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3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레이시아 시점****
쿵쿵-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며 입 안이 바짝바짝 말랐다.
동시에 오싹오싹했다.
허나 추위 때문은 아니었다.
몸에 닿는 그의 시선, 그것이 몸을 오싹오싹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 감각이 너무나도 낯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이었으니까.
타인의 시선이 이다지도 또렷하게 느껴진 건 말이다. 평소에도 시선에 민감한 편이라는 말을 자주 듣곤 했지만 이 정도는 분명 아니었다.
이건 아마도.. 그 시선의 주인이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이겠지.
뜨겁게 느껴질 정도로 열렬하기 그지 없는 시선.
덕분에 알 수 있었다.
이안이 자신을 상대로 했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토록 열렬한 시선이라니.
그 정도로 자신의 몸이, 자신이 치태를 드러내는 광경이 보고 싶었던 것일까.
기뻤다.
덕분에 다시금 오싹거리기 시작한 몸을 주체할 수가 없을 정도로.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전까지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사람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힘들게 준비를 끝마치고 나왔는데 왠 듣도 보도 못한 날파리년이 이안에게 치근대고 있었으니까.
그가 그걸 바라지 않았다는 것쯤은 상황을 보자마자 눈치챌 수 있었지만, 그래도 다른 여자와 마주보고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착 가라앉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허나 잘못한 거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안을 상대로 그걸 티낼 수는 없었기에 최대한 숨기고 또 숨기려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좋지 않았던 기분은 압도적인 기쁨에 짓눌려 사라져버렸으니까.
'더-'
더 보여주고 싶어.
오직 그 생각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로브자락을 걷어올리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이안이 자신을 보며 흥분하고 있다는 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래쪽이 서늘해질수록 그의 목울대가 위아래로 흔들리는 속도또한 빨라졌으니까.
자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그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선이 굵은 편이었던 본래의 것에 비하면 중성적으로 변한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채 자신을 보며 흥분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느껴졌으니까.
사랑해마지 않는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며 흥분하고 있다.
어지간한 여성들은 평생을 살아도 느껴보지 못할 행복을 자신은 지금 원없이 누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부족하게 느껴졌다.
더-
조금 더 자신을 바라봐줬으면 했다.
아니, 평생 자신만 봐줬으면 했다.
허나 이제는 알고 있다.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존재였으니까.
헌데 자신이 여기서 또다시 욕심을 부린다면?
그를 독차지 하려 한다면?
그 앞에 기다리는 건 저번과 같은 파국 뿐이겠지.
그렇기에 그건 포기했다.
마음이 좀 쓰리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평생 독점할 수 없다면 같이 있을 때만이라도 독점하면 그만이니까.
지금처럼 말이다.
그에게 이런 식의 시선을 받는 건 아마 자신이 처음일 것이다.
그야말로 욕정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한 시선.
그것이 허벅지를 훑고 지나갈 때마다 오싹오싹한 쾌감이 몸을 타고 쭉 솟구쳤다.
이쪽의 의지와는 하등 상관없이 허벅지가 파르르 떨리며 발가락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그것이 안쪽을 향해 구부러진 순간, 배 안쪽에서부터 뭔가가 꽉 죄어드는 듯한 느낌이 엄습해왔다.
'이건..'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한껏 압축된 그것이 펑하고 터지는 순간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 덮쳐 올테지.
그렇기에 두려웠다.
그에게 치태를 보이는 광경을 상상한 것 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 하기 힘들 정도로 축축하게 변해버린 것이 그것을 상대로 버텨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질 않았으니까?
만약 버텨주지 못한다면?
그의 앞에서 굉장히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게 되겠지.
팬티를 뚫고 새어나온 것들이 허연 김을 흩뿌리며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릴테니까.
'아-'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투명한 액체와 느릿하게 흘러내리는 그것을 눈으로 쫓는 이안의 모습.
그 광경이 머릿속으로 떠오른 순간 깨달았다.
그걸 상상한 건 실수였다.
쿵-
배 안쪽에서부터 뭔가가 거칠게 뛰었다.
동시에 꽉 죄어들던 것이 넘실거리는 느낌으로 변화했다.
'안 돼..'
지금 자신의 상황은 물이 끝까지 채워진 컵과 같았다.
아마 물이 한 방울만 더해져도 그대로 흘러 넘쳐버리고 말겠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 한 방울이 더해지려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간절하게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벌써 그런 모습까지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여기까지 온 이상 언젠가는 보이게 되겠지만 그 언젠가가 지금 당장은 아니었으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마음이 준비가 되질 않았으니까.
허나 현실은 가혹했고, 이안의 시선은 자신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아니, 떨어지기는 커녕 아까보다 더 강렬해진 것 같았다.
그런 것이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축축하게 젖어있는 것을 천천히 위아래로 훑어댔다.
시선이 어찌나 또렷하고 강렬한지 마치 직접 만져진 것만 같았다.
"히윽..!"
꼴 사나운 소리와 함께 몸이 제멋대로 덜컥거렸다.
그 순간 꺠달았다.
이제 정말 한계였다.
"보. 보지마..."
그렇기에 이안을 향해 간청했다. 여자가 남자를 상대로 그래봐야 꼴사납게 보일 뿐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리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눈앞의 작은 폭군은 그런 자신의 간청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랬다.
이안은 폭군이었다.
"아름다워요."
말 한 마디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하는 폭군이었다.
"더- 더 보여주세요."
진심이 듬뿍 담긴 목소리가 거세게 들이치는 바람 소리를 뚫고 귓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아-"
아마도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툭-하고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던 뭔가가 끊어져버렸다.
반사적으로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허나 그건 말 그대로 헛된 저항에 불과했다.
"아아아아.."
힘을 주기 무섭게 그것이 그대로 녹아서 사라져버렸으니까.
바로 조금 전까지 힘이 바짝 들어가 있었던 허벅지가 제멋대로 경련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이대로는 분명 꼴 사나운 모습을 보이게 될 거다.
쉬지않고 울려퍼지는 속삭임들이 새로운 쾌감을 낳았다.
'안돼.. 안돼..'
격렬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건 사실 몸서리에 가까웠다.
그렇게-
"흑, 흐으윽..!"
가버렸다.
이안이 지켜보는 앞에서.
팬티를 뚫고 쏟아진 것들이 허벅지를 타고 주륵하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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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뗄 수가 없다 말했던 건 진심이었다.
지금 레이시아의 모습은 그 정도로 야했다.
허나 결코 천박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더 놀라웠고, 그렇기에 더욱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대체 얼마나 느끼고 있는 걸까.
시간이 지날수록 팬티 가운데를 차지한 얼룩의 범위가 넓어지는 걸 구경하는 것또한 상당히 별미였다.
그렇게 집요할 정도로 그녀의 치태를 감상했다.
아마 그러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어느 순간 레이시아의 허벅지에 힘이 바짝 들어갔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눈치챘다.
레이시아는 지금 정상에 오르기 직전이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솟구쳤다.
지금도 이렇게 야한데 정상에 오른 그녀는 얼마나 더 야할까하고.
그리고 레이시아는 그런 내 기대에 착실하게 부응했다.
내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쾌감이 어마어마한지 레이시아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격렬하게 몸을 떨어대기 시작했으니까.
안 그래도 축축하게 젖어있던 그녀의 팬티에서 투명한 액체가 왈칵 터져나오며 그것이 그녀의 새하얀 허벅지를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
추운 날씨 탓일까.
"히윽..! 히으으윽..!"
한 번 시작된 떨림은 멈출 줄을 몰랐다.
그녀의 발끝에서 시작된 잔떨림이 몇 번이고 반사되어 돌아왔다.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버리고 만 걸까.
저렇게 파들파들 떨리는 다리로 잘도 버틴다 싶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레이시아의 몸이 크게 휘청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순간, 곧바로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다행히 받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힘이 빠지긴 했어도 완전히 풀린 수준은 아니었는지 그녀가 쓰러지다 말고 내게 몸을 기대왔으니까.
로브 위로도 숨길 수 없는 보드랍고 말캉한 감촉을 가진 것이 내 쇄골께를 꾸욱하고 짓눌러왔다.
동시에 음탕하기 그지없는, 암컷의 냄새가 달콤한 냄새와 뒤섞인채 후욱하고 끼쳐왔다.
안 그래도 딱딱하게 부풀어있던 물건에 한층 더 힘이 들어가는게 느껴졌다.
"후우.."
그에 작게 숨을 뱉으니 지금의 레이시아에게는 그마저도 자극적이었는지 내게 몸을 기대고 있던 레이시아의 몸이 크게 움찔했다.
그런 그녀에게 감상평을 들려주기 위해 속으로 말을 골랐다.
좋은 음식을 먹었을 때 리뷰를 남기는 것처럼 좋은 걸 봤으니 당연히 감상평을 남겨야하지 않겠는가.
"아름다웠어요."
"흐윽.. 흐으윽.."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물론, 대답을 기대하고 내뱉었던 건 아니었다.
지금 레이시아는 몸에 남은 절정의 찌꺼기들을 수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정신이 없는 듯 했으니까.
그렇다고 내 말이 그녀에게 닿지 않았냐면 그건 또 아닌 듯 했다.
내가 그 이야기를 꺼낸 순간, 아까 전부터 목덜미를 간지럽히던 뜨겁고 촉촉한 숨결이 살짝이나마 거칠어졌으니까.
'어디..'
서비스 좀 해줄까?
그냥 리뷰보다는 그래도 포토리뷰가 더 나은 것처럼 같은 감상평이라도 말만 띡 하고 끝내는 것과 말에다가 행동까지 곁들이는 건 당연히 그 느낌이 다르지 않겠는가.
마침 자세도 좋았다.
그녀가 내게 몸을 기대고 있는 덕분에 조금만 움직여도 충분할 것 같았으니까.
결정을 내린 즉시 슬쩍 발뒤꿈치를 들어올렸다.
그렇게 레이시아와 몸을 바짝 밀착시킨 뒤, 허리쪽에 살짝 힘을 실었다.
그리고는..
"느껴지세요? 저.."
아까 전부터 아플 정도로 부풀어있던 것을 그대로 그녀의 배에다가 대고 꾸욱하고 눌렀다.
그 순간 레이시아가 보여준 반응은 뭐라고 해야할까.. 물고기 같았다.
육지에 패대기쳐진 물고기의 반응이 저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녀가 격렬하게 몸을 퍼덕거렸다.
덕분에 그녀의 몸을 지탱하는 게 상당히 고역이긴 했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더 보여주실 수 있으시죠?"
내가 그녀의 귀에 대고 그리 속삭인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그녀가 우뚝하고 움직임을 멈췄으니까.
그랬다.
고작 이걸로는 부족했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그녀도 마찬가지리라.
"팔찌.. 돌려드릴테니까.."
그녀가 빌려준 팔찌를 돌려주겠노라 말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방금 본 것 이상의 광경을 보여주려면 아무 것도 없이는 추울테니까.
내 말에 레이시아가 무어라고 답을 하기도 전에 나는 이미 내 팔에 채워져있던 팔찌를 빼내 그녀의 손목에다가 끼우고 있었다.
그런 내 태도에서 거역할 수 없는 무언가라도 느낀 것일까.
"지, 지금..?"
그리 묻는 레이시아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음, 지금은 좀 힘드실 것 같고.. 조금 걸을까요?"
모처럼 바깥에 나왔는데 계속 여기 서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해서 그리 제안했는데 뭘 상상한 건지 레이시아가 꿀꺽하고 침을 삼켰다.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소리에 담겨있는 건 두려움 따위가 아닌 순도 100퍼센트짜리 기대감이었으니까.
'역시..'
"..정말.. 변태시네요."
"..싫..어?"
불안하게 떨리는 목소리.
그에 무어라고 입을 열어 답을 하는 대신 손을 움직여 그녀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절대로 그녀를 놓아주지 않겠다고 선언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럴 리가요."
품 안에 갇힌 채 흠칫하고 떨리는 몸.
그렇게 몸을 타고 전해져오는 레이시아의 떨림을 만끽하면서 그녀를 끌어안고 있던 팔을 조금씩 밑으로 내렸다.
"전하밖에 없는 걸요. 절 이렇게 흥분시키는 건.."
스륵-
내 손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 지 모르지 않을텐데 그럼에도 레이시아는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내 손길을 환영하듯 조금 더 내게 몸을 기대왔다.
"나, 나도.."
이내 귓가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한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조심스레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나, 나도 그대밖에 없다.. 이런 날 받아들여주고 이해해주는 건.."
그렇게 좌우로 벌린 엉덩이 사이로 손가락을 미끄러뜨렸다.
"흐윽-!"
날카로운 신음성과 함께 품 안에 갇힌 레이시아의 몸이 크게 떨렸다.
역시 로브로도 막을 수 없었던 것일까.
그녀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가 있는 손가락 끝으로 뜨겁고 축축한 감촉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 감각을 만끽하면서 몇 번이고 손가락을 앞뒤로 왕복시켰다.
레이시아의 허벅지가 다시금 경련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