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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화 〉제국의 보물 제스 홀란트!(2) (59/111)



〈 59화 〉제국의 보물 제스 홀란트!(2)

"따, 따, 따, 땅이 움직인다아아아아!!! 끼에에엑!!"
"동생아, 제발 진정해!"

나는 떨리는 손발을 잡아야만 했다. 아니, 잡으려고 했는데 양손이 전부 떨려서 어느 손으로 잡을지 고민하다가 그만 셀프 수갑을 채우는 꼴이 돼버렸다.

양손으로 서로의 팔을 잡은 내 꼴을 본 한나 누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우리 동생, 대체 뭐하니?"
"아, 아, 아, 아니.... 땅이 움직여!!"

"참, 신기하긴 해. 그치?"

한나 누나는 생각보다 태연했다. 어떻게 태연한가 싶어서 쳐다보니 설명을 해준다.

"엄청난  아니잖아. 땅이 솟아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조금씩 움직임을 도와주는 거야. 땅을 박차는 순간에 같이 밀어주는 느낌?"
"충분히 대단......"
"돈만 들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야."

한나 누나는 신발을 툭툭 건드렸다.

"여기에 정령의 힘을 담아두면 돼. 그러면 땅을 박찰 때, 정령이 도와주는 효과가 생기지."
"우리 부대에 그런 장비가 있었어......?"
"요즘 방패술만 수련해서 정신이 없구나? 며칠 전에 들여왔어. 오래 쓰지는 못하고, 개인의 마력도 사용해야 하지만..... 충분히 유용하지."
"호오."

이런 물건은 비싸기도 하지만, 구하는  자체도 문제다. 전체 부대에 보급될 리가 없다.

'분명 히폴리타가 총사령관을 닦달했겠지? 덕분에 잘됐어......'

본대는 오크 부대와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저런 녀석들한테 좋은 신발이 있어 봐야 쓸모도 없었을 거다.

"오, 거의 도착했어!!"
"그래."

우리가 떠들며 달리는 사이,  천인대는 오크 부대의 후방으로 돌아갔다. 후방에는 대부분이 궁병, 일부 호위병이 있었다.
합쳐서 2천 이상.

오크 지휘관의 어렴풋한 지시가 들렸다.

"잡것들을 쏴 죽여라!! 걸어서 기습하는 병신들이다!!"
"꾸오오오!!"

유쾌하지 않은 함성과 함께 화살이 쏟아진다.

쏴아아ㅡ

일시적으로 하늘을 까맣게 채우는 화살비. 이천발이 조금 안 되는 화살이라 걱정부터 들었다.

'저기에 쓰러지면 어쩌지? 소중한 부하들이......'

걱정하던 순간, 화살비가 조금씩 방향을 바꾸었다. 서서히 방향이 틀어지더니 대부분의 화살이 땅에 꽂힌다.
 천인대에서는 마력이 번쩍이고 있었다. 바람계열 마법이 화살의 방향을 튼 것이다.

"에델!! 엄청 무리한 거 같은데......"
"저거 하나 쓰고 전투 불능이 됐겠지."

에델의 실력으로 쉽사리 쓸 수 있는 마법이 아니었다.   번이지만, 천몇백의 화살비를 막았으니......

"그래도 다행이야. 일단 근접전을 벌일 수는 있겠어!"

기이할 정도로 빠른 기동력, 에델의 활약이 합쳐져 내 천인대는 오크 부대의 후방에 붙을 수 있었다.
가장 앞에서 칼을 번쩍이는 무리가 보인다. 친애하는 기사들이 마음껏 날뛰고 있었다.

이어서 뒤를 받치듯 들이닥치는 병사들. 궁병을호위하던 알량한 병력은 진작 전멸했고, 오크 궁수들은 활을 쏘지 못하고 도망치기 바빴다.
고작 천 명이지만, 확실한 혼란을 준 것이다.

"이게 내 부하들이지!!"
"후후, 동생이 참 인복은 좋아.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니까."

사람을 끌어당기는 재능이...... 한나 누나가 작게 중얼거렸다. 작게 흘겨봤는데, 모른 척하는 한나 누나.
어느새 사람이 하나하나 보일 정도로 접근한 상태였다. 뒤의 그리폰 용병단도 살짝 떨어진 채로 그럭저럭 따라오는 중이다.

"좋오아!! 이대로 가면....."

호쾌하게 소리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불길한 소리가 옆에서 들린다.

"꾸오오오-!!"
"잡것들을 죽여라!!"

두두두두ㅡ

말발굽 소리는 아니다. 그런데도 육중하게 지축을 울리는 소리. 약간 무질서한 것이 확실했다.

"늑대 기병이 벌써......?"
"제길, 저놈들 지구력은 안 좋아도 속도는 진짜 기병보다 빨라!"

아군 진지를 한바탕 휩쓸었던 오크 기병. 놈들 중 일부가 한 바퀴 돌아 후방까지 온 것이다.
놈들은 내 천인대의 옆구리로 향하고 있었다.

"이 기세면 궁병이랑 기병한테 포위당하는데......!!"

궁병을 학살하고 있지만, 아직 전멸시키지 못했다. 지금 포위당하면  천인대는 궤멸할 게 뻔했다.

"누나, 늑대 기병 숫자가 몇이야?"
"어어..... 대충 삼백?"

늑대 기병은 삼백. 그리폰 용병단은 사십. 감당할 수 있을까?
오래 고민할 틈이 없었다. 한나누나에게 딱 한 가지를 물었다.

"나 죽게 만들지는 않을 거지?"
"엥? 크크큭."

낮게 웃더니 평소처럼 어깨를 팡팡 치는 누나.

"넌 절.대. 안 죽어. 걱정하지 마!"
"알겠어."

될대로 되라. 내 천인대와 늑대 기병 사이의 공간. 즉, 놈들의 돌격을 한 몸으로 받아야 하는 곳으로 뛰어들었다.
그리폰 용병단보다 내 달리기가 조금 더 빨랐다. 조금 거리가 떨어졌다는 뜻.

'용병단은 시간을  맞춰! 일단 내가 나서야 해!'

허허롭던 공간에 방패를 든 남자 하나가 끼어든다.
돌격하는 삼백 오크와 그에 맞서는 인간 한 명. 나는 방패를 치켜들고 크게 외쳤다.

"돼지머리 새끼들아!! 평생 못생긴 놈들끼리 섹스하는 너네 인생이 불쌍하다ㅡ!!"
"우와, 동생이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한나 누나의 말대로 효과는 확실했다.  포효를 들은 기병들이 괴성을 내지른다.

"잡것이 도발한다!"
"밟고 지나가!"
"꾸오오-!!"

흙먼지를 울리는 무리가 쇄도한다. 황야에서 오크 놈들은 기세를 올리며 돌격했고, 땅이 흔들릴 때마다 내 가슴도 덩달아 뛰었다.
쐐기 모양으로 쇄도하는 놈들. 최선두는 정확히 나를 노렸다.

나는 신체 강화를 상기했다. 기운은 넘쳐난다. 그러니까, 유명 장수도 아닌 오크 놈들에게 밀릴 가능성은 없다.
전신 경맥을 따라 양기를폭발적으로 돌렸다. 온몸이 화끈해지며 힘이 불어난다.

"끄아아아!!"

방패를 앞세웠다. 눈만 빼꼼 내민 채로 땅을 박찬다. 방패를 잡은 반대 손은 품에서 소중한  뒤졌다.
비장의 무기를 찾은 후엔, 방패를 양손으로 잡는다.

"주제를 모르는 것아!!"

최선두의 흉악한 얼굴이 눈에 잡힌다. 눈썹에서 입술까지 큼직한 흉터가 가로질렀다.
덩치 큰 늑대에 타서 곡도를 휘두르는 녀석. 곡도는 적당히 무시하고 늑대를 노렸다.

'이런 놈이  방패를 흘려낼 수는 없지!!'

50kg짜리 쇳덩이와 피륙으로 이루어진 늑대의 충돌. 결과는 뻔한 일이었다.
뻐어엉ㅡ
최선두의 흉악한오크는 내 뒤쪽으로 훨훨 날아가고, 늑대는 왔던 방향 그대로 튕겨 나갔다.

"크아악, 뭔 힘이....."

됐다. 일단 기세를 줄였다.
뒤로 날아간 놈은 신경 쓰지 않았다. 따라오는 그리폰 용병단이 잘 처리할 거다.
대신 다른 기병을 바라봤다. 최선두를 저지했어도, 단  놈뿐이다.
오크 놈들은 경악하며 저마다 무기를 내밀었다.

"감히 대장을!!"
"이 자식, 심상치 않다."

까앙ㅡ. 방패가 움찔움찔하고 떨린다. 몸을최대한 노출시키지 않으며 공격을 막았다.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뜸해지면 바로 돌격!
 눈높이에 딱 맞도록 늑대만 노렸다. 50kg짜리 방패에 얻어맞는 늑대들은 애처로운 비명을 질렀다.

끼에엥-

"으악! 어, 얼른 죽여! 인간 하나 때문에 이게 무슨...."

어림도 없는 소리를! 그리 생각하며 다시 방패 뒤로 숨으려던 때였다.

푸슈욱-

"어.....?"

옆구리가 화끈거린다. 황급히 몸을 굴리며 옆구리를 더듬었다. 뜨끈한 액체가 묻어나온다.

"피, 내 피잖아!!"

적지도 않았다. 손바닥을 흥건히 적실 정도. 나를 벤 오크는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별거 없는 놈이다!! 방패만 피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빨리 해치워! 발이 묶이잖나!"

두두두ㅡ
여전히 지축을 울리는 소리를 듣고 깨달았다. 나는 삼백의 기세를 꺾었을 뿐이다.
저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오히려......

"빨리 죽어라,번드르르한 인간 놈아!!"
"귀찮게 굴기는!"

내가 포위당한 거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얻은 큼직한 상처. 나는 방패를 겨우겨우 휘두르며 중얼거렸다.

"다들..... 다들 어디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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