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화 〉노예, 쇼, 마약 (22/111)



〈 22화 〉노예, 쇼, 마약

남자 존나 많네.

진지에 들어가자마자 느낀 소감이었다.
물론 남자가 여자보다 많다는 헛소리는 아니다. 여전히 여자가 남자의 네다섯 배는 되었다. 하지만 이곳은 남녀비가 5:95인 세상.
그걸 고려하면 고작 네다섯 배 차이는 엄청난 것이다.

'역시 신분이 높아지거나, 힘이 강해질수록 남자 비율이 높아진다니까.'

막말로 남자 노예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반역도 가문쯤 되어야 남자도 노예가 되는 셈이다.
이곳은 병사와 기사들이 잔뜩 모인 곳이었으니 당연히 강한 인간이 많았고, 남자 비율이 높아졌다.

"갑자기 기분 나빠졌어."
"설마 남자가 많아서 그러시는 겁니까?"

귀신같이 집어내는 앨리스. 난 괜히 찔려서 부정했다.

"아니!! 이제 전쟁터로 갈 거 아니야. 어디까지나 안전이  목표라고."
"안전이 목표였으면 진작에 수련하셨어야 합니다."

그걸 누가 모르나. 귀찮아서 문제지.
 한 귀로 듣고 흘리며 안내를 따랐다. 천막 중에 제법  곳이 배정된다.

우리 일행이 40명 안쪽이었는데, 천막은 30명분으로 2개가 주어졌다.
내 전용으로 10인용이 추가된 건 덤.

기병은 천막을 차례대로 보여주더니 입을 열었다.

"이렇게 3개를 쓰시면 됩니다. 제국의 백합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총사령관님이 기뻐하셨습니다."
"흠, 나는?"
"예?"
"직계 자손인 내가 왔는데 그건 아무 말도 없었어?"
"......"

우물쭈물거리는 기병.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못하는 모양새다.
보나 마나 내 소문을 언급하고 싶은 거겠지.

"내 앞에서 그러는 건 좀 곤란해. 더 조심하라고."
"예!! 실례했습니다!!"

기병은 바짝 경례를 올렸다.

'역시 군대가 좋아. 트집 잡아서 갈구는 맛이 있다니까.'

기병은 아까보다 훨씬 조심스러운 태도로 인사를 올리고 천막을 떠났다. 이제 짐을 풀 차례다.
부하들이 짐을 푸는 걸 구경하는데, 헤르파가 쪼르르 다가왔다.

"오빠, 저는  하면 돼요?"
"응?그러게......"

원래 시간이 많았으면 천천히 뭔가를 할 텐데, 곧 전선으로 간다. 시간이 없었다.
 머리를 긁적이다가 물었다.

"할 줄 아는  있냐?"
"안개로 변할 수 있어요!!"
"또?"
"으음..... 피를 빨아먹을 수 있어요!!"
"그럼  여자 따먹는 능력자냐?"

씨발, 능력을 대라고 했더니 피 빨아먹는다니. 잘못 데려온  아닐까 싶다.
재차 물어봤는데, 헤르파는 진짜로 안개화밖에 몰랐다.

"마을 사람들이 피를 많이 먹으면 능력을 깨닫는다고 했어요!!"
"그니까 피를 달라는 거지?"

까다롭기도 하다. 키워서 부리는 부하라니. 평소처럼 피 두세 방울을 주자 헤르파를 소리 내며 핥아먹었다.

핥짝- 핥짝-

난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생각했다.

'안개화...... 그래도 능력 하나만 있는 것치고는 괜찮은 거 아닌가? 최소한 정찰은 쉬울  아니야.'

상대한테 고위 마법사가 없는 한, 안개화한 뱀파이어를 발견하진 못할 거다.
뱀파이어는 약하지 않았다. 숫자가 존나게 적어서 그렇지.

"좋아, 넌 정찰병이다."
"네? 정찰.....?"
"그런 게 있어. 나중에 설명할 테니까 잘 알아들어야 한다."

당연히 설명은 엘리스나 에델한테 맡길 계획이다. 솔직히 나도 전쟁에서의 정찰은 잘 몰랐으니까.

잠시 잡담을 떠는 사이, 병사 하나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미리언질을 받았는지 FM으로 경례를 올린다.

"충!! 서어엉!! 제스 공자님을 뵙습니다!!"
"그래. 무슨 일이냐?"
"정기 회의가 있는 시간이라.... 안내해드리러 왔습니다."

회의라. 좋은 기억이 없는 단어였다.여기 끌려온 것도 가문의 회의에서 함정에 빠져서 그리된 것 아니었나.
난 미간을 와락 찌푸리며 앨리스를 불렀다.

"앨리스 경!! 나 대신 회의 좀 가줘!!"

그걸 들은 병사가 기겁한다.

"아, 안 됩니다....... 직접 오셔야......"
"에휴, 까다롭게 굴기는."

나도 그냥 성질을 부린 거였다. 사실 앨리스는 호위로 데려갈 거였고.

'멋지잖아? 난 이런 기사를 데려왔다! 라는 식으로 과시하는 거지.'

놀라 자빠질 기세인 병사와 앨리스를 안심시킨 후, 회의장으로 향했다.

회의장은 딱히 멀지 않았는데, 배정받은 천막이나 회의장이나 전부 중심 부근이었기 때문이다.
습격을 받아도 제일 안전한 위치. 우리 가문을 나름 핵심 취급한다는 뜻이다.

조금 걸어가자 압도적인 크기의 천막이 보인다.
마법진이 반짝거리고, 각종 강화재료가 녹아들어 있으며, 재질 자체도 최고급이다.

'귀족 모집한다고  좀 썼네.'

간단한 감상과 함께 문을 젖혔다. 훅 풍기는 야릇한 냄새, 그리고 음기.
순간 잘못 들어온 줄 알았다.

"뭐, 뭐야.....?"

거대한 천막 안에선, 스트립쇼가 벌어지고 있었다.
무대에서는 여자들이 춤을 추고, 귀족가 자제라는 녀석들은 술에 취해 소리를 지른다. 시장판과 다를 게 없었다.

미친 새끼들. 욕이 절로 튀어나온다. 그래도 전쟁이랍시고 잔뜩 긴장했는데 사실 장난이었나?

뒤늦게 따라 들어온 앨리스도 얼굴을 붉혔다.

"이 무슨....."
"앨리스 경, 원래 이런  아니지?"
"진지에서 스트립쇼를 벌이는 건, 처음 들어봤습니다."

멍하니 있는 와중, 저기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제스 공자!! 하하하, 다시 보는구려."

익숙한 얼굴, 미르 가문의 방계였다. 이름이 리암이었나?
여기서 볼 줄은 알았지만, 저렇게 얼큰한 얼굴로  줄은 몰랐기에 황당했다.

"저 자식, 뭐 하는 거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황당함으로 가득 찬 대화를 나누는데, 미르 가문의 방계는 대뜸 와서 친한 척을 해댔다.

"반갑소!! 이게 얼마만....."
"저번에 나한테 각오하라고 했잖아?"
"아, 파하하하!!  그런 사소한 일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니오오오!!"

묘하게 말끝이 늘어진다. 게다가 방계라고 해도 행동거지 자체가 좀 이상했다.
의문을 가진 사이, 이번엔 칼을 찬 사내들이 다가왔다.

"죄송합니다만, 회의장 안에 호위를 데려오는 건 불가합니다."

딱딱한 말투. 난 놈들을 가만히 노려봤다.
내가 폐급이긴 해도 위험한 냄새는 좀 맡는다. 다들 제정신이 아닌 와중에 지나치게 멀쩡한 녀석. 누린 냄새가 술술 났다.

"내가 누군지는알고 말하나?"

뻔한 대사를 뱉자,칼을 찬 녀석이 미르 가문의 방계를 힐끔 본다.

"리암 공자님, 이분이 누구십니까?"
"아아아,  소중한 친우!! 저어기 하멜 경의 자식이네!!"

하멜 경? 십존급인 아버지한테 뱉기엔 지나치게 건방진 소리였는데, 굳이 지적하진 않았다. 제정신이 아닌 놈이다.
칼을 찬 사내는 미간을 꿈틀거렸다.

"그렇다는 건..... 직계 분이십니까?"
"딱 그거지. 문제라도 있냐?"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단지 회의를 즐겨주시면 됩니다."

회의를 즐긴다라..... 어이가 없는 말인데 이해는 되었다. 앞에서 벌어지는 스트립쇼와 옆에서 서빙하는 노예를 즐기라는 뜻일 거다.
 최대한 뻣뻣하게 나가기로 했다.

"근데 니는  호위가 누군지 아직 못 알아보겠냐?"
"홀란트 가문이라고 해도 유명한 기사는 별로....... 제국의 백합....?"

입술을 깨무는 사내. 그 모습이 앨리스의 어깨가 조금 올라간다.
아부꾼이 부하였으면 아주 살살 녹았겠어.

"그래. 앨리스 경이 혼자 왔어도 회의에 참여할 자격은 될 텐데? 호위로 온 걸 문제 삼다니, 정신 나갔냐?"
"......."

말투가 너무 거칠었을까. 사내는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툭 뱉는다.

"그럼 호위분과 함께 즐겨주십시오. 조만간 다시 뵙겠습니다."
"마음대로."

녀석이 떠난 후, 리암이 나를 어디론가 데려갔다.

"자자, 제스 공자!! 내가 가장 좋은 자리를 알아뒀어."
"어디길래.....?"
"으흐흐, 노예를 한 번에 다섯이나 맛볼  있는 자리지!!"

노예 다섯? 그걸로 이렇게 실실 웃는다고?
순간 의문을 가졌다가 이해했다.  녀석은 피가 옅은  친척. 방계라고 해도 실질적으로 주어진 건 많이 없었을 거다.

'어쩌면 평생 쓰리썸밖에 못해본 불쌍한 놈일지도.....'

회의장의 깊숙한 곳, 스트립쇼가 벌어지는 무대 바로 앞까지 걸어간다. 그러던 중 내 후각을 간질이는 냄새가 있었다.
나름 익숙한데, 굳이 즐기지는 않는 종류다.

앨리스와 눈을 마주치자 그녀도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귓속말로 속삭이는 앨리스.

"도련님, 마약 냄새입니다."

하아,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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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다들 들떠있는 게 이상했다.
이곳의 노예들도 최상급이라기보단 숫자로 승부하는 타입이었는데 말이다.

리암은 앉자마자 본인 손으로 바지를 풀었다. 조금 품위 없는 태도다.
모름지기 귀족이라면, 바지는 노예가 벗겨주는 게 맞는데.

"프흐흐, 얼른 오너라!!"
"예!"

노예가 바로 달려들어 펠라를 시작한다. 그사이에 다른 노예는 리암의 몸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다섯 명의 손길을 받는 리암은 꽤 행복해 보였다.

"제스 공자! 그대도 얼른 즐기시구려!"
"음.... 그럴까."

마약이고 뭐고를 떠나서 일단 여자가 있는데 안 먹을 이유가 있나. 그리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다.
앨리스가 눈총을 줬지만 어깨만 으쓱였다. 그러며 목걸이를 슬쩍 보여준다.

날 가장 아끼는 어머니가 옛날에 선물해준 목걸이.
정신을 보호해주는 아티팩트다. 어마어마한 효능은 없어도, 이깟 마약향에대항하기엔 충분했다.

"아, 그게 있으셨군요."
"없었더라도 네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그렇긴 합니다."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앨리스는 뿌듯한 얼굴로 끄덕였다.
그녀쯤 되는 기사는 마나 운용으로 독기를 몰아낼  있다. 그런 이유에서 아까 칼 찬 사내가 호위를 싫어했을 테고.

'전부 마약에 절이겠다는 거지? 호위도 없고, 가문에서 내놓은 방계들이 저항할 리가 없고.'

아무튼 나한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마침 노예  명이 쫑쫑거리며 다가왔다. 특이하게 푸른 머리칼에 구릿빛 피부를 지녔다.
이목구비 자체는 무난했는데, 큰 문제가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제가 모셔도 괜찮....."
"안 괜찮다!! 이 건방진 년이!!"

벌컥 화내자 주변 사람들이 흠칫 놀란다. 난 아랑곳하지 않고 노예를 삿대질했다.

"지금 네 꼴이 어떤지 알고 있나!!"
예, 예? 복장은 표준적인 노예 복장....."

하늘거리는 시스루에 몸매를 잔뜩 강조한 상하의. 언제든 박기 쉽게 하의에는 틈도 있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킁킁-. 아주 불쾌한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정액 냄새가 나잖아!! 지금 다른 놈의 정액을 묻힌 채로 나한테 봉사하겠다는 거냐!!"
"아, 아니옵니다. 분명 깨끗하게 씻었는데....."
"씻은 게 무슨 소용이냐, 역겨운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어."

끔찍했다. 다른 남자의 정액을 묻히고 봉사하려는 노예라니.
당연히 씻고 왔다지만, 내 눈을 속일 순 없었다. 최대한 많은 남자를 상대하기 위해 대강 씻었을 것이다.

"꺼져!! 깨끗한 년을 불러와라."
"아, 알겠습니다....."

잠뜩 움츠러들어서 물러나는 노예. 그걸  다른 노예들도 황급히 방향을 바꿨다. 괜히 불똥 튀기 싫은 모양이다.
앨리스는 작게 감탄했다.

"저도 몰랐습니다. 대체 어떻게 맡으신 겁니까?"
"그냥 감이지."
"예? 아까는......"
"뭐 불쾌한 냄새가 스치긴 했는데, 확신할 정도는 아니었어. 하지만 아까 노예는 태도부터 불량했잖아? 양기를 잔뜩 머금어서 들떴다고."

그런 녀석이 정액을 꼼꼼하게 씻고 왔을 리가 없다. 도리어 양기의 흔적이라고 은근히 남겼을지 모르는 일.
난 크나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 거였다.

'쯧, 교육이 덜 된 노예가 날뛰다니.... 너무 수준 낮다고.'

역시 가문에서 철저하게 관리된 녀석들이 최고다. 이런 생각을 할 때였다.
새로운 노예가 쭈뼜쭈뼜 다가온다. 천막 안의 노예와는 다르게 적극성이 많이 떨어지는 성격이다.

"저, 저기..... 제가 모셔도 될까요.....?"

일단 얼굴과 몸매부터 체크. 몸매는 아슬아슬하게 합격점, 얼굴은 합격선을 훌쩍 넘었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살짝 처진 눈꼬리. 설핏 호선을 그리는 입이 깔끔했다.

"해봐."

일부러 퉁명스럽게 말하자 녀석은 조심스레 바지에 손을 댔다.

"페, 펠라부터 해도 괜찮나요오?"
"손부터 대고 허락을 맡나?"
"히이익, 죄송합니다아!!"

눈을 질끈 감는다. 지나치게 소심한 면이 있었지만, 그만큼 양기에 덜 오염된  같아 만족이었다.
난 적당히 갈구고, 충분히 봉사 받으며 시간을 때웠다.

기분이 좋을 때는 은근슬쩍 양기를 흘려준다.

"흐에에엑!! 아, 너너무 좋아해서 죄송합니다아아!!"
"푸흡."

역시 닳고 닳은 쪽보다는 이런 게 재밌었다. 하여간 천막 안의 노예들은 대체 어디서 일했길래, 남자에 이렇게 익숙한지.....

'응? 남자가 많은 곳?'

아까도 느꼈다. 남자가 많은 곳은 당연히 전쟁터다.
그렇다는 건...... 이곳의 노예는 병사들을 위로할 때 쓰였을 확률이 높다는 거였다.

'증거는 없어. 하지만 심증은  있군.'

병사용 노예다. 즉, 귀족 중의 한 사람이 벌인 짓은 아니라는 거였다. 귀족들을 홀려서 뭘 하려는 걸까.
어차피 이놈들은 실세도 아닌데......

고민에빠지면서도 펠라는 계속 받았다. 조금 서투를 때마다 딱밤을 날린다.

따악-

"악!!더, 더 세게 할까요?"
"미쳤냐. 살살해."
"알겠습니다아!"

혀와 입술을 이용해 슬금슬금 문지르는 노예. 아까의 강하기만 한 흡입 펠라보다 훨씬 나았다.
그렇게 의미 없이 한 시간이 지나자, 무대에서 벌어지던 스트립쇼가 막바지가 다다랐다.

화려하게 움직이던 댄서들이 일제히 인사한다.

"지금까지 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제 총사령관님께서 올라오실 겁니다!!"
"좀  하지!!"
"맞소!! 어떻게 벌써 끝난단 말이오!!"

아쉬움을 표하는 귀족들. 하지만 댄서들은 방긋방긋 웃으며 옆으로 빠져나갔다.
리암도 혼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하아아, 오길 잘했어. 매일 이렇게만 살 수 있으면......"
"그런 생각인가?"

매일 이렇게.... 난 원래 이렇게 살았다.
권력이 없는 다른 놈들은 어떨지 모르겠다만.

잠시 무대의 조명이 꺼지고, 중앙 조명만 환하게 켜졌다. 이어서 중후한 남자가 무대로 올라선다.

"오랜만에 귀족분들을 뵙게 되어영광입니다."
"이야아, 총사령관 나리는 며칠 전보다 더 잘생겨졌어."
"그치이? 어디 샵이라도 다니는 거 아닌가 몰라, 크크큭."

정신나간 말이었다. 실제로 마약에 취했으니 뱉는 거겠다만.
그런데 총사령관의 반응이 의외였다.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한다.

"다들 좋아해 줘서 고맙군요. 제가 여러분을 더 모시고 싶어서 말입니다."
"에이이, 또 재미없는 이야기 꺼낼라고!!"
"하하, 그런  아닙니다."

총사령관은 정말로 불쾌하지 않은  행동했다. 지닌 권력으로는 비교도 되지 않을 텐데 말이다.

"참, 이건 여러분들께 처음 말하는군요. 얼마 뒤에 갓 조교된 노예가 또 들어옵니다. 혹시 원하시는 분들 없습니까?"
"나!! 당연히 이 몸이 받아야지!!"

벌떡 일어서면서 외친 사람은 리암 공자였다. 사실, 저놈한테 공자라는 호칭이 조금 아깝기는 했다.

'리암 새끼? 아니, 그냥 리암이라고 하자.'

총사령관은 푸근하게 받아줬다.

"아아, 위대한 미르 가문의 자제분이군요. 당연히 리암 공자님은 자격이 있지요.다만!!"

 단호한 말투. 이것만큼은 중요하다는 태도다.

"새로운 노예를 즐기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 있습니다. 아시지요?"
"지휘권 넘겨주는 거?"
"정확합니다. 이미 몇 분은 넘겨주고 천국을경험하고 있지요. 또 나설  없습니까?"

아까는 가장 먼저 나섰던 리암이 지금은 머뭇거렸다. 최소한의 자제력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나!! 어차피 전쟁에 참여하는 건데, 뭐.게다가 단독작전을 수행시킬 것도 아니잖아?"
"하하, 그럴 능력이 있는지도의문이군요."

반사적으로 나온 대답이다. 왜냐면 그리 대답한 총사령관이 아차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크게 문제 삼는 귀족은 없었다.

"당연히 공정한 대우를 약속합니다. 단지, 중간과정을 조금 생략하는 것뿐이지요. 여러분은 안전한 곳에서 천국을 즐기면 됩니다. 좋지 않습니까?"

이거였나.
여기까지 오자 나도 총사령관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귀족가의 병력을 얻어낸 것은 좋다.
하지만 귀족 연합은 통일되지 않고, 오합지졸이 되기 일쑤였다.

그러니, 귀족 자제들의 지휘권을 박탈시켜 본인이 통합시키겠다는 생각.
통하기만 한다면 괜찮은 전략이다.

'그걸 위한 마약, 노예, 스트립쇼인가. 마침 권력도 없는 놈들만 징집됐으니 꼬시기는 더 쉽겠어.'

귀족 자제들에게는 쾌락을 안겨주고, 그들의 병력을 고스란히 얻어낸다.
마치...... 쾌락으로 조교하는 것만 같았다.

'본능에 이끌리다가는 총사령관에게 그대로 넘어간다. 꽤 교활한 자였어.'

내가 직계가 아니었다면, 이런 생활을 매일 즐기지 않았다면 유혹을 떨쳐냈을까? 잘 모르겠다.

실제로 귀족 중엔 손을 드는 녀석이 꽤 있었다. 비율을 따지자면 15% 수준.
몇 번  반복되면 대부분 넘어갈 것 같다.

"나도 넘길게!! 다음 회의부터는 더 좋은 곳으로 옮기는 거지?"
"물론입니다. 노예는 매일 새로 들어오는 중이니 걱정마십시오."
"늦기 전에 나도 신청!!"
"좋습니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다. 총사령관은 지원을 전부 받은 후, 미소와 함께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럼 며칠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최전방으로 갈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걸 기억하십시오."
"......"
"지원하지 않으면, 여러분도 같이 싸우는 겁니다."

그는 천천히 내려갔다. 마지막 말에 홀린 듯 달려가 지휘권을 넘긴다고 말하는 귀족 몇몇이 또 보인다.
씁쓸한 미소를 짓는 순간, 누군가 말을 걸었다.

"홀란트 가의 삼남 되십니까?"
"음?"

고개를 돌리자, 황군 소속 복장을 한 기사들이 보인다. 어느새 앨리스는 내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빈손을 드는 기사들.

"경계하지 마십시오. 말을 전하러 왔습니다."
"여기서 말해."
"아, 총사령관님이 부르십니다."

기사는 말을 덧붙였다.

"독대를 원하십니다."



......나 혹시 찍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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