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이 되기 전에 (178)화 (178/366)



〈 178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동생한테 선수를 빼앗겨버린 상황에서 바이올렛이 할 수 있는  있을 리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상황에서 그녀가 뭐라도 해보려면 해명해야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바이올렛은 그걸 일일히 설명하느니 그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편이 훨씬 나을 거라고 판단했나 보다.

내가 바이올라를 상대로 그러한 제안을 내뱉은 순간 무어라고 말을 하기 위해 천천히 벌어지던 바이올렛의 입술이 언제 그랬냐는 듯 꾹 다물어졌다. 그러더니 이쪽을 향해 던지고 있던 시선을 다시금 제 손에 들린 책쪽으로 돌리는 그녀였다.


여기서 유일하게 바이올라를 제지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이가 침묵을 택해버리니 그녀를 막을 수 있는 것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덕분에 내가  제안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바이올라의 직위가 직위다보니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한 확인 절차가 이루어지긴 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황녀의 몸에 아무거나 닿게 할 수는 없었을테니까.


충분히 이해할  있는 행동이었고, 딱히 찔리는 것도 없었기에 선뜻 고개를 끄덕여 절차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니 멀찌감치 서서 대기하고 있던 시녀들  한 명이 조심스레 앞으로 나섰다.

자신이 한 번 확인해보겠답시고 나선 시녀를 향해 병을 건네주니 그것을 받아든 시녀가  안을 채우고 있던 것을 조금 짜내서 제 피부에다 발랐다. 그것으로 끝인가 싶었더니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영양제를 조금  짜낸 그녀가 그것을 손가락으로 찍어  혀에다가 가져다댔다. 그 순간 표정을 살짝 찌푸리길래 혹시 내가 알지 못하는 문제라도 있는 줄 알고 순간적으로 철렁했는데 알고보니 그냥 써서 그런 거더라.

확인 방법이 좀 다르긴 했지만, 비슷한 꼼꼼함을 선보이며 같이 꺼내든 빗까지 확인을 끝마친 시녀가 그것들을 조심스레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더니 나름 초조해보이는 표정을 한채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바이올라와 똑바로 시선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은근 초조함으로 물들어있던 바이올라의 얼굴이 화악하고 밝아지더니 그녀가 잽싸게 손을 휘둘러 시녀가 내려놓은 것들을 낚아챘다.


그러더니 그대로  손에 쥐어주더라.


확인도 끝났으니까 얼른 시작하자고 재촉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에 내심 쓴웃음을 짓고 있자니 제 역할을 끝마친 시녀가 뽈뽈 뒷걸음질을 쳐 아까 서 있던 곳까지 물러났다.


바이올라가 자리를 옮기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귓가로 울려퍼지기 시작한 그녀의 목소리에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을 향해 시선을 던져보니 눈으로 들어온 것은 두 사람이 앉으면 딱 알맞을 것 같은 크기의 통나무 벤치였다. 이 온실을 관리하는 이가 휴식을 취할 때 사용하는 것일까. 등을 대고 누우면 기분이 끝내줄 것 같이 생긴 그것을 향해 시선을 던지고 있자니 이러고 있을 시간도 아깝다는 듯 언제까지고 풀어주지 않을 것 같았던  꼬리를 풀어낸 바이올라가 즉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탐스러운 꼬리를 붕붕 흔들며 벤치를 향해 쪼르르 달려간 바이올라가  위에 털썩하고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그러더니 얼른 안 오고 뭐하냐는 것처럼 비어있는 제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탕탕 두들기는게 아닌가.


마음이 급해 순간적으로 힘조절이 안 됐던 모양이다.


퍼억하고 제법 살벌한 소리가 벤치와 그녀의 손이 부딪힌 부분에서 터져나왔다. 살짝이지만 나무 파편이 튄 것 같기도 했다.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제 손바닥 아래에서 터져나온 소리를 듣고 당황한 건지 순간적으로 멈칫했던 바이올라는 얼마 지나지 않아 행동을 재개했다.

탕탕하고 벤치 두들기는 소리에 맞춰서 바이올라의 등뒤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은빛의 꼬리가 꼭 마치 얼른 제 옆으로 오라고 날 재촉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에 얼굴 위로 쓴웃음을 띄워올리며 시녀로부터 합격판정을 받았던 것들을 챙겨 바이올라를 향해 걸어갔다.

내가 도착하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자-"


바이올라가 신세를 지고 있는 벤치 앞에 도착하기 무섭게 그녀가 잽싸게 몸을 옆으로 틀었다. 덕분에 내 정면에 위치하게  은빛의 꼬리가 아까보다 조금  격렬하게 살랑거렸다. 움직임이 더 격해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꼭 별개의 생물체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것이 날 향해 묻고 있었다.


'언제 만져줄거야?'

라고.

그러한 모습마저도 귀엽게 느껴진 건 그새 콩깍지라도 씌였기 때문일까.

어느새 마음 속을 가득 채운 흐뭇한 심정을 굳이 억누르지 않고 얼굴 위로 띄워올리니 연신 내쪽을 힐끔힐끔 돌아보며 내 얼굴을 살피고 있던 바이올라의 얼굴이 일순간 빨갛게 달아올랐다.


제게 일어난 변화를 내게 보이는 게 그리도 부끄러웠던 것일까. 그녀의 고개 홱소리를 내며 앞을 향해 돌아갔다.


그렇게 벤치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걸터앉은 바이올라의 뒤편에 자리를 잡게 된 나는 가장 먼저 내게 최면이라도 거는 것처럼 눈앞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이제는 내 시선마저 느껴지게 되었나 보다.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질수록 내 시선에 집중당한 것이 움찔움찔대며 묘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확실히 좀 푸석푸석해보이긴 하네.'

어디까지나 언니인 바이올렛의 것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소리다. 잘 관리되어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건 바이올라 쪽도 마찬가지였다.

그 사실을 본인이라고 해서 모르지 않을텐데도 이렇게 선뜻 내 제안에 응한 것은 그녀 입장에서 이만한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겠지.

이렇게 자연스럽게 내게 만져질 수 있을만한 기회가 언제 또 올지 모르니 말이다.


그런만큼 아마 그녀의 안에 내가 해줄 케어에 대한 기대감같은 건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분명 곧 시작될 스킨십으로부터 피어날 쾌감에 대한 기대감만이 가득할 터.

그러니 더더욱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은 시작하기 전에  헹구는  좋을 것 같네요."


그냥 시작해도 상관없을 것을 굳이 그렇게 말했던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아까 본인의 힘으로 직접 일으켰던 어마어마한 크기의 흙먼지가 그녀에게도 영향을 끼친 것인지 꼬리 군데군데에게 작게나마 그 자국이 남아있었으니까.


해서 그리 말하니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귀신같이 알아차린 바이올라가 멀찌감치 서 있던 시녀를 향해 손짓을 해보였다.  보니까 일로 오라는 뜻은 아닌 것 같고, 뭔가 그들만 아는 수신호같은 거라도 되는 걸까.

바이올라의 손짓을 보고 그대로 뒤로 물러나 온실을 빠져나갔던 시녀가 투명한 물이 담겨있는 항아리를 들고 돌아온 건 기다리는 동안 심심하지 말라고 바이올라의 꼬리를 손가락으로 살살살살 쓰다듬어주고 있을 때였다.

손가락 끝을 세워서 살살 긁어줬더니 느낌이 꽤 좋았나 보다.


저렇게 눈까지 슬며시 감고 그르르하는 소리까지 내는  보면.

만족감이 듬뿍 담겨있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덩달아 나까지 만족스러워져서 자꾸만 피식피식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굳이 그걸 숨기기도 뭣해서 그대로 입밖으로 흘리고 있자니 그런 나와 바이올라의 모습이 우리 둘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위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는 시녀의 눈에는 많이 야릇하게 비춰졌던 모양이다.


항아리를 손에 든채 이쪽을 향해 다가오던 시녀의 얼굴 위로 어느 순간 붉은 색이 화악하고 번져나갔다.


바이올라가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행위에 대한 진실을 어떻게든 숨기고 싶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책임이 명백한 상황.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확 빨개졌던 시녀의 얼굴이 그대로 창백하게 굳어졌다. 항아리 아랫부분을 움켜쥐고 있던 손도 흠칫하고 떨렸고 말이다.

혼날 게 두려워서 그랬던 모양인데 바이올라는 그런 시녀를 아무렇지도 않게 용서해주었다. 주의하라는 뜻으로 그쪽을 한 번 째릿하고 노려보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으니까. 얼른 놓고 가보라는 뜻이 담겨있는 바이올라의 손짓을 목도한 시녀가 죽다 살아난 듯한 표정을 한채 황급히 물러났다.


그런 그녀가 두고 간 것을 집어들어 바이올라의 꼬리에 대고 조심스레 끼얹었다.

"히잇..!"


잔뜩 어루만져진 탓에 민감해질대로 민감해진 꼬리 위로 차가운 물이 끼얹어지니 정신이 번쩍 들었던 모양이다.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던 바이올라의 몸이 펄쩍하고 튀어올랐다. 축축하게 젖은 꼬리털들도 뾰족뾰족하게 섰고 말이다.

그렇게 몸을 뻣뻣하게 경직시키고 있던 것도 잠시, 바이올라가 가늘게 몸을 떨었다. 그와 함께 그녀의 꼬리가 회전하며 머금고 있던 물기를 사방에 대고 흩뿌렸다.

물론, 개중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괘, 괜찮아?"


따지고 보면 내가 사과를 건네야하는 상황인데 오히려 사과를 받고 있는 상황이 문득 우습게 느껴져서 피식피식 웃고 있던 것도 잠시, 항아리와 함께 배달된 천을 집어들어 그대로 바이올라의 꼬리 쪽으로 가져다댔다.


그리고는 그것을 양손으로 움켜쥔뒤 그녀의 꼬리를 엉덩이 쪽에서부터 끝을 향해 쭈욱하고 훑으니..

"...!"

바이올라의 몸이 아까하고는 다른 느낌으로 크게 들썩였다.


그런 바이올라의 몸은 어느새 격렬하게 그지없는 떨림에게 점령당해 있었다. 개중에서 특히나 눈에 띄었던 부분은 뭐니뭐니해도 꼬리가 삐죽하고 튀어나와 있는 부분 바로 위쪽이었다. 튀어나와 있는 꼬리 때문인지는 몰라도 상의가 살짝 들춰져있어 그 사이로 구릿빛으로 그을린 피부가 고스란히 드러나있는데 그것이 흠칫흠칫하고 경련하는 모습이 그렇게 야해보일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저 단순히 닦는 것만으로도  정도 반응인데  병 안에 들어있는 척봐도 굉장히 미끌미끌해보이는 것을 꼬리 위에다가 듬뿍 끼얹은 다음에 격렬하게 어루만져주면 대체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 감히 상상조차 되질 않았으니까.

'이만하면 충분히 마른 것 같으니까..'


슬슬 시작해보실까.

해서 바이올라의 꼬리를 감싸고 있던 천을 걷어내니 그녀도 곧 엄청난 뭔가가 시작될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나 보다. 꿀꺽하고 침 삼키는 소리가 울려퍼지더니 그와 동시에 그녀의 허리서부터 시작된 잔떨림이 그대로 그녀의 척추뼈를 타고 쭉 내달리는 걸 볼 수 있었다.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잠시 옆쪽으로 치워두었던 병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손바닥에 대고 기울이자 그 안을 채우고 있던 액체가 그대로  손바닥 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약초 특유의 향이 코를 콕콕 찔러왔다. 내게도 이렇게 강렬하게 느껴지는데 나보다 최소 몇십 배는 뛰어난 후각을 지닌 바이올라에게는 어땠겠는가.

분명 엄청나게 강렬한 향기가 코를 찌르다 못해 쑤시는 것처럼 느껴졌을 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힐끔힐끔 내쪽을 돌아보고 있던 바이올라가 슬며시 인상을 찌푸렸다. 약초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아니, 그보다는..'


강렬하기 그지없는 약초의 냄새가 내게서 풍겨져나오는 페로몬의 향기를 흐려놓는 걸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눈치였다.

아무튼 그렇게 살포시 찡그려진 바이올라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언니 쪽의 반응은 어떨까 싶어 이제는 방해밖에 되지 않는 천을 치우는 척하며 은근슬쩍 그쪽을 향해 시선을 던져보았다. 그러자 눈으로 들어온 건..


'음..?'


내심 예상하고 있었던 것하고는 많이 다른 광경이었다.


바이올라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 강렬하기 그지없는 냄새를 신경쓰는 듯한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책쪽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바이올렛에게서 그런 기색은 찾아볼  없었으니까.


꼭 마치 냄새 자체를 맡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설마..'


동생하고는 다르게 언니 쪽은 반응이 없었던 이유가..

 순간 혹시하는 가정이 머릿속으로 떠올랐지만 참으로 안타깝게도 거기에 집중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내 허벅지 위를 차지한 바이올라의 꼬리가 움찔움찔 거리며 얼른  만져주고 뭐하냐고 날 재촉하고 있었으니까.


해서 자연스레 머릿속에 눌러앉은 그것을 잠시 뒤로한채 내 손길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을 향해 눈을 돌렸다.

그리고는 병에서 짜낸 것으로 미끌미끌하게 변한 손을 이용해 그것을 꼬옥하고 움켜쥐었다.


쉽지는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미끌거려서 손으로 움켜쥐어서 고정시켜 보려고 해도 자꾸만 손 사이로 빠져나갔으니까. 거기에 꼬리 쪽에서 올라오는 쾌감을 배겨내지 못한 바이올라가 스스로 꼬리를 움찔대기까지 해서..


'열받네..'


짜증이 났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게 꼭 이쪽을 놀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감히 누굴 상대로 꼬리를 쳐대는 것인지.. 아무래도 따끔한 맛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검지와 엄지를 붙여 동그랗게 만들었던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렇게 동그랗게  것 사이에다가 털 속에 숨겨져있던 말캉말캉한 중심부분을 끼워넣고..

"자, 잠깐만.."

그대로 내 몸쪽을 향해 쭉 잡아당겼다.


"끼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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