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이 되기 전에 (310)화 (309/366)



〈 310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들어오세요."


레이시아가 내 방을 떠난 게 약 5분 전의 일이다.


그런만큼 성녀의 방문은 내게 있어 굉장히 공교롭게 느껴졌다.


이래서야 레이시아가 떠나기만을 기다렸다가 내 방을 찾아온 것 같지 않은가.


물론, 공교로움하고 놀라움은 분명 별개의 것이었다.

성녀의 방문은 공교로우나 놀랍지는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와 같은 일이 벌써 삼일째 반복되고 있었으니까.


덕분에 이틀 차까지만 하더라도 긴가민가 했던 것이 어느새 확신으로 변해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맞나 보네..'

아주 약간이긴 하지만 배신감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서 입맛이 썼다.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난 성녀를 믿고 있었으니까. 성녀 개인이 아니라 성녀라는 직함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 그것을 믿었다. 그래서 처음 그 '생각'이 들었을  내심 그럴  없다고 부정했던 거였는데..


'거참..'


그렇다고 성녀 씩이나 되는 양반이 대체 뭐가 아쉬워서라고 그녀를 깎아내리자니 그것도 좀 그랬다.


성녀의 입장이 이해가 안 되냐면 그건 또 아니었으니까.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자.


내가 뭐, 어떤 교단에서 대충 성자 쯤 되는 위치에 앉아있다 가정하고, 그 위치 때문에 평생 이성을 멀리하며 살아왔는데 모종의 사정으로 갑자기 매력적인 이성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그것만해도 그동안 지켜온 것이 흔들리기에는 충분한데 하물며 치료를 목적으로 스킨십이 하루가 멀다하고 이뤄지는 상황이라면?

'못 참을  같은데..'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서  매력적이기 짝이 없는 이성이 병문안을 목적으로 찾아온 이와 그렇고 그런 짓까지 매일같이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면..

사람인 이상 관심이  생기는  오히려 이상한 일이겠지.

성녀라고 해서 막 오욕칠정을 초월한 건 아니니 말이다.

문제는 어떤 식으로 나와 레이시아의 밀회 현장을 그녀가 엿보았냐는 건데..


솔직히 그 부분이 가장 궁금했다.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랬다.


'엿보기용 구멍이라도 있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부실공사가 일상인 놈들이 성녀가 머무는 거처라고 해서 정신 똑디 차리고 지었을  같지는 않으니까.


뭐, 처음 지을 때는 똑바로 지어졌을 수도 있지만 역대 성녀들의 손을 거치면서 생겼을 수도 있는 것이고.


성녀가 돌아가거든 틈을 봐서 한 번 찾아봐야겠다고 머릿속에 단단히 새기면서 묘하게 이쪽의 눈치를 살피는 성녀를 맞이했다.

"어쩐 일이신가요?"


"음, 몸 상태도 확인할 겸.. 혹시 신성력이 떨어졌으면 다시 채워드리려고요."

"아직 괜찮은데요."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요. 조심해서 나쁠 건 없고요."


"성녀님께서 힘드실까봐 그렇죠."


내가 충전이라 명명한 신성력 주입은 하루에 두 번씩, 아침, 저녁으로 이루어진다.

시녀인 사라가 문을 두들기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나 눈을 비비적대며 잠기운을 몰아내고 있으면 대충 5분 정도 뒤에 성녀가 들어와서 신성력을 충전해준다.

그리고 그렇게 기운을 되찾은 몸을 움직여서 씻고, 아침을 먹고 하는 것이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새로이 형성된 내 아침 루틴이고.

그런데 기껏 형성된 그것이 최근들어 무너지고 있었다.

레이시아가 병문안을 왔다가 돌아갈 때마다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워서 방 안으로 들이닥치니 규칙성이 형성될래야 형성될 수가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너무 자주 찾아오는 거 아니냐고 눈치를 주기도 좀 그랬다.

성녀는 내가 느낄 부담을 덜어주려는 듯 이 치료행위가 내게 은혜를 갚는 거라 말하긴 했지만, 내게는 그 말이 전혀 와닿지가 않았으니까.


'아무튼 뭐..'

우리 성녀님께서는 내 발언이 상당히 의외였던 모양이다.


몸을 움찔하며 슬며시 얼굴을 붉히는 데..


'은근 귀엽단 말이지.'


그런 식으로 천진난만한 페이스를 하고 있는 것치고는 몸매는 또 폭력적이라서 거기서 오는 갭이 어마어마했다.

거기에 성녀라는 직함이 주는 묘~한 느낌까지 어우러지니 그녀에게서 쉬이 눈을  수가 없었다.

'저런 모습을 하고서..'

그렇기에 자연스레 상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귀여운 얼굴에다가 농익을대로 농익은 몸매를 한 성녀가 벽에 딱 붙어서 그곳에 난 구멍으로 나와 레이시아의 밀회 현장을 훔쳐보고 있는 광경이 말이다.

과연 그냥 지켜보기'만' 했을까?

내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살짝 떨리는 손끝을 날 향해 뻗어  아랫배쪽을 손으로 짚은 그녀가 눈을 꼬옥 감았다.

평소처럼 가슴 쪽이 아니라 아랫배라.

거기에 손이 닿자마자 뭔가를 상상하기라도  것처럼 꼴깍 소리를 내며 침을 삼키는 것도 그렇고, 보면 볼수록 확신이라는 것의 두께는 두터워지기만 했다.


지금도 봐라.

안 그런 척 하면서 은근히  물건 쪽을 흘깃흘깃 훔쳐보고 있지 않나.

바로 조금 전까지 레이시아에게 뽀뽀 세례를 받던 그것의 모습이 궁금하기라도  것일까.

내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내 배 위에다가 손을 올려놓고 뭔가를 가늠하는 척을 하던 성녀가 이내 내 몸에서 손을 떼어냈다.

"어떤가요?"

"음.. 평소보다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더 빠른  같네요."

그야 당연히 그렇겠지.


대충  번 정도 싸질렀으니 말이다.

일단 사실대로 답을 하긴 했는데 말 해놓고 보니 뭔가  그랬던 것일까. 딱히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성녀의 입술이 슬며시 벌어지더니 만지면 굉장히 부드러운 감촉을 선물해줄 것 같은 볼에 발그레하니 홍조가 떠올랐다.

"흠흠! 아무튼 빠져나간 양만큼 채워놓도록 하겠습니다."

헛기침을 해 얼굴 위를 점령한 민망함이라는 감정을 몰아낸 그녀가 이내 말갛게 빛나기 시작한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그것을 그대로 내 몸을 향해 기울이기 시작했다.

방향을 보아하니 목적지는 이번에도 아랫배 쪽인 듯 했다.


만지면 뼈부터 느껴지는 가슴 쪽하고는 달리 그쪽은 말랑말랑해서 기분 좋기라도 했던 걸까.


이쪽을 애태우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간 빛을 흩뿌리는 자그마한 손이  아랫배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문득 궁금해졌다.


이 순진한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응큼한  같기도 한 성녀님이 내 물건을 보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가 말이다.

'한  해볼까?'

처음으로 같이 노출을 했던  날 이후로 여건이 허락할 때마다 산책 핑계를 대며 레이시아와 야외노출 타임을 가지곤 했는데 그러면서 그녀의 성벽이 옮기라도  것일까.


묘하게 몸이 근질근질 거리는 그 느낌을 참기가 힘들었다.


한 번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건 다름아닌 그래서였다.

'자, 그럼..'


물론, 보여주겠다고 결심을 했다고 해서 여기서 대놓고 바지를 벗고 물건을 드러내볼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다.


이럴 때는 역시 대꼴보다는 은꼴이 더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법이니까.

어느새  아랫배에 근접한 성녀의 손을 눈에 담으며 레이시아가 내 물건에 쪽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추던 광경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레이시아가 떠나간 후로 실망한 듯 축 쳐져있던 물건이 움찔하고 경련하며 스스로가 아직 살아있음을 알려왔다.

허나 아직은 때가 무르익지 않은 상황.

  반응하고 나니 줏대없이 몸을 일으키려는 물건의 꿈틀거림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컨트롤하면서 성녀의 손이   위에 안착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이 내 아랫배에 철썩 들러붙은 순간, 그리하여 그녀의 손을 휘감고 있던 것들이 아랫배를 통해서 몸 속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한 순간.

움찔-


그대로 물건을 세웠다.

이번에는 일주일 전 봤던 레이시아의 치태를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허리 쪽에 살짝 힘을 주었더니 크게   움찔한 물건이 이내 제 크기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 사실을 들키는 건 순식간이었다.

내 아랫배에 손을 가져다 대고 있는 탓에 성녀의 시선또한 그쪽을 향하고 있었으니까.


"...에?"

 바지 위로 우뚝하고 솟아난 텐트의 모습을 확인한 성녀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렇게 입을 살짝 벌린 채로 굳어있던 것도 잠시, 성녀의 얼굴 위로 붉은 꽃이 활짝 피어났다.

"저, 어, 그, 음.."


많이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저렇게 고장난 인형마냥 의미모를 소리만 뱉어내는 걸 보면 말이다.

재밌는 건 그렇게 당황한 것 치고는 시선 자체는 여전히 내 물건 쪽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었고.


이만하면 날 배려하는 척 해서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릴 법도 한데 대체 언제까지 쳐다보고 있을 생각인지 모르겠다.


헐렁한 바지 위로 얼핏 드러난 실루엣만 봐도 그림으로 접했던 것들보다 훨씬 크니 그게 신기라기라도 했던 걸까.


"그, 그만.."

이러다가 바지에 구멍이 뚫려도 이상하지 않겠다 싶어서 양손을 이용해 얼굴을 덮으며 그리 말했다.

그제서야 좀 정신이 든 것일까.


"미, 미안해요."

바로 옆에서 몸을 크게 움찔하는 기색이 전해져옴과 동시에 더듬더듬 내뱉어진 사과의 말이 귀를 울렸다.

그리고 그 뒤로 따라붙은 건 어색하기 짝이 없는 침묵이었다.

성녀에게 물건을 발딱 세우고 있는 모습을 보인 걸 민망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처럼 팔뚝을 이용해 눈을 덮은 뒤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동시에 황급히 이불을 끌어와 물건 위에다가 덮었다.


그래봐야 소용없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는 해줘야 생각치도 못한 사태에 당황한 것처럼 보일테니까.


그렇게 살짝 옆으로 돌아누운  아주 잠깐동안 침묵했다. 침묵하다가..

"그, 이건.. 그게.. 그러니까.."


더듬더듬대며 변명을 위한 말들을 늘어놓는 '척'했다.

"그.. 신성력이 들어올 때 느낌이.. 이상해서.."

내가 발기한 건 어디까지나 그것 때문이다.

사심같은 건 없었다.


네가 만져줘서 그런 게 아니다.


나름대로 격렬하게 그 점을 어필하니 이게 왠걸?

격렬하게 혐의를 부인하는 내 모습을 보고 빈정이 상하기라도 했는지 성녀의 얼굴이 살짝이지만 굳어지는 모습을 볼  있었다.

그것도 잠시, 늘상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여신에게  소리라도 들은 건지 언제 표정을 굳히고 있었냐는 듯 순식간에 평소의 자애로운 모습으로 돌아간 그녀가 내 핑계들을 받아주기 시작했다.


"그.. 너무 민망해 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치료 중에는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을 수 있는 거니까요."

"..."


"그리고 뭣보다 그.. 남성분이라고 해서 성욕이 없는 건 아니니까요."

오랫동안 여기 있지 않았냐.


그런만큼 자그마한 자극에도 반응할 정도로 성욕이 쌓인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성녀는 그런 식의 논리를 내세우며 내게 '어쩔 수 없었다'라는 식의 면죄부를 쥐어주려 하고 있었다.


그에 뒤늦게 민망함을 느낀 척 고개를 푹 숙여보였다.

"죄송합니다.. 당황한 나머지 성녀님 잘못도 아닌데 성녀님 잘못인 것처럼 몰아가버렸네요."

"아니에요. 당황하셨으면 충분히 그러실 수도 있죠. 또 충분히 그럴만한 상황이기도 했고요."

"그, 그래도.."


"전 정말 괜찮으니 너무 그렇게 마음쓰지 마세요. 너무 과하게 신경을 쓰는 것도 몸에 좋지 않답니다."


또 침묵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나름 길었다.

어색하기 그지없는 분위기.

거기에 장단을 맞추면서 머릿속으로는 계속해서 레이시아의 치태를 상상했다.

당연히 물건을 꼿꼿하게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내 발기가 풀리지 않으면 성녀가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가 참으로 궁금했으니까.

'발기가 안 풀려서 괴로운 척도 해줘야 하나?'


그래도 이왕 하는 거 확실하게 하는 게 좋겠지.


"윽.."

해서 성녀를 상대로 보란듯이 옆으로 돌아누운 몸을 움찔움찔하고 떨면서 살짝 앓는 소리까지 흘려주었다.

그랬더니..


꿀꺽-

괜찮냐는 말보다 작게 침을 삼키는 소리가 먼저 들려오더라.


나름대로 볼륨을 조절한다고 조절한 것 같은데 거리가 워낙 가깝다보니 그 소리가 아주 또렷하게 전해져왔다.

"그.. 괜찮으신가요?"


괜찮다는 말이 들려온 건 그 다음이었고.

"네, 네에.."

살짝 목소리를 떨며 성녀의 물음에 답을 했다.


전혀 괜찮지 않지만 괜찮은 척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도록.

그런 내 노림수가 먹혀들었던 것일까.


창문 쪽을 향해 흘깃하고 시선을 던져보니 그곳에 비친 성녀는 걱정 가득한 시선을 날 향해 내던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웃겼다.

정말로 내가 걱정이 된다면 지금은 아무 말 하지 않고 방을 나가주는 게 최선이라는  그녀라고 해서 모르지 않을텐데 창문에 비친 성녀의 모습에서 그런 기색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그렇다보니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그녀가 어떤 식으로 나올 지가.


물러나야 맞는 상황에서 물러나질 않는다는 건 무언가 다른 의도가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어떻게 나오려나..'

정확히 속으로 그리 되뇌이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망설임이라는 감정을 입술만을 이용해 표현해보라는 과제라도 받은 것처럼 열심히 오물대던 성녀의 입술이 이내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그게 그러니까.. 많이 힘드시면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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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에요. 펴, 편히 쉬시길."

뭘까.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길래 저렇게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도망치듯 자리를 뜨는 걸까.


순식간에 저 멀리까지 도망친 성녀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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