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9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일단 급한 불은 껐고.'
내 앞에 쪼그려 앉은 레이시아를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타인의 시선에 굉장히 민감한 편인 레이시아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내 시선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그녀는 바짝 몰두한 상태였다.
"흐음..!"
내 물건에서 나는 냄새를 만끽하듯 레이시아가 코로 숨을 들이켰다.
이윽고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 새어나온 숨결이 물건을 훑으며 지나갔다.
입 안이 답답하기라도 했던 걸까.
벌어져있던 입술 사이로 선홍빛 살덩이가 빼꼼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슬금슬금 물건을 향해 다가가는 그것의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조심스레 손을 뻗어 레이시아의 백금빛 머리칼을 조심스레 훑어내렸다.
그제서야 좀 정신이 든 것일까.
초점이 흐려져서 흐리멍텅한 느낌을 물씬 풍기던 청록색 눈동자 속으로 빛이 돌아왔다.
역시 레이시아라고 해야할까.
손가락 사이로 흩어지는 머리칼의 감촉이 최고급 비단을 생각나게 했다. 손을 살살살살 움직여 그 감촉을 만끽하면서 그녀를 향해 물었다.
"핥고 싶어요?"
"..응."
순순히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면 허락해줄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레이시아가 기대감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을 던져왔다.
양손으로 물건을 꼬옥하고 움켜쥔채 날 올려다보는 모습이 그렇게 야해보일 수가 없었다. 분홍빛 입술이 침에 젖어서 번들번들거리는 탓에 더 그랬다.
'들어주고 싶긴 한데..'
레이시아는 자제라는 걸 좀 배울 필요가 있으니까.
"안 돼요."
해서 단호하게 말을 하니 아쿠아마린을 생각나게 하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 모습이 꼭 '아니 이렇게 꼴리게 해놓고선 빨지도 못하게 한다고?'라고 말하는 듯 했다.
"아까 약속했잖아요? 오늘은 만지는 것만 하기로."
"그건.. 그렇지만.."
표정을 보니 할 말이 많은 듯 했지만 레이시아는 결국 말을 하지 않고 입을 다무는 쪽을 택했다.
입꼬리는 물론 어깨까지 축 늘어뜨린채 그러고 있으니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더라.
재밌는 건 그러면서도 끝끝내 내 물건만큼은 손에서 놓지 않는 레이시아의 태도였고.
'어쩐다..'
잠시 고민하다가 살짝만 달래주기로 했다.
"..어쩔 수 없죠. 입 맞추는 것까지는 허락해드릴게요."
굉장히 선심쓰듯 내뱉은 것 치고는 우습기 그지없는 말인지라 입꼬리가 근질근질했지만 꾹 눌러 참았다.
내게는 그랬는데 레이시아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눈이 살짝 커지더니 시무룩하니 축 쳐져있던 어깨가 순식간에 제자리로 복귀했다.
그러더니 손으로 내 물건을 단단히 고정시킨 레이시아가 그대로 내 물건을 향해 얼굴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서서히 가까워지는 내 물건을 마중하듯 분홍빛 입술이 살짝 앞으로 튀어나왔다.
쪽-
뽀뽀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쪽-
쪼옥-
내가 허락한만큼 망설일 필요따윈 없다고 생각한 걸까.
질리지도 않는지 레이시아가 몇 번이고 내 물건에 입을 맞췄다.
그렇게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여대는 레이시아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일주일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우리가 처음으로 같이 야외노출을 했던 밤에 있었던 일을 말이다.
셀프 뒤치기에 푹 빠져서 정신없이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레이시아의 요염하기 그지없는 자태를 감상하고 있으려니 울려퍼졌던 발자국 소리.
누군가 우리가 서 있는 골목 안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그 소리는 날 당황헤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레이시아의 앞에서는 당장 들켜도 상관없다는 것처럼 과감하게 해동하긴 했지만, 그게 실제로 들켜도 된다는 뜻은 분명 아니었으니까.
이래뵈도 나는 독점욕이 꽤 강한 편이니까.
상대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간에 상관없이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간 이 아름다운 육체를 남과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
해서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대처하려고 했다.
헌데 그게 쉽지가 않았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나만큼이나 당황해서 허둥대야할 레이시아가 전혀 협조를 해주지 않았으니까.
협조는 커녕 자긴 발자국 소리 따위는 못 들었다는 듯 침까지 한 줄기 흘려가며 정신없이 엉덩이를 흔들어대는데 덕분에 뭘 할 수가 없었다.
둘이 나란히 서 있기만 해도 좁은 골목에서 그런 식으로 격렬하게 움직여대니 뭘 하려고 해봐도 번번히 가로막혔으니까.
뿐만아니라 힘에서도 밀렸고 말이다.
그녀의 질 안에 인질로 잡히다시피 한 물건에서는 쉬지않고 쾌감이 올라오지, 레이시아는 척봐도 이성이 날아간 것 같지, 암만 용을 써봐도 내 몸을 벽에 대고 밀쳐대는 레이시아의 몸은 꿈쩍도 안 하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라 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이도저도 못하고 앓는 소리만 흘려대는 동안 발자국 소리는 어느새 나와 레이시아의 근처까지 바짝 접근해있었고..
자박-
이윽고 바로 옆에서 울려퍼진 것처럼 들려온 소리에 결국 나는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후우..! 하응..!"
그런 내 상태를 아는 지 모르는 지 이성이라는 걸 내던지고 한 마리 암캐와 같은 모습으로 전락해버린 레이시아는 정말 들켜도 상관없다는 사람처럼 정신없이 허리를 튕겨대기 바빴다.
일찌감치 포기한 건 사실 그 탓이 컸다.
소리 때문에 안 들킬래야 안 들킬 수가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런데 이게 왠걸?
"으음..? 거기 누구 있소?"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노파의 두 눈은 꼬옥하고 감겨 있었다.
그랬다.
갑자기 들이닥친 불청객의 정체는 맹인 노파였다.
처음에는 연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쭈글쭈글한 손에 쥐어진 길다란 지팡이가 그녀가 앞을 못 본다는 사실을 증명해주었다.
탁-
탁탁-
"으응? 분명 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디.."
앞도 못 보는 사람이 위험하게시리 이 야밤에 돌아다니고 있는 이유부터 시작해서 온갖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지만, 그것이 해결되는 것보다 한 발 늦게 노파의 접근을 알아차린 레이시아가 정신을 차리는 게 더 빠르더라.
그렇게 그녀가 날 대신해 노파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지나갈테니 비켜달라고 말을 하는 노파와 비켜줄 수 없다고 억지를 부리는 레이시아의 대결은 자강두천 그 자체였다.
놀라웠던 건 이후에 이어진 레이시아의 행동이었다.
의미없는 대치상황이 이어지니 한창 열심히 떡을 치고 있었던 탓에 민감해질대로 민감해진 보지가 근질근질거리기라도 했던 것일까.
단호하기 그지없는 태도로 노파의 요청을 번번히 걷어차던 레이시아가 조심스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윽..!'
상대가 앞을 못 보는 맹인이라고는 하지만 생판 모르는 타인이 자신의 앞에 버젓이 서 있는 상황에서 내 물건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흥분시켰던 것일까.
포근한 느낌마저 주었던 전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조임이 물건을 휘감았다.
"그러지 말고 잠깐만 비켜주면.."
철썩-!
"아.. 흣..! 안 된다고요오.."
야외노출이라는 레이시아의 성적 판타지를 정확히 저격하는 상황에 그녀의 얼굴에서 조금씩 이성이라는 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만 해도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감질날 정도로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사람이 이제는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나도록 격렬하게 엉덩이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덕분에 노파의 요청을 걷어차는 그녀의 목소리에 조금씩 달콤한 신음성이 섞여들기 시작한 건 말할 것도 없었다.
목소리 사이사이로 끼어드는 달콤하기 그지없는 신음성과 살과 살이 맞부딪히며 나는 소리, 그리고 그녀의 안에 깊숙하게 틀어박혔던 내 물건이 엉덩이를 앞으로 빼는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빠져나오며 나는 쯔붑쯔붑하는 물기어린 소리까지.
그런 소리들이 연달아 울려퍼지는데 저 나이먹도록 살아온 양반이 지금 레이시아가 하고 있는 행동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레이시아의 목소리에 신음성이 섞여들기 시작한 순간, 레이시아에게 동정표라도 얻으려는 것처럼 쩔쩔매던 노파의 얼굴이 괴상하게 변했다.
쉽게 말해서 '설마.. 아니겠지?'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라고 해야할까.
레이시아의 입에서 터져나온 신음성과 함께 노파의 얼굴 위로 떠오른 그 표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노파의 표정을 봤으니 그녀가 이쪽을 상대로 '의심'이라는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는 걸 눈치채고도 남았을텐데 자제하기는 커녕 더 가열차게 엉덩이를 흔들어대기 시작한 레이시아 때문이었다.
지금 네 머릿속에 떠올라있는 그 광경이 망상이 아니라고 확인이라도 시켜주는 것처럼 울려퍼지기 시작한 찌붑찌붑하는 소리에 노파의 주름진 얼굴이 푸들푸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 이..!"
많이 화난 걸까?
노파의 얼굴은 어느새 새빨갛게 변해있었다.
저러다가 그대로 뒷목 잡고 넘어가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새빨갰다.
"미, 미친 년..! 어디 할 짓이 없어서 길 한복판에서 그런 짓을..!"
레이시아에게 농락당했다 생각한 걸까.
새빨갛게 물든 얼굴을 한채 노파가 씩씩대기 시작했다. 레이시아를 향한 삿대질은 덤이었다.
"하여간에 못 배워 쳐먹은 것들이 문제야..! 보지가 근질근질하면 방 안에 틀어박혀서 긁을 것이지 어딜 감히..!"
곧 있으면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분노에 찬 노파의 입에서 흘러나온 발언 덕분에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내 존재까지는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걸.
그랬다.
앞을 보지 못하는 탓에 내 존재를 알아차리는데 실패한 노파는 레이시아가 '섹스'가 아니라 '자위'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오해하고 있었다.
"썩 꺼지지 못해!"
언제 눈치를 봤냐는 듯 레이시아를 향해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대는 노파의 태도는 자신감이 넘쳤다.
염치가 있다면 당연히 비켜설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듯한 태도였고, 상황상 충분히 그럴만 하긴 했지만, 지금 그녀의 앞에 서 있는 건 그녀가 생각하는 것만큼 호락호락한 여자가 아니었다.
"아줌마."
노파가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대든 말든 레이시아는 태연했다. 무슨 한석봉 어머니라도 빙의한 것마냥 너는 소리를 질러라 난 떡을 칠테니라는 느낌으로 느긋하게 엉덩이를 흔들어대는데 덕분에 애꿏은 나만 기분이 요상해졌다.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지는데 아래에서는 뭉근하게 쾌감이 올라왔으니까.
그런 내 표정을 확인하기라도 한 것일까.
"..그쯤하고 가시죠? 그러다가 밤 산책도 못 하게 되시는 수가 있어요."
터져나오는 신음성을 다시 목구멍 안으로 삼킨 레이시아가 노파를 향해 경고를 던졌다.
너무나도 태연자약해서 위협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목소리, 그 목소리가 어마어마한 위화감을 불러일으켰다.
레이시아의 태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부끄러워 하거나 수치스러워해야 정상인데 지금 레이시아에게서는 그런 모습따윈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들키든 말든 전혀 신경쓰지 않는 느낌?
상대가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기 때문에 그런 걸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 했다.
아무래도 그녀의 특별한 취향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주겠다는 내 발언이 그녀의 심리에 무언가 영향을 끼쳤던 모양.
아무튼 그렇게 잉태된 위화감은 범상치 않은 출생답게 사람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저 태연하기 그지없는 어조로 '죽어.'라고 말하면 그대로 이루어질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리 느꼈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새빨갛게 달아올라있던 노파의 안색이 일순간 창백해지더니 그녀가 주춤주춤하며 뒷걸음질을 쳐대기 시작했다.
"미친 년.. 미친 년.."
그냥 물러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던 걸까.
씹어내뱉어진 듯한 음성과 함께 지팡이 탁탁하고 바닥을 치는 소리가 골목 안으로 메아리쳤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멀어져갔다.
그렇게 노파를 쫓아보낸 레이시아가 다시금 허리를 튕겨대기 시작했고, 거기서 한 번, 자그마한 분수대 옆에서 한 번, 무슨 풀밭같은 곳에서 한 번, 그렇게 총 세 번 정도 싸지르고 나서야 야밤의 산책을 끝낼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열심히 돌아다닌 결과가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이었고.
쪽-
질리지도 않는 걸까.
슬며시 벌린 입술을 이용해 내 물건 끄트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춘 레이시아가 그대로 몸을 뒤로 물렸다.
투명한 실이 나와 그녀 사이로 길게 늘어졌다.
아쉬워 죽겠다는 표정.
그런 표정을 한채 그녀가 내게 과시라도 하듯 벗어던졌던 옷들을 하나하나 주워 다시 몸에 걸치기 시작했다.
"돌아가시게요?"
"..응, 급하게 처리해야할 게 있어서."
그리 말하고는 속상해 죽겠다는 듯 분홍빛 입술을 삐죽하고 내미는 레이시아의 엉덩이를 툭툭 두들겨 그녀를 돌려보냈다.
그렇게 레이시아가 방을 빠져나가고 얼마나 지났을까..
똑똑-
"흠흠, 일어나 계신가요?"
누군가 문을 두들기는 소리, 목을 가다듬기 위해 헛기침을 하는 소리, 그리고 성녀의 목소리가 차례대로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