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7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읍..!"
디아나의 눈이 확 커지며 억눌린 듯한 신음성이 나와 그녀의 결합부 사이에서 새어나왔다.
동시에 차렷자세라도 하는 것처럼 허벅지 옆에 딱 붙은 채 꽈악하고 쥐어져있던 디아나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날 떨쳐내야 한다고 생각한 걸까.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그대로 날 향해 뻗어왔다.
다만 그뿐이었다.
진심으로 날 떨쳐내고자 했다면 뭔가를 더 할 필요도 없이 그냥 뒤로 밀어버리기만 하면 됐을텐데 디아나는 기껏 손을 움직여놓고서도 그 간단하기 그지없는 행동을 하질 못했다.
그저 내 팔뚝을 손으로 꽈악하고 움켜쥘 뿐.
혹시라도 무턱대고 떨쳐냈다가 내가 뒤로 넘어져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됐던 걸까.
하긴 다른 이라면 몰라도 디아나라면 그런 걸 걱정할만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에게는 이미 전적이 있으니까. 날 떨쳐내려고 했다가 날 다치게 만들었던 전적이 말이다.
'시발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긴 하네..'
만약 그때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뭐, 그거야 안봐도 뻔했다.
빙탕후루마냥 꼬챙이에 꽂힌 과일 신세가 되었겠지.
덤으로 관통당한 머리통에서는 새빨간 과즙이 콸콸콸 터져나왔을 것이고 말이다.
뭐, 아무튼 디아나가 저항같지도 않은 저항을 해준 덕분에 오히려 더 흥이 났다.
이상하게 흥분된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그만하라고, 할 거면 차라리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 다음에 하자고 말이라도 하는 것처럼 내 팔뚝을 꽈아아악하고 움켜쥐고 있는 디아나의 손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바로 뒤에 레이시아가 누워있기 때문일까.
디아나는 평소보다 소극적이었다.
아니, 이건 단순히 소극적인 수준이 아니었다.
그 정도로 호응이 거의 없었으니까.
그래서일까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 평소 할 때는 늘 자연스럽게 내 움직임에 맞춰서 호응해오던 것이 제자리에서 꼼짝도 안 하고 있으니 왠지 그녀를 억지로 범하는 것만 같은 그런 느낌마저 들었으니까.
'아니 억지로가 맞긴 한가?'
디아나는 여기서 말고 다른 곳에서 하길 원했으니까.
물론, 난 그럴 생각 따윈 추호도 없지만 말이다.
앨리스의 행방이야 여전히 의문이긴 하지만, 날 따먹겠다고 둘이서 나란히 서서 기다리고 있으면 마땅히 한 곳에서 따먹어줘야하지 않겠는가.
해서 디아나의 어깨를 꼬옥하고 움켜쥐고 있던 손을 풀어 그것을 슬그머니 밑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시작은 가볍게 등을 쓰다듬는 느낌으로.
순식간에 밑으로 내려와 날개뼈 부근을 더듬거리기 시작한 내 손길에 디아나가 흠칫하며 몸을 굳혔다.
동시에 내 팔뚝을 움켜쥐고 있던 그녀의 손에 아까보다 더 힘이 들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만 좀 하라고 외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팔뚝을 꽈악하고 죄어오는 손길이 퍽 아팠다.
허나 지금 내게는 그런 고통마저도 흥분이라는 불의 화력을 높이기 위한 재료에 지나지 않았다.
디아나가 팔뚝을 움켜쥐며 날 압박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날개뼈를 더듬거리는 걸 이어나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손을 좀 더 깊숙한 곳으로 밀어넣어 그대로 쭉 미끄러뜨렸다.
오직 디아나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그녀의 성품이 그대로 반영된 올곧은 선을 따라 엄지손가락이 쭈욱하고 미끄러졌다.
"흡..!"
이건 디아나가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였다.
그쪽에 성감대라도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디아나는 관계 중에 이런 식으로 등골을 훑어주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똑같이 해줬더니 거기서 적지 않은 쾌감을 느꼈던 것일까.
무언가에 억눌린 듯한 신음성과 함께 내 팔 안에 갇혀있다시피하고 있던 육체가 흠칫하고 경련했다.
동시에 내 상체를 꾸욱하고 압박하고 있던 두 개의 살덩이를 타고 무언가가 쿵쿵하고 거칠게 뛰는 듯한 감각이 엄습해왔다.
이건 디아나의 것일까 아니면 내 것일까.
아무렴 어떻겠냐고 생각하며 등골을 따라 쭉 미끄러뜨렸던 것을 이용해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안 그래도 흠칫흠칫하고 경련하고 있던 디아나의 육체가 뭐라도 마려운 것처럼 부르르 떨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잠, 읍.. 이.."
그러고 보니까 임신이라는 과제를 무사히 완수하기 위해 배란유도제 비스무리한 걸 먹은 상태라고 레이시아가 그랬었지.
그걸 레이시아만 먹었을 리는 없었다.
앨리스가 이 자리에 없는 이상 리파-바이올렛 연합과 동수를 맞추기 위해선 디아나의 적극적인 참여는 필수나 다름없으니까.
그 말은 즉 레이시아가 그러했듯 디아나또한 평소보다 민감한 상태라는 건데..
'설마 그래서 꺼리는 건가?'
자신이 지켜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하염없이 흐트러지던 레이시아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그렇게 될까봐?
정말 그런 거라면 참 귀여운 걱정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슬슬 숨이 좀 막히는데..
간간히 코로 숨을 들이키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부족했다.
디아나에게 흘러들어가는 양이 결코 적지 않았으니까.
덕분에 슬슬 호흡이 좀 달리는 걸 느끼다가 꾸욱하고 눌러붙이고 있던 입술을 조심스레 떼어냈다.
그리고는 부족했던 호흡을 있는 힘껏 들이마시고 있으니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하아하아하고 나와 비슷한 소리를 내고 있던 디아나가 숨 고르는 것조차 등한시한채 다급하게 외쳤다.
"이, 이건.. 이상하다.. 이런 건.."
역시나 레이시아가 바로 뒤에 버티고 있다는 게 디아나에게는 커다란 부담이었던 모양이다.
하아하아거리면서도 저 말부터 하는 걸 보면 틀림없이 그런 거겠지.
물론, 끝까지 들어줄 생각 따위는 없었기에 다시금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눈앞이 아득해질 때까지 입을 맞추니 어느새 디아나의 두 눈은 부족한 호흡 때문인지 아니면 당혹스러움과는 별개로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한 흥분 때문인지는 몰라도 몽롱하게 풀려 흐릿하게 변해있었다.
가을 하늘을 생각나게 하는 눈동자가 뿌옇게 흐려져있는 모습은 꽤 보기 좋았다. 마치 적당히 구름낀 하늘을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으니까.
그런 눈을 한채 가쁘게 숨을 내쉬는 디아나의 입술은 내 것인지 그녀의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으로 흠뻑 젖어 뭐라도 바른 것마냥 번들거리고 있었다.
"디아나."
그 광경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다가 속삭이듯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물론,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흐으흐우하고 가쁘게 숨을 내쉬는 소리만이 귓가로 울려퍼질 뿐.
그렇다고 아예 반응이 없었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속삭이듯 부른 순간 디아나의 몸이 부르르 떨리며 반응이라 할 수 있는 것을 내보였으니까.
"뭘 그렇게 걱정하는 거에요?"
"..."
"레이시아가 신경 쓰이는 거에요?"
그 말에도 디아나는 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아까 이름을 불렀을 때처럼 몸을 움찔거릴 뿐.
그것도 정답이 맞기는 한데 완전히 정답은 아니라는 걸까.
그렇다면 역시 답은 하나뿐이겠지.
"아니면 혹시ㅡ"
꿀꺽하고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방 안으로 울려퍼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흐릿한 그녀의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하며 하려던 말을 이어나갔다.
"레이시아처럼 흐트러질까봐?"
"...!"
"그게 걱정인 거에요?"
아무래도 진짜 정답은 그것인 듯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방금처럼 제 발이라도 저린 것 같은 반응을 보일 리가 없으니까.
평소와는 다르게 드레스를 입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오늘따라 가녀린 느낌을 물씬 풍기는 어깨를 움찔하고 떠는 모습은 누가봐도 정곡을 찔린 사람의 그것이었다.
그에 피식하고 가벼이 웃으며 디아나의 귀에다가 입을 가져다댔다.
그런 내 행동에 반응할 정신은 남아있었는지 그쪽으로 입술을 들이밀기 무섭게 어깨를 바짝 움츠리는 디아나의 행동에 마침 눈에 띈 것을 입술을 이용해 물었다.
"읏..!"
귓볼이 입술 사이에서 잘근잘근 뭉개지는 느낌이 낯설었던 것일까.
나지막하게 터져나온 신음성과 함께 가슴팍을 꾸욱하고 압박하고 있던 것을 통해 적지 않은 떨림이 전해져왔다.
자세가 자세인지라 목덜미 쪽에서 흩어지고 있던 숨결은 어느새 더 뜨겁고 촉촉하게 변해있었다.
그것이 목덜미 위로 흩뿌려지는 느낌을 만끽하면서 입술 사이에 머금고 있던 귓볼을 입밖으로 뱉어냈다.
그리고는 살짝 이빨을 세워 살구빛을 띈 목덜미를 가볍게 깨물었다.
"흐읏-!"
역시 그녀도 레이시아가 복용한 것과 똑같은 걸 섭취한 모양이다.
내 행동 하나하나에 이리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 보면 분명 그런 거겠지.
그 배란유도제 비슷한 물건이 몸의 감도를 얼마나 올려주길래 이리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지만 그 호기심을 뒤로한채 슬그머니 밑으로 내려갔다.
디아나라는 벽을 따라 몸을 미끄러뜨리듯 다리를 오므린채 엉거주춤하게 서 있던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는 드레스라 부르기도 애매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의 끝자락을 손으로 움켜쥔 뒤 그것을 슬그머니 걷어올렸다.
"흐으.. 흐우.. 자, 잠.."
출처가 레이시아인 물건답게 좋은 재료를 썼는지 드레스의 감촉은 실크를 생각나게 했다.
그것이 그것보다 훨씬 더 부드러운 디아나의 살결을 타고 올라가며 나는 스륵하는 소리가 아찔할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이, 이안.. 그, 그만.."
거부하듯 말하는 것치고는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그에 정말 거부할 생각이라면 말만 하지 말고 직접 막아보라는 뜻으로 잠시 멈칫했던 손을 다시금 들어올렸다.
그렇게 종아리가, 무릎이, 허벅지가 차례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쯤되니 아무리 디아나라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던 것일까.
그 이상은 진짜로 안 된다는 것처럼 그녀가 애매한 곳에다가 놓아두고 있던 손들을 황급히 밑으로 내렸다.
빠르게 뻗어오는 그것의 모습을 보며 마침 잘 됐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언제까지 드레스자락을 손에 쥐고 있을 수는 없어서 그걸 지금 모습 그대로 고정해줄 수 있을만한 것을 찾고 있던 참이었으니까.
드레스 자락을 움켜쥐고 있던 손 중에 하나를 풀어 밑으로 내려오던 디아나의 손목을 스리슬쩍 낚아챘다.
설마 내게 손목이 잡힐 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걸까.
기세 좋게 내려오던 것이 무색하게도 디아나의 손은 제 손목을 움켜쥔 내 손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렇게 디아나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동안 그것을 슬그머니 들어올리고 있던 드레스 자락 쪽으로 이끌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손을 주물거려 그녀가 직접 그것을 움켜쥐도록 했다.
"이, 이게 무슨.."
"계속 잡고 있어요."
그제서야 제 꼴이 어떤 지를 깨달은 디아나가 당황하며 강제로 움켜쥐게 된 드레스 자락을 손에서 놓아버리려 했지만 내쪽이 더 빨랐다.
기껏 들어올린 것들이 다시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처럼 움찔대던 디아나의 손을 내 손으로 덮듯이 감싸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가만히 있으라고 딱 한 마디를 내뱉으니 그녀가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행동을 우뚝하고 멈추었다.
그런 식으로 디아나가 드레스 자락을 스스로 걷어올리기라도 한 것처럼 만든 뒤 자유를 되찾은 두 손으로 바짝 오므라들어있던 그녀의 양 허벅지를 꽈악하고 움켜쥐며 그녀의 드레스 밑으로 들어갔다.
드레스가 드레스같지 않게 안쪽이 훤히 보이는 스타일이다보니 평소 입던 것들하고는 많이 다른 야릇하기 그지없는 속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이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가까이서 확인해보니 그 느낌이 또 달랐다.
멀리서 봤을 때도 야릇했던 것은 가까이서 보니 더 야릇했다.
시커먼 천 위에 붙어있는 레이스로 된 부분 사이로 살짝 적색이 도는 황금빛 음모의 모습이 얼핏얼핏 보여서 더 그렇게 느껴졌다.
그리고 뭣보다 냄새가 났다.
뭐라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음탕한 냄새가 디아나의 팬티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왜 이렇게 다리를 바짝 오므리나 했더니만..'
젖은 걸 숨기려고 그랬던 거였구만.
그래서 그런 지 몰라도 원래라면 그녀의 균열 사이에 모습을 감추고 있어야할 귀여운 돌기가 얇은 팬티 위로도 그 윤곽이 또렷하게 보일 정도로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ㅡ
"이, 이안..?"
디아나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타이밍에 맞춰 조심스레 그것에 입을 맞추었다.
쪽-
"흐큭ㅡ?!"
난생처음 당한 클리키스 때문일까.
당혹감이 듬뿍 담겨있는 신음성이 뜨겁게 달아오른 방 안으로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