 수련해서 전부 흡수해."
"......"

에델은 당황했다.

"전 하녀인데......"
"하녀인 동시에 재능이 출중한 마법사지. 어서 받아.  허풍을 진실로 만들 능력이 있어."

꿀꺽. 에델이 침을 삼킨다. 그녀의 눈에 갈망이 일렁였다.

'무인이든, 마법사든, 영약은 소중한 거지. 특히나 에델처럼 재능있는 녀석들은 최대한의 효율로 흡수할 테고.'

한 등급만 올라도 좋다. 5위계 하(下)등급만 되어도 고위 마법사 흉내는 낼 거다.
에델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유리병을 가져갔다.

"가,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모시겠습니다!"
"아니야. 네가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는 그냥 수련만 해. 내 시중 같은 거 든다고 시간 낭비하지 말고."

이번 전투로 깨달았다. 부하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 특히나 뛰어난 부하라면 더더욱.
에델은 깊이 고개 숙이며 천막을 나섰다. 그녀의 발걸음에 묘한 경쾌함이 묻어 있었다.

"후우, 성공하려나....."
"할 겁니다."

이제껏 가만히 있던 앨리스의 말이었다. 그녀는 갑옷을 하나도 입지 않은, 평복차림이었다.
겉모습만 보면 전혀 기사답지 않다. 도리어 어느 꽃집 사장이 어울리지 않을까.

"어떻게 알아?"
"에델을 옆에서 봤습니다. 그녀는 도련님을 모시느라 시간이 없는 가운데서도 꾸역꾸역 경지를 올렸습니다."
"내가 나쁜 놈 같잖아?"
"그런 뜻은 아닙니다만, 수련에 매진하는 에델이라면 당연히 5위계에 도달할 것입니다."

나는 에델을 마법도 잘하고, 펠라도 잘하고, 시중도 잘 드는 만능 하녀쯤으로 생각했는데, 주변의 시선은 다른 모양이다.

'고생 속에서도 자기계발을 하는 인간상인가?'

그런 시선이라면 고생의 원인인 나는 악역이  수밖에 없다. 불평을 속에 담으며 말했다.

"앨리스경은 무슨 일로 왔지? 훈련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훈련 때문이 아닙니다."
"뭐.....?"

놀랍다. 그저 놀라워서 입을 벌렸다.
앨리스가 어디 '수련'이나 '훈련'말고 다른 말을 입에 담을  있던 여자였던가.
황당하게 바라보자, 앨리스는 차분하게 말했다.

"도련님, 감사했습니다."
"어어.....? 했습니다?"

어미가 지극히 좋지 않다. 뭐 나한테 도망이라도 치려는 건가?

"미리 말하지만, 서약을 깨는 일은 절대로없어!!  앨리스경 놓치지 않을 거야. 암암, 절대 못 놔주지!!"
"후훗, 그런  아닙니다. 씨족의 어머니에게 날아갔을 때, 도련님이 받아주시지 않았습니까?"
"아....."

이후로 까무룩 기절해서 잊고 있었다. 확실히 앨리스가 나한테 빚지긴 했지.

'원래 기사가 지키는 게 맞는데, 내가 몸을 던졌으니까 말이야.'

괜한 헛기침을 뱉는다.

"큼큼, 뭐 가벼웠어. 한나 누나의 절반? 삼 분의 일?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 부족함을 통감했습니다."
"으응?"

부족함이라니! 앨리스는 전혀부족하지 않았다.
씨족의 어머니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지 않았나. 1만 8천 오크의 수장을 이길뻔한 것이다.

'뭣보다 시간 무제한 일 대 일 대결이었으면 진짜 이겼어. 현실에서 그런 조건은 없다고 해도.....'

그런 말을 뱉으며 앨리스를 칭찬했는데,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도련님의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실력은 괜찮을 수도 있지요."
"그런데?"
"제 판단에 탄식한 것입니다. 미완성의 기술을 실전에서 쓰려고 하다니요."
"미완성..... 아!"

앨리스의 전신을 붉은 기운으로감쌌던기술. 겉모습만 보면 마치 초싸이언 같았던 기술을말하는 모양이다.
앨리스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오러화를 쓰면 파괴력이 충분할 줄 알았습니다."
"뭐.... 어쩔  없지. 앨리스의 장점은 그게 아니잖아?"
"예. 오러화를 쓴다고 되는 게 아닌데..... 판단력이 부족했지요."

오러화? 전신에 기운을 두르는 기술의 이름인 모양이다.
아무튼 이름보다 중요한 건 앨리스의 태도였다. 그녀가 혹시라도 자책해서 의기소침해지면 큰일이다.

'항상 자신감 있는 모습이 필요해! 앨리스는 내 천인대의 믿음이니까.'

다가가서 어깨라도 토닥이려고 했는데, 앨리스가 갑자기 외쳤다. 그녀답지 않게 조금 흥분한 목소리.

"그러니 강해질 겁니다!!"
"어, 어? 어떻게 더 강해지게.....?"
"제가 검기 조절 능력이 뛰어난 이유? 그건 전부 기운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앨리스는 재능이 좋잖아? 희박한 대기 중의 양기도  흡수할 텐데....."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잘 흡수하면 뭐합니까. 제 선천적인 기운의 양을 따라오지는 못합니다. 비율이 맞지 않습니다."

아, 앨리스가 타고난 음기가 워낙 많아서 양기를 암만 흡수해봐야 별거 없다는 뜻이었다.
그녀의 사정은 잘 알겠는데 왜 저렇게 결연하게 외치는지는 잘 모르겠다.

"자자, 그러면  열심히 수련하면 되는 거야."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어어?"

버럭 소리치는 앨리스.  이유를 고민하다가 깨달았다.

'하루는 24시간이야!! 24시간을 수련, 잠, 훈련에 바치는 앨리스인데 더 수련할 수는 없다!'

나와는 다르다. 나는 24시간을 섹스와 잠에 올인하니까 소위 말하는 '각성'해서 사람이 바뀌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앨리스는 이미 최대치로 수련하는 인간. '열심히'라는 단어는 아무짝에도 의미가 없었다.

'그러면 대체 뭘 어쩌겠다는 거지....?'

의문에 빠진 찰나, 정말..... 정말 예상치 못했던 문장이 앨리스에게서 나왔다. 살짝 달아오른 얼굴로 입을 달싹이는 그녀.

"수련으로는 힘드니까...... 서, 성교."
"응?"
"서..... 성교로 나머지를 채울 겁니다!!"

제국의 백합, 앨리스.
섹스 선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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