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카트린느와 뭔가를 할 때 좋은 점이 있다면 내가 자기가 건 암시에 걸려있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탓에 남들이라면 껄끄러움을 느꼈을만한 부분도 대충대충 넘어간다는 점이었다. 지금 이렇게 적극적으로 그녀의 가슴에서 솟아나고 있는 액체를 탐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덕분이었고.
"흐으.."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던 손에 살짝 힘을 주니 젤리와 푸딩 중간 쯔음에 서 있는 감촉을 자랑하던 것이 내 손 안에서 일그러지며 입술 사이에 끼어있던 자그마한 돌기에서 달콤하기 그지없는 액체가 거세게 뿜어져나왔다.
혀끝에 닿을 때마다 짜릿할 정도로 배덕적인 단맛을 선사해주는 그것을 정신없이 받아마셨다.
평소와는 다르게 정신없이 자신을 탐하는 내 모습이 기꺼웠던 것일까. 카트린느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해서 슬쩍 시선을 들어올려 그녀의 얼굴을 확인해보니 카트린느는 쾌감에 몸서리를 치면서도 기꺼워하는 듯한 미소를 입에 걸고 있었다.
"흐으으.. 어때? 맛있어?"
그게 궁금했던 걸까.
귓가로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그녀의 가슴에서 입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이니 카트린느의 얼굴 위로 고혹적인 미소가 번져나갔다.
'오우야..'
맨날 요염함이 철철 흘러넘치는 몸매하고는 어울리지 않게 허둥지둥하는 모습만 보다가 모처럼 몸매하고 어울리는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니 심장이 제멋대로 쿵쿵하고 뛰어대기 시작했다. 그만큼 순간 눈에 비쳤던 카트린느의 모습은 매혹적이었다. 그 모습을 눈에 담는 순간 유혹당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을 정도로.
그런 식으로 요염한 미소를 얼굴 위에 매단 카트린느가 조심스레 손을 들어올려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직 많으니까 얼마든지 더 먹어도 된다고 속삭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가슴에서 뿜어져나오는 모성의 상징 때문인지는 몰라도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가는 손길에서도 비슷한 것이 느껴졌다.
'이제야 좀 연상같네.'
그동안은 하는 짓들이 하도 어설퍼서 다른 세 명하고는 다르게 연상이라는 느낌이 그리 살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지금만큼은 셋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누님의 포스가 카트린느의 온몸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이대로 꼬옥하고 끌어안긴채 토닥토닥을 당하고 싶게 만드는 마력이라고 해야할까. 그래서 조금 더 그녀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카트린느는 그런 내 전진을 밀어내지 않고 그대로 받아주었다.
"아직 많으니까 마시고 싶은만큼 마셔도 괜찮아."
내 바람을 느끼기라도 한 것처럼 등을 토닥이는 손길과 함께 자애로우면서도 고혹적인 목소리로 된 속삭임이 귓속으로 흘러들어왔다. 그 말이 혀끝을 적시는 액체만큼이나 달콤하게 느껴졌다. 어찌나 달콤한지 그것이 훑고 지나간 부분이 간질거릴 정도였다.
마시고 싶은만큼 마셔도 된다니.
굳이 사양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의 오른쪽 유두를 입술을 이용해 부드럽게 뭉개면서 반대쪽 가슴을 조심스레 주물렀다. 차별은 좋지 않으니까. 미리미리 좀 풀어둬서 그쪽을 빨때 안에 든 것이 잘 쏟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는데..
"하으읏..!'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가슴을 주무르고 있던 손에 살짝 힘을 실은 순간, 손가락 사이에 끼어있던 연분홍빛 돌기에서 새하얀 액체가 찌익하고 세차게 뿜어져나왔다. 카트린느의 허리가 움찔하고 떨리며 그녀가 몸을 잘게 경련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때였다.
누가봐도 방금 그걸로 쾌감을 느꼈다는 걸 알 수 있는 모습.
확실히 그녀의 가슴을 그런 식으로 주무르긴 했지만, 그렇다쳐도 저 반응은 살짝 과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이 비정상적인 상황이 주는 배덕감 때문에 잔뜩 흥분해서 몸이 평소보다 민감해지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혹시..'
그런 식으로 시작하는 가정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건 한 번 확인을 좀 해봐야겠는데?
그리고 그게 그 뒤로 따라붙은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왼가슴을 움켜쥐고 있던 손을 조심스레 움직여 새하얀 언덕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던 분홍빛의 돌기를 향해 옮겼다. 그리고는 그것을 손가락 사이에 끼운 뒤..
찌이이익-
그대로 앞으로 쭉 잡아당겼다.
"흐으으윽..!"
강제로 끄집어내진, 딱딱하게 변한 돌기 끝에서부터 새하얀 액체 한 줄기가 세차게 뿜어져나왔다. 날카로운 신음성과 함께 카트린느의 몸이 펄쩍하고 튀어오르며 그녀의 고개가 뒤로 넘어간 것도 바로 그때였다.
흡사 모유를 뿜어내는 행위 자체에서 강렬한 쾌감을 얻기라도 하는 것처럼 카트린느는 몸 전체를 경련시키며 어쩔 줄 몰라했다. 그렇게 그녀가 몸을 경련할 때마다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있던 돌기에서부터 모성의 상징이 왈칵하고 터져나와 내 손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흐으으으.."
그 마저도 카트린느에게는 쾌감으로 다가갔던 모양이다.
그녀의 몸이 깃든 잔떨림은 시간이 지나도 멈출 줄을 몰랐다.
무슨 구멍 뚫려서 서서히 무너져내리기 시작하는 둑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새하얀 액체가 멈추지 않고 줄줄 흘러내리는데 그렇게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들이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쪼옵-
오른쪽 가슴을 베어물고 있던 입술을 곧장 그쪽으로 옮겼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바로 조금 전까지 베어물고 있던 것보다 살짝 딱딱하게 느껴지는 것이 입술 사이로 파고들어옴과 동시에 그 끝에서부터 주륵하고 흘러내린 달콤한 액체가 그대로 혀끝을 적셨다. 어째 들이키면 들이킬수록 만족이 되기는 커녕 더욱 고파지기만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흘러내리는 액체를 받아마시기 바쁘던 혀를 움직여 입술을 이용해 단단히 고정해두었던 것을 그대로 쭉 핥아올렸다.
"자, 잠..!"
그와 함께 귓가로 울려퍼진 당혹스러움이 듬뿍 배인 목소리를 들은 순간 깨달았다. 지금 카트린느가 느끼고 있는 쾌감은 그녀에게 있어 생각치도 못했던 오산이었다는 것을.
그렇지만 오산이더라도 기분 좋은 오산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나 쾌감에 겨워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입안으로 들어온 것을 쪽쪽 소리가 나도록 거세게 빨면서 거기서부터 쏟아지는 것들을 열심히 받아마시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아까 열심히 주물러서 미리 풀어둔 덕분인지는 몰라도 반대편을 빨때보다 훨씬 많은 양이 세차게 뿜어져나오며 갈증을 달래주었지만, 그럼에도 자꾸만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만족스럽기는 한데 더 많이 마시고 싶다고 해야할까.
새삼 그 중독성에 감탄하면서도 어정쩡하게 놀고 있던 양손을 움직여 새하얀 봉우리를 움켜쥐었다.
"흐읏.."
그런 내 접촉에 뭔가 불길한 예감같은 거라도 받은 것일까.
입술과 맞닿아있던 카트린느의 살결을 통해 가느다란 떨림이 전해져왔다.
내 심장까지 덩달아 떨리게 만드는 그 묘한 떨림을 만끽하면서 카트린느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던 손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까처럼 애무하듯 주무르지는 않았다. 그저 안에 든 것을 쥐어짜는 것처럼 그것을 앞뒤로 움직여가며 가슴을 자극해댔을 뿐인데..
"아하악..!"
효과가 좋아도 너무 좋았다.
예의 그 달콤한 액체가 세차게 뿜어져나옴과 동시에 거의 비명에 가까운 새된 소리가 카트린느의 입술 사이에서 터져나오더니 그대로 그녀의 상체가 뒤로 넘어갔으니까.
소파 등받이가 그런 그녀의 몸을 받아주었기에 망정이지 그게 없었다면 아마 그대로 뒤로 자빠졌을 거다.
그렇게 소파 등받이에 한껏 몸을 기댄 채 카트린느가 몸을 격렬하게 떨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이라도 더 편한 자세를 취하고자 위해 자연스럽게 그녀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가있던 무릎 끝에서 축축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카트린느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있던 내가 그녀에게서 떨어져나온 것은 언제까지고 쏟아져나올 것만 같았던 것이 뚝 멎어버렸을 때였다.
거의 무한할 것처럼 이야기했던 카트린느의 말과는 다르게 액체는 금방 동이 나버렸다.
아무리 빨아도 이제 나오질 않는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순순히 카트린느에게서 몸을 떨어뜨리니 소파 팔걸이 부분을 꽉 움켜쥔 채 몸을 잘게 떨어대고 있던 카트린느가 그대로 몸을 축 늘어뜨렸다.
살짝 밀기만해도 그대로 소파 밑으로 주륵하고 흘러내릴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슬쩍 시선을 밑으로 내렸다. 그러자 눈으로 들어온 건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보다 훨씬 더 짙은 색을 띄고 있는 소파의 모습이었다.
대체 얼마나 가버렸길래 소파 쿠션이 저렇게 흠뻑 젖은 걸까.
'뭐, 확실히..'
많이 마시긴 한 것 같았다.
아직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반면에 배는 지금까지 받아마신 것들만큼 부풀어오른채 출렁거리고 있었으니까.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살짝이지만 거북한 느낌이 들어서 조심스럽게 튀어나온 배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손끝으로 휘감긴 것은 평소보다 훨씬 더 말랑말랑한 감촉이었다. 평소의 감촉이 약간 떡을 연상시키는 말랑말랑함이라면 지금은 물풍선같달까.
그 기묘한 느낌이 또 묘하게 중독적이어서 살짝 부풀어오른 배를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카트린느가 정신을 차리기만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음..'
벌써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카트린느에게서 각성의 기미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완전히 동났다고 생각했던 새하얀 액체를 찔끔찔끔 흘려가며 몸을 간헐적으로 부르르 떨어대는 꼴이 아무래도 정신을 차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그때까지 저대로 내버려두기도 좀 그렇고..'
해서 조심스레 늘어져있는 카트린느를 향해 다가갔다.
그녀의 가슴에서 쏟아져나오는 걸 받아먹는데 푹 빠져서 정확히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시간감각이 아예 고장난게 아니라면 머지 않아 앨리스가 날 데리러 돌아올테니까.
이 꼴을 그대로 보이긴 좀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잘 익은 파김치마냥 몸을 축 늘어뜨리고 있는 카트린느를 향해 손을 뻗어 풀어헤쳐져있던 셔츠의 단추들을 조심스레 채우기 시작했다.
풀어져있는 단추들을 모두 채워놓고 보니 눈앞으로 등장한 건 야릇하기 그지없는 풍경이었다.
애초에 브래지어 자체를 차고 있지 않았던 탓에 카트린느의 가슴을 덮고 있는 거라고는 얇디 얇은 셔츠 한 장이 전부였다.
그런데 아까전부터 그녀의 가슴에서 찔끔찔끔 새어나오는 것이 그것을 적시니..
'오우..'
순식간에 젖어든 셔츠 위로 보이지 말아야할 것들이 비춰보이기 시작했다.
어째 벗겨놓았을 때보다 더 야릇하게 느껴지는 그 모습에 홀린듯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것도 잠시, 조심스레 고개를 기울여 살짝 젖어있는 부분을 그대로 베어물었다. 그렇게 베어문 곳에서는 뭐랄까 아까와 같은 단맛은 나지 않았다. 끝물이라서 그런 걸까. 달달하기 보다는 밍밍한 맛이 혀끝을 맴돌았다. 그렇지만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건 똑같았다. 젖은 천 특유의 텁텁한 맛이 혀끝을 톡톡 건드려대는 걸 느끼면서 그 위로 삐죽하고 솟아나있는 돌기를 슬며시 짓눌렀다.
"흐으으.."
그게 무슨 버튼이라도 되는 것처럼 반들거리는 입술 사이에서 가느다란 신음성이 새어나오며 소파 위에 늘어져있던 카트린느의 몸이 잘게 경련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느긋하게 감상하다가 그대로 그곳에서 입을 떼어냈다.
지금의 카트린느한테는 방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당하기 벅찼던 것일까.
뒤이어 울려퍼지기 시작한 건 살짝 숨을 헐떡이는 소리였다. 그에 맞춰서 새하얀 셔츠 위에 자리한 얼룩이 주변을 잠식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의외로 중독성이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몸집을 불려가는 그것의 모습을 느긋하게 감상하다가 흥분 때문인지 빨갛게 변한 카트린느의 귀쪽으로 입술을 가져갔다.
"누나."
솔직히 말해서 대답할 거라고 생각하고 부른 건 아니었다.
그저 감사를 표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렇게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를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 어디가서 이런 경험을 해보겠는가?
그래서 그녀를 불렀던 것인데..
"으..응.."
설마 대답이 돌아올 줄은 몰랐지.
과도한 쾌감에 정신이 반쯤 날아가버린 상황에서도 내 목소리에 반응할 정신만큼은 남겨두었던 것일까.
뚝뚝 끊어진채로 내뱉어지긴 헀지만 카트린느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온 것은 분명 내 부름에 대한 대답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당황했던 것도 잠시, 이왕 이렇게 된 거 챙길거나 챙기기로 했다.
딱 보니까 정신줄을 반쯤 놓은 채 횡설수설하는 것 같은데 이 상태라면 내가 무엇을 물어보든 사실대로 답해줄 것 같았으니까.
"가슴에 그거 말이에요. 어떻게 한 거에요?"
"이거.. 약.."
"그 약은 어디있는데요?"
"찬장에.."
"그거 제가 가져가도 돼요?"
"으응.."
그렇게 술에 취한 사람마냥 횡설수설 내뱉어지는 카트린느의 발언을 긁어모은 결과 어렵지 않게 찾던 것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많이는 안 만들었나 보네.'
카트린느가 비운 것으로 추정되는 빈 병 하나를 제외하면 남은 분량은 딱 한 번 마실만한 양이 전부였다.
이 약이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없었던 걸까.
손에 든 게 마지막 한 병이라고 생각하니 아쉽기 그지없었지만 금방 털어낼 수 있었다.
오늘 이렇게 격한 피드백을 돌려주었으니 머지 않아 이 찬장이 지금 내 손에 쥐어져있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가진 것들로 가득 채워질테니까.
카트린느라면 그러고도 남았다.
'자, 그러면..'
그렇게 딱 하나 남은 약을 챙겨 주머니 안에 쑤셔넣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이안?"
문 너머에서 날 부르는 앨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끝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