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디아나 시점****
"혹시.. 제가 여기서 지내도 괜찮을까요?"
그 말이 귓가로 울려퍼진 순간 스스로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뜬금없기도 했지만, 그만큼 말도 안 될 정도로 기뻤으니까. 기쁨을 느낀다는 것 자체에 죄책감마저 들 정도로.
허나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는 그를 자격따위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생각해봤다. 왜 이안이 갑자기 저런 말을 꺼내든 것인지를.
그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은 도망이라도 친 것같은 모습으로 거리를 헤매던 이안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과 방금 내뱉어진 목소리 속에 깃들어있던 간절함, 그것들이 어우러진 순간 머릿속에서 꽃을 피운 건 불길하기 짝이 없는 상상이었다.
'혹시..'
그러한 가정이 머릿속으로 울려퍼지기 시작한 순간 곧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만 심장이 쿵쿵하고 불길하게 뛰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였다.
"왜..?"
차마 직접적으로 이유를 묻지는 못하고 조심스럽게 그리 물었던 것은.
왜 그런 모습으로 거리를 헤매고 있었던 것이냐.
혹시 무슨 일 있었냐.
차마 내뱉지 못한 물음이 입 안을 맴돌았다. 자꾸만 입술을 비집고 튀어나오려고 하는 것들을 다시금 목구멍 안으로 밀어넣으며 반응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고 있으니 돌아온 반응은..
"그.. 별건 아니고요."
마음을 놓게 만들기 충분했다.
진짜 별거 아니라서 민망하다는 듯 애매하게 웃으며 볼을 긁적이는 이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불길함이 언제 그랬냐는 듯 씻은 듯이 사라졌다.
덕분에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이어질 말을 기다릴 수 있었다.
"그냥 좀 불편해서요."
"불편해?"
"네, 다들 잘해주시긴 하는데 받는 입장에서 조금.. 부담스럽다고 해야할까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목구멍까지 차오른 것은 '나는?'하는 물음이었다. 그걸 차마 내뱉지 못하고 다시 목구멍으로 밀어넣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아, 혹시 불편하신거면.. 어쩔 수 없지만요."
자신의 침묵을 오해한 것인지 아까 귓가로 울려퍼지던 것에 비하면 한결 시무룩하게 변한 목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졌다.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깍지를 낀채 마주잡고 있던 손에 힘을 실었다.
불편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
이안이 원한다면 자신의 침실까지도 쓰라고 내어줄 수 있었다.
"그, 그런 게 아니다. 나는 그냥.. 네가 괜찮을까 싶어서."
"제가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것처럼 얼굴로 날아와 꽂힌 순진무구한 시선에 양심이 따끔따끔거렸다.
그래서 시선을 피하고 있었더니..
"..아."
뭔가를 깨달은 것같은 나지막한 탄성이 귓가로 울려퍼지더니 맞닿아있던 이안의 손이 살짝이지만 떨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제서야 자신과 비슷한 것을 떠올린 것일까. 당혹스럽고 부끄러운지 손가락 사이사이로 파고 들어와있던 그의 굵직굵직한 손가락이 흠칫흠칫거렸다.
그 묘한 감각과 함께 내려앉은 어색하기 그지없는 침묵 때문에 얼굴이 제멋대로 화끈거렸다. 그래서 차마 이안의 얼굴을 확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도 이렇게 부끄러운데 그의 반응을 확인하고나면 정말 얼굴이 펑하고 터져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그새 죄책감같은 건 다 내던져버리고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이 죄스럽기도 했고.
가슴 안쪽이 간질간질거리면서도 죄책감으로 꽈악하고 죄어드는 느낌.
그 느낌 속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던 자신을 건져올린 건 귓가로 울려퍼진 이안의 목소리였다.
"그, 그래도 여기서 지내고 싶어요. 여기 있으면.. 방금과 같은 일이 생겨도 괜찮을테니까.."
민망한 듯 살짝 떨리는 목소리, 그것이 귓가로 울려퍼진 순간 다른 건 더이상 신경쓰이지 않게 되었다. 대신 제멋대로 쿵쿵하고 뛰어대기 시작한 심장의 고동만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걸 이안한테 들켜선 안 될 것 같았다. 들키면 뭔가 와르르 무너질 것만 같았으니까.
그래서 어떻게든 숨겨보려 헀다. 숨겨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는데..
"벼, 별뜻은 아니고요. 그냥.. 이렇게 손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서.."
횡설수설하는 목소리가 귓가로 파고들어왔다. 귓가로 울려퍼지는 그 목소리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그곳에서 눈물이 왈칵 새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래서 눈에 힘을 꽉 주었다.
자신이 여기서 눈물을 흘린다면?
이안은 분명 안절부절 못하며 자신을 걱정할 것이다. 그게 싫었다. 그가 그러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누구의 말마따나 자신은 그에게 걱정받을 자격조차 없었으니까.
자신을 걱정한답시고 이안이 스스로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싫었다. 진짜로 잘못을 한 건, 그리고 저지르고 있는 건 자신이었으니까.
"-그래."
그래서였다.
속에서부터 치밀어오르는 것들을 꾹꾹 눌러 숨기면서 안절부절 못하는 이안을 향해서 고개를 끄덕였던 건.
그 순간 그의 얼굴이 화악하고 밝아지는 모습을 차마 계속 응시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게 뭐라고 고작 그런 걸 가지고 그렇게나 기뻐하는 그를 보며 덩달아 기쁨을 느끼는 자신이, 자꾸만 그에게 저지른 짓을 망각하려고 드는 스스로가 혐오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조심스레 그에게서 눈을 돌렸다.
"정말요? 감사드려요!"
그런 말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감사라니. 자신은 받을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받아서도 안 되고.
이로인해 그가 자신에게 부채감같은 걸 느끼지 않기를 바랬다.
"..연인이니까. 그 정도야 당연한 거 아니겠느냐."
일부러 퉁명스럽게 말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말마따나 그가 그걸 당연하게 여기길 바랬으니까. 빚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말이다. 그래야 나중에 기억이 돌아왔을 때 그것으로 인해 주저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그렇게 기뻐하는 이안을 지켜보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아.."
잠깐 깜빡하고 있었던 것이라도 떠오른 것처럼 이안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무룩하게 변했다. 그 변화를 목도한 순간 가슴 속에서 뭔가가 덜컥하고 내려앉았다.
"뭐..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그렇기에 그리 물을 수밖에 없었다.
시무룩하게 변한 이안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손가락 끝에서부터 저릿저릿함이 타고 올라와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으니까.
"그게.. 실은 제가 몰래 빠져나온 거거든요.. 아마 지금쯤 엄청 걱정하고 계실텐데.."
이미 그런 걸지도 모른다고 짐작하고 있었던 부분이라서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골치아픈 문제가 아니라는 건 아니었다. 이안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알아차린다면 분명 왕도가 발칵 뒤집힐테니까.
이안도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는 걸까. 슬며시 입술을 깨물어가며 얼굴 위로 초조함을 내비치고 있는 게 눈으로 들어왔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설령 나중에 뒤집어지더라도 그가 계속 행복하길 바랬으니까.
그래서였다.
"그 부분은 내가 어떻게든 해보마."
꾸욱하고 짓눌려있는 그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그리 말했던 건.
그 말에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였던 것일까. 초조함으로 물들어있던 얼굴이 살짝이지만 밝아지는 걸 보니 기뻤다.
안심이 되는 것하고는 별개로 자신이 해결해야할 일을 남에게 떠넘기는 게 좀 그랬던 걸까.
"그렇지만.."
뭐라고 말하려 하길래 가볍게 입을 맞추는 것으로 막 열리기 시작한 입을 틀어막았다. 쉽지는 않았다. 양심이 가책이라는 것에 젖어서 욱씬욱씬거렸으니까. 그렇지만 했다. 이안이 자신에게 바라는 건 그런 모습일테니까.
갑작스러운 키스에 놀란 것일까.
눈을 살짝 크게 뜬채로 굳어있는 모습을 보니 심장이 쿵쾅쿵쾅거렸다. 혹시 싫었으면 어쩌지, 그런 불안함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가 못 미더워?"
그렇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이었다.
"아, 아뇨.."
다행히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마음이 놓였다. 대신 아까하고는 다른 느낌으로 심장이 뛰었지만.
그래서였다.
바로 처리하고 오겠다는 것처럼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던 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심장이 두근두근거리는 느낌에 얼굴이 화끈거려서 견딜 수가 없었으니까. 태평하게 그런 감정이나 느끼고 있다는 스스로의 모습도 마찬가지였고.
물론, 서두를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미 이안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난 후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 전이라면 뭔가 일을 벌이기 전에 막는 편이 여러모로 수습하기 편할테니까. 그래서 바로 학원을 향해 출발할 생각으로 이안에게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말한 뒤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옷을 갈아입고 그대로 학원으로 향하려하니 이래저래 부스스한 몰골이 못내 신경쓰였다. 그래서 기껏 갈아입은 옷을 벗어던지고 욕실로 향했다. 그래도 왕녀를 배알하러 가는 것인데 추레한 몰골로 갈 수는 없었으니까.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이안이 자신이 연인으로 남아주길 바란다면 자신은 그걸 들어줘야만 했다.
그렇기에 그라면 모를까 다른 이들을 상대로는 당당하고 싶었다. 그가 그걸 바랄테니까.
그 점에서 지금부터 만나야할 사람은 참 상대하기 어려운 이였다. 자신으로 인해 상처입은 이안의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수습까지 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녀의 앞에서 당당함을 유지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겉모습이라도 말끔해야하지 않겠는가. 지금처럼 막 자다 일어난 것 같은 부스스한 모습이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욕실로 들어갔던 것인데..
"앗, 죄, 죄송해요..!"
씻고 나오니 눈앞으로 들이닥친 건 생각치도 못했던 광경이었다.
방 안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더니 왜 여기 있는 걸까.
혹시 홀로 남겨지니 불안하기라도 했던 걸까.
욕실에서 들고나온 천으로 몸을 가리며 나름대로 추측해보고 있자니 이쪽을 은근히 힐끔대는 시선이 느껴졌다. 살짝이지만 호기심이 느껴지는 그 시선에 가슴 속으로 충만감이라는 것이 차오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덕분이었다. 이제 곧 상대해야할 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불안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이리저리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건.
"여기는 왜.."
허나 그건 그거였고, 물을 건 물어야했다.
해서 그리 물었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된 답변이 돌아왔다.
"준비하는 거라도 도와드리고 싶어서요."
그 말을 들은 순간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말하지 못했던 건 이안을 그걸 바라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부채감때문에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을 것 같았던 걸까.
슬금슬금 이쪽의 눈치만 보고 있는 그를 바라보다가 못 이기는 척 한숨을 내쉬며 화장대에 딸린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그럼, 머리 말리는 걸 부탁해도 될까. 혼자서는 힘들어서 말이야."
"네..!"
저렇게 기뻐하는데 어떻게 괜찮으니까 돌아가도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의 수발을 들어도 모자랄 판국에 그의 수발을 받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가슴 안쪽이 따끔따끔거렸지만, 그것 이상으로 기뻤다.
한 번쯤 상상해본 적이 있는 풍경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되고 나서 절대 현실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서 내심 포기했던 풍경이기도 했으니까.
그 탓에 두근두근대는 심장을 느끼고 있자니..
"그러면.."
조심스럽게 다가온 이안이 뒤에 자리를 잡는 모습이 거울을 통해 눈으로 들어왔다.
괜스레 긴장이 됐다.
동시에 감각이 예민해졌다. 예민해진 나머지 위에서 내려꽂히는 그의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로.
'혹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건 아니겠지.
방금 샤워를 하고 나왔으니 절대 그럴 리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음에도 그런 걱정이 드는 건 내려꽂히는 그의 시선이 그만큼 강렬하기 때문이겠지.
시선이 꼭 한여름의 태양빛 같았다. 받으면 받을수록 목이 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조심스레 침을 삼켰다. 아마도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 그것 좀 주시겠어요?"
커다란 손이 눈앞으로 불쑥 내밀어짐과 동시에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어왔다.
"이, 이걸?"
설마 이안이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기에 욕실에서 챙겨나온 천이라고는 한 장 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 손에 꼬옥하고 쥐어진 채 몸을 가려주고 있었고.
그런데 그걸 이안에게 건넨다면..
괜찮은 걸까.
정말 그래도 괜찮은 걸까.
알 수가 없어서 멍하니 굳어있었더니..
"아, 그냥 하나 더 꺼내오면 되겠네요."
그 말이 귓가로 울려퍼졌다. 그 뒤로 따라붙은 발자국 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어온 순간, 천을 움켜쥐고 있던 손쪽으로 힘이 들어갔다.
아쉬워서.
그리고 분수에 맞지 않게 그딴 생각이나 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참아줄 수가 없어서 꽈악하고 천을 움켜쥐었다.
허나 계속 그런 표정을 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자, 그럼 머리 말려드릴게요."
욕실로 들어갔던 이안이 새 천을 손에 든채 걸어나왔으니까.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는 느낌에 반사적으로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그러고 있으니..
스윽-
천을 움켜쥔 그의 손이 머리카락을 스치며 지나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굉장히 이상한 느낌이었다.
온몸의 모든 감각이 머리카락 쪽으로 쏠린 것만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왠지 모르게 견디기 힘든 그 느낌에 입 안쪽의 살을 슬며시 깨물고 있으니..
"..왠지 기쁘네요."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드는 목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졌다.
그에 내리깔고 있던 시선을 들어올려 거울에 비친 이안을 향해 던지니 눈으로 들어온 건 기쁘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얼굴 위로 미소를 한가득 베어물고 있는 그의 모습이었다.
"그.. 뭐랄까. 로망같은 거였거든요."
많이 부끄러웠던 걸까. 볼을 긁적이며 시선을 피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가슴 안쪽이 꽈악하고 죄어들었다.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를 직접 말려주는 거 말이에요."
한 번쯤 꿈꿔왔던 일이라는 이안의 말이 아프게 들렸다.
그 말대로라면 자신은 염치도 없이 도둑질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순간을 말이다.
그렇기에 무슨 말을 하면 좋을 지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었지만..
"디아나는요?"
답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나도, 나도.. 그랬다."
새어나오는 뭔가를 꾹 눌러참으며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부디 자신의 모습이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해서 견딜 수 없어서 그러는 것처럼 비춰지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그렇게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러고 있으니..
"아, 다 됐다."
만족스러움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졌다.
"어디보자.. 머리끈이.."
그와 함께 그의 손이 화장대 위에 비치되어있던 상자 속으로 들어간 순간.
그리하여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찰 수도 없어서 그 안에 고이 숨겨놓았던 것에 가서 닿은 순간.
"음..? 이건..?"
이안의 얼굴 위로 의아해하는 기색이 번져나간 순간.
가슴 속에서 뭔가가 덜컥하고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