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9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뭐, 혹시 제게 하실 말씀이라도.."
"아."
내 따끔한 지적을 받고 나서야 자기가 날 너무 빠안히, 그것도 너무 오랫동안 쳐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일까.
말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시선만 던져대고 있던 성녀의 입술이 작게 벌어졌다.
그런 식으로 당황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던 것도 잠시, 큼하고 작게 헛기침을 한 그녀가 이내 살포시 웃었다.
내 눈에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미소였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꽤나 그럴 듯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외출 중에 혹시 뭐 문제같은 건 없었나 해서요."
그 상태로 그녀가 자연스레 말을 이어붙였다.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중간에 탈력감이 찾아오긴 했는데 준비해주신 성수를 들이키니 금방 괜찮아지더군요."
"그랬군요.. 그런데 혹시 지금도 성수의 효과가 지속되는 중인가요?"
저번보다 신성력의 농도를 높이긴 했는데 어느 정도가 적정량인지 알 수가 없어서 우선 일단 때려박고 보셨단다.
"아뇨, 이건 그.. 그게 그러니까.."
그런 그녀의 물음을 받고서 잠시 당황한 척을 해보였다.
그러다가 적당한 사실을 하나 꺼내서 입에 올렸다.
"..바이올렛 황녀님께서 도움을 주셨습니다."
더불어 표정까지 살짝 어둡게 해보였더니 안 그래도 어색하던 분위기가 한 순간에 착 가라앉는 걸 피부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렇군요."
그래서일까. 날 향해 내뱉어지는 성녀의 목소리또한 덩달아 가라앉아있었다.
"제국의 연단술은 대륙 내에서도 유명하니까요."
그런 목소리로 조심스레 말을 돌린 성녀가 자기가 준비해준 것하고 차이는 어땠냐고 조심스레 물어왔다.
"음, 성녀님께서 주신 게 더.. 효과가 좋고 오래가는 느낌이긴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적당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성녀와 함께 성역 안으로 향했다.
덕분에 눈치챌 수 있었다.
성녀가 뭔가를 두고 망설이고 있는 상태라는 걸.
그리고 그 망설임은 내가 머무는 방 앞에 도달한 순간 절정에 이르렀다.
"그럼, 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성녀가 많이 지쳐보인다며 약간이라도 신성력을 충전해주겠노라고 말했지만 정중한 어조로 거절했다. 아니, 거부했다.
마치 그녀에게 몸을, 맨살을 내보이는 걸 꺼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효과?
당연히 있었다.
날 바라보는 성녀의 얼굴이 조금 더 어두워졌으니까.
그렇게 그녀를 한 번 동요시켜준 다음에 그대로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걸 위해 문고리 위에다가 손을 올린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
꽤나 다급하게 내뱉어진 목소리가 그런 내 몸을 멈춰세웠다.
"..네?"
그에 의아하다는 티와 피곤하다는 기색을 딱 반씩 섞어서 얼굴 위에다가 띄운 뒤 그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 식으로 피곤해 죽을 것 같다는 티를 팍팍 내주니 그런 날 붙잡았던 게 미안하기라도 했던 걸까.
내 얼굴을 확인한 성녀의 몸이 흠칫하고 떨렸다.
그것도 잠시, 꾸욱하고 입술을 한 차례 깨문 날 호출한 용건을 밝혔다.
"..혹시 뭐 불편한 점은 없나요? 뭐라도 괜찮아요."
다만 그녀는 날 배려한답시고 마지막 선을 넘지 못했다.
뭐,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누가봐도 험한 일을 당하고 돌아온 것처럼 보이는 이를 상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질문을 던져댈 수 있는 건 공감능력이 결여된 이들 뿐일테니까.
아무튼 성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내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고, 그렇기에 그녀에게 돌려줄 말또한 이미 정해져있었다.
"전 정말 괜찮습니다. 성녀님."
그런 내 태도에서 더 캐물어봐야 소용없을 거라는 점을 깨달았던 것일까.
"..그렇다니 안심이네요. 다만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뭔가 신경쓰이거나 불편하게 느껴지는 점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부담갖지 말고 말해줘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끝끝내 포기라는 걸 포기하지 못한 성녀가 말로써 남긴 여지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꾸했다.
그리고 그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많이 피곤할테니 이만 들어가서 쉬라고 하길래 사양하지 않고 그대로 방으로 기어들어갔으니까.
그리고 정확히 그 다음날부터 내 일상은 극명하게 변화했다.
바이올렛과 바이올라가 조금 더 자주 병문안을 오게 되었으니까.
명분은 내게 도움이 될만한 것을 구했다면서 뭔가를 하나씩 들고 오는 것이었는데 이유가 이유다보니 성녀는 차마 그런 바이올렛의 면회 신청을 쳐내질 못했다.
그런 성녀에게 무력감을 선물해주기 위해서..
"정말.."
바이올렛을 부추겼다.
그녀에게 부탁하기 위해 벼르고 있었던 것을 입밖으로 꺼내드는 식으로 말이다.
"못된 아이구나?"
아니나 다를까 대족장이 이곳 성도에 도착하거든 그녀와 따로 자리를 마련해줄 수 없겠냐는 내 부탁에 바이올렛의 눈빛이 험악하게 변했다.
"혼나야겠네?"
그 다음에는 뭐..
그녀의 밑에 깔려서 열심히 혼났다.
겸사겸사 같이 찾아온 바이올라하고도 몇 번 했고.
어찌보면 자신의 안방이라 할 수 있는 성역 안에서 무력하게 당하는 내 모습을 훔쳐보며 성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거기까진 내가 알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딱 하나 확실한 게 있다면 그 날 이후로 성녀가 뭔가 대담해졌다는 것 정도?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 대담해졌냐면 분명 전까지는 내 몸에 손을 댈 때마다 약간이라도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었는데 그런 모습이 완전히 까지는 아니어도 거의 사라져 있더라.
이미 여러 여자하고 붙어먹고 있는 놈을 굳이 아껴줄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라도 한 걸까.
그래서 더 열심히 붙어먹었다.
황녀 자매하고는 물론이거니와 성녀에게 남들이 떡치는 걸 몰래 훔쳐보는 게 얼마나 짜릿한 일인지를 알려주었던 레이시아와 디아나, 그리고 앨리스에 이르기까지.
그런 식으로 찾아오는 이들마다 티나지 않게 유혹해서 내 위에 올라타도록 만들었더니 성녀는 꽤나 재밌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면회라는 단어를 섹스와 동의어로 만들어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해대는 나와 여성들의 모습을 훔쳐보며 미친듯이 자위라도 해댔는지 성녀의 몰골은 날이 갈수록 초췌하게 변해갔다.
개중에서 특히나 눈에 띄는 곳은 역시 토끼마냥 새빨갛게 충혈된 눈이었고.
분명 언젠가는 그리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성녀로써 살아오는 동안 알게 모르게 그녀의 안에 차곡차곡 누적된 성욕이 나와 여성들이 떡치는 모습을 보며 폭발하기라도 한 것일까.
딱봐도 밤새도록 보지를 만지작만지작댔을 게 눈에 훤해서 그녀의 얼굴을 볼 때마다 자꾸만 실소가 새어나오려 했다.
성녀의 눈에 띄지 않도록 허벅지 뒤쪽을 꼬집는 식으로 참아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고 그대로 입밖으로 흘렸다면 분위기가 참 많이 어색해졌겠지.
그런 식으로 열심히 성녀를 놀려먹다보니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고, 덕분에 한때나마 날 기겁하게 만들었던 문제의 집단이 교국의 영토 내로 진입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좀 더 걸린다고 하지 않았어요?"
"원래라면 그렇게 될 예정이었는데.. 그쪽에서 먼저 기차를 이용해서 움직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던 모양이야."
덕분에 틀림없이 말을 타고 달려올 거라고 생각해서 뽑아놓았던 견적들이 싹다 어그러져 버린 바람에 성역 밖은 바짝 당겨진 일정에 맞추기 위해 정신없이 바쁘다는 게 레이시아의 설명이었다.
"그런데 이러고 있어도 돼요?"
"나야 뭐.. 도장만 찍으면 되니까."
"흐음, 그래요?"
그리 말하며 옆에서 걷고 있던 레이시아 쪽을 돌아보니 내 시선을 받은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치마를 걷어올렸다.
"흠, 속옷을 안 입고 오셨네요?"
"그, 그야 그대가 그렇게 하라고 했으니까.."
"기분이 어땠어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어느덧 완연해진 겨울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 때문인지 자꾸만 흠칫흠칫하고 떨리는 바이올라의 허벅지를 향해 손을 슥 뻗으며 그리 물으니 그녀가 달뜬 숨을 토해냈다.
"하아.. 긴장이 되서.. 미치는 줄 알았다."
"그것 뿐이에요? 얜 아닌 것 같은데."
단순히 긴장 뿐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그녀의 보지가 질척하게 젖어있을 이유가 없겠지.
얼른 다 털어놓으라는 뜻으로 손바닥을 쫙 펼쳐서 오줌이라도 싼 것마냥 흠뻑 젖어있는 그녀의 보지를 찰싹 소리가 나도록 두들겼다.
철퍽-!
정작 울려퍼진 소리는 찰싹이 아닌 철퍽이었지만.
"흐으윽..❤"
그것만으로도 아까 전부터 다리를 배배 꼬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던 레이시아에게는 엄청난 쾌감이었던 걸까.
날카롭기 짝이 없는 신음성과 함께 레이시아의 몸이 순간 균형을 잃고 휘청거렸다.
"똑바로 서셔야죠."
주의하라는 뜻으로 건방지기 짝이 없는 보지를 몇 대 더 때려주었다.
"그, 그만..❤ 제, 제발 멈춰다오..!"
"똑바로 서시면 멈춰드릴게요."
"그, 그러헌..❤"
이리도 기분 좋은 걸 어떻게 참을 수 있겠냐고 항의라도 하려던 것일까.
아무래도 그런 듯 해서 만족이 될 때까지 찰싹찰싹하고 내리치는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레이시아의 보지에 고여있던 것들이 사방으로 흩뿌려지며 미약하게나마 김을 피워올렸다.
"기, 기분 좋았다..! 바람이 강해서 언제 치마가 뒤집어질..지 몰라서 두근두근했흐윽..?!"
"다음 여왕님의 보지가 이렇게 울보라는 사실은 왕국 사람들은 꿈에도 모를거에요. 그쵸?"
아무튼 사실대로 말했으니까 이쯤에서 멈춰줘야겠지.
"그래서요? 아까 하던 거나 마저 말해봐요."
잔뜩 느끼게 해놓고서는 화제를 일반적인 것으로 되돌려버리는 내 행동이 못내 원망스러웠던 것일까.
레이시아가 슬쩍 내 얼굴을 흘겼다.
그것도 잠시,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 스스로 걷어올린 치마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아래에서 싸늘하게 식어내리는 느낌이 오싹하기라도 했는지 한 차례 몸을 크게 떤 레이시아가 아까 하던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듣자하니 대족장이라는 여자는 대초원에 외부 문물을 들이는 데 관심이 많은 것 같히잇..?!"
"계속 해봐요."
찌붑찌붑.
손가락으로 레이시아의 보지를 쑤셔댈 때마다 한 나라의 왕녀 쯤 되는 이에게서 터져나온 것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추잡스러운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 그중에서도 기차에 제히일.. 관심이힛.."
흠, 지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말을 내버려두고 뜬금없이 기차를 택했다길래 말을 탈 수가 없는 몸이라서 그랬던 걸지도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걸까.
"산다고 하면 팔 생각은 있고요?"
"대.. 흐읏..! 초원에는 아직 사람의 손길이 다, 닿지 않은 자원들이 많으니까하.."
"그걸 챙기는 조건으로 그쪽에서 요구하는 걸 팔아주겠다?"
역시나 그럴 생각이었나 보다.
레이시아가 입술을 꼬옥하고 깨문 채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꼭 마치 뭔가를 억지로 참는 듯한 얼굴.
그 모습을 본 순간 꺠달았다.
그녀가 참고 있는 게 뭔지를.
"지금 오줌 마렵죠?"
움찔-
역시나 내가 생각한 게 맞았던 모양이다.
저렇게 누가봐도 정곡을 찔린 것처럼 몸을 크게 움찔하는 걸 보면.
허나 그런 식으로 반응을 하는 것과 그걸 '인정'하는 건 또 달랐는지 레이시아는 누가봐도 내 말이 정답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반응을 선보인 것과는 별개로 입만큼은 열지 않았다.
그래서..
"괜찮으신가보네요? 그럼 계속해도 되겠다."
싱긋 웃으며 그녀의 보짓속으로 깊숙하게 밀어넣고 있던 손가락을 빼내 이번에는 요도와 클리토리스 위주로 그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마려운 상태인지야 나야 모르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꼼짝없이 이 자리에서 쪼르륵 쏟아낼 것만 같았던 걸까.
"그, 그만.."
얼마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레이시아가 바로 항복을 선언했다.
간절함이 듬뿍 배인 목소리와 표정을 한채 내 옷깃을 꼬옥하고 잡는 식으로 말이다.
"괜찮지 않으니까하앗..!"
그렇다길래 그녀의 요의를 자극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던 손을 멈춰주었다.
그리고는 기대감과 수치심, 그리고 굴욕감으로 흠뻑 젖은 채 날 바라보고 있던 레이시아를 향해 싱긋하고 웃어주었다.
"저기가 좋겠네요."
내가 손가락을 가리킨 것은 산책로를 따라 심어져있는 나무였다.
"너무 오래 참으면 몸에 안좋다고들 하잖아요?"
"그, 그대는 정말.. 가, 가혹하구나.. 어, 어찌 이런 일까지.."
"그야.. 레이시아님은 망가질 때가 제일 아름다우시니까요."
설마 내 입에서 그런 말이 흘러나올 줄은 몰랐던 걸까.
레이시아의 몸이 흠칫하고 떨리며 동요를 내보였다.
"그러니까.. 얼른 보여주세요."
딱 한 번의 독촉으로도 충분했다.
침을 꼴깍하고 삼킨 레이시아가 이내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나무 앞으로 가서 섰고, 그런 그녀의 뒤로 쪼르르 따라붙은 나는 쪼그려앉으려던 그녀를 다시금 일으켜세웠다.
그리고는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가 진짜로 보고 싶은 게 뭔지를.
그런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오싹오싹했는지 흠칫흠칫하며 몸을 떨어대던 것도 잠시 레이시아가 내 지시에 따라 나무와 마주보고 섰다.
그리고는 허벅지를 좌우로 쫘악하고 벌리더니..
"봐, 봐다오.. 내 꼴 사나운 모습을.."
양손으로 보지를 벌려 그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던 자그마한 요도를 남김없이 드러냈다.
곧 무언가가 시작될 거라는 사실을 알리기라도 하듯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는 몸.
그렇게 추잡스러운 포즈로 나무 앞에 선 레이시아의 몸으로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샛노란 물줄기가..
쪼르르륵-
고동색의 나무 껍질을 더욱 짙게 물들이며 흘러내렸다.
새하얀 김을 피어올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