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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화 〉진.짜.성.욕 (26/111)



〈 26화 〉진.짜.성.욕

일련의 과정이 끝나고, 난 죄인 18명을 풀어줬다.
사실 진짜로 엄청난 죄를 저지른  아닌데, 포박했으니 좀 미안하긴 하다.

그들을 깔끔하게 만들어준 후, 진지의 한 구석으로 데려간다.
죄인. 아니, 이제 상품이 된 녀석들은 나름 흥미진진한 얼굴이었다. 개중 덩치 좋은 하나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 천인장님."
"뭐냐."
"맡으신 보직이 어떻게 되십니까? 저희도 같은 일을 한다고......"

말끝을 흐리는 질문. 다른 녀석들도 궁금하기는 매한가지일 거다.
나는 말 없이 조금 큰 천막에 녀석들을 집어넣었다. 우리 가문이 배정받은 30인용 천막으로, 미리 옷을 잔뜩 준비해뒀다.

녀석들은 천막 안의 옷을 보고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무슨 옷이 이렇게....."
"각자 어울리는 거로 입어."
"아!! 의장대 같은 겁니까? 확실히 천인장님은 어울리시긴 합니다!!"
"맞습니다!!"

난 헛웃음을 흘렸다. 조금 비슷하긴 한데, 한참 다르다.

"의장대? 한가한 소리 지껄이고 있네. 빨리 입어!!"
"아, 예."

너무 허둥대는 놈한테는 직접 옷을 골라줬다. 근육이 빵빵한 놈은 몸매가 부각되는  입히고, 멀끔하게 길쭉한 놈은 정장류. 살짝 귀염상인 녀석은 품이 넉넉한 거로 골라줬다.

'입혀 놓으니까 괜찮네.'

물론 남자한테는 관심이 아예 없다. 오로지 심미안적 관점으로 괜찮다는 거였다.
18명의 상품은 아까보다 훨씬 매력적인 몰골이 되었다.

'쯧, 여자 노예 18명이 이렇게 입고 있었으면..... 광란의 파티인데.'

"에휴우."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쓸데없이 천인장 따위를 맡아서.....
내 한숨에 긴장한놈들을 무시하고 다시 천막 바깥으로 나왔다. 그곳에서 기다리는 백합기사단에게 확인한다.

"이 녀석들 아까보단 훨씬 낫지?"
"예. 도련님의 십..... 아니  분의 일 정도는 되는 듯합니다."
"충분하네."

내 의상? 그런 건 필요 없었다. 뭐든 완성은 얼굴이라는 격언을 따를 생각이다.

다시 1000여 명이 집합한 평지로 돌아가자 부대가 일순 술렁였다. 절대다수가 여자로 구성된 곳이니 당연한 반응이다.
난 지구 시절을 잠깐 떠올렸다.

'군대에선 어떤 여자라도 매력적으로 보이지. 그런데 잘 꾸민 여자라면?'

성별만 반대로 생각하면 딱이었다.
부대가 전체적으로 흥분하는 바람에 묘한 열기까지 느껴진다. 공기 중의 음기가 좀 높아지는 것도 같았고.

난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떠냐? 이 녀석들 매력적이지?"
"그렇습니다아!!"

 어느 때보다 우렁찬 대답. 씨발, 날 볼 때는 그냥 감탄하기만 하더니 다른 놈들을 보니까 성욕을 불태우네?

잠시 울컥했는데,  이해했다.

'원래 좀 만만해 보여야 더 꼴리지. 나처럼 세력가 자식이면 닿을 수도 없는 존재일 거야.'

암, 그렇고말고.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건 부대 전체가 열기로 가득 찼다는 거다. 난 이 기세를 살려 폭탄선언을 했다.

"여기 18명의 보직은 상품 부대다!!"
"......?"
"상품 부대가 뭔지 잘 모르겠지. 간단히 말하자면 훈련에 성실하게 임하는 녀석을 뽑아 이놈들과 독대할 기회를 주는 거다."
"우아아아!!"

미칠 듯한 함성이 울려 퍼진다. 거 효과 존나 좋네.
난 손을 들어 녀석들을 진정시켰다. 그런데 어느 용기 있는  놈이 대뜸 질문을 던진다.

"천인장님!! 독대해서 그냥 대화만 하고 끝나는 것입니까?"
"아주 중요한 질문이군."

말만 할 거면 뭣 하러 열심히 하겠나. 난 '상품'이 된 18명을 슬쩍 돌아봤다.

"니네 재판받을래, 아니면 적당히 스킨십  해줄래?"
"......하겠습니다."

18명 전원 동의. 아주 민주적으로 협조를 얻어냈다.
결과를 부대에 통보했다.

"만지는 것도 허용된다.  이상은 너희의 능력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와아아아!! 천인장!! 천인장!! 천인장!!"

미칠 듯이 나를 연호하는 부대원들.
내가 지금 캠프를 온 건가, 병사를 이끌고 있는 건가 순간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다.

"다들 훈련에 열심히 임할 생각이 들었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아!!"
"남자를 위해!!"
"위해!!"

확실히 과열됐다. 혼자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놈도 등장할 정도다. 조금 진정시키려고 했는데.
분위기를 탔는지, 진짜 미친 새끼도  명 등장했다.

"혹시 1등 상품으로 천인장님 독대는 안 됩니까!!"
"푸하하하!"
"좋습니다!! 그러면 진짜 열심히  겁니다!!"

재밌는 농담을 들었다는  웃는 녀석들. 여기선 호통을 쳐서 기강을 잡는 방법도 있겠지만...... 분위기를 살려주자.
뭣보다 난 진짜로 상품이 될 예정이다. 묵직하게, 있는 기술 없는 기술 다 써가며 목소리에 기운을 실었다.

"좋다. 나도 상품 부대에 들어가지."
"......?"

일제히 물음표를 띄우는 부대원들. 웃고 떠들던 놈들이 내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다.
아까 외쳤던 미친 새끼가 말을 더듬었다.

"지, 진짜입니까? 정말로....."
"한 달에 한 번. 너희 중에서 종합 10등까지 뽑을 거다. 그 녀석에겐 나를 독대할 권리를 주겠다.  발전 여부를 따져서  명을 뽑지. 한 달에 총 스무 명을 뽑는 거다."

가장 중요한 게 남았다. 스킨십 여부.
성욕에 고픈 저 미쳐 날뛰는 병사들에겐 무엇보다소중하리라.

"참고로 난 다양한 플레이를 즐겨 한다."
"와아아아아-!!"

들썩-들썩-. 평지가 진동한다. 부대원을 집합시킨 이곳은 광란의 파티장이 되어버렸다.
성적에 따라서 열 명, 발전 속도를 따져서 열 명.

약한 녀석들한테도 기회를 줬으니, 모두가 희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천인장!! 천인장!!"
"먹자먹자 천인장!!"
"씨발.... 먹자?"

조금 선을 넘을 듯했는데, 다행히 그런 건 자정작용으로 들어갔다. 건방지게 먹자는 말을 뱉은 놈이 집단 린치를 당했기 때문이다.

"어디서 천인장님을!!"
"신성한 분이다!! 노력한녀석만 쟁취할 수 있어!!"
"천인장!! 천인장!!"

사이비 종교의 현장을 보는 것만 같다. 이들의 광기는 10분이 넘도록 지속되었다.
처음에 손을 흔들며 나를 연호하기만 했는데, 나중엔 지들끼리 춤을 추고 난리였다.

점차 심해질 거 같아서, 앨리스를 불렀다.

"저놈들 사이로 가서 기 좀 죽여. 너무 까불면 몇 대 쳐서 진정시키고."
"알겠습니다."

앨리스는 왜인지 상당히 불쾌한 얼굴이었다. 힐끗 보니 옆의 에델도 마찬가지다.
조용히 속삭이는 에델.

"저놈들..... 불태워도 됩니까?"
"뭐라고? 시끄러워서 안 들려!!"
"제스님, 탐내는 놈들 죽여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크큭."

사실 들렸다. 신체 능력은 최상위권이었으니까.
갑자기 에델이 평소보다 훨씬 귀엽게 느껴졌다. 이지적이면서도 질투는 확실하다.

'천 명 앞에서 키스.... 분위기가 너무 불타려나?'

잘 모르겠다. 그냥 꼴리는 대로 할 뿐.
난 에델의 턱을 붙잡고 훅 끌어당겼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에서 딱딱히 굳은 에델.

그 푸른 눈동자를 보다가 고개를 살짝 틀었다. 입술이 겹친다.
부드러운 것끼리 맞닿으며, 쾌감을 만들어냈다. 혀를 살짝 내밀어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자, 에델은 기다렸다는  맞아주었다.

'전부 내가 가르친 기술..... 아직 안 까먹고 있었네.'

살덩이가 얽힌다. 비비면서 들어갔다가 서로의 표면을 탐미한다. 잠시 떨어질 때는 타액이 둘을 이어줬다.
혀에 힘을 주면 딱딱해진다. 에델에게 힘을 빼고 키스하라고 가르쳤는데,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다.

'기특하긴.'

에델의 목을 끌어당기며 고개를 반대로 틀었다.
방향을 바꾼 키스. 아까와 미세하게 다른 감각이 내 입을 간질인다. 따뜻함에 젖어 빨아들일 듯 흡입했다.   붙잡는 에델의 손이 귀엽다.

나는 에델의 입술과 혀. 두 가지 살을 충분히 맛보고 떨어졌다.

"하아아......"

초점을 잃은 에델의 눈. 그녀는 멍하게 날 응시하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제, 제스니이임!! 이렇게사람 많은 곳에서......"

잔뜩 상기된 얼굴. 절대로 싫다는 반응은 아니었다. 그에 맞춰 나도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뭐 어때. 조용해진 거  보여?"

난 고개를 돌렸다. 이때까지 숨죽이고 구경하던 부대원들.
천여 명의 시선을 받으니 마치 배우가 된 기분이다. 그들은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우아아아!! 스킬도 좋으시다!!"
"천인장!! 천인장!!"
"1등을 위해!!"
"키스!! 키스!! 키스!!"

지랄 맞은 외침이 계속 들린다. 난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씨발, 내일쯤 되면 그래도 진정하겠지?'

인생에 처음으로, 섹스 없이 뜨거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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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난 바로 부대의 훈련을 시작했다.
이놈의 귀족가 사병들은 죄 오합지졸이었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훈련해야 한다.

'일단은 제식 훈련인가. 전투력은 갖춘 상태라 다행이야.'

지금 시간은 아침 8시 20분.
9시까지 집합하라고 해뒀으니, 슬슬 나갈 생각이었다.
옷을 대강 걸치고 슬슬 걸어가는데, 부대의 천막이 텅텅 비어 있다.
그나마 남은 녀석들은 죄 남자였다.

'뭐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훈련장으로 갔을 때, 난 이 녀석들이 지닌 성욕의 크기를 깨달았다.

집합 30분 전. 훈련장은 이미 열기로 가득 찬 상태였다. 이게 말도 안 듣던 놈들이 맞나? 얼떨떨하다.
감독 중인 앨리스에게 가서 물었다.

"대체  시부터 이랬어?"

앨리스는 자신도 모르겠다는 양 대답했다.

"정확히는 모릅니다. 가장 늦은 녀석이 시간 전에 왔으니까요."

미친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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