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화 〉즐거운 시간 (15/111)



〈 15화 〉즐거운 시간

뭔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일이 진행되었다.

정리하자면 올톰의 성주는 진짜로 오크 제국과 손을 잡았었고, 이를 눈치챈 황제는 0군단을 파견했다.
파견된 사내는 혼자 힘으로 올톰의 성주를 죽이기 힘들어했는데, 마침 내가 올톰의 성주를 끌어내서 사내를 도왔다는 거다.

'잘 됐다.'

그 보상으로 이제는 올톰의 성주'였던' 리리나까지 받을 기세다.
나는 0군단 사내와 리리나를 번갈아 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주 좋습니다."
"하하, 자네라면 환영할 줄 알았....."
"다만."

더 말하라는 듯 지그시 보는 0군단 사내. 싸울 때 느껴졌던 십존급 강자의 기세는 아예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마음 놓을 수는 없다. 기세를 이토록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강자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양심껏 요구하자.'

난 리리나 주변의 기사를 가리켰다. 아까 죽은 두 명을 빼더라도 아직 몇몇이 남아 있다.

"저년들도 제가 먹으면  됩니까? 더불어 성에 있는 기사도."
"......"

할 말을 잊은 듯 잠시 침묵하는 사내. 그는 이내 폭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하하!! 그래야지, 사내라면 마땅히 그리 말해야지! 어디 여자 한 명으로 만족하는 게 남자겠나."
"오...... 주시는 겁니까?"

0군단 사내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평기사의 삼 분의 일을 가지게. 더는 힘들어.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한 수뇌부와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처형할 기사는 필요하니까."
"충분합니다!!"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리리나가 지녔던 평기사 중 삼 분의 일. 적게 잡아도 10명은  거다.
여기사를 따먹는다는 건......

'행복이지.'

얼마나 쫄깃하겠는가. 산적 따위와는 비교도  될 게 분명했다.
즐거운 상상을 하던 찰나, 0군단 사내는 내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그럼 난 잔당을 처리하러 가겠네. 나중에 봅세."
"잘 가십시오!!"

그는 가면서도 그냥 떠나진 않았다. 잘 보이지도 않는 움직임으로 기사들을 무력화시킨 후에 떠났다.

'맨 처음에 싸웠던 둘을 제외하면 십존급에 맞설 인재가 없던 모양이야.'

아마 성안에는 강한 기사가 좀 더 있을 거다. 고작 나를 잡으려고 전력을 끌고 나오진 않았을 테니까.

'결과적으로 리리나의 전력이 분산된 거군. 0군단 입장에서는 내가 사랑스럽겠어.'

아무튼 올톰 시의 무력화는 0군단 사내가 생각할 일이다. 나는 눈앞의 보상에 집중했다.
꿰뚫린 배를 감싸  리리나와 무기를 놓고 기절한 여기사들.
전부 합해 6명이었다.

얼빠진 병사들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난 한나 누나와 앨리스를 돌아보며 외쳤다.

"각자 둘씩만 업고 가자!"
"......그래, 발정  자식아."
"알겠습니다."

나는 축 늘어진 여자 여섯 명을 획득했다.

---------


리리나와 여기사를 데려온 곳은 올톰 시의 최고급 여관이었다.
내성도 좋겠지만, 거긴 피바람이 불고 있을 것 같아 꺼려졌다.

대신에 올톰 시에서 가장  방을 빌렸으니, 나를 포함해 7명이 들어가긴 충분했다.

기사 여섯은 전부 철제 구속구에 손발이 묶이고, 입에 재갈이 물린 상태다.(여관 주인의 협조를 구했다. 구속구가 왜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아직도 고통을 호소하는 리리나에게 걸어갔다. 그녀의 옷은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치료해줄까?"
"닥쳐라!! 하등한 성별 주제에 누굴 동정하는 거냐!!"
"하등한 성별이라..... 넌 처녀였지?"

큭큭. 벌써부터 즐겁다.
저렇게 까부는 여자, 특히 순혈여성주의자가 굴복하는 모습이 벌써 그려졌다.

'이런 년은 무슨 말을 뱉을까? 양기를  달라고 구걸할까?'

아직은 모른다. 마치 선물의 포장지를 벗기는 것과 같았다.
내용물은 극상일 수도, 실망일 수도 있다.
난 리리나의 목덜미를 낚아챘다.

탁-

"뭐, 뭐 하는 짓이냐!! 삼남 따위가 나를......."
"개소리하고 있네. 네가 아직도 성주인 줄 아냐?"

녀석을 침대에 내던진다. 다섯 명이 동시에 누워도 공간이 남는, 아주 넉넉한 침대였다.
털썩 누우며 신음을 흘리는 리리나.

"끄으으....... 이깟 상처 때문에!!"
"뭔 소리야. 애초에 머리만 쓰는 타입이면서."

뭐부터 할까. 역시나 상처가 거슬린다.
암만 그래도 배가 꿰뚫린 여자와 섹스하는 취미는 없었다.

공간압축 주머니에서 적당한 포션을 꺼낸다. 중급쯤 하는 물건.
뚜벅뚜벅 걸어가 리리나의드레스를 잡았다.

"내 몸에서 손 떼거라!!"
"지랄."

촤아악-

단번에 뜯겨나가는 드레스.

"꺄아아악!! 이 찢어 죽일 천박한 놈이!!"
"그런 말을 하면  꼴리잖아."

리리나의 속옷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귀족 여자들은 코르셋도  찬다는데, 여성주의자답게 코르셋은 없었다.
덕분에 몸매를 감상하긴 더 좋았지만.

'음? 브래지어가 아니라, 천 같은 재질이네?'

편한 게 좋다는 건가. 일단 리리나의 손을 치웠다. 고수한테 찔려서 그럴까? 상처는 오히려 깨끗했다.
중급 포션을 들어다 휙휙 뿌린다.

치이이-

실시간으로 접합되는 상처 부위. 순간 리리나의 몸이 굳었다. 상처가 재생되는 와중에 움직이면 이상하게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을 다 쓰자 리리나의 배는 깔끔해졌다.

'이제 좀 보기좋네. 피가  묻어 있긴 한데.....'

다시 리리나를 집어서 탁자 위로 옮긴다. 리리나는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저항했다.

"놔라, 천박한 것아!! 대체 어디까지 타락할 거냐!!"
"타락?"

아마 네가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접어뒀다. 물병을 들어 리리나의 몸 구석구석에 뿌린다.
이미 속옷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서 피는 금방 씻겨 나갔다.

거기다 보너스로 속옷이 실시간으로 젖어 들어간다. 축축히 젖어 아까보다 진한 색을 띠는 팬티.

 그걸 가리키며 씩 웃었다.

"천박하니 뭐니 하더니, 벌써 젖었네?"
"네놈이 한  아니냐!! 열등해서 그런지 논리도 없구나!!"
"원래 쾌락 앞에서는 논리가 필요 없거든."

그리 말하며 리리나의 팬티를 툭툭 건드린다. 내 손에 닿을 때마다 리리나는 발작하듯 튀어 올랐다.

"더, 더러운  치워라!! 곧  상단의 정예가 도착하면 네깟 놈은......."
"상단의 정예? 아, 그걸 믿고 까부는 거였어?"

하기야  녀석은 올톰의 성주이자 그레이트우먼 상단의 주인이었다.
그레이트우먼 상단은 적당한 대형 상단으로, 규모로만 따지면 유명할 이유가 없지만, 전원 여자라는  때문에 이름이  알려졌다.

'그리고 유독 상단 직속 호위를 두는데 많이 투자했지. 충성심이 강하지도 했고. 반역 예정이라 그랬나?'

아무튼 중요한 건 황실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세력이라는 거였다.

"제국 0군단은 총  명이지. 그런데 너한테는 한 명밖에 안 왔어. 그럼 나머지는 어디 있을까?"

나도 모른다. 하지만 황실에서 그쯤은 처리하지 않았겠나. 중요한  절망감을 안겨주는 거였다.
리리나도 비슷하게 생각했는지, 안색이 하얘진다.

"허, 헛소리하지 마라!! 내 충실한 호위들은......."
"싹 죽었을걸? 그저 너를 따랐다는 이유로 말이야."

흡-. 숨을 크게 들이쉬는 리리나. 처음으로 눈빛이 흔들린다. 죄책감일까, 절망감일까.
일단 침대로 다시 던져놓는다.
 리리나의 얼굴부터 쓸어내렸다. 역시나 소스라치는 그녀.

"끄아앗!! 하등한 성별이 내 얼굴에......"
"얼굴이 싫어?"

그럼 엉덩이지. 힘으로 리리나를 뒤집은 후, 강제로 엉덩이를 잡으려던 순간이었다.

철커덩-철커덩-

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강하게 들린다.  몰입을 깰 정도라서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뭐냐?"

구속구에 묶인 채, 바닥에 깔린 여섯 명의 기사. 그중 하나가 온몸을 흔들며 발악하는 중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기사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재갈쯤은 풀어줘도 괜찮겠지? 혀 깨문다고 쳐도 포션이면 되니까.

리리나를 침대에 묶어둔 후, 느긋하게 걸어가 재갈을 풀어준다. 입이 해방된 기사는 쉬지 않고 말을 쏟아냈다.

"내가 대신하겠다!! 성주님이 겪을 모든 고통을 내가 짊어지겠다!! 몇 배로 겪어도 좋다!! 성주님 대신 내게 해다오!!"
"크크큭. 이 패턴이야?"

주인을 대신 고통을 받는 여기사. 뭐 나쁘진 않다.
하지만 내가 끌려가는  질색이었다.

"리리나 대신 너를 써달라고? 노리개로 말이지?"
"정확하다!! 너를 새로운 주인으로 모실 수도 있다. 제발, 제발 나를 써다오!!"

그렇다면 충성심을 테스트해볼 차례다.
대체 저 기사의 충성은 어디까지일까?  고통으로 괴롭히는 취미는 없었다. 대신해서 쾌락을 줄 뿐.

마침 적당한 게 손에 잡혔다. 이걸 쓸지 말지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결국 중요한 건 리리나잖아? 여기사쯤이야 뭐.'

품에서 찰랑이는 유리병을 꺼낸다. 어머니가 건네준 물건.
십존급 강자인 하멜의 양기였다.

난 지금도 간절히 외치는 여기사를 보며 생각했다.

'네년이 이걸 맛보고도 충성을 유지할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