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이 되기 전에 (336)화 (335/366)



〈 336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아몬드를 농축해놓은 듯한 고소하면서도 진한 맛이  안으로 촤악하고 끼얹어졌다.

그것만으로도 감이 딱 왔다.


지금 입 안을 적시고 있는  액체는 몸에 굉장히 이로웠으면 이로웠지 결코 해롭지는 않을 거라는 걸.

그 정도로 영양소, 아니 생명력이 한껏 농축된 것 같은 맛이었다.

이러니까 제국의 초대 황제가 힘이 어마어마했던 거겠지.


아기 때부터 이런 걸 말 그대로 밥 먹듯이 먹어댔을테니 발육이 평범하게 자란 애들하고 같을 리가 있나.

아마 모르긴 몰라도 꼬맹이 시절부터 덩치가 어른만하지 않았을까.

필시 그랬을 거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입 안으로 쏟아져들어오는 것들을 꿀꺽꿀꺽 받아마셨다.

"흐응..❤"

새어나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꼿꼿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위에 올려놓고 굴리기 시작했다.


 느낌이 꽤나 마음에 들었나 보다.

작게 웃은 바이올렛이  뒤통수를 살살살살 쓰다듬기 시작했다.


"흣.. 좋아?"


 와중에 귓속으로 흘러들어온 속살거림은 무시했다.

지금은 혀에 닿은 걸 핥짝거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빴으니까.


어쩌면 그걸 가지고 화를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바이올렛에게는 내가 대답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자신에게  빠져있는 모습이 그녀가 지닌 독점욕을 정확하게 만족시켰던 모양이다.


"정말.. 나쁜 아빠네..? 아이 먹어야 되는  뺏어먹기나 하고.."

핀잔이라도 하는 투로 내뱉어진 것 치고는 목소리에 흡족함이라는 감정이 고봉밥마냥 꾹꾹 눌러 담겨있었다.

"그래, 많이 먹으렴. 그래야 몸이 빨리 낫지."

라는 말이 귓속으로 흘러들어오기 무섭게 금방이라도 픽 죽어버릴 것처럼 탈력감에 젖어있던 몸 안으로 기력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게는 퍽 익숙한 감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아침 저녁으로 느끼는 것이었으니까.


몸 속 어딘가에 난 구멍이 메워짐과 동시에 텅 비어버린 몸 안으로 뭔가가 넘실넘실대며 차오르는 듯한 감각.

그건 영약을 섭취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각하고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영약은 뭐랄까.. 밑빠진 독에다가 물을 쏟아붓는 듯한 느낌에 가까웠으니까.

그것도 어느 정도 채워지긴 하는데 구멍이 막히지 않고 그대로다 보니까 신성력을 주입받았을 때하고 비교하면 금방 휘발되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그렇기에 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어디 뭐 영물의 몸에서 나온 내단같은 것도 아니고, 귀와 꼬리를 제외하면 사실상 인간하고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존재에게서 나온 부산물이 이런 효과를 보일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으니까.

그래서  가열차게 빨았다.

이 상황이 내게는 너무나도 기꺼웠으니까.


안 그래도 언제 끊어질지 알 수 없는 이 몸을 건사할 수 있는 수단이 성녀의 신성치료 뿐이라는 게 내심 마음에 걸렸었는데 이렇게 되면 굳이 성녀에게 목을 맬 필요가 없을테니까.

"흐읏..! 그, 그렇게 주물러도  빨리  나오니까아.."


빠는  좋은 데 주무르는 건 참아달라고 말하는 듯한 바이올렛의 발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그녀의 가슴을 손으로 주물러 자극했던 것도  그래서였다.

아무 때나 마실  있지는 않을테니 마실 수 있을 때 충분히 마셔둬야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바이올렛의 무릎을 베고 누워 열심히 그녀의 가슴을 쪽쪽 소리를 내가며 빨았다.


참다못한 바이올렛이 먼저  제게서 떨어뜨릴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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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으로 약간의 헤프닝이 있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수월하게 바이올렛과 합의를 끝마칠 수 있었다.

물론, 과정이 그랬다는 뜻이지 시간적으로 보면 좀 아슬아슬하긴 했다.

생각치도 못했던 바이올렛의 도움 덕분에 내가 쓰러지기 일보 직전까지 갔었던 몸을 추스르기 무섭게 삼국동맹의 핵심인물들이 한 자리에 집합하게 되었으니까.

물론, 나도 거기에 참여해야만 했다.


내가 먼저 요청했던 건 아니고, 성녀 쪽에서 은근히 한 번 참여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조심스레 제안해온 탓이었다.

해서 참으로 오랜만에 환자복을 벗고 제대로 된 옷을 갖춰입게 되었다.


아무래도 환자복 비스무리한 것을 입고 지낸 시간이 결코 적지 않다보니 그새 몸이 환자복 특유의 펑퍼짐함에 익숙해진 모양이다.

내가 환자라는 점을 감안해 최대한 편한 옷들로만 가져다놓은 것같은데 그럼에도 천이 피부에 와서 닿는 느낌이 영 불편했다.

마치 평생동안 사각팬티만 입고 살았는데 갑자기 삼각팬티를 입게 된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렇다고 온갖 사람들이 다 모이는 자리에 평소처럼 펑퍼짐하기 짝이 없는 것을 입고 기어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제자리에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가며 최대한 익숙해져보려고 노력했다.

레이시아가 날 데려가기 위해 방문한 건 다름아닌  와중이었다.


수행원들은 성역 밖에 대기시켜 놨는지 안내자인 사라만을 대동한채 방 안으로 들어온 그녀가 요리조리 바쁘게 움직이고 있던 날 보며 의아해하는 시선을 던져왔다.

레이시아의 뒤로 사라가 방을 빠져나가는 걸 확인하고는 싱긋 웃으며 물었다.


"어때요? 어울려요?"


그런  물음에 레이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다만?"

뭐 잘못 입기라도 했나?


의아한 마음에 레이시아를 향해 시선을 던지니 내 시선을 받은 그녀가  볼을 붉게 물들였다. 마치 굉장히 민망한 무언가라도 상상한 것처럼.


"아, 아니다. 신경쓰지 말거라."

아니기는.

누가봐도 아닌 게 아닌 얼굴을 해놓고서 아니라고 하면 믿어줄거라 생각한 걸까.

"흐음, 뭘까."

눈을 가늘게 뜬채 레이시아를 향해 성큼 걸음을 내딛어 오 미터 남짓하던 거리를 좁혔다.


훅하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는 내 행동이 레이시아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웠던 것일까.

"읏.."

여전히 볼을 빨갛게 물들인 채 내가 아닌 애매한 곳에 시선을 두고 있던 그녀가 몸을 흠칫하고 떨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래봐야 뒤에는 문뿐이라서 얼마 물러나지도 못하고 문에 부딪히고 말았지만.

"대체 이 옷의 어디가 마음에 안 드신 걸까-"


"아, 아니라고 하지 않았느냐.."

문에 부딪혀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던 레이시아의 양옆을 손으로 짚어 혹시 모를 도주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덕분에 그녀와 몸을 바짝 밀착하게 되었지만 오히려 바라던 바였기에 딱히 개의치는 않았다.


그렇게 레이시아의 몸을 내 몸을 이용해 꾸욱하고 누르면서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내 허벅지를 끼워넣었다.

한 발 늦게 그런  행동을 알아차린 레이시아가 황급히 허벅지를 오므렸다. 그렇게라도 내 허벅지의 자신의 다리 사이로 파고드는 걸 막으려는 것처럼.

물론 다 아무 의미도 없는 몸짓에 지나지 않긴 했다.

내 다리는 이미 그녀의 허벅지 사이를 점령한지 오래였으니까.


그렇게 목표로 하던 곳에 도달한 나는 슬쩍 다리를 들어올려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자리한 것을  다리를 이용해 꾸욱꾸욱하고 눌렀다.

"잠, 흣..!"


이제 곧 있으면 굉장히 중요한 자리에 참가해야 하는데 이건 좀 아니다 싶었던 것일까.


몸과 함께 벽에 찰싹 달라붙은 채 파르르 떨고 있던 레이시아의 손이 쑥 뻗어오더니 이내 내 어깨를 꽈악하고 움켜쥐었다.


마치 그대로 날 밀어내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지 레이시아는 날 밀어내지 못했다.


밀어내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밀어낼 수 있었을텐데도 어깨만 잡고 끝낸  혹시 그랬다가 내게 미움을 받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서 그랬던 거겠지.


"네?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신 거죠?"


덕분에 꼴사납게 뒤로 밀려나는 일 없이 레이시아에게 압박감을 선물하는 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다.

"-레이시아님?"

어느새 볼만큼이나 빨갛게 달아오른 귀에 대고 직접적으로 속삭이니 내 숨결이 귓속을 헤집는 감각이 꽤나 오싹오싹했던 것일까.

줄어든  몸과 비슷한 체구를 가지고 있음에도 내 품 안을 벗어나지 못한 채 갇혀있던 레이시아의 몸이 흠칫흠칫하고 떨리며 야릇하기 그지없는 잔경련을 뱉어냈다.


서로 맞닿은 곳을 통해 전해져오는  잔떨림을 만끽하면서 한껏 세운 무릎을 이용해 팬티로 덮인 레이시아의 음부를 꾸욱꾸욱하고 눌렀다.

"말  해주시면 계속 할거에요."


"으으.."


"그거 아세요? 제국에서 오신 황녀님들은 코가 굉장히 좋으시더라고요."

물론, 당연히 레이시아도 알고 있을 것이다.


동맹관련 문제로 바이올렛과 만난 게 한두 번이 아닐테니까.

"그런데 이렇게 적시고 있으면.. 레이시아님의 다리 사이가 음탕하기 짝이 없는 액체로 흠뻑 젖어있다는  들킬지도 모르겠네요."


역시 레이시아는 레이시아였다.

보통 저런 말을 들으면 당혹스러워해야 하는데 레이시아가 가장 먼저 보인 반응은 다름아닌 꼴깍 소리를 내며 침을 삼키는 것이었으니까.

동시에 레이시아의 몸이 아까와는 격이 다른 떨림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덕분에 보자마자  수 있었다.

레이시아가 내가 가정한 상황을 머릿속으로 상상해봤다는 걸.

"혹시.. 상상했어요?"


역시나라고 해야할까.


설마하는 목소리로 질문을 툭 던져보니 부르르 몸을 떨어대던 레이시아가 아까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몸을 흠칫하고 떨었다.

그 모습이 꼭 정곡을 찔린 사람의 그것과도 같았다.


"무, 무슨..!"


물론, 그녀의 입은 절대 그런  아니라며 딱 잡아떼고 있었지만.

"거짓말ㅡ"

"그, 그런 게 아니다. 나, 나는.. 그게 그러니까.."

그럼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꼬치꼬치 캐묻고 싶었지만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기까진 솔직히 좀 힘들겠지.

"흐음, 그러시다면야.. 믿어드릴게요."


"에..?"

"그래서 대체 이 옷의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건가요?"


무언가 건수만 생겼다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기 바빴던 내가 순순히 물러난  의외였을까.


아니면 평소처럼 끝까지 캐물으며 괴롭혀주질 않으니 그게 내심 아쉽게 느껴져서 그런 걸까.

레이시아가 얼빠진 표정을 해보였다.


그 모습이 꼭 절대 배신할 리 없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사람에게 뒤통수라도 얻어맞은 듯 해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꾸만 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새어나오려 했다.


아마 사정을 모르는 이가 본다면 내가 레이시아를 배신한 줄 알테지.

그런 식으로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표정을 한채 벙쪄있던 것도 잠시, 바로 조금 전까지 자기가 한 행동이 남의 눈에는 어떤 식으로 비춰질지 깨닫기라도 한 것인지 퍼뜩하고 몸을 떤 레이시아가 금세 표정을 고쳐보였다.


평소처럼 잔뜩 괴롭혀 줬으면 좋겠다는 티를 낸게 많이 민망하기는 했는지 완전히 수습하지는 못했지만.


"네? 레이시아님?"

"그.. 으.. 평소랑 다르게.."


"평소랑 다르게?"


뭐, 당연히 평소랑은 다를 수밖에 없겠지.


평소에 입던  말이 환자복이지 사실상 내 몸의 몇 배는 될 법한 천을 옷이랍시고 몸에다가 둘러놓은 것이나 다름없는 물건이니까.


그에 비해 지금 입고 있는 건 말 그래도 '옷'이었고.


아무튼 그래서?"


"버, 벗기기가.. 힘들  같아서.. 그랬다.."


"하."

"하, 하지만 네가 자꾸만.. 손을 쓰지 말라고 하니까.."


대체 뭐가 그리 억울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억울하긴 했던 것일까.


레이시아가 작은 목소리로 내게 항의를 해왔다.


내가 그녀와 '산책'을  때마다 내렸던 명령을 언급하기까지 해가면서.


아무래도 내가 평소 입고 다녔던 건 그것을 고정해주는 끈을 입으로 물고 잡아당기기만 하면 굳이 손을 쓰지 않아도 스르륵 흘러내리는 스타일인 것에 비해 지금 입고 있는 건ㅡ


'솔직히 손을 안 쓰면 벗기기 힘들 것 같긴 하네.'


이래저래 채워진 것도 많고 달린 것도 많다보니 아무래도 그랬다.


그 탓에 나중에 산책을 할때 평소처럼 빠르게 벗기지 못하고 끙끙댈까봐 그게 내심 불만이었던 모양.


뭐, 알고 보니 참으로 귀엽기 짝이 없는 이유긴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짚고 넘어가야할 게  하나 있었다.


"제가 오늘 '산책'을 갈 거라고 말한 적이 있었던가요?"

"그, 그건.."


맹점이었던 것일까.


사실대로 말하는  많이도 민망했는지 고개를 슬쩍 옆으로 돌려 내 시선을 피하고 있던 레이시아가 다시금 내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그 모습이 꼭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을 빼앗긴 강아지처럼 느껴졌던 건 과연 기분탓이었을까.


"그렇게 산책이 가고 싶으셨어요?"

"읏.."

"아직 반나절도 넘게 남았는데 벌써부터 그것만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내 말을 듣고 오늘은 글렀다고 판단한 것일까.

레이시아의 눈에서 눈물이 찔끔 새어나오더니 그렇게 새어나온 것이 그대로 그녀의 눈꼬리에 매달렸다.

'허참..'

이걸 어쩐다.


저렇게까지 원하는데 안 된다고 할 수도 없고.


속으로 헛웃음을 흘리다가 레이시아의 몸과 꾸욱하고 밀착시키고 있던 몸을 슬쩍 뒤로 물렸다.


그에 레이시아가 불안한 표정을 해보이며 몸을 흠칫한 순간ㅡ

찔꺼억ㅡ


"흣..!"


잽싸게 그녀의 다리 사이로 손을 뻗어 가운데 부분만 유독 축축하게 젖어있는 레이시아의 팬티를 손가락으로  훑었다.


"뭐, 좋아요. 산책은 저도 즐거우니까. 대신ㅡ"


 말에 레이시아의 얼굴이 언제 울상을 하고 있었냐는  활짝 피어났다.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려면 오늘 일이 빨리 끝나야겠죠?"


오랫동안 하고 싶으면 오늘 예정된 일정을 되도록 빨리 치워버려라.


그런 의미가 담겨있는 내 발언에 레이시아가 침을 꼴깍하고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러다가 목이라도 삐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될정도로 열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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