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속이 메스껍다.
그게 정신을 차리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꼭 마치 빈 속에 막걸리 한 병하고 소주 한 병을 섞어서 그대로 때려부은 듯한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입을 열면 뭔가가 울컥 쏟아져나올 것 같아서 다급하게 손을 들어올려 입을 틀어막았다. 막았는데..
'..작아?'
입술을 짓누르는 손이 평소보다 훨씬 작게 느껴졌다. 꼭 마치 기절해있는 사이에 몸이 줄어들기라도 한 것처럼.
그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 깨달았다.
앨리스가 내게 몰래 먹인 것의 정체를.
그리고 레이시아 뿐만이 아니라 카트린느도 이 일에 한손 보탰다는 것을.
'시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예 도주 시도 자체를 못하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아주 노골적으로 느껴져서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니,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왜 이렇게 흔들리는 걸까.
몸을 받아주고 있는 살짝 딱딱한 쿠션이 자꾸만 덜컹거려서 안 그래도 울렁거리는 속이 진탕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반사적으로 몸을 동그랗게 웅크리고 있으니..
"어, 뭐야? 일어났어?"
익숙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어왔다. 대낮부터 납치라는 중범죄를 범한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태연한 음색을 띈 채로 말이다. 귓가로 울려퍼지는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걸.
이 일이 레이시아의 사주로 벌어진 일이라면 앨리스는 지금 저렇게 태연해서는 안 됐다.
그런데 저렇게 태연한 목소리라니.
목소리만 들으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을 한 것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 그렇다는 건 지금의 이 납치가 레이시아의 사주 하에서 벌어진 것이 아닌 앨리스의 단독 소행이라는 것일까.
내게 먹인 건 카트린느의 오두막에서 슬쩍한 것이고?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느 쪽이라고 확신하기도 어려웠고.
덕분에 머릿속이 절찬리에 꼬여가는 걸 느끼고 있으니 그걸 놀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예의 그 태연한 목소리가 다시 한 번 귓가로 울려퍼졌다.
"그나저나 보면 볼수록 신기하네.. 육체를 예전 모습으로 되돌리는 약이라니 이런 건 대체 어떻게 만들었담."
누구는 머릿속이 복잡해 죽겠는데 태연하게 지껄이는 꼴이라니, 그래서 더 위화감이 장난 아니었다. 내가 아는 앨리스라면 이런 상황에서 저렇게 말할 리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 귓가로 울려퍼지고 있는 건 분명 내가 아는 그녀의 목소리가 맞았다.
"아, 맞다. 안 보여서 불편하지? 잠깐만.."
그 미묘한 간극에서 오는 섬찟한 느낌에 나도 모르게 멈칫하고 있자니 가느다란 손가락이 얼굴을 덮고 있던 천을 스치고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러더니 뭔가 쑤욱하고 잡아당겨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윽.."
빛이 있었다.
눈을 떠도 뵈는 게 없는 탓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찾아든 빛이 눈을 쿵하고 때리는 게 그리 기분 좋지는 않았다. 속이 말이 아닌지라 더더욱 그랬고.
그에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있었더니 볼을 톡톡 두들기는 손길이 느껴졌다.
그게 꼭 눈 뜨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처럼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감고 있던 눈을 살짝 떴다. 그러자 눈으로 들어온 건 가만히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는 앨리스의 모습이었다. 살짝 그늘이 져있는 그 얼굴이 눈으로 들어온 순간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슴이 쿵쿵하고 제멋대로 뛰어대기 시작했다.
대체 뭔지 알 수 없는 느낌에 사로잡혀 있자니 기르는 강아지라도 쓰다듬듯 내 볼을 만지작거리던 앨리스가 이내 그것을 살짝 잡아당겼다.
"말랑말랑하네."
그리 말하면서 씩 웃는 걸 보면 그래서 마음에 든다는 걸까. 그녀를 보고 있으면 자꾸만 위화감이라는 놈이 가슴 속에서 불쑥불쑥 고개를 치켜드는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이성인지 본능인지 모를 것이 자꾸만 가로막았다.
"안 물어봐? 왜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그러고 있자니 저쪽에서 먼저 질문을 던져왔다. 궁금한 게 참 많을 텐데 입을 꾹 닫고 있는 이유가 뭐냐. 꼭 그리 묻는 듯한 질문과 함께 시야 속으로 박혀든 미소가, 붉은 색의 입술이 그려내고 있는 호선이 묘하게 사람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다리가 수십개 달린 자그마한 벌레가 등골을 타고 기어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대답을 안했다고 화를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대답같은 건 그녀도 딱히 원치 않았던 모양이다.
"그냥 문득 생각하니까 억울하더라고."
뭐가?
순간적으로 목구멍까지 치솟아오른 의문을 다시 속 안으로 밀어넣었다. 지금은 왠지 그걸 꺼내들어선 안될 것 같았으니까.
"내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힘들 때 옆에 있어줬던 것도 난데, 심지어 별 의미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내 처음까지 내줬는데."
"..."
"왜 난 늘 두 번째일 수밖에 없는 걸까."
그리 말하며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던 앨리스가 이내 피식하고 웃었다.
"뭐, 이렇게 말해도 넌 뭔 소린지 하나도 이해 못 하겠지만."
기억조차 못하는 이를 붙잡고 하소연 비슷한 걸 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이 문득 우습게 느껴지기라도 한 것일까. 피식하고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은 앨리스가 노골적으로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궁금하지 않아?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맞출 수 있으면 한 번 맞춰보라는 것처럼 빙글빙글 웃고 있는 모양새가 확실히 정상은 아니었다. 감정이 제멋대로 널뛰기라도 하고 있는 걸까.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듯한 앨리스의 태도에 그녀의 눈치를 살피는 척을 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디로 가는 건데요?"
그러자 대답이랍시고 돌아온 건 정말 생각치도 못했던 이름이었다.
"교국."
교국이라니.
지금 그 이름이 왜 나오는 걸까.
제 딴에는 나름 선심쓰듯 던져준 것 같은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앨리스와 교국을 이어줄 수 있을만한 연결고리가 떠오르질 않았다. 그래서 속으로 고개를 갸웃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몰랐겠지만 나 사실 교국 소속이거든."
그 한 마디가 귓가로 울려퍼진 순간, 나름 오래되어 빛이 바랜 기억이 머릿속으로 불쑥 떠올랐다.
그러니까 언제였더라.
아마 앨리스의 관심을 끌어보겠답시고 그녀와 처음으로 데이트 비스무리한 것을 한 날이었을 것이다.
데이트가 끝나고 헤어지기 직전에 앨리스가 내게 지나가듯 던졌던 한 마디가 있었다.
-조만간 학원이 시끄러워질거야.
그리고 그 말은 그대로 실현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국에서 신탁과 관련된 내용을 발표하면서 학원이 완전히 뒤집어졌으니까.
당시에는 하도 난리가 나서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탓에 그러려니하고 넘겼었지만 다시금 되짚어보니 이상한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헌데 앨리스가 교국 측에서 왕국에 심어둔 첩자였다면?
납득이 되지 않는 것에서 납득 가능한 것으로 바뀌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딱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역시."
짧은 한 마디가 귓가로 울려퍼졌다.
그럴 줄 알았다.
꼭 그리 말하는 듯한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치켜든 순간 눈으로 들어온 건 먹잇감을 포착한 고양이같은 눈빛을 한채 빙그레 웃고 있는 앨리스의 모습이었다.
"연기였구나?"
드디어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는 듯한 그 목소리에 마음 속에서 뭔가가 덜컥하고 내려앉은 순간, 후-하고 한숨 비스무리한 소리와 함께 앨리스의 얼굴 위로 쓴웃음이 걸렸다.
"디아나 고년이 그렇게 좋았어? 기억을 잃어버린 척 연기까지 해가면서 붙어있을 정도로?"
귓가로 울려퍼지는 목소리가 서늘했다. 어찌나 서늘한지 날이 잘 갈린 칼이 연상될 정도였다. 어느새 위로 올라온 앨리스의 손이 거칠게 목을 움켜쥐는 게 느껴졌다.
그 순간 느낀 건 약 때문에 억지로 작아진 이 몸은 빌어먹을 정도로 허약하다는 점이었다.
강제로 줄어든 부작용이라도 되는 걸까. 아니면 최근 들어 몸을 막 굴린 업보를 이렇게 돌려받는 걸까.
점점 숨이 막혀오기 시작하는데 목을 움켜쥐고 있는 앨리스의 손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응? 대답 좀 해보라니까?"
아니, 시발 그렇게 말을 할 거면 손에 주고 있는 힘이라도 좀 풀어주고 말을 하던가. 점점 더 숨이 막혀오는 걸 느끼고 있자니 부드럽고 말캉한 것이 살짝 벌리고 있던 입술에 거칠게 문질러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입 안으로 밀고 들어온 것은 누군가의 폐를 한 번 거치고 돌아온 탓에 뜨겁고 축축하게 변해버린 공기였다. 그것이 입 안으로 후욱하고 밀고 들어와 입안을 제멋대로 헤집어댔다.
조금씩 조금씩 머릿속이 몽롱하게 변해갔다. 눈앞이 아득해지며 안 그래도 힘이 없던 팔과 다리에서 힘이 쭈욱하고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아마도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부드러운 감촉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거칠게 문질러지던 것이 떨어져나가더니 목쪽에서 느껴지던 압박감이 사라지며 제멋대로 입 안으로 밀고 들어오던 축축한 것하고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신선한 것이 코와 입으로 빨려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아.. 뭐, 그렇다고 해도 딱히 상관없어."
다급하게 그걸 들이키고 있자니, 손등으로 살짝 번들번들하게 변한 입술을 거칠게 문질러 닦은 앨리스가 이내 피식하고 웃었다.
그러더니 내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제 것이라고 도장이라도 찍는 것처럼.
정확히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쓰러지기 직전에 앨리스와 대화를 나누며 한 잔 두 잔 들이켰던 것이 한군데에 모인 채 밖으로 내보내달라고 아우성을 쳐대기 시작했다.
그에 반사적으로 몸을 부르르 떠니 내 볼에 입을 맞춘 뒤 천천히 고개를 뒤로 물리던 앨리스의 얼굴 위로 히죽하고 묘한 미소가 번져나갔다.
뭔가를 눈치챈 듯한 그런 미소가 시야 속으로 박혀든 순간,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왠지 모르게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여기저기가 묶여있는 탓에 자유롭지 않은 몸을 최대한 움직여 몸을 웅크리고 있자니..
"혹시.."
언제 멀어졌냐는 듯 순식간에 내 귀 옆을 점령한 앨리스의 입술이 가느다란 숨결을 내뱉었다.
일부러 그리 내뱉었다는 게 훤히 느껴지는 야릇하기 그지없는 숨결이 귀와 뒷덜미를 따라 난 솜털을 사정없이 긁어내렸다. 그와 함께 안 그래도 꼬리뼈를 간질간질하게 만들던 감각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
몸이 쪼그라들면서 방광 크기도 덩달아 작아지기라도 한 것일까.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를 악물었다. 그러자 귓가로 울려퍼진 건 웃음기가 잔뜩 배어있는 목소리였다.
"오줌 마려워?"
다 알고 있으면서 물어보는 건 대체 무슨 심보일까.
"응? 오줌 마렵냐고."
그것도 계속 속삭이기까지 해가면서 말이다.
앨리스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칠 때마다 안절부절함과 초조함이 점점 더 커지는 느낌이었다. 그에 나도 모르게 다리를 배배 꼬고 있었나 보다.
"그런데 어쩌나~? 풀어주면 도망칠까봐 풀어줄 수가 없을 것 같은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목 조르는 것도 떨쳐내지 못할 정도로 허약해빠진 몸으로 무슨 도망을 친단 말인가?
그것도 이렇게 신나게 달리고 있는 마차에서 말이다.
그럼에도 저런 말을 해대는 건 내게 수치심을 주기 위함일 것이다. 이대로 바지에 싸게 만들든 아니면 애원하게 만들든 둘 중 하나는 무조건 볼 생각이겠지.
그렇다면..
"도, 도망 안 칠 테니까.."
바지에 싼 병신보다는 조금 수치스러운 게 낫지 않을까?
그래서 나름 간절한 목소리로 그리 말해봤지만, 돌아온 건 가벼운 으쓱거림이었다.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듯한 그 몸짓에 반사적으로 이를 악물었다.
그런 내 얼굴을 내려다보며 빙글빙글 웃던 앨리스가 이내 타협안을 제시해왔다. 팔하고 다리는 못 풀어줄 것 같고 옷은 벗겨줄 수 있다고.
한 마디로 제게 벗겨달라고 애원해보라는 소리였다.
"바지.. 벗겨.. 주시면.."
그래서 했다.
농담 아니라 수치스러워서 죽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했다.
그랬더니..
"네가 벗겨달라고 한 거다?"
히죽하고 웃으며 그리 말한 앨리스가 대체 언제 갈아입힌 건지 알 수 없는 내 바지를 향해 슬금슬금 손을 뻗었다.
찰칵하고 버클 풀어지는 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졌다.
그와 함께 찾아온 건 묘한 해방감과 거기서부터 비롯된 안도감이었다.
마음을 놓게 만드는 그 느낌에 바짝 당기고 있는 끈이 느슨하게 풀어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틀어쥐고 있자니 무슨 진귀한 구경거리라도 되는 것처럼 내 물건 쪽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던 앨리스가 그것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겨댔다.
마려운 걸 꾹 눌러 참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평소보다 민감하게 느껴지는 곳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려대니 순간적으로 정신이 날아갈 것 같았다.
그에 안 그래도 힘이 잔뜩 들어가있던 턱에 한층 더 힘을 실으니 내 물건 쪽에서 얼굴을 떨어뜨린 앨리스가 나와 시선을 맞춘 채 빙그레 웃었다.
"자."
자라니.
설마 이 다음부터는 알아서 하라는 뭐 그런 걸까.
이쪽은 여전히 팔하고 다리가 다 묶여있는데?
아니면 뭐 이대로 마차 바닥에 시원하게 싸지르라는 걸까.
히죽히죽대며 웃고 있는 꼴을 보니 왠지 그쪽을 원하는 것 같아서 원망스럽다는 시선을 날려보내니..
"왜~? 혼자는 못 보겠어?"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라고 되도 않는 말을 중얼거린 앨리스가 그대로 내 몸을 안아들었다. 그리고는 굳게 닫혀있는 마차 문을 향해 성큼 다가섰다.
그곳에 달려있는 자그마한 창문 덕분에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내가 얼마나 작아졌는지를.
대충 한 163정도 될까.
창문 안에는 툭 치면 그대로 쓰러질 것같은 느낌을 물씬 풍기는 병약한 인상의 금발의 미소년이 앨리스의 품 안에 쏘옥하고 안겨있었다. 아랫도리를 훌러덩 깐채로.
허나 그 수치스럽기 그지없는 몰골을 감상할 시간은 그리 오래 주어지지 않았다.
"서둘러야해서 마차를 멈출 수는 없으니까 부끄럽더라도 이대로 참아줘?"
그리 말하며 문 대신 창문을 열어젖힌 앨리스가 내 물건을 손으로 움켜쥐고는 활짝 열려있는 창문을 향해 이끌었다.
그리고는 바깥을 창문 밖을 향해 조준한 뒤..
"그러면 쉬~하자."
살짝 고개를 숙여 내 귀에 대고 그리 속삭이기 시작했다. 내 몸을 뒤에서 끌어안은 채로 말이다.
내 허리를 휘감은 그녀의 팔 끝에 달려있던 손바닥이 그 아래에 자리한 것을 자극하듯 말랑말랑하게 변한 배를 살살 문질러대기 시작했다.
"쉬이이-"
그와 함께 대체 얼마만에 들어보는 건지 알 수 없는 소리가 귀 옆에 바짝 붙은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와 귓속을 제멋대로 헤집어댔다.
그 두 가지 자극이 한데 어우러지며 머릿속을 진탕시킨 순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꽈악하고 주고 있던 힘이 스르륵 빠져나가며 앨리스의 손에 잡혀있던 물건 끝에서부터 샛노란 액체가 쏘아져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