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이 되기 전에 (152)화 (152/366)



〈 152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어딘가를 향해 바삐 걸어가는 레이시아의 모습을 목도한 순간 틀림없이 구관 쪽으로 향하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헌데 유심히 확인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정말 구관 쪽으로 향하고 있는 거라면 방금 그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었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레이시아의 선택은 왼쪽이 아닌 오른쪽이었다.

'어딜 가는 거지?'


구관으로 가는 게 아니었나?


설마  새 새로운 노출 스팟을 찾아낸 걸까.

순간 그런 생각까지 들었지만 어찌보면 그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마지막으로 감행했던 노출에서 그녀는 나로 인해 꽤나 아찔한 순간을 맛보지 않았던가?

몸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학생회실이 있는 건물까지 정신없이 질주했던 기억이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있을테니 선뜻 구관으로 향하기는 좀 꺼려졌겠지.

그래서 대체 어딜 가는 걸까.

궁금한 마음에 걸음을 재촉하니 레이시아가 향한 곳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자리한 자그마한 쉼터같은 공간이었다.


'이런 곳도 있었구나..'

이제 나름대로 학원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곳은 또 처음이었다. 자그마한 공원같이 생긴 공간을 좌우에 자리한 건물들이 절묘하게 가려주고 있는 것이 레이시아가 사랑해 마지않는 노출플레이를 하기에 딱 좋아보인달까.


'설마..'

애초에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겠지?

오죽하면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일까 싶기는 했지만  마냥 부정하기가 어려운 것이 레이시아는 말이 학생회장이지 사실상 학원의 대소사를 모두 총괄하는 주체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녀가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의 취미생활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쯤이야 일도 아닐테지.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워버리면 반대할만한 위인은 없을테니 말이다.

그렇게 건물 사이에 자리한 공간으로  들어가버리는 레이시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속으로 타이밍을 재기 시작했다.

맘 같아서는 이대로 따라들어가서 그녀가 강탈해간 내 상의를 이용해 무엇을 하는지 실시간으로 감상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지금쯤 주변에 대한 경계심이 최고조로 올라와 있을테니까.

어설프게 접근한다면 필시 들키게  터.

하물며 몸이 이런 상태인지라 기척을 숨기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대체 어떻게 되먹은 몸인지 몰라도  허약하기 짝이 없는 몸은 묘한 구석에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그렇기에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


한창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을 레이시아의 경계심이 한결 가라앉고 마침내 그녀가 '해도 괜찮겠다.'라는 판단을 내릴 때까지 말이다.

그리고 나서 접근한다면?

그때는 들켜도 딱히 상관없었다.

아니, 오히려 들키는 게  좋을지도 모르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최대한 몸을 숙여 레이시아가 들어간 공간을 향해 접근했다. 너무 가까이 접근하면 들킬테지만 안쪽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안쪽에서 새어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의 거리까진 접근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안쪽으로 이어지는 모퉁이 옆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안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최대한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는 기다렸다.

레이시아가 경계심을 풀고 행동에 들어가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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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시아 시점****


이안과 함께 침대에 누워있는 순간은 말 그대로 시험의 연속이었다.

그만큼 자그마한 입술을 오물오물 거리며 곤히 잠들어있는 이안으로부터 풍겨져나오는 체향은 유혹적이었다. 맡으면 맡을수록 이성을 흐릿하게 만드는 향이라고 해야할까. 덕분에 알게 되었다. 냄새가 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떤 냄새라고  꼬집어 묘사하기는 힘들었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게 있다면 맡는 이를 미치게 만드는 그런 냄새라는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가만히 있어보려고 해도 자꾸만 몸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자꾸만 제멋대로 뻗어져나가서 곤히 잠들어있는 이안의 몸을 툭툭 건드려대는 손이나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자꾸만 콧속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탐하는 코의 행동이 그렇게 야속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했다.


자신에게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해서 티나지 않게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잠을 청해보려고 했는데..

"으음.."


몸에 걸친 거라고는 얇은 잠옷 한 장이 고작이라 살짝 추웠던 걸까.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귀엽게 웅얼대는 소리와 함께 몸을 살짝 뒤척이던 이안이 꼬물꼬물 움직여  안으로 파고들어왔다.

그야말로 삽시간에 벌어진 일이라 대응을  수가 없었다.

아니, 하지 못했다.

뭐라도 해보려고 몸을 움직이려 한 순간 아까부터 콧속으로 흘러들어와 자꾸만 이성을 흐릿하게 바꿔놓던 야한 냄새가 한층 더 짙게 변한 채 후욱하고 끼쳐왔으니까.

어찌나 짙은지 잠깐 맡은 것만으로도 눈앞이 아찔해질 정도였다.


그래서였다.

숨 쉬는 걸 멈췄던 것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코밑으로 아른거리기 시작한 그 냄새를 맡은 순간 깨달아버렸으니까. 그건 위험하다는 걸.

계속 맡고 있으면 뭔가를 저질러버릴 것만 같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최대한 숨을 참고, 그 사이에 어떻게든 그것에서 멀어지려고 했다. 몸을 움직이려던 순간 품 안으로 파고들어와 있던 이안이 원래 그가 가졌던 것에 비하면 갸날프기 짝이 없는 팔로 꼬옥하고 매달리지만 않았다면 분명 그렇게 됐겠지.


떨쳐내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떨쳐낼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세운 계획으로 인해 저런 몸이 되고 나서 이안은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기던 무력을 상실해버린지 오래니까. 그리 강하게 힘을  필요도 없이 팔을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떨쳐낼 수 있었을테지.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차마 이안을 떨쳐내지 못했던 것은 그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신의 몸을 꼬옥하고 끌어안는 이안의 손길을 느낀 순간 가슴 속에서 뭔가가 덜컥하고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차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곧 후회했다.

숨을 억지로 참는다는, 그리 익숙치 않은 행위를 몸소 실천하고 있던 몸이 이제 슬슬 한계라는 사실을 전해왔으니까.

이윽고 완전히 한계에 달한 몸이 제멋대로 숨을 들이켰고, 그와 함께 콧속으로 빨려들어온 아까보다 한층 더 진해진 그의 냄새에 이성이 일순간 흐릿해졌다.


품 안으로 파고들어와 있던 이안이 다시금 잠꼬대를 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때였다.


자신으로부터 느껴지는 온기가 퍽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살짝이지만 미소마저 머금은 채 다시금 얼굴을 부비적대는 그의 행동에 가슴이 뭉개지며 거기서부터 묘한 감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감각의 정체를 깨닫고 경악한 순간, 어느새 아플 정도로 딱딱하게 변한 가슴의 첨단에서 뭔가가 주륵하고 흘러나오는  아주 생생하게 느껴졌다. 욕실에서의  이후로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약효가 남아있었던 것일까.


생각치도 못했던 상황에 당황한 나머지 굳어있자니 그때부터 이안이 본격적으로 얼굴을 부벼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에 짓눌린 가슴이 제멋대로 남아있는 것들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머리를 쿵하고 때린 감각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기묘하기 짝이 없는 쾌감이었다.

뭔가를 시원하게 배출하는 듯한 감각과 함께 아까전부터 가슴 쪽에서 느껴지던 응어리같은 것이  풀어지는 듯한 감각.


그 두 가지 감각이 제멋대로 어우러지며 탄생한 기묘한 쾌감이 머리를 쉬지않고 때려댔다. 그리고 그럴수록 가슴에서 제멋대로 뿜어져나오기 시작한 것의 기세또한 강렬해졌다.

 다람쥐가 되어 챗바퀴 속을 돌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조금이라도 진정이 될만하면 가슴 쪽에서 올라오는 쾌감이 머리를 쿵하고 때리며 뿜어져나오는 것의 기세가 강렬해지는 일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으니까.

그 뒤로도 한참동안이나 이어지던 사정의 쾌감 속에서 허덕이며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던 것도 잠시, 간신히 정신을 차리는데 성공한 순간 눈으로 들어온 건 참담하기 그지없는 광경이었다.

그렇게 잠깐동안 자신이 뿜어낸 것으로 흠뻑 젖어있는 이안의 모습을 목도한 순간 가장 먼저  생각은 '다행이다.'였다.


욕실에서의 일 때문에 피곤해진 이안이 곯아떨어졌기에 망정이지 만약 방금 그걸로 잠에서 깨어나기라도 했다면.. 그래서 추잡스럽기 짝이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경멸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오기라도 했다면 자신은 분명 견디지 못했을테니까.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걸 두고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


허나 언제까지고 거기에 젖어있을 수만은 없었다.

저렇게 젖은 상태로 방치해두면 그걸 느낀 이안이 깨어날지도 모를 뿐더러 설령 깨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감기에 걸릴 수도 있었으니까.


안 그래도 추위를 많이 타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가.

해서 황급히 몸에 걸치고 있던 가운을 이용해 그의 얼굴을 적시고 있던 것을 닦아냈다.


혹시라도 그가 깨어나지 않도록 조심조심하며 손을 움직이고 있자니 아까하고는 살짝 달라진 그의 냄새가 콧속으로 흘러들어왔다.

기분이 묘했다.


그에게서 풍겨져나오는 냄새에 자신의 냄새가 섞여있었으니까. 그것도 상당히 진하게 말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그가 자신의 것이라고 영역표시라도 해놓은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 생각한 탓일까.


배 안쪽이 꽈악하고 조여드는 듯한 느낌과 함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하는 게 느껴졌다. 동시에 몸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가만히 내버려두면 몸을 살라먹을 것 같은 강렬하기 짝이 없는 열기였다.

순식간에  전체를 점령한 그것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괴롭지 않냐고.


자신에게서 벗어나고 싶지 않냐고.

그런 속삭임 뒤로 따라붙은  열기의 해소법이었다.


'덮쳐.'


눈앞에 곤히 잠들어있는 남자를 덮쳐서 그의 물건을 안에 받아들인다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있을 거라는 속삭임이 자꾸만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래서였다.


조심스럽게 이안에게서 떨어져나왔던 것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게속 그의 옆에 있으면 여전히 머릿속으로 울려퍼지고 있는 속삭임과 몸을 불태우고 있는 열기에 굴복해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참으로 다행히도 자신은 이런 감각을 이미 몇 번이나 느껴본  있었다.

그렇기에 그 해결법또한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지만..

'다시는 안 하겠다고 결심했는데..'


마지막으로 구관에서 '그걸' 했을 때 겪었던 일 때문에 선뜻  해결법을 채택하기가 망설여지는 것은 사람 심리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행히 다른 이에게 들키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중간에 다른 이를 맞닥뜨리기라도 했다면 자신의 인생은 거기서 끝나버렸을테니까.

그렇기에 망설여졌지만, 여전히 곤히 잠들어있는 이안을 보니 괜찮아졌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 욕망에 잡아먹혀서 이안을 덮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런 위험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고 느껴졌으니까.


다만 이대로 방을 빠져나가 그걸 하자니 뭔가가 살짝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그가 입고 있던 잠옷 상의를 챙겼다. 어차피 그는 이런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을테니 그런 식으로라도 보상을 받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챙겨든 것과 함께 로브를 뒤집어쓰고 방을 빠져나와 미리 생각해두었던 장소로 향했다.

한창 '그거'에 푹 빠져있을때 충동적으로 만들어두었던 곳이었다.

'설마 이런 식으로 다시 방문하게  줄은 몰랐지만..'

조성 단계에서부터 참여해가며 꼼꼼하게 관리했던 덕분일까.


막상 완성이 되니 보면 볼수록 자괴감이 들어서 다시는 방문하지 않았던 걸 고려하면 상당히 오랜만에 방문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건물 사이에 자리한 공간은 자신이 요구하는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발을 들인 순간부터 심장이 쿵쿵하고 뛰면서 몸이 제멋대로 떨리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아까는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던 바람이 굉장히 묘하게 느껴졌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몸을 훑고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오싹오싹한 바람을 만끽하면서 쉼터의 중앙을 향해 나아갔다.

쉼터 중앙에는 나무 한 그루가 우뚝 솟아있었다.

조심스레 그쪽을 향해 다가가 그것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는..

"후우.."

짧게 숨을 내쉬며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최대한 정신을 집중했다.

물론, 딱히 주목할만한 소리같은 건 들려오지 않았다. 끽해야 바람이 건물 사이에 나 있는 틈으로 파고들며 나는 소리가 전부였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겠지.

이렇게 늦은 시간에 굳이 여기까지 찾아오는 년은 자신처럼 그렇고 그런 목적을 가진 년밖에 없을테니까.

오랜만이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한창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몸을 억지로 잡아끌어 여기까지 온 탓일까.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뭐라 이루말할 수 없는 긴장감이 발끝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순식간에 머리끝까지 차오른 긴장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꼭 처음으로 야외에서 노출을 감행했던 순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숨과 함께 그 묘한 느낌을 털어내며 조심스레 걸치고 있던 로브 자락을 걷어올렸다.

그와 함께 안으로 파고들어오기 시작한 서늘한 공기가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피부를 사정없이 훑어내렸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오싹오싹한 느낌.

그것이 등골을 타고 쭉 내달리는 느낌에 반사적으로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렇게하지 않으면 엄청난 소리가 튀어나올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터져나오려고 하는 신음성을  눌러 참으면서 아까 방에서 챙겨왔던 이안의 잠옷 상의를 동그랗게 뭉쳐 얼굴에 가져다댔다.


맡으면 맡을수록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야한 냄새와 자신이 뿜어낸 것이 풍기는 진하고 묵직한 향기가 콧속으로 파고들어와 그대로 뇌를 제멋대로 헤집어댔다.


이성이 흐릿해지며 뭐라 이루말할 수 없는 배덕감이 머리끝까지 솟구쳤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흐으.."


해서 작게 숨을 들이키며 놀고 있던 손을 다리 사이를 향해 내뻗었다.

그렇게 닿은 곳은 수치스러울 정도로 질척하게 젖어있었다.

축축하게 젖어버린 다리 사이를 서늘한 밤공기가 훑으며 지나가는 오싹한 느낌을 만끽하면서 균열 사이로 제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고 있는 자그마한 돌기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건드렸다.


"흐윽..!"


날카롭게 치솟은 쾌감이 소리로 변해 목구멍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거기에 약간의 상상을 곁들였다.

끓어오르는 몸을 달래기에 그것만한게  없었으니까.

'만약..'

누군가 이런 자신의 추잡스럽기 짝이 없는 모습을 목격한다면..

예전에도 몇  해본 적 있는 상상을 머릿속으로 되뇌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머릿속으로 떠오른 것은 이안의 얼굴이었다.


그와 함께 형체도 없이 흐릿하던 '누군가'의 얼굴이 이안의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상상을 머릿속에서 쫓아낼 수가 없었다. 그만큼 자극적이었으니까. 미칠 정도로.

그렇게 이안에게 보여지는 걸 상상하면서 열심히 끓어오르는 몸을 달래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쾌감을 얻는 데에만 너무 몰두하고 있었던 걸까.


바스락-


잘 마른 낙엽이 발밑에서 바스라지는 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졌다.


그와 함께 어딘지 모를 곳으로 깊숙하게 가라앉던 이성이 수면 위로  부상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수, 숨어야..'

그리 생각하며 몸을 움직이려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회, 회장님?"

들리지 말아야할 목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졌다.

자신이   믿을 수 없다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진 순간 몸이 제멋대로 정지했다.


"이, 이게 대체.."

동시에 깨달았다.

시선이라는 것이 이토록 또렷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만큼 자신이 본 걸 믿을  없었던 것일까.


이안의 시선이 몸 곳곳을 훑으며 지나가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렇게 그의 시선이 몸에 와서 닿을 때마다 닿은 부분에서 쾌감이라는 이름의 꽃이 피어났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이 다리 사이에서도 피어난 순간..

"흑..?!"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입밖으로 터져나오는 소리를 참아낼 수가 없었다.


그게 빌미가 되었던 걸까.


억지로 내리누르고 있던 쾌감이 미친듯이 범람하며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허벅지가 부들부들 경련하며 눈앞이 새하얗게 변할 정도로 강렬하기 짝이 없는 쾌감이 머릿속을 난도질했다.


그렇게..

가버렸다.


이안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의 잠옷 상의에 얼굴을 쳐박은 채로.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보며 이안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차마 뒤를 돌아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강렬하기 그지없었던 쾌감이 남기고 간 여운으로 몸이 제멋대로 후들후들 경련하고 있는 지금 상태에서는 더더욱.


그래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대로 굳어있었던 것인데..


타다닥-


굉장히 끔찍한 무언가로부터 도망이라도 치는 것처럼 황급히 자리를 떠나는 발자국 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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