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이 되기 전에 (350)화 (349/366)



〈 350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느릿하게 속삭여진 목소리에는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마력같은 게 있었다.


해서 고개를 끄덕끄덕해보였더니  대답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지 싱긋하고 만족스러워 보이는 표정으로 웃은 앨리스가 슬그머니 내 손을 움켜쥐더니 그대로 날 방에 딸려있던 욕실겸 화장실을 향해 이끌기 시작했다.

"아, 잠깐만."


허나 같이 들어가지는 못했다.

문 앞에 도달한 순간 앨리스가 잠시 깜빡 잊고 있던 무언가라도 떠올린 것마냥 날 그 앞에서 대기하게 만들었으니까.

"조금 있다가 부를테니까 그때 들어와."


혹시 뭐  준비할 거라도 남은 것일까.


말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그런 듯해서 일단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앨리스가 화장실 안으로 쏙 들어가고 얼마나 지났을까.


"으응.."

문틈 사이로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들어와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그에 굳게 닫혀있던 문을 열고 슬그머니 안으로 들어가니 가장 먼저 눈으로 들어온 것은 눈앞을 뿌옇게 만드는 수증기였다.


역시나 미리 좀 준비를 해뒀던 것일까.


앨리스는 그 수증기 안에 서 있었다.

하얀 천으로 몸을 감싸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묘하게, 아니 평소보다 훨씬 더 야릇하게 느껴졌다.

앨리스의 몸을 감싸고 있는 천이 습기에 젖어 그녀의 몸과 찰싹하고 들러붙어 있어서 더 그랬다.


"자, 이리와."


천과 천이 서로 겹쳐는 부분을 왼손으로 꼬옥하고 움켜쥔 그녀가 오른손을 들어올려  향해 손짓을 해댔다.


그런 앨리스의 옆에는 김이 풀풀 올라오는 나무 욕조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일단 씻자고 하더니만 말 그대로 몸부터 씻고 보려는 것일까.


그 유혹어린 손짓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앨리스를 향해 다가섰다.


그렇게 그녀의 앞에 도달한 순간 슬그머니 뻗어온 팔이 허리를 휘감았다.

덕분에 앨리스의 품 안에 포옥하고 끌어안기게 된 순간 얇은 천으로 덮인 뭉클한 것들이 얼굴을 꾸욱하고 누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 들어갈까?"

그에 다시   고개를 끄덕이니 앨리스가  꼭 끌어안은 채 욕조 안으로 들어섰다.

아마도 미리 받아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욕조 안의 물은 딱 알맞게 식어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쑤시고 피곤하던  속으로 온수 특유의 온기가 스며들어오는 느낌은 참으로 각별했다.

"으.."


그에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살짝 떨고 있으니 뒤에서부터 날 끌어안고 있던 앨리스가 쿡쿡 웃으며 손으로 욕조 안의 물을 살짝 떠서 미처 다 담구지 못하고 있었던 어깨 위에다가 끼얹었다.

그러더니 그녀가 끼얹은 것으로 촉촉하게 젖어든 곳을 손으로 살살 쓰다듬어대기 시작했다.

마치 안마라도 하는 듯한 그 움직임마저도 지금의 내게는 기껍게 느껴져서 슬쩍 몸을 뒤로 젖혀 앨리스에게 몸을 기대니 그녀가 내 머리 위에다가 턱을 올려놓았다.

그러더니 애교라도 부리듯 그것을 좌우로 움직여가며 내 정수리 부근을 자극해대기 시작했다.


"으.."


그 느낌이 굉장히 묘했다.

나도 모르게 다시  번 앓는 소리를 내게 될 정도로.


그걸 듣고는 움직이던 걸 멈추고 키득키득 웃어대는 앨리스에게 조금 더 몸을 편히 기댄 채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생각해보니 아까 전부터 궁금했던  하나 있었으니까.


"선배."


"응?"


의아함이 듬뿍 담겨있는 그녀의 목소리에 너는 왜 레이시아나 디아나하고 같이 있지 않았던 거냐고 물어보려 하니 마땅한 질문이 떠오르질 않아 그대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니 뭔가 좀 그랬으니까.

그래서 나도 모르게 멈칫멈칫하고 있으니 그런  몸짓을 보고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지 알아차렸던 것일까.


"왜 그 둘하고 같이 있지 않았냐고?"

웃음기와 확신을 동시에 품고 있는 목소리가 슬그머니 귓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네."

"왜? 내가 보이지 않아서 섭섭하기라도 했어?"

속삭여지듯 울려퍼진 목소리.


그것은 꽤 정확하게 내 속내를 꿰뚫고 있었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였으니까.

레이시아와 디아나는 보이는데 둘하고 같이 사라졌던 앨리스가 보이질 않으니 뭔가 기분이 약간 좀 그랬다.


앨리스의 부재가 내 귀에 대고 속삭이는  했으니까.


난 네 아이를 배는 것 따위에 관심없고, 그 정도까지 널 사랑하진 않는다고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같아서 솔직히 좀 쪽팔리긴 한데 어쩌겠는가.


애초에 나란 놈이 이리 생겨먹은 놈인 것을.

앨리스의 물음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던 것도 그래서였다.

그만큼 알고 싶었으니까.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그 자리에 함께하지 않았는지를 말이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이어진 앨리스의 대답만을 기다렸다.


그러자 들려온  '흐응..'하고 살짝이지만 웃음기가 섞여있는 콧소리였다.


"선배?"

"아, 미안 그렇게 생각해줬다니까 기뻐서."


참으로 다행히도 내심 걱정하고 있던 상황은 아닌 듯 했다.


내가 걱정한대로였다면 저렇게 말할 리 없으니까.


속으로 안도하고 있는 동안 슬그머니 손을 움직인 앨리스가  목을 꼬옥하고 끌어안았다.


그러더니 내 귓볼을 입에 물고는 입술만을 이용해 오물오물 거리기 시작했다.

"윽.."


왠지 모르게 내가 앓는 소리를 내는 걸 듣고 싶어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 원하는 대로 내줬더니 앨리스가 귓볼을 오물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혀를 베하고 내밀어 그대로 내 귓바퀴를 느릿하게 핥았다.

덕분에 이번에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앓는 소리를 내고 있으니 진득하게 놀리고 있던 것을 슬그머니 다시 입 안으로 밀어넣은 앨리스가 내 귀에 대고 후우하고 짧게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녀의 침으로 젖어있던 것 위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에 슬며시 인상을 찌푸리며 몸에 꼬옥하고 힘을 주니 그런 날 보며 키득키득 소리를 내며 웃은 앨리스가 이내 설명을 시작했다.


왜 자기가  자리에 없었던 건지를.

"아니, 듣다보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대체 무슨 생각이 들었던 걸까.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앨리스의 발언이 이어졌다.

"잘만하면 당분간 널 독점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 말이야."

다름아닌 그  덕분이었다.

내가 앨리스의 의도에 대해 눈치챌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말 속에 섞여있는 독점이라는 단어가 귓속으로 박혀들어오자마자 깨달았으니까.


앨리스가 기회라면 기회라고 할 수 있는 것까지 걷어차가며 독자적인 행보를 걷는 걸 택한 이유를 말이다.


디아나와 레이시아가 임신하는데 성공했으니 당분간  둘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와 관계를 맺을 수가 없다.

임신 초기에 안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니까.


배란유도제 비슷한 것까지 먹어가며 밴 아이를 허무하게 잃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임신한지 얼마   디아나와 레이시아, 그리고 바이올렛은 당분간 하고 싶어도 손만 쪽쪽 빠는 수밖에 없을 터.


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비슷한 이유로 리파도 나와 몸을 섞기는 힘들 것이다.

출산을 코앞에  상황이니만큼 필시 그럴테지.


고로 내 곁에 남는 이라고 해봐야 바이올라, 카트린느, 앨리스, 클레어 정도가 전부인데..


'바이올렛이 자기도 못하는데 동생이 하게 내버려둘리는 없을 거고..'

카트린느는.. 글쎄 여태껏 이렇다할 소식이 없는 걸 고려하면 여전히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 아닐까.

그렇다면 아마 당분간은 계속 지금과 같은 상태일거다.


남은 네 명 중에 벌써 두 명이나 나가리가 되어버린 상황.

고로 남는 이라고 해봐야 클레어와 앨리스 정도가 전부인데 클레어는 아무래도 시작이  그랬다보니 내게 먼저 뭔가를 요구할 수 입장이 아니다.

그렇다는 건?

당분간은 사실상 앨리스의 독무대가 되겠지.

상황상 나와 몸을 섞을  있는 건 그녀뿐이니 말이다.

아마 거기까지 노리고서 한 발 물러서기 전략을 택한 건 아닐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철저히 앨리스에게 유리하도록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걸 확인하니 헛웃음이 안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속으로나마 헛웃음을 흘리고 있으니 앨리스가 거기에 대고 아예 쐐기를 박아버렸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좀 그래."


"..."


"아이야 당연히 생기면 좋겠지만 지금 덜컥 임신을 해버리면 그래봐야 결국 다섯 명 중에 하나가 될 뿐이잖아?"

다섯 명 중에 하나가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좀 늦더라도 유일한 하나가 되는 편이 훨씬 낫지 않겠느냐는 앨리스의 발언에 더는 쓴웃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나는 내 아이가  속에 있을 때만이라도 아빠의 관심을 독차지했으면 좋겠거든."

그 말이 제법 뼈아팠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반박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으니까.


내가 뭐 아이의 엄마가 누구냐에 따라 자식을들 차별하겠다는게 아니었다.

엄마는 각자 달라도 결국에는 다 내 자식들이니만큼 최대한 똑같이 사랑해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다만 참으로 안타깝게도 내 몸이라고 해봐야 하나 뿐인 탓에 내가 최대한 노력한다 치더라도 결국에는 어떤 식으로든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몸이 하나뿐이니만큼 누구  명을 챙겨주고 있으면 그동안은 다른 이들이 소외될 수밖에 없을테니까.

그럴 바엔 차라리 좀 기다렸다가 날 온전히 독차지할  있는 때가 오면 그때 아이를 가지는  차라리 낫지 않겠냐는게 앨리스의 생각인  했고.

그야말로 임신 중일때도, 임신 중이 아닐 때도 날 독차지하기 위한 계책이라고 해야할까.

"그러니까 지금은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즐기기나 하자며 앨리스가 내 몸을 양팔로 꽈악하고 끌어안았다.


그렇게  온기와 온수가 주는 안락함을 동시에 즐기던 것도 잠시, 내 몸을 꽈악하고 끌어안고 있던 팔들을 슬그머니 푼 앨리스가 이내 그것을 이용해  몸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내 몸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다른 여자들의 냄새를 그런 식으로라도 지우려는 것일까.


몸을 씻을  주로 사용하는 향유까지 쭈욱하고 짜서 몸을 만지작거리길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으려니 정확히 그 순간부터 앨리스의 손놀림이 묘하게 바뀌었다.

세척보다는 차라리 애무에 가까운 움직임.

그런 것을 선보이며 내 몸 곳곳을 손으로 느긋하게 자극해대던 것도 잠시, 앨리스의 손이 허벅지 사이로 쑤욱하고 파고들어왔다.


그리고는 반 정도 발기한 물건을 오른손인지 왼손인지 모를 것으로 꼬옥하고 움켜쥐더니 슬그머니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찹찹찹찹-

앨리스의 손놀림에 맞춰서 욕조 안에 담긴 물이 이리저리 파도쳤다.

단순히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앨리스가 놀고 있던 손을 쫘악하고 펼친 채 내 물건 끄트머리에다가 가져다 댔다.


그렇게 손바닥 중에서도 살짝 움푹하게 파여들어간 곳을 내 물건과 맞딱뜨리게 한 그녀가 그것을 이용해 다른 곳보다 한결 예민한 편인 물건의 끝 부분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으.."


덕분에 힘없이 늘어져있었냐는 듯 물건이 우뚝하고 일어선 것을 느끼고 있으려니 정신 차리라는 듯 내 귀에 대고 후우하고 가볍게 바람을 불어넣은 앨리스가 그대로 내 물건에서 손을 떼어냈다.


더 안해주는 걸까.


아쉬움을 곱씹고 있으려니 내 몸을 살짝 앞으로 떠밀어  몸에서 떨어지도록 만든 앨리스가 욕조 안에서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추와아악-


물 떨어지는 소리가 제법 요란하게 울려퍼지고, 그렇게 욕조에서 벗어난 그녀가 벽쪽으로 가서 그것을 짚고 섰다.

그리고는 내쪽을 향해 엉덩이를 뒤로 쭉 빼더니ㅡ

"자, 네가 말했던대로 해놨으니까 한  직접 확인해봐."


음탕하기 그지없는 미소와 함께 그것을 살랑살랑 흔들며  유혹하기 시작했다.


앨리스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있던 흰색의 천이 그녀의 움직임을 버티지 못하고 바닥으로 철퍼덕 떨어졌다.

그와 함께 드러난 건 새하얗고 깨끗한 엉덩이와..

꿀꺽-


마치 꼬리라도 되는 것처럼  사이로 살짝 삐져나와 있는 길다란 줄이었다.

눈앞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그것의 모습에 나는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앨리스를 따라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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