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계속 생각했었다.
어떻게하면 레이시아를 적극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까하고.
솔직히 답 자체는 간단했다.
레이시아가 날 상대할 때마다 망설이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건 결국 디아나를 의식해서니까.
디아나를 치워버린다면 그녀도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어지겠지.
그렇지만 그건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그렇기에 생각해봤다.
어떻게하면 지금의 관계를 유지한채 레이시아의 태도만 딱 바꿔놓을 수 있을 지를.
그리고 방금 무심결에 앨리스의 이름을 입에 담았던 건 그 길고 길었던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내 마음이 어느새 디아나가 아닌 다른 쪽을 향하게 되었다는 걸 레이시아가 알게 된다면 그녀의 태도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추측했으니까.
그래서 그랬던 것인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았다.
그 증거로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밥상이 떡하니 차려져있음에도 손을 뻗을 생각을 하지 못하던 레이시아가 언제 그랬냐는 듯 날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자박하고 울려퍼지는 발자국소리.
그 소리를 들으며 다시 한 번 몸을 뒤틀었다.
아까 열심히 셔츠를 풀어헤친 보람이 있었다.
덕분에 아까하고는 다르게 살갗이 드러나는 느낌이 확 느껴졌으니까.
눈을 뜰 수가 없어서 확인할 방법은 없었지만 모르긴 몰라도 지금 내 모습은 상당히 흐트러져 있겠지.
그런 모습을 한채 디아나의 이름이 아닌 다른 여자의 이름을 입에 담는다?
레이시아의 좋은 머리라면 그것만으로도 나와 앨리스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어렵지 않게 추측해낼 수 있을 거다.
거기까지 도달하게 된다면?
그건 좋은 면죄부가 되어줄 것이다.
사실 달라진 건 크게 없음에도 말이다.
그런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듯 한 번 멈칫했다가 다시 울려퍼지기 시작한 발소리 속에서 아까와 같은 망설임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단단하게 굳어진, 결심같은 것만이 느껴질 뿐.
끼익-
그리고 마침내 레이시아가 내가 누워있는 침대 위로 올라왔다.
그 순간만큼은 나도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탓에 몸을 흠칫흠칫 거리고 있으니..
"쉬이.."
대체 언제 내 앞까지 도달한 것인지 나지막한 속삭임과 함께 볼을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졌다.
진정하라고 달래기라도 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볼을 스치며 지나가는 손길에 일그러뜨리고 있던 인상을 살짝 풀었다.
그에 자신감이 좀 생긴 것일까.
후우하고 길게 숨을 내쉬는 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지더니..
"그, 금방 편하게 해주마.."
살짝 긴장한 듯한 음성이 귓가로 울려퍼졌다.
아무리 그녀라도 이런 상황에서만큼은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던 걸까.
몸에 와닿은 그녀의 손끝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 상태로 조심스레 내 허리춤을 움켜쥐더니..
달칵-
바지 버클이 풀려나가는 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그 소리가 그토록 자극적으로 느껴졌던 건 아마도 그걸 풀어낸 사람이 레이시아라서 그런 거겠지.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긴장으로 몸이 제멋대로 굳어지려 했지만, 그 느낌을 내리누르며 억지로 몸을 비틀었다.
"윽.."
내 몸부림이 더 심해지기 전에 끝내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라도 한 것일까.
한 번 몸을 비틀면서 저항하는 척을 해줬더니 그때부터 레이시아의 손길이 조금 더 과감해졌다.
살짝 서늘한 손이 속옷 안으로 쑤욱하고 밀고 들어왔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짓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미 한 번 터치해본 적이 있다보니 쫄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걸까.
가느다랗고 살짝 서늘한 손가락이 물건을 휘감아오는데..
"윽..!"
아까하고는 다르게 진심으로 앓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대체 평소에 손에 무슨 짓을 했길래 그저 닿은 것만으로도 이런 느낌이 드는 걸까.
물건이 징징 울리면서 허리가 제멋대로 튀어올랐다.
그런 내 반응에 흥분한 것일까.
물건을 휘감은 손가락이 흠칫하고 떨리더니 아까보다 한결 달아오른 숨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졌다.
눈을 감고 가만히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눈을 뜨고 싶다는 욕망이 확 치밀어올랐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눈을 떠서 레이시아의 표정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 아름다운 얼굴이 흥분으로 발그레하니 달아올라 있는 모습을 눈동자에 새겨넣고 싶었으니까.
그러질 못한다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대신 시각말고 다른 쪽에 정신을 집중했다.
"후우.."
가늘게 내뱉어지는 숨소리.
그와 함께 내뱉어진 것이 옷깃 사이로 슬며시 드러나있던 내 목덜미를 스치며 지나갔다.
그것만으로도 정신이 아찔해졌다.
눈을 꼭 감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뜨거우면서도 촉촉한 그녀의 숨결이 목덜미에 난 솜결을 하나하나 훑으며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선배.."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간간히 레이시아를 자극할만한 말을 입밖으로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번에는 앨리스를 떼고 선배라는 단어만 입에 올렸더니 그게 꼭 디아나를 부르는 것처럼 느껴지기라도 했던 걸까.
내 허벅지를 꾸욱하고 짓누르고 있던 그녀의 몸이 흠칫하고 떨렸다.
그것도 잠시, 뭔가 분하기라도 했던 걸까.
레이시아의 손이 조금 거칠게 내 물건을 속옷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스륵-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들기 충분한 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졌다.
천이 살결을 스치며 지나가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더니 이내 가슴팍 위로 가벼운 뭔가가 떨어져내렸다.
그게 대체 뭘까.
당장이라도 눈을 떠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꾹 눌러서 참았다.
지금 여기서 눈을 떠버리면 여태껏 참은 보람조차 느끼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나버릴테니까.
그렇게 치밀어오르는 욕망을 꾹꾹 억누르고 있으니..
스으윽-
이번에는 레이시아의 손이 내 가슴팍을 더듬기 시작했다.
자긴 다 벗었으니 이제 내 옷을 벗길 생각인 걸까.
내 가슴팍의 감촉을 만끽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곳을 꾹꾹 눌러대던 그녀가 이내 반쯤 벗겨진 채 몸에 걸쳐져있던 셔츠자락을 잡고 좌우로 벌렸다.
그리하여 맨살이 훤히 드러난 순간.
츄웁-
"윽..!"
뭔가를 가볍게 빠는 듯한 소리와 함께 가슴어림에서 기묘한 쾌감이 확 올라왔다.
레이시아가..
"후움.."
내 가슴을 빨고 있었다.
달뜬 숨까지 내뱉으면서 말이다.
의외로 그런 취향인 걸까.
뾰족하게 세워진 혀가 민감한 곳을 간질이는 느낌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침대보를 움켜쥐니..
내 물건을 움켜쥐고 있던 레이시아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꼭 마치 고민할 때 책상을 두드리는 것처럼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빳빳하게 서 있던 내 물건을 툭툭 두들겼다.
그 별거 아닌 움직임이 미치도록 자극적이었다.
나도 모르게 쿠퍼액을 찔끔 흘릴 정도로 말이다.
그런 내 반응을 레이시아는 놓치지 않았다.
붙었다가 떨어지길 반복하며 좆대를 툭툭 두들기던 그녀의 손가락이 위로 욺겨가더니 이내 귀두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느껴지는 쾌감은 차원이 달랐다.
톡하고 두들길 때마다 갈라진 틈에 대고서 손가락을 꾸욱하고 눌러대는데..
"으윽.."
그럴 때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앓는 소리가 입술을 뚫고 튀어나오며 발가락 끝에 힘이 들어갔다.
'시발 뭐야 이거..'
기분이 이상했다.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미약을 왕창 들이킨 것같달까.
몸의 모든 감각이 뾰족하게 날을 세운 채 레이시아가 선사하는 자극 하나하나를 있는 힘껏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숨을 들이킬 때마다 콧속으로 훅하고 파고들어오는 달큰한 체향은 계속해서 이성을 흐릿한 색으로 덧칠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진짜 내 쪽에서 더 참지 못하고 저질러버리는 건 아니겠지.
그녀가 뭔가를 할 때마다 몸에서 열기가 확확 치솟아서 오죽하면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걸까.
'부작용 없다면서..'
그런 건 없다고 열심히 떠들어대더니만 그건 다 날 안심시키기 위한 구라였던 걸까.
아니면 저번에 초원을 탈출할 때 들이켰던 것이 아직도 몸에 미약하게나마 남아있었던 걸까.
'아니, 어쩌면..'
상대가 레이시아라서 이런 걸지도 모르지.
아무튼 딱 하나 확실한 게 있다면 상당히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입술을 악물게 될 정도로.
그래서 연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끙끙대고 있자니..
"괜찮아.. 싸고 싶으면 싸도 돼.."
그런 속삭임이 귓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안 그래도 달달하던 목소리에 평소와는 다르게 색기까지 서리니 그것만으로도 미칠 것 같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어와 머릿속을 제멋대로 헤집어대는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식으로 본의아니게 날 괴롭히던 레이시아가..
이내 내 물건에서 손을 떼어냈다.
그에 아쉬움이라는 놈이 가슴 속으로 고개를 치켜든 찰나.
허벅지를 꾸욱하고 짓누르던 무게감이 살짝이지만 가벼워졌다.
꼭 마치 레이시아가 살짝 허리를 띄워올리기라도 한 것처럼.
'설마..'
드디어?
그리 생각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보들보들하면서도 살짝 젖은 채 습기를 머금고 있는 무언가가 물건에 와닿았다.
그 감촉을 느낀 순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지금 물건과 닿아있는 것의 정체를.
금방이라도 내 물건을 집어삼킬 것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그녀의 음부가 내 물건에 대고 꾸욱꾸욱하고 짓눌러졌다.
그 와중에 문제가 있다면..
'왜 각도가..?'
그것이 닿은 위치였다.
왜 물건 끝부분이 아닌 기둥 부분에서 이런 감촉이 느껴지는 걸까.
눈을 뜨면 들킬 것 같아서 확인은 못하겠고, 그래서 나름대로 추측을 이어나가고 있으니..
꾸욱하고 짓누르는 힘을 버티지 못하고 천장을 향해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던 내 물건이 살짝 휘어져 배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리고 그대로 고정되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 깨달았다.
레이시아가 하려고 하는 행위를.
'시발..'
어쩐지 답지 않게 너무 거침없다 했더니만..
그래도 나름 기념비적인 첫경험을 이런 상태에서 하긴 싫었던 걸까.
'아니면..'
막상 저지르려고 하니 디아나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리기라도 했던 걸까.
아쉬움이 미칠듯이 끓어올랐지만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었다.
그저 레이시아가 행하는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는.
아주 잠깐 약기운에 못 이겨 그녀를 역으로 덮쳐보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도 잠깐 들긴 했지만..
그대로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렇게되면 일을 저지른 주체가 바뀌어버릴테니까.
무엇을 위해 여태까지 치미는 욕망을 꾹꾹 눌러 참았던가?
한순간의 욕망에 취해 계획을 그르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몸을 살짝 비트는 것으로 미약한 가능성에 투자를 해대고 있으니..
내 가슴팍을 손으로 짚은 레이시아가 천천히 허리를 놀리기 시작했다.
츠윽-
끈적한 것들이 서로 얽히는 소리와 함께 손과는 다른 의미로 보들보들한 것이 내 물건의 기둥부분을 쭈욱하고 훑어올렸다가 그대로 내려갔다.
귀두의 갓 부분이 흥분으로 딱딱해진 음핵을 스치며 지나가는 느낌이 퍽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흐읏, 흣..!"
레이시아의 허리가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성이 터져나와 내 귀 위로 내려앉았다.
느릿하게 끓어오르기 시작한 사정감에 맞춰서 조금씩 레이시아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었다.
쾌감으로 몸이 제멋대로 떠오르는 것일까.
"흑, 흐읏..! 흣..!"
그녀의 입에서 신음성이 터져나오는 간격이 짧아질수록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에 맞춰 배에 딱 달라붙은 채 쿠퍼액을 찔끔찔끔 쏟아내던 물건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흥분한 나머지 아까하고는 각도가 조금 달라졌다는 걸 깨닫지 못한 것일까.
레이시아는 그저 허리를 흔드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였다.
조금씩 사정감이 끓어오르는 걸 느끼면서 속으로 타이밍을 재기 시작했던 건.
'잘만 하면..'
이렇게 한 발 싸게해서 이대로 끝내버리려고 하는 그녀에게 살짝 당혹감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속으로 타이밍을 재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허벅지와 맞닿아있던 살결을 타고 나지막한 떨림이 전해져왔다.
그녀도 슬슬 끝이 가까워지고 있는 걸까.
그 가느다란 떨림을 느끼고 있자니..
허벅지 쪽에서 느껴지던 무게감이 확 줄어들며 말캉한 뭔가가 입술에 부딪혀왔다.
마지막으로는 키스로 끝내고 싶었던 걸까.
슬쩍 입을 벌려주니 그녀의 혀가 거침없이 입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덕분에 굳이 눈을 뜨지 않고도 그녀의 자세를 머릿속으로 그려낼 수 있었다.
그 덕분이었다.
살짝 허리를 치켜들면서 그녀의 음부에 대고 정을 토해낼 수 있었던 건.
"흐으읍.."
보지 위로 쏟아지는 뜨거운 감촉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 걸까.
그녀와 맞닿아있는 모든 부분을 통해 격렬하기 그지없는 떨림이 전해져왔다.
주륵하고 그녀로부터 흘러내린 액체가 내 배를 적시는 걸 느끼면서..
'이제 어떻게 나오려나..'
나름대로 예측해봤다.
앞으로 레이시아가 어떤 식으로 나올 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