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아무래도 디아나의 앞에서 보란듯이 날 낚아챘다는 사실이 그녀의 안에 숨겨져있던 스위치를 눌러버린 모양이다. 클레어와 엮이면서 그녀의 안에 자리잡게된 그 특별하면서도 은밀한 스위치 말이다.
그래서일까 붉은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호흡이 많이 거칠었다.
어느새 앨리스의 허벅지 안쪽에는 땀방울인지 다른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투명한 액체가 방울방울 맺혀있었다. 개중에서 제일 큰 덩치를 자랑하던 것이 새하얗고 탄탄한 허벅지를 따라 쭉 미끄러졌다. 그것이 그려낸 선은 내가 봤던 것들 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것만으로도 흥분되서 미칠 것 같았는데..
"응..? 이안..?"
귓가로 울려퍼지는 목소리가, 흠뻑 젖다 못해 달콤해보이는 투명한 액체를 질끔 흘리는 분홍빛 팬티의 모습이 내 이성을 잡아먹었다.
그래서 곧바로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자, 잠..?!"
설마 내가 그런 식으로 다리 사이로 얼굴을 파묻을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던 걸까. 살짝 몸을 숙이며 앨리스의 허벅지 사이로 얼굴을 들이미니 자연스럽게 내 양볼과 맞닿게된 그녀의 부들부들한 허벅지가 흠칫하며 경련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애틋하기 그지없는 떨림을 만끽하면서 질척하게 젖어있던 부분을 그대로 입 안으로 머금었다.
"햐읏.."
제법 귀여운 소리가 앨리스의 입술을 뚫고 튀어나왔다. 그에 시선을 들어올려 그녀의 얼굴을 확인해보니 눈동자를 살짝 떨면서 당황에 빠져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 그런 미소를 머금은 채 날 유혹하던 사람과 동일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귀여운 반응이었다.
허벅지서부터 시작된 떨림이 그녀의 살결을 타고 온몸으로 번져나가는 걸 눈에 담으면서 입 안으로 머금고 있던 포동포동한 것을 혀끝으로 슬며시 짓눌렀다.
"흐윽..!"
날카롭기 그지없는 교성이 우리가 들어와있던 주방 안과 내 귀를 꿰뚫었다. 동시에 볼을 타고 올라오는 떨림이 조금 더 거칠어졌다.
가만히 있으면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쓰러질 것만 같았던 걸까. 뭐라도 잡을 만한 것을 찾으려는 것처럼 이리저리 배회하던 앨리스의 손이 마침내 정착한 곳은 내 머리였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머리카락을 스치며 지나가는 느낌이 상당히 자극적이었다. 그에 다시 한 번 혀를 놀리니 내 머리를 꼬옥하고 움켜쥐고 있던 앨리스의 손이 파르르 떨리며 거기에 살짝 힘이 들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살짝 웃겼다.
머리를 꼬옥하고 움켜쥔 손길이 어찌보면 그만하라고 밀어내는 것 같으면서도 더 해달라고, 더 격렬하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앨리스의 허벅지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그녀를 애무하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더는 참기 힘들었던 것일까.
"이, 이제.."
벽에 몸을 기댄 채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히고 있던 앨리스의 입에서 그런 목소리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그녀가 내 머리를 살짝 뒤로 밀어냈다. 그에 굳이 저항하지 않고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빠져나오니 벽에 기대어 선 채 다리를 살짝 떨고 있는 앨리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위태로운 모습과는 별개로 날 내려다보는 그녀의 얼굴과 눈빛에는 만족스러움과 애정이 아주 그득하게 담겨있었다. 어찌나 가득가득 담아놨는지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서도 그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슬슬 힘들지? 누나가 금방 기분좋게 해줄게.."
여기서 이대로 할 생각인 걸까.
흥분으로 눈이 돌아간 걸 보니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그에 시선을 내려 바닥을 살피니 눈으로 들어온 건 척봐도 딱딱해보이는 돌바닥이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등이 배기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뭐라도 깔아놓으면 그나마 괜찮을텐데 그런 것도 딱히 안 보이고..
그런 내 기색을 눈치챈 것일까.
앨리스가 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날 벽에 기대어 서게 만들었다. 덕분에 아침 구보 전에 연무장에서 사열하는 것처럼 뒷짐을 진 채 벽에 기대어 서 있으니 흐으하고 짧게 숨을 내쉰 그녀가 그대로 내 앞에 쪼그려앉았다.
허리춤을 잡아당기는 손길과 함께 바지 위로 텐트를 치고 있었던 물건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녀 입장에서는 몇 번을 봐도 탐스러운 크기였던 걸까. 쪼그려앉은 탓에 내 물건과 정확히 얼굴을 맞대게 된 앨리스가 꼴깍하고 침을 삼켰다.
솔직히 나도 좀 감탄스럽긴 했다.
대체 그 환에 무슨 수작을 부렸길래 이렇게 미친듯이 발기가 될까 싶었으니까.
내가 먹은 그 환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만 있다면 아마 떼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따지면 히로인 후보들 중에서 기둥서방 짓을 하며 놀고먹는다는 내 당초의 계획에 가장 가까운 건 카트린느일지도 몰랐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내 물건을 조심스레 움켜쥔 채 그것과 눈싸움 비슷한 것을 벌이며 연신 꼴깍꼴깍 침을 삼키던 앨리스가 이내 조심스럽게 입술을 벌렸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빠져나온 혀가 내 물건 끄트머리를 조심스럽게 건드렸다.
그때부터 살짝 까슬까슬하면서도 말캉하고 따뜻한 것이 내 물건 위를 노닐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펠라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본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내 물건을 미리 적셔놓는 듯한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배려가 느껴지는 움직임이었다. 그래서 더 미칠 것 같았지만.
물건 쪽에서 올라오는 근질근질한 쾌감에 입술을 살짝 깨문 채 벽에 등을 기대고 있자니 제 혓바닥 위에 내 물건을 올려놓은 채 시선만 들어올려서 내 반응을 확인하던 앨리스가 흐응하고 콧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그대로 내 물건을 입안으로 집어삼켰다가 그대로 뱉어냈다.
그와 함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눈웃음이 날 향해 날아들었다. 그런 것을 던지며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그녀가 입고 있던 치마를 허리춤까지 말아올렸다.
툭-
가벼운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다리 사이를 가려주고 있던 것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과시라도 하는 것처럼 느릿한 손길로 아래쪽의 무장을 완전히 해제한 앨리스가 내게 등을 보이며 돌아섰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
궁금한 마음에 지켜보고 있으니 고개만 돌려서 내쪽을 돌아본 그녀가 살짝 몸을 굽히며 날 향해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등뒤로 돌아온 그녀의 손이 조심스럽게 내 물건을 움켜쥐었다.
그렇게 '각도'를 맞춘 그녀가 그대로 엉덩이를 뒤로 내밀며 내 물건을 제 안으로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아까 공들여서 발라둔 것 덕분인지 부드럽게 그녀의 안으로 빨려들어간 물건이 그녀의 안을 헤집으며 점점 더 깊숙한 곳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주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런 식으로 내 물건을 뿌리 끝까지 집어삼킨 앨리스가 내 하복부에 엉덩이를 딱 붙인 채 작게 숨을 내쉬었다. 후하고 내뱉어진 숨소리가 꼭 마치 귀에 대고 직접 내뱉어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기분이 살짝 이상했다.
자세는 분명 후배위인데 내가 아는 후배위하고는 많이 달랐으니까. 그래서 후배위라기 보다는 선채로 하는 기승위같은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눈에 비치는 경치는 분명 후배위의 그것이었다.
허리까지 말려올라간 치마 자락 아래로 드러난 봉긋한 엉덩이가 내 물건을 한껏 머금고 있었다. 새하얗게 솟아오른 엉덩이가 꼭 그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설원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뒷짐을 지고 있던 손을 풀어 그것을 조심스럽게 움켜쥐었다.
그곳에 내 손자국을 남기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남긴 자국으로 울긋불긋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굉장히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름 있는 힘 없는 힘 전부 모아서 최대한 힘을 줘봤는데..
'시발..'
힘이 모자라서 원하는대로 안 되더라. 솔직히 좀 분했다. 물건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있는데 어째 손아귀에는 그것의 반에 반도 안 되는 것밖에 모이질 않았으니까.
나름대로 힘을 줘봤음에도 여전히 새하얗기만 한 앨리스의 엉덩이를 보고 있자니 왠지 놀림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찰싹-!
손바닥을 쫙 펼쳐서 그것을 두들겼다.
"하흐읏..?!"
그러자 돌아온 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격렬한 반응이었다.
고양이가 하악대는 소리를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교성과 함께 자세를 조절한다고 살짝 굽혀져있던 앨리스의 허리가 일순간 꼿꼿하게 펴졌다.
동시에 손으로 꽉 움켜쥐었을 때는 별다른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던 앨리스의 엉덩이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꼭 마치 방금 그걸로..
"..갔어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살짝 뒤로 젖혀져있던 앨리스의 고개가 앞으로 푹 숙여지며 민망함인지 뭔지 모를 것으로 새빨갛게 변한 귀가 수줍게 모습을 드러냈을 뿐.
그것만으로도 대답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엉덩이를 맞으면서 가버렸다는 사실이, 남자인 나보다 먼저 가버렸다는 사실이 그리도 민망하고 분했던 걸까.
느릿하게 움직이던 아까하고는 다르게 허겁지겁 몸을 움직여 움직이기 편한 자세를 잡은 앨리스가 제 앞에 있던 찬장을 양손으로 꼬옥하고 움켜쥐었다.
그러더니..
철썩-!
그대로 허리를 튕기기 시작했다.
그런 앨리스가 간과한 점이 있다면 격렬하게 움직일수록 제 약점 또한 같이 자극당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일까.
처음만 하더라도 내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것처럼 거칠기 짝이 없었던 그녀의 허리놀림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얌전해졌다.
엉덩이를 뒤로 튕길 때마다 내 하복부가 제 엉덩이를 찰싹하고 가볍게 두들기는 느낌이 그리도 마음에 들었던 걸까.
처음에는 살짝 주저하던 기미를 보이던 앨리스는 순식간에 행위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벽에 기댄 채로 물건만 대주고 있자니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
그 왜 딜도 중에 벽에 붙여서 쓰는 종류가 있는 데 꼭 그게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앨리스가 열심히 허리를 놀려대는 걸 보고 있자니 묘한 배덕감이 몸을 타고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아..!"
분명 섹스를 하고 있는데 그녀가 자위하는 걸 몰래 훔쳐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이 느낌을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이런 건 처음이었으니까.
그렇게 묘한 배덕감에 휩쌓여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혹시라도 중간에 방해가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 일찌감치 잠궈두었던 문쪽에서 그 앞을 서성이는 기척이 전해져왔다. 그와 함께 문틈을 통해 흘러들어온 자그마한 중얼거림이 귓속으로 파고들어온 순간 깨달았다. 지금 문 앞을 서성이고 있는 이의 정체를.
제 기회를 앨리스한테 홀라당 헌납한 것이 그리도 아쉬웠던 것일까.
문 앞을 서성이고 있는 건 다름아닌 디아나였다.
분한 마음에 막상 찾아오기는 했는데 어떻게하면 좋을 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일까.
초조하게 문앞을 서성이는 기색이 문 너머로부터 전해져왔다.
나도 그걸 진작에 알아차렸는데 앨리스라고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역시나 앨리스 쪽을 확인해보니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열심히 허리를 튕기는데 푹 빠져있던 그녀의 얼굴 위로 묘한 미소가 맺혀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꼭 마치 '요것 봐라?'라고 말하는 듯한 그런 미소였다.
뭔가 저지를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그런 미소를 한가득 베어물고 있던 앨리스가 허리를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한 건 바로 그 다음이었다.
"이안, 누나랑 하는 거 기분 좋지?"
그렇게 내 물건을 자극해대면서 그녀가 날 향해 물었다. 누가봐도 내가 아닌 문 너머에서 서성이고 있는 사람을 타겟으로 하고 있는 질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 질문이 앨리스의 입에서 흘러나온 순간 문 너머에서 전해져오던 기척이 뚝 멎었다. 대신 들려온 것은 꿀꺽하고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였다.
그 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지금쯤 디아나가 초조함으로 입술을 짓씹고 있을 거라는 걸. 그러면서도 이쪽에 귀를 기울이고 있겠지.
"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리 대답했던 건 그게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정도면 만족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앨리스는 아예 거기서 한술 더 떴다.
"그럼.. 흐읏.. 다른 여자들이랑 비교하면?"
"다, 다른.."
"예를 들면.. 흣..! 디아나 선배라던지?"
빙글빙글 허리를 돌리며 내 물건과 제 안쪽을 동시에 자극해대던 앨리스가 이내 허리를 짧게 끊어 튕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엉덩이가 내 하복부에 와서 부딪힐 때마다 철썩철썩하는 소리가 주방 안으로 울려퍼졌다. 귓가로 울려퍼지는 목소리가,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아슬아슬한 쾌감이 꼭 재촉이라도 하는 듯 했다.
"선배랑 하는 것보다 흐..! 누나랑 하는 게 훨씬 더 기분 좋지?"
얼른 '네.'라고 말해.
그녀는 그리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래서 아까도 나랑 약먹겠다고 한 거 아니야? 응?"
"마, 맞아요.. 그러니까.."
눈을 질끈 감으며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쥐어짜낸 듯한 목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