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이 되기 전에 (149)화 (149/366)



〈 149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처음 봤다.

레이시아가 저렇게 당황하는 모습은 말이다. 제 몸에 일어난 변화가 그리도 당혹스러웠던 걸까.

아무튼 덕분에  수 있었다.

당황한 모습마저도 아름다운 사람이 존재할  있다는 것과 젖었을 때 제일 야하게 느껴지는 재질이 바로 실크라는 걸 말이다.

새로이 알게된 사실들을 머릿속에 새겨넣으면서 갑작스러운 레이시아의 태도 변화에 덩달아 당황한 척을 했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안절부절 못 하는  시선을 이리저리 움직여 레이시아의 모습을 더듬어가며 그리 말하니 돌아온 건 제게 일어난 변화를 숨기기 위한 말이었다.

"잠시 깜빡하고 있었던 게 떠올랐을 뿐이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제게로 날아드는 내 시선을 살짝 피하면서 그리 둘러댄 레이시아가 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방으로 돌아가는게 어떻겠냐는 말을 제 말 뒤로 덧붙였다. 일단 날 방으로 돌려보내고 난 다음에 혼자서 해결책을 강구해볼 생각인 걸까.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다.

다만 레이시아가 당황한 나머지 딱 한 가지 간과한 점이 있다면 몸에 걸치고 있는 게 꼴랑 실크재질의 얇은 잠옷 한 장이 전부라는 것이었다.


최근들어 제법 쌀쌀하니 숄같은 거라도 위에 걸칠 법 한데 그런 것도 없이 그것만 달랑 입고 있는 걸 보면 아까 내가 방으로 들어설  들여다보고 있었던 서류들만 처리하고서 바로 자러갈 생각이었던 모양.

덕분에 그녀의 가슴에서 새어나온 것이  위를 덮어주고 있던 얇은 천을 적시기 시작하는 광경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부드러운 천 위로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얼룩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레이시아의 살갗에 철썩 들러붙으며 본래라면 드러나지 말아야할 것의 윤곽이 남김없이 드러났다.


"그, 그건.."


말 그대로 갑작스레 벌어진 일에 당황한 척 더듬거리니 내 시선이 어느 쪽을 향해있는지를 확인한 레이시아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것도 잠시 내가 혹시 이상한 오해라도 할까봐 걱정이 됐던 걸까.

"아, 아무래도 카트린느가 착각해서 이상한 약을 건네준 모양이구나."


내가 대려고 생각해두었던 핑계가 레이시아의 연분홍빛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분명 그런 게 틀림없다고 확신하는 듯한 목소리는 덤이었다. 귓가로 울려퍼지는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솔직히 좀 웃겼다. 목소리만 들으면 레이시아는 이미 카트린느가 지금 일어난 이 사건의 범인이라고 확정지은 듯 했으니까.


한편으로는 레이시아가 그런 판단을 내린 게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카트린느한테는 전과가 있으니까. 저번에도 음료수하고 약을 착각해서 잘못 건네주는 바람에 졸지에 내가 페로몬을 사방으로 흩뿌리는 마성의 미소년이 되지 않았던가.


아예 그런 실수 자체를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모를까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 전적 있으니 당연히 그쪽부터 의심이 될 수밖에 없겠지. 거기에 카트린느는 평소 성격이나 행동도 좀.. 많이 허술한 편이기도 하고.

어찌되었건 내가 하려던 말을 레이시아가 대신 해준 상황이었기에 나는 거기에 대고 적당히 맞장구만 쳐주면 됐다.

"아.."

이제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가 된다는 것처럼 나지막하게 탄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방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보고 이상한 오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리도 안심이 되었던 걸까. 여전히 당황에 젖어있던 레이시아의 얼굴 위로 미약하게나마 안도하는 기색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게 안도하던 것도 잠시, 한 번 흘러나오기 시작하니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 액체의 향연에 시급하게 손을 쓸 필요성을 느낀 걸까.


"아무튼 이건 내가 알아서 해결할테니 이안 너는.."

재차 입을 연 레이시아가 다시금 나를 방으로 돌려보내려 했다.

물론, 거절했다.

"아니에요. 저도 도와드릴게요."


그녀의 몸에 일어난 변화에 책임감같은 거라도 느낀 것처럼 최대한 진지한 목소리와 표정을 쥐어짜내며 그리 말했더니 레이시아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은근히 기뻐했다. 비율을 따져보면 당혹스러워하는 쪽이 조금 더 크긴 했지만.


그래서일까 레이시아는  호의를 거절하려 했다.


자신을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은 고맙지만 시간도 많이 늦었고 하니 마음만 받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러니까 돕게 해주세요."


"그.."


"약을 건네받고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제 책임도 있는 걸요."


이렇게라도 돕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해서 방으로 돌아가도 제대로 잠을 못 잘 것 같다는 식으로 응수하니 재차 사양의사를 밝히려던 레이시아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네? 그러니 부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한 번 더 찌르고 들어갔다.

그게 결정적이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간  조르기에 레이시아의 얼굴 위로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떠오르더니 그 상태로 끄응하고 침음성을 흘리던 그녀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으니까.

얼핏보면 괜찮다고 말을 해도 포기하지 않고 몇 번이나 들이대는 내 행동에  이기는 척 수락의 의사를 밝힌 것 같은 그런 모습이었지만 나는 봤다. 레이시아의 고개가 위아래로 흔들리기 시작한 순간 그에 맞춰 그녀의 입꼬리가 묘하게 움찔대는 모습을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무사히 문제 해결을 위한 조력자 포지션을 확보하는데 성공했지만 중요한  이 다음부터였다.

"헌데 도와준다고 해도.."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냐고 묻기라도 하는 것처럼 슬며시 말끝을 흐리는 레이시아의 행동에 슬금슬금 그녀의 눈치를 살피는 척 하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물론, 그렇게 입밖으로 내뱉은 목소리도 그녀의 눈치를 살피듯 조심스럽기 그지없었다.


"그.."


레이시아가 그랬던 것처럼 살짝 말끝을 흐리면서 아까보다 조금 더 그녀의 몸에 찰싹 들러붙은 원피스 형태의 슬립 쪽을 힐끔거렸다.


나와 레이시아가 돕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새어나왔던 것일까. 그것의 가슴 부분에 자리한 얼룩은 아까 봤을 때보다 조금 더 커져있었다. 그래서  야릇했고.


안 그래도 눈에 확 띄던 부분이 젖기까지 하니 그렇게 야할 수가 없었다.


특히나 철썩 들러붙은  위로 유두의 윤곽이 또렷하게 드러나있는 모습은 정말로..

'미치겠네 진짜..'

보는 이를 미치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거길 볼 때마다 배 안쪽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울컥하고 치솟는 느낌이었다. 맘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것을 한 입 크게 베어물고는 그대로 쯉쯉 소리가 나도록 빨고 싶은데 상황상 그러질 못한다는 게 그저 원통할 따름이었다.

그런 식으로 자꾸만 솟아오르는 욕망을 있는 힘껏 억누르면서 아까 입밖으로 냈던 목소리를 다시금 쥐어짜냈다.


"지금 문제가.. 자꾸만 새어나오는 거잖아요?"

적당한 말을 고르는  하다가 결국 찾아내지 못한 척  부분을 생략해서 말하니 그렇게 내뱉어진  말을 듣고는 잠시 몸을 움찔했던 레이시아가 민망해하는 기색을 얼굴 한 가득 채워넣은 채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녀도 그 부분이 제일 신경쓰였던 모양.


'하긴..'

지금처럼 가만히 있어도 계속 새어나오면 잠은 커녕 그게 신경쓰여서 제대로 쉬지조차 못할테니까. 애초에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 그녀이니만큼  얼마 안 되는 시간을 방해받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가장 신경쓰일 수밖에 없을 터.


딱봐도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은 레이시아를 향해 조심스럽게 제안해봤다.


"그러면 차라리 안 나올 때까지 짜내면.."

새어나올 일도 없지 않겠냐고 동의를 구하듯 물으니 대답대신 돌아온 것은 꿀꺽하고 작게 침을 삼키는 소리였다. 아무래도 방금  발언이 그녀에게는 '그러니까 내가 바닥날 때까지 짜줄게.'따위로 들렸던 모양이다.


뭐, 완전히 착각이라고는 할  없었다.

실제로 내가 노리고 있는 것도  부분이었으니까.


물론, 그러한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저 레이시아의 눈치를 살피는 척만 했을 뿐.

덕분에 나와 그녀 사이로 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렇게 내려앉게된 침묵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게 이어졌다. 그만큼 레이시아가 내 제안을 두고 고민한 시간이 길었다는 소리다. 그 탓에 혹시 수락하지 않으면 어쩌나하고 초조함이 몸을 타고 스멀스멀 기어올라와 내 귀에 대고 가만히만 있지 말고 재촉이라도 해보라고 자꾸만 충동질을 해댔지만 거기에 넘어가지 않고 입을 꾹 닫고 레이시아가 결정을 내리기만을 기다렸다.


 상태로 얼마나 지났을까.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연분홍빛 입술을 꾹 닫고 있던 레이시아가 마침내 입을 연 것은 내 체감상 어마어마하게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였다.

"그.."


내가 그녀에게 제안을  때 냈던 것과 크게 차이가 없는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언제  닫혀있었냐는  슬며시 벌어진 분홍빛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그 뒤로 따라붙은 것은..


"..그럼 부탁 좀 해도 되겠느냐..?"

사실상 수락에 가까운 물음이었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아까보다 촉촉하게 젖어있는 듯한 레이시아의 목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지는  들으며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덕분에..

레이시아와  욕실을 쓰게 되었다. 침실이 아닌  살짝 아쉽긴 했지만, 뒷처리를 생각하면 이 편이 맞았기에 레이시아의 결정에 딴지를 걸거나 그러진 않았다.

"드, 들어가도 될까요?"

"..그, 그래."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도 잠시, 이만하면 충분히 준비가 끝났을 것 같아서 굳게 닫혀있는 문을 두들기며 그리 물으니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이루어진 대답이 문틈 사이에서 새어나와 귓속으로 흘러들어왔다.

그에 지체하지 않고 온몸으로 문을 떠밀면서 즉시  안으로 들어가니 날 반긴 것은 아까 걸치고 있던 실크 소재의 슬립 대신 딱봐도 부드러워 보이는 목욕 가운으로 몸을 감싸고 있는 레이시아의 모습이었다.

따로 앉을만한 곳을 찾지 못했던 것인지 욕조 끝에 걸터앉아 얼굴을 발그레하게 물들이고 있는 레이시아의 모습은 아찔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꼭  폭의 그림을 보는  같았다. 그만큼 비현실적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목도한 순간부터 심장이 제멋대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쿵쿵하고 심장 뛰는 소리가 꼭 몸 전체에서 나는  같았다. 그렇게 온몸이 심장이 된 것 같은 기묘한 감각을 만끽하면서 천천히 그녀를 향해 나아갔다.

동시에 머릿속으로 상상해봤다.

레이시아의 모유에서는 어떤 맛이 날지.

카트린느한테서 나오던 것은  우유에 설탕을 섞어놓은 듯한 그런 맛이 났었는데 말이다. 레이시아의 것에서도 그런 맛이 날까?

아니면 다른 맛이?

상상하면 할수록 기대감이  안쪽에서부터 부글부글 끓어올라서 미친듯이 뛰어대는 심장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자꾸만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었다. 분명 그녀를 향해 걸음을 내딛고 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거리가 벌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걸음걸이도 살짝 불안하게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졌고 말이다.

'진정하자..'


이대로 가면  걷다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서 나름대로 진정을 해보려고 잠시 걸음을 늦추고 심호흡을 하려던 찰나였을 것이다.


아까보다 훨씬 더 제게 가까워진 날 맞이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레이시아가 긴장한 듯 꼬옥하고 움켜쥐고 있던 손을 움직여 가운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고정시켜주고 있던 끈을 조심스레 잡아당겼다.


애초에 묶을 때 헐겁게 묶어놨던 것일까.

묶여있던 끈이 툭하고 풀어지며 그것으로 인해 고정되어 있던 것이 레이시아의 살결을 타고 그대로 흘러내렸다.


그와 함께 눈앞으로 드러난 것은 가운 위로도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던  개의 언덕이었다. 밤새 잔뜩 내린 눈으로 덮인 설산마냥 찬란한 빛을 사방으로 흩뿌리고 있던 그것의 정상에는 산딸기보다 조금  색소가 옅은 색을 띄고 있는 열매가 맺혀있었다.

지금 이 상황에 그녀도 나만큼이나 흥분한 것인지 평소보다 조금 더 도드라진 듯한 그것이 새하얀 액체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똑-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귓가로 울려퍼졌다.

카트린느도 그러더니 레이시아도 모유를 흘리면서 쾌감을 느끼게 된 것일까.


딱봐도 달콤해보일  같은 액체를  방울 떨어뜨린 분홍빛 돌기가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그와 함께 다시금 그 끝에 새하얀 액체가 이슬처럼 맺히기 시작한 것을 확인한 순간..


그대로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이안?"


보드라운 살결이  몸을 반겨주었다.

맞닿은 부분을 통해 느껴지는 온기를 만끽하고 있으니 귓가로 울려퍼진 건 당혹스러움이 살짝 배어있는 목소리였다.

그걸 못 들은  무시하며 새하얀 액체를 뚝뚝 떨어뜨리고 있던 것을 그대로 한 입 크게 베어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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