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앨리스가 변했다.
묘하게 엄마같아졌다고 해야할까.
"밥은? 먹었어?"
"아, 네.."
시도때도 없이 방문해서 내 끼니를 챙기는 건 물론, 그 외에도 이런저런 부분에서 날 챙기려 들었으니까.
그렇다고 애 다루는 것처럼 마냥 오구오구하는 건 또 아니고 뭐랄까..
깨지기 쉬운 뭔가를 다루는 듯한 느낌?
내 어디가 그렇게 불안하게 느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날 챙기기 시작한 앨리스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건 내 의식주 뿐만이 아니었다.
"기분은 어떻고? 오늘은 좀 괜찮아?"
"배에 거즈가 좀 불편하긴 한데.."
그리 중얼거리면서 반사적으로 그러는 것처럼 치골 쪽을 향해 손을 가져가니 어느새 뻗어온 앨리스의 손이 단단하게 내 손목을 틀어쥐었다.
거기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힘을 꽉 줘서 말이다.
대체 얼마나 힘을 준 건지 손에 피가 안 통해서 손바닥이 하얗게 변할 정도였다.
허나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언제 자애롭고, 자상했냐는 듯 순식간에 낮게 가라앉은 앨리스의 시선이 내 얼굴을 꿰뚫고 있었으니까.
"안 돼. 상처가 덧나면 어떻게하려고."
"그래도.."
"불편하더라도 나을 때까지만 좀 참자. 할 수 있지?"
암요 그러시겠죠.
"아무튼 기분은 좀 어때?"
여기서 말하는 기분은 내가 알고, 기억하고 있는 기분이라는 단어하고는 그 의미가 조금 달랐다.
이건 나와 그녀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일종의 은어 같은 거였으니까.
그래서 답하지 않고 슬쩍 입을 다물고 있으니..
그런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피식하고 웃은 앨리스가 이내 내가 앉아있는 침대 위로 올라왔다.
그렇게 침대 위를 기어 순식간에 내 앞에 도달한 그녀가 조심스레 내 상체를 뒤로 떠밀었다.
그에 저항하지 않고 몸을 뒤로 뉘이니 풀썩하는 소리와 함께 침대보 위에 내려앉아있던 먼지들이 일제히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그 안에서 앨리스는 내 허리춤을 향해 손을 가져가고 있었다.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허리춤을 움켜쥔 그녀의 손이 내가 입고 있던 바지를 풀어냈다.
"흐으음.."
크게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졌다.
"서, 선배.."
그에 당황한 척 몸을 비트니 보란듯이 싱긋 웃어보인 그녀가 내 속옷을 풀어헤쳤다.
그리고는 그와 함께 드러난 물건에..
쪼옥-
인사라도 하는 것처럼 가볍게 입을 맞추는 그녀였다.
그러한 입맞춤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더없이도 소중한 무언가를 대하는 것처럼 내 거기에 쉬지않고 입을 맞춰대는데 솔직히 좀 낯간지러울 정도였다.
묘하게 부끄럽달까.
그런 내 심정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아니면 알고 서도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앨리스가 내 물건에 대고 제 얼굴을 비비적대기 시작했다.
마치 내게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가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가느다란 머리카락이 물건을 톡톡 건드려대는 느낌이, 물건에 비벼지는 그녀의 볼이 주는 보들보들한 감촉이 묘하게 자극적이었다.
그래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물건 끝으로 물을 찔끔 흘리고 있자니, 앨리스는 그것마저도 아무렇지 않게 입 안으로 들이켰다.
물건 끄트머리에 쪼옥하고 입을 맞추면서 말이다.
그러더니..
"금방 편하게 해줄게?"
싱긋 웃은 그녀가 선홍빛 혀를 입밖으로 내밀어 그대로 내 물건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쭉 핥아올렸다.
그 다음으로 이어진 건..
"우움.."
느긋해서 왠지 모르게 편안하게 느껴지는 펠라였다.
아래쪽에서부터 느껴지는 따뜻하고 촉촉한 감촉이 몸이 제멋대로 이완되는 게 느껴졌다.
그런 내 기색을 알아차린 것일까.
앨리스가 혀를 핥짝거리며 편안함 사이사이로 자극을 추가했다.
그에 저항하지 않고 몸을 맡기니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정감이 왈칵 솟아올랐다.
그걸 그대로 앨리스의 입안에 토해내니..
꿀꺽-
뭔가를 삼키는 듯한 소리와 함께 앨리스의 목울대가 위아래로 출렁거렸다.
그랬다.
그 날 이후 앨리스는 내 의식주 뿐만이 아니라 성적인 욕구에도 신경쓰기 시작했다.
명분은 약효가 언제 또 나타날지 모른다는 것이었고.
거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변화였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건..
"윽.."
이런 식으로 한 번씩 처리가 끝날 때마다 은근슬쩍 내 몸에 손톱자국을 남기는 앨리스의 행동이었다.
그것만큼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내 몸에 그런 자국을 남기는 건지를 말이다.
제 딴에는 나름 타이밍을 봐서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몰래 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녀와 들러붙을 때마다 마지막이나 클라이막스 쯔음에 따끔한 감각이 올라오니 눈치채지 못할 래야 못할 수가 없었다.
'배에 남아있는 표시 때문에 이라는 건 확실한데 말이지..'
앨리스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벌이는 걸까?
소유욕?
아니면 자신이 영영 가질 수 없게 되어버린 걸 가져간 리파에 대한 질투심?
아무리 짱구를 굴려봐도 이거다하고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래서였다.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자연스레 앨리스의 요구에 응했던 건 말이다.
몇 번 반복하다보면 뭔가 실마리가 잡힐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인데..
그걸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수도로 돌아가는 열차 화장실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서로의 몸을 드러낼 관계가 되어버렸다.
아, 참고로 수도로의 귀환은 본래는 마차로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그 편이 여러모로 비밀을 지키기 더 좋았으니까.
그렇지만 내가 거절했다.
열차로도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걸리는 거리를 마차로 움직이라니.
엉덩이가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지 표면적인 이유로는 특별취급을 받고 싶지 않다는 점을 댔다.
그런 내 주장에 처음 남부군 측에서는 난색을 표했지만 위에서 압력이라도 내려온 것인지 결국 들어주긴 하더라.
"그렇게 보고 싶어..?"
"..네."
아무튼 그 덕분이었다.
지금 이렇게 내가 열차 화장실 안에 숨어 앨리스와 마주보고 있을 수 있는 건 말이다.
문이 잠겨있는 화장실 안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열차 안에서 옷을 벗자니 저항감이 좀 드는 것일까.
주저주저하면서 묻는 앨리스를 향해 그녀의 눈치를 보는 척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니 그런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앨리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피식하고 웃었다.
그러더니..
찰칵-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조심스레 옆에 놓아둔 앨리스가 입고 있던 가죽 바지의 버클을 풀고 그것을 조심스레 밑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에 쫘악 달라붙어있던 바지가 벗겨지며 그 아래 숨겨져있던 새하얀 속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리파의 것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곧게 쭉 뻗은 다리가 조심스레 바닥을 디뎠다.
그렇지만 당장 그곳에 시선이 가지는 않았다.
그보다 더 매혹적인 것이 바로 위에 자리하고 있었으니까.
면으로 된 새하얀 팬티에 덮여있는 봉긋하게 솟아오른 엉덩이.
그것을 조심스럽게 드러낸 그녀가 돌아선 상태에서 내쪽을 힐끔거렸다.
이제 됐냐고 묻는 듯한 그 시선에 조심스레 주문 하나를 추가했다.
"벽을 좀 짚어주시면.."
"으휴.."
못말린다는 듯 살짝 한숨을 내쉬긴 했지만 하긴 해주더라.
양손을 앞으로 뻗어 조심스레 벽을 짚은 그녀가 그대로 살짝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덕분에 안 그래도 시선을 사로잡던 그녀의 엉덩이가 눈앞으로 확 부각되었다.
왠지 모르게 아까보다 더 엉덩이를 파고 든 것 같은 팬티의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으니..
"너, 너무 그렇게 빤히 보지는 말고.."
그런 내 시선이 느껴지기라도 했는지 고개를 푹 내리까는 것으로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고 있던 앨리스가 슬쩍 내쪽을 돌아보며 약한 소리를 냈다.
그 모습이 더없을 정도로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앨리스 선배..!"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의 엉덩이 골 사이에 코를 파묻었다.
"자, 잠..!"
요 며칠간 앨리스와 붙어먹으면서 자연스레 알게된 것들 중에는 그녀의 약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 코가 그곳을 정확하게 찌르고 있었다.
음부와 엉덩이 구멍 사이에 위치한 회음혈이라 불리는 부분.
그곳이 앨리스의 약점이었다.
정확히는 그곳을 포함해서 엉덩이 전체라고 해야할까.
앨리스는 그곳을 건드리면 어쩔 줄을 몰라했다.
"거, 거기느흔.."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그저 코만 가져다 댔을 뿐인데 벌써부터 앨리스의 목소리는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 반응을 보고 있자니 저번에 우연찮게 살짝 건드렸을때 아주 격렬하기 짝이 없는 반응을 보여주었던 엉덩이 구멍 쪽을 제대로 건드리기 시작하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 심히 궁금해졌지만..
"네..?"
일단은 참기로 했다.
그건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뭣보다 언제 사람이 찾아올지 모르는데 그런 곳을 건드렸다가 들켜버리기라도 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가져다 누르고 있던 코를 슬쩍 떼어내며 곤란함이 그득하게 배어든 앨리스의 물음에 답을 했다.
뭐가 문제냐는 내 물음에 답은 해야겠고, 그렇다고 그쪽이 너무 민감해서 그렇다고 말을 하긴 민망했던 것일까.
입술을 꾹 깨문 채 시선을 이리저리 배회하던 앨리스가 간신히 한 마디를 내뱉었다.
"내, 냄새 나니까.."
기껏 핑계라고 댄 게 너무 형편없는 것이긴 했지만.
"안 나요."
덕분에 다시 한 번 그녀의 엉덩이골 사이로 얼굴을 파묻을 수 있었다.
빈말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는 것처럼 행동으로 직접 그 증거를 보여주니 앨리스는 다시 한 번 어쩔 줄 몰라했다.
고맙긴 한데 그와 별개로 민망하고 부끄러워서 죽으려고하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오히려.. 굉장히 흥분되는 냄새만 나는 걸요."
그런 그녀의 기색을 모르는 척 하며 팬티 위로도 느껴지도록 크게 숨을 들이켰다가 내쉬니 음부와 맞닿아있던 부분 위로 작게 나 있던 얼룩이 조금씩 그 몸집을 키우기 시작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새하얀 천 위로 떨어진 잉크마냥 얼룩이 조금씩 번져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혀를 내밀어 그곳에 가져다댔다.
"흑..?!"
얼룩에서는 살짝 비릿하면서도 야한 맛이 났다.
그에 파르르 몸을 떨어대던 것도 잠시, 벽을 짚고 있던 손 중에 하나를 떼어낸 앨리스가 그것을 뒤로 뻗어 입고 있던 팬티를 조심스레 옆으로 젖혔다.
그렇게 화장실 안에서 문을 잠궈놓고 그녀의 몸을 만끽하고 있자니..
쿵쿵쿵-
"안에 누군지 모르겠지만 빨리 좀 나와요!"
중간에 살짝 화가 난 사람이 들이닥치기도 했지만, 내 물건에 찔리면서도 연기를 멈추지 않은 앨리스의 노력 덕분에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열차 안에서의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나와 앨리스, 그리고 남부군 측에서 붙여준 호위병 몇 명을 태운 열차가 마침내 수도에 도착했다.
끼이이익-
열차의 속도가 조금씩 줄어듦과 동시에 소름끼치는 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졌다.
그보다 더 소름끼쳤던 건 차창 밖으로 비치는 역사의 풍경이었다.
'시발..'
사람새끼들 보소?
하나같이 흥미로 가득 차 있는 얼굴들.
그것을 목도한 순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저들이 기다리고 있는 건 열차가 아니라 곧 도착할 나라고.
'하긴..'
관심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긴 했다.
야만족, 납치, 기사부 최초 남성 생도 등등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키워드는 다 붙어있는 사건이었으니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건 좀 과하지 않나?
즈그들 때문에 피해자가 다시 한 번 좌절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저러고들 있는 것일까.
뭐, 그딴 걸 신경 쓸 인간들이었다면 애초에 이곳에 나오지도 않았겠지만 말이다.
덕분에 비극의 주인공 코스프레를 하는 건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저 많은 년놈들을 뚫고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골이 지끈거려서 얼굴이 제멋대로 굳어지고 일그러졌으니까.
"이안.."
그런 내 모습을 다르게 해석한 것일까.
안타까움이 그득하게 배인 목소리와 함께 좌석 팔걸이 위에 얹어져있던 내 손 위로 앨리스의 손이 포개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끝까지 함께할테니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걸까.
손등 위로 포개진 손이 날 진정시키기라도 하는 것처럼 손등을 토닥토닥 두들겼다.
정확히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역사 한쪽에서부터 치안대 소속임을 알리는 복장을 입고 있는 병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역사 안을 채우고 있던 인간들을 한쪽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저건 레이시아가 손을 써준 것일까.
아니면 디아나?
둘 중 어느 쪽인지 모르겠지만 참 나이스한 타이밍에 내뻗어진 나이스한 손길이었다.
그렇지만 그걸 티내기는 좀 그래서..
"..덕분에 역을 빠져나가는 건 좀 수월하겠네요."
대신 힘없이 웃으며 그리 중얼거렸다.
내가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든 인간들의 행태가 자뭇 원망스럽기라도 했던 걸까.
앨리스가 차창 너머에 자리한 인간들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
그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새겨놓기라도 하겠다는 것처럼 지그시 그들을 노려보는데..
'오우..'
그 눈빛이 자뭇 살벌해서 나까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저러다가 입술이 터질 것 같아서 그쯤하라는 뜻으로 내 손 위로 포개진 그녀의 손을 톡톡 두들겼다.
그러고 있자니 역 내부의 정리가 얼추 끝이 났고, 덕분에 열차가 멈춘 지 약 10여분만에 열차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열차 안에서 빠져나와 역에 발을 내딛은 순간.
시장바닥마냥 소란스럽기 그지없던 역 내부로 일순간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와 함께 시선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몸으로 날아와 꽂히기 시작했다.
아마 이 자리에 서 있는 게 내가 아니라 이 세계의 다른 남자 놈들이었다면?
시선을 느낀 즉시 얼굴이 허옇게 질려서는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겠지.
그만큼 무겁고도 잔인한 침묵이었다.
마치 낙인을 찍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어찌나 무거운지 다리가 제멋대로 흔들릴 정도였다.
그렇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침묵에 잠겨있던 역사가 다시 소란스러워진 것도 바로 그때였다.
그렇게 귓가로 울려퍼지는 갖가지 말들을 흘려넘기며 걸음을 재촉하니..
"이안..!"
역사를 빠져나갈 때쯤 마주할 수 있었다.
내가 염두에 두고 있었던 디아나라는 이름의 관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