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5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뒤지겠네 진짜로..'
천장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정도로 힘들었다. 화가 잔뜩 난 바이올렛을 달려주는 일은 말이다.
각종 영약 투입으로도 커버가 안 될 정도로 몸 상태가 간당간당할 때 그녀가 멈춰주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 내가 올려다보고 있는 천장은 저런 무늬가 아니라 대기소의 천장이었겠지.
틀림없이 그랬을 거다.
현타를 넘어 이러다가 영영 안 서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렬하기 그지없는 대현자타임을 만끽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바이올렛은 비교적 쌩쌩해보였다.
어느 정도냐면 난 정말 손가락 하나 까딱거릴 힘도 없는데 그녀는 나처럼 누워있긴 커녕 목이 마르다며 제 손으로 직접 우려낸 차를 홀짝거리고 있었으니까.
관계를 맺는 내내 내가 한 것이라고는 침대 위에 드러누워 물건을 대준 것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 불가사의한 체력이라 할 수 있었다.
아니 똑같이 하루종일 해댔을 뿐더러 관계 내내 주도적으로 움직였던 건 분명 그녀였는데 왜 그녀만 멀쩡해보이는 걸까.
아니, 단순히 멀쩡해보이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분명 어젠가 그젠가 아무튼 내가 막 도착했을 때만 하더라도 바이올렛의 몰골은 누가봐도 밤을 쫄딱 샌 사람의 그것이었다. 헌데 지금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밤을 새면 어떤 식으로든 얼굴에 그 흔적이 남기 마련인데 지금 그녀의 얼굴에는 반질반질한 윤기가 흐르고 있었으니까.
그런 얼굴을 한채 그녀는 입가에 꽤나 흡족해보이는 미소를 매달고 있었다.
손으로는 내가 하도 싸질러댄 탓에 전과 비교해 살짝 부풀어오른 것처럼 보이는 스스로의 배를 문질문질하고 있었고 말이다.
'누가보면 진짜 임신한 줄 알겠네..'
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마지막 한 모금까지 깔끔하게 비워낸 바이올렛이 내쪽을 돌아보며 싱긋하고 웃었다.
"고생했어."
그러더니 그리 말하는게 아닌가.
물론, 대답은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말할 힘조차 없었으니까.
"무사히 성공했으니까 특별히 이번만 용서해줄게."
뭘 무사히 성공했다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그리 말하는 바이올렛의 목소리에는 기묘하기 짝이 없는 확신이 깃들어있었다.
마치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확신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뭐 신관의 진단을 받은 것도 아닌데 대체 무슨 근거로 임신을 확신하는 것일까.
속으로 어리둥절해하고 있으니 그게 내 얼굴 위로 고스란히 나타나기라도 했나 보다.
작게 웃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바이올렛이 내쪽으로 성큼 다가왔다.
덕분에 꽤나 진귀한 광경도 볼 수 있었다.
걸음을 내딛기 위해 그녀의 다리가 앞뒤로 크게 벌어진 순간 내가 그녀의 안에 잔뜩 싸지른 것들이 무슨 만들어지다만 젤리마냥 뭉텅이로 쏟아져나왔으니까.
"읏.."
그게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느낌이 굉장히 묘했나 보다.
날 향해 다가오던 바이올렛이 중간에 잠시 멈춰서더니 그대로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참, 아깝게.."
그런 식으로 몸을 떨어대던 것도 잠시 어느새 무릎 근처까지 흘러내린 것을 보며 작게 입맛을 다시던 그녀가 그것을 손가락을 이용해 다시금 훑어올렸다.
찌거억-
"응..❤"
그러더니 흘러내린 것들을 다시금 자신의 안으로 밀어넣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절규했다.
그 광경이 하도 꼴려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물건 쪽에 힘이 들어가려 했으니까.
문제는 그래도 될만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몇 천번, 혹은 몇 만번에 가까울 정도로 바이올렛의 안을 드나들었던 탓에 물건은 저번에 바이올렛과 바이올라에게 쥐여짜이고 난 후보다도 심각한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때가 멍이 들어서 푸르딩딩한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보라보라했다.
'시발 곧 있으면 가지랑 친구먹겠네.'
아무튼 거기에 힘이 들어간다고 생각해봐라.
물건에 자그마한 생채기라도 나면 그것만으로도 발기할 때마다 뒤지게 아픈데 물건 전체에 멍이 든 상태라면ㅡ
농담 아니고 빼때지에 칼빵 맞았을 때보다 이게 더 아팠다.
아니, 실제 통증의 크기를 따진다면 명백히 칼빵 쪽이 우위겠지만 지금 느껴지는 통증은 뭐랄까 고통이라는 빵 사이에 남자라면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공포가 샌드위치 햄마냥 끼어있는 느낌이었다.
그게 몸을 타고 올라오는 느낌에 끙끙 앓는 소리를 해대고 있으니 그 원인이 자신이라는 걸 아는 지 모르는 지 열심히 흘러내린 것들을 다시 제 안으로 밀어넣고 있던 바이올렛이 날 보며 싱긋하고 웃었다.
"힘들지? 그래도 조금만 기다려봐. 흘러내리는 것만 어떻게 하고 도와줄게."
아니 뭐 그러면 액체가 당연히 위에서 밑으로 흘러내리지 그걸 왜 자꾸 거스르려 한단 말인가.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바이올렛이 어디선가 새 팬티를 꺼내 그대로 자신의 음부를 가렸다.
막는다고 해도 차마 마개같은 걸 넣을 수는 없으니 일단 그런 식으로라도 좀 막아두려는 모양.
그렇게 레이스가 달린 새하얀 팬티만 달랑 입은 채 내 옆에 도달한 바이올렛이 나와 그녀가 흘린 것으로 축축하게 변해버린 침대 위로 스르륵 올라왔다.
"자."
그러더니 침대와 찰싹 달라붙어있던 내 머리를 들어올려 그 사이에다가 자신의 무릎을 끼워넣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리둥절했다.
무릎베개를 해주는 건 좋은데 내게 진짜로 필요한 건 그런 게 아니라 실시간으로 축나고 있는 몸을 어떻게 해줄 수 있을만한 것이었으니까.
겸사겸사 가만히만 있어도 욱씬욱씬 거리는 물건도 어떻게 좀 원래대로 돌려줄 수 있는 거면 더 좋고.
그런데 무릎베개라니.
뒤통수와 맞닿아있는 탱탱하기 짝이 없는 감각을 느끼며 바이올렛을 향해 슬쩍 시선을 던지니 때마침 날 내려다보고 있던 그녀와 눈이 딱 마주쳤다.
"후후.. 이렇게 보니까 정말 애기같네."
아니, 그럴 때가 아니라니까요.
이러다가 진짜 내가 죽는다고요.. 네?
차마 입밖으로 내뱉지 못한 말을 다시 속으로 삼키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침대와 마찬가지로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이마에 철썩 들러붙어있던 앞머리를 손수 걷어내준 바이올렛이 그 위를 쓰다듬던 손을 떼어내 스스로의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니, 주무른다기 보다는 차라리 그 안에 담긴 무언가를 자극하는 듯한 그런 움직임이라고 해야할까.
"으응..❤ 처음이라 느낌이 살짝.. 이상하네.."
덕분에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달콤하게 짝이 없는 비음이 여과없이 그대로 귓속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래서 더 미칠 것 같았다.
다 죽어가는 물건과는 달리 성욕만큼은 건재한 건지 간신히 수그러들기 시작했던 물건으로 다시금 힘이 들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으니까.
'시발 고추 터진다..!'
그만큼 꼴린다는 뜻이 아니었다.
아니, 꼴리는 건 맞긴 한데.. 아무튼 진짜로 터질 것 같았다.
이제는 고통이 문제가 아니었다.
남자로서의 생명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감한 본능이 경고를 전해오기 시작했으니까.
그래서 자존심이고 뭐고 아파서 뒤질 것 같으니까 제발 그만 좀 해달라고 말하려고 했는데ㅡ
"흣..! 아, 나, 나온다아.."
그러기도 전에 눈앞으로 펼쳐진 광경이 그런 내 입을 틀어막았다.
하도 빨아대서 그런 지 몰라도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모습보다 살짝 커진 것 같은, 연분홍빛 유두의 끝에서부터 새하얀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으니까.
흔히 모유라 불리는 액체였다.
'아니 시발?'
저게 저기서 왜 나오는 걸까.
설령 바이올렛이 밤새 이어진 관계의 결과로 임신하는데 성공한 상태라 해도 저건 말이 되질 않았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것이 스스로의 가슴을 부드럽게 자극하는 바이올렛의 손길을 따라 찔끔찔끔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모습을 보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다름아닌 카트린느였다.
바이올렛이 그녀와 접촉해 모유가 나오게 하는 약을 얻어왔나 싶었으니까.
순간적으로 떠오른 것 치고는 나름대로 가능성이 있어보여서 어쩌면 그런 걸지도 모른다 생각했는데 곧 알 수 있었다. 그게 아니라는 걸.
놀라서 벙찌고 있던 내 얼굴을 확인한 바이올렛이 후후하고 웃고는 덧붙인 설명 덕분이었다.
"많이 놀랐네 보네?"
그럼 당연히 놀라지 이런 걸 보고 안 놀랄까.
"뭐, 하긴 그럴만도 한가? 보통은 임신하더라도 좀 지난 후에 나오는 게 정상이니까."
그게 정상이라면 지금 내 눈앞에서 퐁퐁 흘러나오고 있는 건 대체 뭘까.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바이올렛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랑인족이라는 종족의 특이성이라고 해야할까.
"우리 종족은 좀.. 특별하거든. 뭐, 반려의 몸에 이런 걸 새길 수 있는 시점에서 당연한 걸지도 모르지만.."
바이올렛, 그리고 바이올라의 종족인 랑인족은 반려와 공유하는 표식을 이용해 참 많은 일을 할 수 있단다.
바이올렛이나 바이올라가 내게 그러고 있는 것처럼 자신의 힘이나 감각을 공유해줄 수도 있고, 반려가 느끼고 있는 감각이나 감정을 공유받을 수 있는 건 물론이거니와ㅡ
"보여? 표식의 모양이 전과는 달라진거?"
어디선가 손거울을 가져온 바이올렛이 그곳에 내 목덜미를 비추며 말했다. 그런 그녀의 손가락이 짚고 있는 부분을 확인해보니 과연 그곳에 새겨져있는 표식의 문양이 전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좀 더 화려해졌다고 해야할까.
마치 업그레이드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반려와 랑인족 사이에 아이가 생기면 둘이 공유하는 표식또한 달라지거든."
대체 뭘 근거로 스스로 임신했다는 걸 확신하나 싶더라니만 설마 그런 비밀이 숨겨져있었을 줄이야.
"새로운 표식이 몸에 새겨지게 되면 반려나 랑인족의 몸에도 그에 따른 변화가 생겨난다고 하더라."
"변화라면.."
"여성체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긴 한데 쉽게 말해서 몸이 아이를 낳고 기르기 위한 몸으로 변화하는 거지."
"그러면 그건.."
여전히 살짝 노란 기가 도는 새하얀 액체를 퐁퐁 흘려대고 있는 바이올렛의 가슴을 힐끔거리며 그리 말하니 그런 내 시선을 알아차린 바이올렛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다고 이야기 해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니, 그거야 그렇다 치고 그거하고 지금 그녀가 내게 보란듯이 모유를 흘려대고 있는 것하고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바이올렛이 자신의 유두 끝에 맺혀있던 새하얀 액체를 손가락으로 콕 찍어 그대로 내 입 안으로 떨어뜨렸다.
"혹시 제국의 건국 신화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
"들어보기는 했는데.."
자세히 기억은 안 났다.
딱히 흥미로운 내용도 아니었을 뿐더러 학원에서 그것과 관련된 강의를 들을 때는 이런 식으로 제국과 엮이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귀담아 듣지도 않았으니까.
그나마 기억나는 게 있다면 제국을 세운 초대 황제가 엄청난 힘으로 유명한 영웅이었다는 것 정도?
더듬더듬 내가 알고 있는 걸 말해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합격점이었는지 바이올렛이 흡족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용력으로 유명하신 분이었지."
뭐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기다.
건국 신화라는 게 보통 그런 식이니까.
포유류인 말이 지 본분을 망각하고 알을 낳기도 하고, 그 알에서 사람이 나오기도 하는게 건국신화니까.
그리보면 남들보다 힘이 좀 많이 쎘다라는 말은 건국신화 치고는 너무 시시한 감이 없잖아 있기도 했다.
아무튼 그래서 그게 왜?
"평범한 인간족에 불과했던 그 분이 어떻게 그만한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었을까."
이건 몰랐던 정보였다.
초대 황제라길래 분명 바이올렛처럼 특별한 종족일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인간이었을 줄이야.
어렸을 때 뭐 영약같은 거라도 잔뜩 주워먹고 다녔나?
놀랍게도 그게 정답이었다.
"버려진 아이였던 초대 황제를 주워 기른 이가 랑인족의 한 여성이었지.
사고로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아이와 남편을 함께 잃은 그녀는 숲에 버려진 초대 황제를 차마 외면하지 못했고, 원래는 자신의 아이에게 주었어야할 모유를 초대 황제에게 먹이며 그를 길렀다고 한다.
"후에 초대 태황후가 되시는 분이지."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라ㅡ
"이제 뭘 해야되는지 알겠어?"
그 말에 힘이 없어 움직이지 않으려 하는 고개를 안간힘을 전부 쥐어짜내 억지로 끄덕였다.
"자, 그러면ㅡ"
정확히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싱긋하고 웃어보인 바이올렛이 꼿꼿하게 세우고 있던 상체를 천천히 앞으로 기울이기 시작했다.
"맘마 먹을까?"
그와 함께 새하얀 액체를 대롱대롱 매달고 있던 바이올렛의 유두가 내 입술 사이로 쏘옥하고 파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