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2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이러다 손가락 부러지는 거 아녀?'
오죽하면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로 강렬한 조임이었다.
고작 손가락하나만 넣었을 뿐인데도 이 정도면 여기다가 물건을 밀어넣으면 대체 어떤 기분일까.
아니, 애초에 넣을 수 있긴 한 건가 이거?
그만큼 좁은 구멍이었다.
걱정이 안 될래야 안될 수가 없을 정도로.
그 순간 머릿속으로 울려퍼진 건 한국산 카사노바놈의 조언이었다.
-뒤쪽으로 할 때는 말이지 넣기 전에 확실하게 풀어줘야돼. 응? 어떤 식으로 풀어줘야 하냐고?
생각해보면 내가 만났던 주인공이라는 놈들 중에서 그나마 도움이 되는 놈이 있다면 바로 그놈이었다.
다른 놈들하고 주고받았던 대화들은 간간히 떠오르기는 커녕 떠올리기조차 싫을 정돈데 놈과 나누었던 대화들은 방금처럼 간간히 떠오르곤 하니까. 문제는 그게 죄다 여자와 관련이 있는 이야기라서 그렇지.
'그래도 뭐..'
놈은 여자를 미친듯이 밝히긴 해도 자기 내키는대로 막 다루는 놈은 분명 아니었다.
여자를 그저 성욕 해소의 대상으로만 취급했다면 놈과 잤던 년들이 그런 식으로 놈에게 매달리는 일도 없었을테니까.
'주인공으로서 능력도 나름 출중한 편이었고..'
어쩌면 놈과 함께했던 회차야말로 내가 엔딩이라는 것에 가장 근접했던 회차가 아니었을까.
뭐, 그 여자를 미친듯이 밝히는 성정을 못 버려서 마왕군이 특파한 쌍둥이 서큐버스 자객한테 쪽쪽 빨려서 결국 뒈져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우효오오옷 쌍둥이 덮밥!!
놈이 마지막으로 남겼던 유언을 머릿속으로 곱씹던 것도 잠시, 앨리스의 몸에 깃들어있던 떨림이 약간이나마 잦아든 것을 느끼고는 놈이 술자리 안주 삼아 늘어놓았던 뒷구멍 다루는 법에 대한 강의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그리고는 그것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후우.. 후우..'하고 지금 제 안으로 파고 들어와있는 것이 살짝 버겁기라도 한 것처럼 숨을 몰아쉬고 있는 앨리스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정말 빼요?"
남녀의 정조관념이 뒤바뀌어서 좋은 점이 있다면 여자들이 야한 일을 할 때 약한 소리는 할 지언정 절대 뒤로 빼려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누구 한 명만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여태껏 관계를 맺은 여성들이 전부 그랬다.
약한 소리를 하길래 배려하는 차원에서 물건을 빼고 좀 쉬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더니 자존심이 팍 상한 얼굴을 한채 오히려 역정을 내더라.
그리고 그건 앨리스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지금도 봐라.
"무, 뭔 소리야.. 그, 그냥 해본 말이거든?"
내가 그녀를 걱정하는 척 질문을 던진 순간 언제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어쩔 줄 몰라했냐는 것처럼 자존심을 세우고 있지 않나.
"그럼 계속 할게요."
본인의 허락도 받았겠다 더는 거리낄 게 없었기에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는 한국판 카사노바 놈의 복음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우선은..'
가장 먼저 입구 쪽부터 확실하게 풀어주라고 했지.
그때 술에 잔뜩 취해있었던 놈이 손수 해보였던 노골적인 손놀림이 여전히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어서 그때 봤던 걸 재현하는 느낌으로 한 번 해봤다.
내 손가락을 꽈악하고 베어물고 있는 구멍의 조임을 만끽하며 그것을 조심스레 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안쪽을 휘젓는 듯한 느낌으로 손가락을 움직여대니 그나마 좀 잦아들기 시작했던 떨림이 다시금 앨리스의 몸 위로 강림했다.
허나 계속 그러는 건 쉽지 않았다.
손가락을 움직여댈 때마다 손가락 끝으로 딱딱하고 매끈매끈한 공의 감촉이 휘감겨왔으니까.
대체 이 공은 뭘로 만들었길래 이렇게 매끈한 느낌이 나는 걸까.
라고 생각하면서 자꾸만 손가락 끝에 와서 툭툭 부딪히는 그것을 밀어내듯 손가락으로 툭툭 떠밀었다.
아무래 생각해도 방해였으니까.
심지어 그것하고 연결되어 있는 줄도 그랬다.
그게 손가락 옆에 바짝 달라붙어있는 탓에 그건 그것대로 또 거슬렸으니까.
'빼야겠어.'
안 되겠다.
원래는 앨리스가 손수 빼도록 내버려둘 생각이었는데 하도 거슬려서 더는 가만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놀고 있던 손으로 슬그머니 구멍 사이로 삐져나와 있는 줄의 끝부분을 움켜쥐었더니 그 미약한 움직임마저도 느낄 정도로 구멍이 잔뜩 예민해진 상태였던 것일까.
"자, 잠깐..!"
걱정어린 내 질문으로 인해 상해버린 자존심을 세우려는 듯 입술을 꾹 깨문 채 자꾸만 새어나오는 신음성을 묵묵히 참아내고 있던 앨리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급하게 내쪽을 돌아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의 구멍 안으로 밀어넣고 있던 손가락을 그대로 뽑아내며ㅡ
"으으윽..!"
그대로 줄을 살살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고통과 쾌락이 딱 반씩 섞여있는 소리가 욕실 안으로 메아리쳤다.
동시에 바로 조금 전까지 내 손가락을 꽈악하고 물고 있던 것이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벌어지기 시작한 구멍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건 아까 봤던 예의 그 흰 공이었다.
그 흰공을 상대로 얼른 나오라고 독려라도 하는 것처럼 계속해서 줄을 살살살살 잡아당겼다.
당연히 앨리스가 직접 해결하려 했던 아까와는 달리 꽤나 효과적이었다.
아까는 반절조차 나오지 못하던 것이 어느새 절반 정도 빠져나온 채 앨리스의 엉덩이 구멍을 제 크기 만큼이나 크게 벌려놓고 있었으니까.
'아니 이런 걸..'
어떻게 넣었지?
아니, 그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것까지 안에 넣어놓고서는 고작 손가락 하나 밀어넣었다고 그 유난을 떨었단 말인가.
이걸 어이가 없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내 손길에 민감하게 반응해줘서 고맙다고 해야할지 알 수가 없어서 헷갈려 하는 동안 한껏 벌어진 앨리스의 엉덩이 구멍은 쉬지 않고 움찔대고 있었다.
내가 잡아당기는 걸 잠시 멈췄더니 그것이 기껏 빼낸 것을 다시 안으로 삼키려는 듯한 움직임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탐욕스럽기 짝이 없는 구멍의 움직임에 피식 웃으며 다시금 줄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내가 잠깐 멈춘 틈을 타서 다시 안쪽으로 쮸왑하고 빨려들어가던 것이 언제 그랬냐는 듯 홱 딸려나왔다.
덕분에 조금씩 오므라들기 시작했던 구멍이 다시금 확 벌어진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으으윽.."
엉덩이 구멍이 활짝 벌어져있는 느낌이 생소하면서도 괴로웠던 것일까.
벽을 짚고 있던 손을 꽈악하고 움켜쥔 채 허리를 흠칫흠칫 떨어대고 있는 앨리스의 모습을 느긋하게 감상하며 절반 정도 빠져나와 있던 것을 마저 빼냈다.
그리고 마침내 구멍을 크게 벌리며 느릿하게 빠져나오던 것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난 순간, 나는 팽팽하게 당기고 있던 줄을 그대로 손에서 놓았다.
그러자 팽팽하게 당겨져있던 줄과 연결되어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것이 중력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욕실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 쳤고ㅡ
그것이 어느 순간 뭔가에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딱 멈추었다.
동시에 빠르게 오므라들던 구멍 사이로 방금 빼낸 것보다 살짝 작은 공이 빼꼼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바로 조금 전에 빼낸 게 내 주먹만한 크기였다면 지금 걸려있는 건 그것의 3분의 2정도 되는 크기라고 해야할까.
그것을 엉덩이 구멍 사이에 끼운 채 앨리스가 허벅지를 부들부들 떨어댔다.
덕분에 공과 연결되어 있던 줄이 요리조리 흔들렸고, 그 광경을 느긋하게 감상하다가 벌렁대는 구멍의 움직임에 맞춰서 빠져나올 듯 말 듯 묘한 움직임을 선보이고 있는 흰 공을 손가락을 이용해 꾸욱하고 떠밀었다.
"흣ㅡ!"
그리고는 그것이 자취를 감추기 무섭게 다시금 줄을 잡아당겼다.
그렇게 공을 반 정도 빼냈다가 다시 밀어넣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앨리스의 보지에서는 투명한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금방이라도 힘이 풀려 쓰러질 것처럼 파르르 경련하는 허벅지는 덤이었다.
"그, 그거 그마한.."
쉬지 않고 반복되는 배설의 쾌감이 퍽 견디기 힘들었던 것일까.
앓는 소리를 해대는 앨리스를 향해 물었다.
정말로 그만하냐고.
그러자 그녀가 또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견디기가 너무 힘들어서 일단 말부터 하고 봤는데 생각해보니 남자를 상대로 앓는 소리나 해대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에 이번에도 역시나 여자로서 자존심이 상했던 것일까.
뭐 본인이 그러시다는데 어쩌겠는가.
바라는대로 계속하는 수밖에.
그래서 아까부터 계속 가지고 놀고 있었던 두 번째 공을 빼내기 위해 슬그머니 줄을 잡아당겼다.
첫 번째께 워낙 컸다보니 그것보다 한결 작은 두 번째 공은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일까.
쥬쁍하고 기묘한 소리가 욕실 안으로 울려퍼지더니 흰색의 공이 무슨 무게 추라도 되는 것마냥 요리조리 흔들리고 있던 제 선임을 향해 날아가 딱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그 소리가 꼭 당구공끼리 부딪힐 때 나는 소리를 연상시켰다.
그리고 그 뒤로 그 소리가 네 번 더 울려퍼지고 나서야 나는 앨리스가 스스로의 엉덩이 구멍을 길들이는데 사용했던 도구를 완전히 빼낼 수 있었다.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한 크기의 공부터 시작해서 내 주먹만한 공까지.
흰색의 공들이 크기 별로 늘어서있는 모습은 꽤나 장관이었다.
허나 언제까지고 그것만 구경하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그것을 발로 슥 떠밀어 욕실 구석으로 치운 뒤 그새 꽈악하고 오므라들어있는 앨리스의 엉덩이 구멍 뒤로 자리를 잡았다.
몇 번이나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불쾌한 냄새같은 건 나지 않았다.
대신 과일향이라고 해야할지 꽃향기라고 해야할지 알 수 없는 것만이 피어올랐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궁금한 마음에 물어봤더니 앨리스가 더듬더듬거리며 내놓은 대답이 참 가관이었다.
"햐, 향유를 물이랑 섞어서.."
안을 깨끗하게 하는 데 쓰셨단다.
심지어는 한두 번만 그런 게 아니라 그 냄새가 아예 안쪽에 배어들 때까지 그러셨단다.
"내, 냄새나면 안 되니까.."
어제 아침부터 식사도 거르면서 물만 마셨다는 앨리스의 설명을 듣고 있으려니 진한 감동이 사르르 몰려왔다.
아니, 설마 이렇게까지 해줄 줄이야.
배 안쪽에서부터 끓어올라 부글부글 대는 진한 감동을 도저히 억누를 수가 없어서 그대로 슬그머니 고개를 앞으로 내밀어 앨리스의 엉덩이 구멍에 쪽하고 입을 맞춰주었다.
그렇게라도 고마움을 표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으니까.
불쾌한 냄새같은 것도 나지 않았기에 거리낄 것도 딱히 없었고.
"힉?!"
난 어디까지나 그래서 입을 맞춰줬던 것인데 앨리스가 스스로 밀어넣은 공을 이용해 그쪽의 구멍을 괴롭혀댈 때마다 더한 반응이 그녀에게서 튀어나왔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날카롭기 짝이 없는 신음성.
그와 함께 살짝 벌렁거리고 있던 것이 확 오므라들었다.
수줍음이라도 타는 것 같은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왠지 모르게 장난기가 돌아서 입을 맞춘 직후 떨어뜨렸던 입술을 다시 앞으로 쭉 내밀어 재차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또 거기에 반응한 앨리스의 구멍이 움찔거림을 반복했다.
"하, 하지마.."
이번에야말로 진짜 앓는 소리가 그녀에게서 흘러나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아예 혀까지 내밀어 바짝 오므라든 것을 슬그머니 핥아봤다.
그러자ㅡ
"하힉..?!"
처음 입을 맞췄을 때보다 몇 배는 더 날카로운 신음성과 함께 앞으로 살짝 굽혀진 채 부들부들 떨리고 있던 앨리스의 허리가 팍 튀어올랐다.
"뭐, 뭐, 뭐하는 거야?!"
디아나가 보는 앞에서 내 뒤쪽을 핥는 척 했던 레이시아의 기분이 이러했을까.
뭐라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묘한 기분을 느끼면서 당혹감과 쾌감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는 앨리스의 모습을 즐겼다.
그러다가ㅡ
"하, 하지마핫..!"
뾰족하게 세운 혀 끝을 이용해 바짝 오므라든 구멍을 꾸욱꾸욱하고 누르기 시작했다.
혀끝을 타고 올라오는 묘한 단맛을 만끽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