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이 되기 전에 (326)화 (325/366)



〈 326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괜히 동화같은데서 키스가 만병통치약처럼 묘사되는 게 아닌가 보다.

바이올라에게는 여러모로 비참하게 느껴졌을 그 키스 이후로 바이올렛의 태도가 극명하게 달라졌으니까.


신경질적이고, 고압적이며 날카롭기 짝이 없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여유와 만족스러움, 그리고 흡족함이었다.


마치 가면을 바꿔쓰듯 단 한 순간에 태도를 싹 바꾼 바이올렛을 상대하다보니 자연스레 알게된 사실 중 하나는 바로 그녀가 입버릇이 제법 험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막 시도때도 없이 욕을 한다거나  그렇다는 게 아니었다.

바이올렛은  그대로 입버릇이 나빴다. 입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두고 있으면 이빨같은데서 근질근질한 느낌이라도 올라오는 건지 그녀는 자꾸만 내 몸을 앙 깨물어댔다.

그렇다고 막 아프게 깨문다는 뜻은 아니고 입술로 이빨을 덮은 다음에 그걸로 잘근잘근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바이올렛이 특히 좋아하는 곳이 있다면..

"자, 잠깐.."


"흐흫 어쩌지? 싫은데?"


목덜미하고.. 귀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귀를 좋아하더라. 거기에  꿀같은 거라도 발라놨는지  귓바퀴 부분을 입술로 잘근잘근 깨물어대다가 이따금씩 혀로 느릿하게 핥거나 후하고 뜨겁고 촉촉한 숨결을 불어넣는데 솔직히 그럴 때마다 미칠  같았다.


거기서부터 시작된 오싹오싹한 감각이 순식간에 몸을 타고 번져나가는데 그걸 견뎌내는게 꽤나 고역이었으니까.

'아프다고..!'

몇 시간동안 잔뜩 혹사당한 탓에 물건은 어느새 평소의 자태를 잃고 살짝 부어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거기에 힘이 들어간다고 생각해봐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그 고통이 어찌나 끔찍한지.

그래서 바이올렛을 상대로 몇 번이고 그만해달라고 해봤는데 그런 내 요구가 오히려 그녀의 가학심에 불을 지른 모양인지 그녀는 자꾸만 그곳을 노려댔다.

단순하게 아프기만 했다면 차라리 짜증을 냈을 것이다.

어울려주는 데에도 한계가 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물건을 희생시킬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럴 수 없었던 건 능숙하기 짝이 없는 바이올렛의 솜씨 때문이었다. 바이올라를 괴롭히며 각성이라도 한 건지 그녀는 통증과 쾌락을 저울질하는 솜씨가 달인에 경지에 올라있었다.

그런 바이올렛이 내게 쾌감이라는 것을 쥐어주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수단이 바로 본인의 손가락과 꼬리, 그리고..

츕-

쪼옵-

동생인 바이올라였다.


그랬다.


바이올렛이 날 자기  안에 꼭 끌어안은  섹스 후의 여운을 만끽하고 있는 동안 바이올라는  몸을 깨끗하게 하라는 언니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혀와 입을 이용해 내 몸을 닦고 있었다.


애무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혀를 티슈 삼아 내 몸에 묻은 것을 닦는 데 치중되어 있는 행위였고, 어느새 그 굴욕적이기 짝이 없는 행위에 바짝 몰입한채 정신없이 내 몸을 핥아대고 있는 바이올라의 모습은 내게 뭐라 이루말하기 힘든 정신적인 쾌감을 선물해주었다.


지금의 바이올라라면 아마 나같은 건 한 손으로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하게 뭘 할 필요도 없이 그냥 내 목을 잡고 옆으로 비틀어버리면 끝날테지.


그렇기에 지금 그녀는 내 기준으로 하면 절대 이길 수 없는 수준의 강자였다.


그런 이가 내 앞에 납작하게 엎드린 채 진심으로 굴복하는 것도 모자라 한 마리 암컷이 되어 내게 봉사를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남자가 가진 정복감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시츄에이션이었고, 거기에 반응한 물건이 자꾸만 움찔움찔댔다.

그래서 미칠 것 같았다.

쾌감과 동시에 찾아오는 통증이 머릿속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놓고 있었으니까.


이것도  길들이기 위한 바이올렛의 술책인 걸까.

어쩌면 그런 걸지도 모르지.

그럼에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잠자코 바이올렛의 품 안에 안겨있는  모처럼 찾아온 이 분위기를 굳이  손으로 망치기 싫었을 뿐더러..


'존나 포근하네..'

바이올렛의 팔과 함께 내 몸을 포옥하고 감싸고 있는 그녀의 꼬리가 주는 안락함 때문이었다.

 그래도 잔뜩 해댄 탓에 피곤해서 골아떨어지기 일보직전인 몸에 그런 감각이 더해지니 그냥 아무 것도 하기가 싫었다.

이래서 왕들이 구미호에게 홀렸던 거 아닐까.

분명 나처럼 잔뜩 쥐어짜내진 다음에 풍성하기 짝이 없는 아홉 개의 꼬리로 포옥하고 감싸졌던 거겠지.


배탈이라도 나면 큰일이니 배를 따뜻하게 해주겠다면서 내 배 위를 차지한 바이올렛의 꼬리를 손으로 살살 쓰다듬으며 한 번 상상해봤다.

'이런 게.. 아홉 개?'

그 안은 틀림없이 천국이겠지.


암 그렇고 말고.

'아..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은데..'

일단 한숨자고 나서 생각할까..

꼭 마치 끝이 존재하지 않는 수렁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하나도 괴롭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오히려 안락함만 몸 안에 가득할 뿐.

그래서 저항하기가 싫었다.

"피곤하니? 이대로 한숨 코 잘까?"

그래도  취급은 좀.. 그만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다른  몰라도 그것만큼은 뭐랄까 생리적으로  무리였다. 낯간지러운 느낌이 얼굴을 타고  올라오니까.

덕분에 어딘지 알  없는 곳으로 끌려들어가던 정신이 찬물이라도 뒤집어 쓴 것마냥 원래 자리로 복귀했고, 정신도 차렸겠다 분위기도  정도면 나쁘지 않은 듯 해서 슬슬 미리 준비해놓았던 질문들을 꺼내보기로 했다.


그랬다.

오늘 내가 바이올렛의 협박같지도 않은 협박에 응했던 건 사실 그 이유가 컸다.


그녀에게 필히 물어보고 싶은  몇  있었으니까.

그래서 일단 그녀가 바라는대로 순순히 따라주는 척 한 다음에 실컷 하고 기분 좋아진 틈을 노려 내 안에 자리한 의문들을 해결할 생각이었는데..

'해도 되겠지?'

흘깃 바이올렛의 얼굴을 향해 시선을 던져보니 순간 시선이 마주친 그녀가 싱긋 웃으며 내 볼에 쪽하고 입을 맞춰왔다.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이제는 이빨대신 입술이 심심하기라도 한 건지 바이올렛이 쪽쪽하는 소리를 내며 내게 키스를 퍼부어댔다.


볼부터 시작해서, 이마, 콧대, 심지어는 눈꺼풀 위까지.

 얼굴을 구성하고 있는 것들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것처럼 정신없이 내게 입을 맞추던 그녀가 마침내 도달한 곳은  입술 위였다.


이번에도 쪽하는 소리를 내며 가볍게 내 입술 위에다가 도장을 찍은 그녀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채 후후하고 웃었다.


"아."

"..네?"

"아-"


입을 벌려보라는 걸까.

그래서 시키는대로 순순히 입을 벌리니 그대로 덮쳐졌다.

"읍..!"

내 입 안에 자리하고 있던 내 숨결 하나마저도 놓치지 않겠다는 것처럼 내 입술을 본인의 입술을 이용해 덮은 그녀가 그대로 살짝 숨을 들이켰다.


그리더니 그것을 다시  입안으로 불어넣었다.


그런 식으로 그녀의 숨결과 내 숨결이 몇번이고 교차했다.

덕분에 정신이 점점 아득하게 변하는 걸 느끼고 있으려니 바이올렛이 입술을 떼어냈다.


어느새 번들번들하게 변한 그녀의 분홍빛 입술과  입술 사이로 타액의 실이 끈적하게 늘어졌다.

그 광경을 바이올라가 부럽다는 듯 힐끔대고 있었다.

나와 바이올렛이 진득하게 입맞춤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다리 사이가 근질근질해진 걸까.


그녀가 엎드린 자세에서 허벅지를 배배 꼬아댔다. 덕분에 그녀의 엉덩이 위에 달려있던 것이  움직임에 맞춰서 요리조리 흔들렸다.

굉장히 눈에 띄는 움직임.


그걸 바이올렛이 눈치채지 못할  없었다.


"바이올라."


자신을 부르는 언니의 목소리에 내 얼굴을 힐끔힐끔 올려다보며 혀로는 열심히 내 몸을 닦고 있던 바이올라의 몸이 흠칫하고 떨렸다.


"내 동생."


목소리만 들으면 정말 사랑해마지 않는 동생을 부르는 듯 했다.


 정도로 따뜻한 목소리였다.


허나 그 따뜻함에 속아서 거기에 넘어가버리면  된다는 사실을 바이올라가 모를 리 없겠지.


아니, 나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야 사실상 옆에서 지켜본 거나 다름없지만 바이올라는 본인이 직접 호되게 당했으니까.

두려움으로 몸을 흠칫흠칫하고 떨면서도 또 무시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으, 응.."


살짝 떨리는 목소리가 바이올라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내가 아는 그 '바이올라'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연약한 암컷의 목소리였다.

"혹시 이 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거니?"

"..."


"아니면 부탁하고 싶은 거라던지.."


"아, 아냐.."

"그러지 말고 말해보렴. 혹시  모르잖니? 기분이 좋은 지금이라면 조금 무리한 부탁이라 해도 흔쾌히 들어줄지도 모르지."

무리라는 단어가 유독 강조되어 있었던 탓에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바이올렛이 바이올라가 느낀 욕망의 정체를 눈치챈 상태라는 걸.


"괘, 괜찮아.."

"정말로? 그러지 말고 말해보라니까? 솔.직.하.게 말이야."


그래서 분명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거라면 모를까 그런 것까지 허락해줄 리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헌데 이게 왠걸?

"나, 나도.. 이안하고 키스.. 하고 싶어.."


"그랬구나."

"미, 미안..! 내가 너무 주제.."

"그럼 하렴."

의외로 바이올렛은 선선히 허락했다.


나조차도 그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인데 바이올렛에게 호되게 농락당한 경험이 있는 바이올라에게는 어땠겠는가.

언니의 눈치를 살피며 전전긍긍하던 바이올라의 눈이 부릅 뜨였다. 방금 자신이 들은  믿을 수 없다는 것처럼.


그런 표정과는 별개로 그녀의 몸은 굉장히 솔직했다.

바이올렛의 입에서 허락이 말이 떨어진 순간 꿀꺽하는 소리와 함께 바이올라의 목울대가 위아래로 흔들렸으니까. 분명 나와 입을 맞추는 광경을 상상한 거겠지.


"저, 정말로?"


"혹시 마음이 변한 거니?"

"아, 아냐!"

그럴 리 있겠냐는 듯 바이올라가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그런 동생의 반응이 귀여웠던 건지 우스웠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바이올렛이 후후하고 가벼이 웃었다.

그러더니..

"내가 말했잖니. 바이올라."


내 몸을 핥고 있을 때와는 달리 천장을 향해 솟구쳐있는 바이올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앞으로 평생 함께할 거라고."

그러니 입맞춤 정도야 얼마든지 허락해줄 수 있으시단다.

"어, 언니.."


"대신 이안과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방금 그랬던 것처럼 내게 허락맡는 걸 잊지 말렴."


"으, 응! 그럴게! 고, 고마워 언니!"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것처럼 고개를 붕붕 흔들며 열렬하게 고개를 끄덕인 바이올라가 이내 내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욕망으로 점철된채 이글이글거리는 눈빛.

그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살짝 입을 벌려주니  안에 담긴 허락의 의미를 알아차린 그녀가 곧바로 날 덮쳐왔다.

나와 바이올렛이 입을 맞추는 모습이 많이 부러웠던 걸까.


정신없이  입안을 헤집어대는 바이올라의 움직임에서는 어딘가 다급함마저 느껴졌다.


나와 동생이 입맞추는 광경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으려니 심심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좋아?"

내 귀에 대고 그리 속살거린 바이올렛이 이내 그 안으로 혀를 쑥 밀어넣었다.

동시에 바이올라를 향해서도 손을 뻗은 그녀가 퇴근하고 돌아온 주인이라도 맞이하는 것처럼 좌우로 붕붕 흔들리던 바이올라의 꼬리를 움켜쥐었다.

"윽.."

"흡..?!"


덕분에 나와 바이올라의 움직임이 동시에 멈추었다.

그런 식으로 바이올렛의 손 위에서 놀아나며 바이올렛이 만족하고 물러날 때까지 키스를 이어나갔다.

"만족했으면 다시 시작하렴."

"..응!"

하아하아하고 숨을 몰아쉬며 부족한 호흡을 벌충하던 것도 잠시, 바이올렛의 지시에 바이올라가 키스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을 한채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금 내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는 아까 닦다가만 허벅지를 혀를 이용해 핥짝거렸다.

 몸에 바짝 얼굴을 가져대대고 있으니 코를 통해 들어오는 페로몬의 양이 장난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느 순간 핥짝거리는 소리 사이로 찔꺽찔꺽하는 소리가 들리길래 슬쩍 시선을 바이올라 쪽으로 던져보니 어느새 그녀가 보지를 어루만지며 달아오른 몸을 위로하고 있는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아.. 흐.."


덕분에 한층 달뜨게 변한 바이올라의 숨결이 피부에 와서 부서지는 걸 느끼며 바이올렛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그런 내 시선을 느낀 걸까.

"응?  할 말이라도 있니?"


내쪽을 돌아보며 싱긋하고 웃은 그녀가 무슨 일이냐는 듯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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