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업계 포상
"천인장님을 대신 받고 싶습니다아아!!"
간절한 외침이다. 나는 일단 재빨리 단상으로 향했다,
가볍게 훑어보자, 바닥에 뻗은 수백 명의 병사가 보인다. 에델에게 지시해서 치료하게 했다.
"일단 중상부터 분류해서 치료해. 훈련이니까 불구를 만들진 않았겠지만, 워낙 치열했어야지."
"알겠습니다."
에델은 빠르게 움직였다. 치료사와 사제한테 배달될 것이다.
경상자야 뭐..... 알아서 약초라도 바르겠지.
약 20분에 걸쳐서 부상자들에 대한 정리는 끝났다. 1등을 하지 못한 팀은 잔뜩 풀 죽어서 천막으로 향했다.
"다음엔 꼭....."
"천인장님은 아니어도 상품은 반드시...."
"할 수 있다아!!"
기특한 다짐이다. 내 목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일단은 150명 단위에서 싸움에 익숙해져야지. 당장 일주일 후에 모의전을 치를 테니까.'
이제 남은 건 1등을 한 부대에 대한 포상.
보아하니 이미 포상받을 사람의 선발까지 끝난 모양이었다. 난 근처의 기사에게 물었다.
"150명 전부한테 포상을 주나?"
"아닙니다. 활약이 뛰어나거나, 실력에 비해 노력한 이들을 36명 선발했습니다. 도련님께서 상품 부대가 둘은 감당할 수 있다고 하셔서......"
"그랬지. 잘했어."
난 목소리 높이는 병사를 쳐다봤다. 뺨에는 땀방울이 흐르고, 칼에는 작지만 피까지 묻어있다.
두터운 가죽 갑옷을 입었는데도 얼핏 짐작되는 몸매. 게다가 질끈 묶은 포니테일이 얼굴을 드러냈는데, 아주 시원하게 생겼다.
눈도 큼직, 입술도 큼직. 웃을 때 입이 활짝 열리는 스타일이다.
'하아, 딱 운동선수 느낌이구나.... 좋다.'
호쾌한 성격의 운동선수가 저럴까. 지구였다면 수영 선수가 딱 어울렸을 거다.
그 병사를 지목하며 물었다.
"그런데 저 녀석은 왜 상품이 아니라 나를 달라고 하는 거지?"
"죄, 죄송합니다."
"아니, 탓하는 게 아니야."
오히려 고맙지. 속마음은 숨기고 단지 궁금하다는 듯 능청을 떤다.
"1등이라도되는 거야?"
"예..... 직접 뽑지는 않았지만, 다른 부대의 대장격을 셋이나 격파했습니다. 전투 중에 지도자가 된 경우입니다."
"호오."
실전에 들어가서 본 실력이 나오는 타입. 야생적인 본능을 가지면 그랬다.
'본능적인 전사는 특히 난전에 강하지. 살기가 난립하는 곳에서도 이기는 방법을 아니까.'
마음에 든다. 호위 기사나 암살자로 쓸 수는 없다.
전쟁터의 맹장. 저 여자에게 딱 어울리는 위치였다.
백합 기사단원은 송구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도련님을 번거롭게 만들 순 없으니, 빨리 진정시키겠습니다. 지금은 너무 달아올라서......"
"아니아니, 괜찮아. 내가 파격적으로 나가면 사기는 더 오를 테니까."
"예? 그렇다는 건....."
"받아준다는 말이지."
난 씩 웃으며 병사들을 돌아봤다. 이미 내 등장만으로 잔뜩 흥분한 병사들이다.
아까 나를 달라고 한 병사는 긴장해서 내게 눈을 떼지 못했다.
"원래 나와의 독대는 보상이 없었다. 다들 알지?"
"천인장!! 천인장!! 천인장!!"
내 말이 안 들린다는 듯 연호하는 병사들. 고작 150명인데 기세가 살벌하다.
"후우우, 좋아. 일단 조용!!"
"천......"
거짓말처럼 수그러드는 함성. 그들은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난 잠시간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거기!! 나를 원했던 친구. 이름이 뭐지?"
"예, 예? 충성!! 실바입니다!"
"저 친구는 빼버리고 따로 한 명 뽑아."
"......?"
순간적으로 가라앉는 분위기. 너무 풀 죽기 전에 말을 덧붙였다.
"저 친구는 날 봐야 하니까 말이야."
"와아아아!! 천인장!! 천인장!!"
정작 실바는 입을 쩍 벌리고 움직이질 못했다. 그러자 병사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행가래를 친다.
마치 불알친구 사이에 뱉을 법한 말이 흘러나왔다.
"축하한다!!"
"눈만 높더니 성공하는구나!!"
"나중에 경험담 들려줘!"
씨발, 천인장과 섹스한 경험담이라...... 뭐 내 물건 크기가 어떻고, 스킬이 어떻고 이런 걸 떠벌리는 건가?
하기야 자랑할 거리는 될 테니까. 일종의 훈장이다.
나는 애써 이해하려 했다. 부대를 지배하는 방식이 성욕이니 어느 정도까진 눈감아줘야 한다.
둘러싸여서 축하받은 실바는 주춤거리며 단상 앞으로 다가왔다.
"저, 저기....."
키도 훤칠하고, 몸도 탄탄한데 수줍음이 많으니까 도리어 귀엽다. 난 손을 내밀어 단번에 끄집어 올렸다.
"읏차."
"흐아앗!!"
그걸 보며 지들끼리 난리를 치는 병사들.
"끄아아, 봤어? 역시 힘이....."
"아, 어떤 년이 가려서 못 봤잖아!!"
"하아아.... 나도 제대로 된 남자랑....."
실바는 단상 위에 올라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두리번거렸다.
여기선 대놓고 보여주는 게 낫겠지? 희소성이니 뭐니, 해도 결국 나와의 독대가 어떤 건지 알아야 더 불타오를 거다.
난 실바의 어깨를 잡고 강하게 끌어당겼다.
"꺄악!!"
훅 끼치는 흙냄새. 적잖게 굴렀는지 흐릿한 혈향과 선명한 땀냄새가 겹쳤다.
꽤 복합적인데, 결국은 꼴리는 향이었다.
'야생의 냄새. 전쟁터를 뒹굴다가 집에 와서 안기는 여전사.....'
실바는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나한테 달라붙었다. 절대 싫지는 않은 듯, 무게 중심을 내 쪽으로 쏟는다.
그걸 본 병사들은 미쳐돌아갔다.
"끄아아아, 부러워어어!!!"
"나도나도나도나도!!"
"실바, 저거 실실 웃는 것 좀 봐!!"
진짜 웃고 있나? 시선을 내려 확인하자, 올라갈 듯 말 듯한 입꼬리가 보였다. 천인장 앞이라서 간신히 참는 모양새다.
"실바."
"네, 넵!!"
"천막으로 가자. 배고플 텐데, 밥이나 먹지."
"알겠습니다!!"
실바는 힘차게 끄덕이면서 떨어지려고 했다. 마치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는 듯.
'헛소리지. 내가 제대로 모셔줄 건데.'
실바의 바지 뒤쪽을 잡고 훅 끌어당긴다. 자연스럽게 뒤로넘어가는 실바.
난 몸을 숙이면서 그녀의 엉덩이를 한 팔로 받아냈다.
단순하게 말해, 그녀는 내 팔 위에 걸터앉은 자세가 되었다.
부모가 아기를 안을 때나 나오는 모양새.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건 어렵지만, 다행히 힘은 자신 있었다.
벌떡 일어서자, 실바가 작게 비명 지른다.
"끄앗!! 천인장님!"
그녀를 지탱하는 건 오직 내 팔의 한쪽. 실바는 균형을 잡기 위해서라도 자연스레 내 목을 껴안았다.
가죽 갑옷 위로 솟아오른 가슴이 관자놀이 근처를 문지른다. 더 진해진 체취는 덤이었다.
훈련장은 이제 침묵에 휩싸였다. 광란의 단계를 넘어 그저 부럽다는 반응이다.
"하아아....."
"나 진짜 가슴 아파. 실바 쟤 무거운데...."
"천인장님 팔 부러지면 어떡해?"
"한 달에 한 번 뽑는다고 했지.... 어떤 수를 써서라도 10등 안에....!"
조금 질투가 섞인 반응이다. 여기서 무언가를 더 하면 위험해질 것 같아서 재빨리 돌아섰다.
황망한 얼굴의 앨리스한테 짧게 지시했다.
"이긴 부대한테 적당히 맛있는 저녁좀 챙겨주고, 상품 부대는 제대로 일하라고 그래."
"예,도련님은......"
"난 오늘 저녁에 좀 바쁠 거 같다."
이유는 당연히 실바 때문이었다.
'싱싱한 처녀가 들어왔는데 맛은 봐야지.'
내 목을 감싼 실바의 팔을 느낀다. 미세하게 떨리는 중이었다.
"알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도련님."
"그래."
여전히 그녀를 한 팔에 얹고 걸어간다. 실바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처, 천인장님....."
"왜?"
"내려주시면 제 발로 걷겠습니다!! 감히 팔에 앉아서 가기는......"
"괜찮다. 네가 더 소중해."
"......?"
슬쩍 얼굴을 확인했다. 귀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난 그녀한테 나는 흙냄새를 맡으며 말했다.
"난 뒤에서 지시할 뿐이야. 직접 싸우는 게 누구지? 특히 가장 앞장서서 적을 베는 게 누구지?"
"저, 저희입니다....."
"그중에서도 너야. 실바, 넌 소중한 여자다."
목을 감싼 팔에 힘이 좀 더 들어간다. 옷 너머의 촉감이 아주 즐거웠다.
어느새 천막에도달했다. 실바는 다시 한번 내리려고 했는데, 내가 막았다.
몸을 한껏 내리며 문을통과한다.
저벅저벅 걸어가 실바를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털썩-
흙먼지와 피로 점철된 실바와 깔끔한 침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실바도 그걸 알았는지, 어쩔 줄 몰라했다.
"씨, 씻고 오겠습니다!! 저녁을 주신다고 했으니, 그때 다시......"
"누구 마음대로?"
지휘관은 나다. 명령도 내가, 결정도 내가 한다. 난 그녀의 턱을 잡아 올리고는, 입술을 겹쳤다.
비릿한 피 맛이 혀를 자극했다.
‘부대 1등,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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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바는 아주 서툴렀다.
서로 입술이 맞닿았는데도, 마치 뽀뽀인 양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뭐, 뭐지....? 들은 게 없나?'
아니면 너무 당황해서 움직이지 못할 수도 있다. 난 적당히 이해하며 그녀의 입술을 비집고 들어갔다.
퉁퉁 부어서 생채기가 있는 입술을 스치자, 피 맛이 강하게 난다. 실바도 아예 눈치가 없는 건 아닌지, 입을 살짝 벌렸다.
문제는 이빨이 덜 벌어졌다는 것. 혀가 왕복할 때마다 이빨이 걸려서 짜증 난다. 난 그녀의 턱을 잡고 살짝 잡아당겼다.
"하앗....!!"
흘러오는 숨결. 그 틈새를 노려 입을 헤집었다. 거칠지 않은 움직임인데도 그녀는 몸을 웅크렸다.
혀끼리 잠시 만났다가 볼 안쪽을 훑는다. 모의전 때 맞았는지, 다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노예한테는 볼 수 없는 것. 야생의 맛이야.....'
눈물을 핥으며 하는 섹스? 지금은 피를 맛보며 즐기는 키스였다. 그녀의 입을 한 바퀴 탐방한 후, 얼굴을놓아줬다.
"파아아....."
흐릿하게 풀린 눈. 집중하느라 양기를 넣지 않았는데도 저랬다. 실바는 한동안 눈을 감고 여운을 즐기다가 화들짝 일어섰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천인장님 침대를......"
"괜찮다. 그보다, 씻고 오는 게 편해? 아니면 이대로 괜찮은가?"
실바는 머뭇거리며 자신을 내려다봤다.
"너, 너무 찝찝해서......"
"그래? 그것도 나쁘지 않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실바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천인장님, 왜....."
"씻으러 가자."
"아, 몸이 더러우십니까?"
"아니. 내가 씻겨주겠다고."
"......!!"
충격받은 얼굴에 눈에 들어온다. 실바는 입을 막고 한동안 굳어 있었다.
그야 당연하다. 계급으로 생각해도 대대장급이 직접 씻겨준다는 거였으니 충격이고, 신분으로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성별이나 외모로 따져도 그렇지. 거의 연예인과 목욕하는 꼴.....'
충격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그녀를 들쳐업었다. 아까처럼 친절한 자세는 아니고, 쌀포대를 드는 자세다.
"끄악, 천인장니임!!"
"너무 시간 끌지 말고 가자."
우리는 준비된 목욕시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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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장교라고 해도 단체 시설에서 씻었다. 병사들은 그보다도열악해서 차라리 강에 가서 씻는 경우도 있었고.
하지만 내가 누군가.
존나 잘나가는집안 자제였고, 총사령관이 주목하는 사내였다.
돈을 퍼부어서 만든 1인용 시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져온 예산까지 사용했다.
'두 달은 머무를 거잖아. 찝찝한 건 최악이지.'
일단 천막이 가장 바깥에 있고, 그 안에 욕실용 벽과 바닥을 만들었다. 안에는 간단하게 수도꼭지와 비누 정도가 있었다. 하수구는 짧아서 딱 천막 바깥까지만 연결되어 있다.
실바는 목욕시설을 둘러보며 신기해했다. 특히 수도꼭지를.
"천인장님, 이건.... 물이 나오긴 하는 겁니까?"
그녀의 지적은 타당했다. 하수구는 있는데, 수도꼭지에 물을 공급하는 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난 씩 웃었다.
"여기 들어올 때, 노예 한 명 따라붙는 거 봤지?"
"아, 예."
"걔가 회의 보조인데, 동시에 정령사야."
운디네로 사타구니를 세척하고, 실프로 흡입 오랄을 하던 회의 보조. 그녀는 여기서도 유용하게 쓰였다.
"저 수도꼭지 안에 운디네가 들어있거든. 허공에서 물이 쏟아지는 셈이지."
"오오오......!! 대단하십니다!"
사실은 운디네로 직접 씻는 방식을 더 선호했지만, 지금은 오래 즐기고 싶었다.
'직접 씻으면 너무 빨리 끝나니까.'
난 실바의 등을 쓸어내렸다. 사소한 손길에도 흠칫 놀라는 그녀.
"천인장님?"
"이제 씻어야지. 찝찝하다고 그랬잖아."
"아..... 예!! 아, 알몸을 보여드려도 괜찮습니까?"
"물론."
그녀는 내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옷을 벗었다.
부끄러워한다기보다는, 오히려 나를 걱정하는 눈빛이다. 더러워서 놀라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담긴 시선.
"괜찮아."
".....예!!"
가죽 갑옷을 힘겹게 벗자 무언가가 크게 출렁였다. 이제까지 잔뜩 눌렸던 가슴.
꿀꺽-. 몇 컵이지? 저거면 E컵?
E컵은 이쪽 세계에서도 상위권이었다. C컵이면 아주 평범하지만 그걸 넘어가면 글래머라고 해줄 수 있다.
이어서 겉옷을 계속 벗자 그녀의 맨살이 조금씩 드러났다. 팔뚝과 다리에 확실히 붙은 근육이 돋보인다.
수련의 흔적이라 보기 좋았다.
"음? 상처도 있네?"
"예, 부끄럽게 조금 다쳤습니다..... 안 맞고 이길 수 있었는데....."
안타까워하는 실바. 나는 재빨리 뒤돌아서 품에서 포션을 찾았다.
"아프지 않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침만 바르면 낫습니다!"
"침이란 말이지?"
"예!! 용맹한 전사에게 이 정도는....."
"좋아, 발라줄게."
"히이익!"
난 중급 포션을 입에 살짝 담았다. 반 모금 분량으로 혀 밑에 찰랑거릴 정도다.
겉으로 보면 전혀 티나지 않는다.
휙 뒤돌며 실바를 훑었다. 반바지에 민소매. 그럼에도 가슴 때문에 충분히 야해 보였다.
'뭣보다 민소매 옆으로 가슴살이 살짝 나왔잖아...!!'
아니지. 상처를 찾으려고 훑은 거였다. 타박상은 정강이쯤에 있었다. 바로 그녀를 탁자에 앉히고, 한쪽 다리를 잡는다.
"처, 천인장님?"
타박상은 손바닥 크기로 꽤 컸다. 거기에 천천히 얼굴을 가져다 댔다.
"으히익....!! 잠시만...."
입술을 바짝 붙인다. 흙냄새는 더욱 진했다. 조금은 까끌까끌한 살갗에 골고루 포션을 발라줬다. 입술과 혀를 통해.
핥짝-핥짝-. 실바는 따가운 듯 신음을 흘리다가도 점차 힘을 풀었다.
포션을 전부 발라줬을 즈음엔 타박상이 완전히 아물어 있었다. 애초에 깊지 않은 상처다.
깨끗해진 정강이를 보고 입을 쩍 벌리는 실바.
"천인장님.....? 어, 어떻게 하신 겁니까?"
"네가 침만 바르면 낫는다며. 네 말대로 한번 해봤지."
"말이 그렇다는 건데, 진짜로......"
어안이 벙벙한 듯 정강이를 자꾸 만지는 실바. 그래 봐야 이미 포션은 흡수돼서 흔적도 없었다.
난 일어섰는데, 실바는 상체를 숙여 다리를 살피는 자세다.
즉, 가슴골이 잘 보였다.
'만질까? 예고도 없이?'
분명 튀어 오를 정도로 놀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보는 거나 즐기기로 했다. 민소매 옆으로 튀어나온 가슴살에 더해서 윗가슴까지 보이니 눈이 즐겁다.
실바의 자세에 따라 흔들리는 가슴. 어느새 내 몬스터는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한참 살피다가 벌떡 일어난 실바.
"대체 어떻게 하신 지 모르겠습니다. 대단하십......"
그녀의 눈이 내 사타구니를 향한다. 바지를 뚫을 듯 솟아오른 기둥.
잠시 침묵이 흘렀다.
"씻을까?"
"......예."
우린 황급히 욕실로 들어갔다. 실바는 깜박했다는 듯 옷을 마저 벗으려고 했는데, 내가 막았다..
"아니야, 입고 씻어."
"예? 굳이 그래야 합니까?"
"아니면 나보고 굳이 네 알몸을 보라는 건가? 털까지 말이야."
"죄, 죄송합니다!!"
갑자기 질책하자, 실바는 차렷 자세가 되었다. 사실 알몸을 보기 싫은 건 아니고, 그냥 옷 입은 채로 적시고 싶었다.
'그게 더 꼴리잖아? 얇은 옷이 젖으면 착 달라붙으니까..... 알몸은 너무 많이 봤다고.'
"그대로 있도록."
실바를 수도꼭지 아래에 세웠다. 수도꼭지는 꽤 위에 달려있었다. 그러니까 목욕탕 냉탕에 있는 폭포수 느낌이다.
긴장해서 부동자세를 취하는 그녀.
난 수도꼭지를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시원한 물."
쏴아아-. 내 명령과 함께 물이 쏟아진다. 머리부터 시작해서 착실히 젖어 들어가는 몸.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 물이 가슴에 닿는다. 민소매 상의는 물의 경계를 확실히 표현했다.
위에서도 색이 달라지며 퍼진다. 그녀는 금방 발끝까지 젖어 들었다.
"으...."
일부러 차가운 물을 주문해서 그런지눈을 질끈 감고 달달떠는 실바. 다만 얼굴이 들어오질 않았다.
'젖꼭지.... 물에 비친 젖꼭지라.... 오랜만이네.'
이런 플레이는 귀찮아서 하질 않았다. 간만에 겪으니 신선함이 물씬 풍긴다.
그렇게 한참을 감상했다. 옷은 찰싹 달라붙어 몸매를 유감없이 드러냈으며, 그럼에도 알몸이 아니라는 포인트에 내 물건이 불끈불끈거렸다.
'유사알몸.... 좋다.'
그때 실바가 천천히 눈을 뜬다. 온도에 적응했는지 조금차분해진 모습.
"다 씻은 겁니까?"
"응?"
병사들은 물로만 씻나? 그러진 않을 텐데. 그때 바닥에 떨어진 비누가 눈에 들어왔다.
'비누.... 비누라.'
아주 좋은 재료다. 난 진하게 웃으며 부탁했다.
"실바."
"예?"
"비누 좀 주워줄래?"
실바는 천천히 뒤돌아서 허리를 숙였다. 달라붙은 바지 너머로 보이는 엉덩이가, 아주 탐스럽다.
‘이래서 비누, 비누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