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시발..'
저질렀다.
그게 눈을 뜨자마자 옆에 널브러져 있던 리파를 보고 든 생각이었다.
대체 밤새 얼마나 시달렸으면 몸이 저리도 울긋불긋한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엎드린 채 누워있던 리파가 '으음..'하고 잠꼬대를 하며 옆으로 돌아누웠다.
그와 함께 고양이 주둥이마냥 살짝 부어있던 그녀의 음부가 벌어졌다가 닫히며 그 사이에서 간밤동안 내가 싸질러놓은 것이 울컥 새어나왔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생각했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얘도 계획에 끌어들여야겠다고.
원래 계획에는 없던 일이지만, 부족의 대빵인 리파가 전적으로 협조해준다면?
계획의 퀄리티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갈 터.
그래서였다.
상당히 만족스러워 보이는 얼굴을 한채 옆으로 돌아누워있던 리파에게 찰싹 달라붙었던 것은.
그렇게 백허그라도 하는 것처럼 그녀의 등뒤에 달라붙은 뒤 한손으로는 탄탄하고 잘록한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다른 손은 엉덩이 밑으로 밀어넣었다.
간밤동안 내 물건에 잔뜩 시달린 탓일까.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뭔가를 받아들여본 적이 없던 그녀의 안은 무리없이 내 손가락을 받아들였다.
즈붑-
"흐응.."
부어있는 곳을 손가락이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 아프면서도 은근 기분이 좋았던 것일까.
꼬옥하고 감겨있던 리파의 눈이 파르르 떨리며 그녀의 몸이 작게 움찔거렸다.
그 모습을 눈에 담으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안을 헤집어대다가 조심스레 그것을 뒤로 빼냈다.
그리고는 어제 만져줬을 때 참 좋아했던 곳을 그녀의 애액을 흠뻑 머금은 손가락으로 천천히 비벼주었다.
그러고 있자니..
"으응.."
그럴 때마다 흠칫흠칫 몸을 떨어대던 리파가 마침내 눈을 떴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녀의 음핵을 거칠게 문질렀다.
"흣..?!"
그에 그녀의 엉덩이에 힘이 바짝 들어가더니 거기서부터 시작된 떨림이 곧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하체 전체로 번져나가는 걸 볼 수 있었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느껴진 쾌감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가 앙증맞은 발가락을 꽉 오므려가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게 몸을 떨어대는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일어났어요?"
그에 대한 리파의 반응은 꽤나 각별했다.
무려 그 리파가.
날 잡아먹을 것처럼 과감하게 행동하던 그녀가..
"읏.."
작게 숨을 들이키면서 고개를 바닥에 묻더라.
덕분에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이 흐트러지며 그 사이로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귀가 수줍게 고개를 내밀었다.
대체 뭐가 그리 부끄러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간밤에 보여주었던 당당하기 그지없는 태도가 완전히 증발해버린 걸 보면 많이도 부끄러운 모양.
'아, 하긴..'
자신만만하게 날 따먹을 거라고 선언했었는데 내 밑에 깔리고 나서부터는 쭉 내게 역으로 따먹혔으니까.
진짜 맛있는 건 내가 아니라 너라는 말까지 들어가면서 말이다.
그러니 쪽팔릴 수밖에 없겠지.
그 와중에 웃긴 건 그렇게 부끄러워 하는 와중에도 음핵을 문지르는 내 손길에는 착실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읏.."
지금 나와 리파가 누워있는 곳은 그녀가 내게 내어준 천막에 비치된 침상 비스무리한 것이었다.
그 위에 이불보마냥 깔려있던 새하얀 털로 된 카페트가 지금 그녀의 손아귀에 잡혀 사정없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뒤에서 느긋하게 감상하다가..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요."
리파의 귀에 대고 그리 속삭였다.
그러자 내 턱과 맞닿아있던 그녀의 어깨가 움찔하고 떨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명백한 동요의 반응.
그 반응을 목도한 순간 깨달았다.
리파가 부탁이 있다는 내 말을 어떤 식으로 오해했는지를.
"돌려보내달라는 말은 아니니까. 안심하시고요."
역시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 말한 순간 내가 부탁이라는 단어를 꺼내든 순간부터 힘이 바짝 들어가있던 어깨에서 힘이 빠져나가며 다시 부드럽게 변하는 걸 느낄 수 있었으니까.
"뭐, 뭐지 부탁이라는 게?"
나름 한 부족의 족장이자 여성으로서 위엄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그녀가 목소리에 힘을 실은 채 그렇게 발언했지만, 안타깝게도 효과는 별로 없었다.
중간에 그녀의 다리 사이로 밀어넣고 있던 손가락을 이용해 음핵을 슬쩍 문질러주니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달콤한 목소리를 냈으니까.
그게 부끄러웠던 걸까.
커튼마냥 드리워진 갈색의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리파의 얼굴은 민망함으로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걸 어떻게든 좀 하고 싶었던 걸까.
큼큼하고 헛기침을 해 목소리를 가다듬은 리파가 다시금 물어왔다.
원하는 게 뭐냐고.
말만 들어보면 돌려보내달라는 말만 아니라면 그게 뭐든 들어줄 기세였다.
'거참..'
간밤의 잠자리가 그리도 마음에 들었던 걸까.
그래서 물어봤다.
"그렇게 선뜻 말해도 되는 겁니까?"
내가 뭘 부탁할 줄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거냐는 식으로.
"그, 그건.."
정곡이었나 보다.
답지않게 어버버하며 말을 잇질 못하는 걸 보면.
"너, 너니까.."
너니까라니.
형편없는 것 같으면서도 나름 그럴 듯하게 들리는 이유라서 문득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쿡쿡 웃고 있자니 으으하고 리파가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그 모습을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어제봤던 그 위풍당당하던 모습은 대체 어디로 간 건가 하고.
이게 바로 낮이밤져라는 걸까.
평소의 모습과 침대 위에서 보여주는 모습 사이의 갭이 엄청나다보니 귀여움이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뭐, 아무튼 그건 그거고..
"정말 들어줄 거에요?"
다시 한 번 물으니 리파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그럼 날 돌려보내는 건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이라는 걸까.
"못 믿겠는데."
찔리는 게 없지는 않았던 걸까.
그런 내 말에 리파는 감히 반박을 하지 못했다.
"..믿어다오."
대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런 말을 했을 뿐.
그래서 말을 하려다가..
'먼저 궁금한 거나 좀 물어볼까?'
살짝 노선을 갈아탔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정보를 캐낼 수 있었다.
그녀가 날 상대로 왜 이런 짓을 벌였는지부터 시작해서 어제 내게 먹였던 것의 정체까지 말이다.
참으로 놀랍게도 내 손도끼를 맞고 골로 가버린 그 놈은 리파의 정혼자였다고 한다.
원래대로였다면 진작에 혼인해서 첫날밤을 보내고도 남았을 거라고.
그녀의 입을 통해 그 사실을 처음으로 듣게 되었을 때 솔직히 좀 움찔하긴 했다.
설마 그런 사이였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으니까.
아무튼 그 놈이 혼인식을 준비하던 와중에 부족의 신물을 들고 날라버렸고, 그걸 추적하던 와중에..
"그, 그대가 있었지."
날 만나게 되었단다.
그 말 뒤로 이어진 건..
"처, 처음이었다. 남자를 보고 가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수줍은 목소리로 된 고백이었다.
알고보니 나같은 남자가 취향이셨단다.
너무 취향이라서 자기도 모르게 그런 수작까지 부렸을 정도로.
"이, 이제와서 용서해달라는 말은 하지 않으마. 아마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난 그랬을테니까."
대체 뭘 믿고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는 걸까.
관계를 맺는 와중에 살짝 역전이 되긴 했지만, 따지고보면 약을 써서 날 강제로 취했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 데 말이다.
이게 가치관의 차이인가 뭐 그런 걸까.
하긴, 딱 보니까 약탈혼이 기본인 것 같긴 했으니까.
웃긴 건 그리 말해놓고서도 또 은근 내 눈치를 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혹시라도 내가 경멸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기라도 할까봐 걱정이 됐던 걸까.
"뭐.. 결국 저도 실컷 즐기긴 했으니까.. 용서해드릴게요."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는 그녀를 상대로 면죄부를 속삭여주니 언제 그랬냐는 듯 그녀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심술이 나서..
"..꽤 맛있었거든요. 그쪽."
귀에 대고 그리 속삭여주니 작게 헛숨을 들이키는 소리와 함께 리파가 몸을 움츠렸다.
그런 그녀의 귀에 대고 물었다.
"그쪽은요?"
간밤에 어땠냐고.
물론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은 거였다.
솔직히 그 정체모를 약에 취해서 너무 거칠게 대한 감도 없잖아 있었으니까.
"조금 아팠지만.."
역시나 아팠던 걸까.
하긴, 안 아플 수가 없지.
따지고보면 생살이 꿰뚫린 건데 말이다.
그렇게 나름 스스로 반성하고 있자니..
"..조, 좋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번에는 그녀가 내게 면죄부를 던져주었다.
많이 부끄럽긴 했는지 숫제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긴 했지만.
저런 목소리하고 표정을 보고 어떻게 참는단 말인가?
안 그래도 아까 전부터 은근하게 그녀의 몸을 자극해대느라 물건에 조금씩 힘이 들어가고 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서버렸다.
그녀도 제 엉덩이를 쿡쿡 찔러대는 내 물건의 변화를 알아차린 것일까.
귀엽게 어깨를 움츠리며 몸을 흠칫흠칫 떨어대길래 그 반응을 더 보고 싶어서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물건을 밀어넣었다.
"그, 자, 잠..!"
자연스럽게 또 하는 쪽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에 당황한 것일까.
맞닿아있던 그녀의 몸에 조금씩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어제 나름 할 거 다 해놓고서는 또 뭘 저렇게까지 당황하는 것일까.
어제하고는 다르게 맨정신인데다가 낮이라서?
어쩌면 그런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싫어요?"
"그, 그건 아니지만.. 거기가 부어서."
그게 아니었다.
지금처럼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는 정도는 상관 없지만, 물건을 넣고 흔들어대면 간밤의 여파로 퉁퉁 부어오른 곳이 많이 아플 것 같았던 모양.
그리고 그건 나도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리파가 내 계획에 전적으로 협조하게 만드려면 어떤 식으로든 그녀가 내게 푹 빠지게 만들 필요가 있었으니까.
물론, 지금도 어느 정도 빠져있는 것 같긴 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그리 생각하면 이쯤에서 스탑하는 게 맞았지만, 문제는 내가 참을 수 없다는 점이다.
어제하고는 다르게 귀엽기 그지없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물건에 들어간 힘이 풀리질 않았으니까.
'어쩐다..'
손이나 입으로 빼달라고 해야하나?
해본 적은 없을테지만 왠지 부탁하면 해줄 것 같긴 했다.
내가 내키지가 않아서 문제지.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하고 고민하고 있자니 어제 한창 내가 리파의 밑에 깔려있을 때 천막 안으로 들어왔었던 그녀의 수하가 놓고 간 물건들이 눈으로 들어왔다.
정체불명의 가루가 담겨있는 자그마한 종지 하나와 어제 리파가 내게 먹였던 술이 담겨있던 병과 비슷한 사이즈의 병의 모습이 말이다.
같이 쓰면 된다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나란히 놓여져있는 그 두 개를 바라보다가 리파를 향해서 물었다.
저건 뭐냐고.
그랬더니..
"저, 저건.."
대답을 못하더라.
덕분에 대답을 듣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저것들의 정체를 말이다.
분명 어제 내게 썼던 거하고 같은 물건인 거겠지.
그게 아니고서야 지금 그녀가 보여주는 반응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왜 나한테만 효과가 있나 했더니만..'
술하고 저 가루를 같이 먹어야만 최음효과가 나타나는 식이었나?
그렇다면 저 가루가 발려있던 곳은 아마도.. 음식이겠지.
생각해보면 리파는 천막으로 들어오고 나서 줄곧 술만 홀짝였을 뿐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았으니까.
뭐, 확실한 건 직접 확인해보면 되겠지.
그래서 리파를 품에 안은 채로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 종지하고 술병이 놓여져있는 책상과 침상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앉은 채로 손을 최대한 뻗으면 아슬아슬하게 닿을 정도로.
그래서 리파의 다리 사이로 밀어넣고 있던 손가락을 빼내 그쪽을 향해 뻗었다.
그리고는 종지에 리파의 애액으로 얼룩덜룩하게 변한 손가락을 푹 담궜다가 빼니..
손가락에 예의 그 초록색 가루들이 찰싹 달라붙어왔다.
그렇게 초록색가루가 덕지덕지 붙은 걸 눈앞으로 가져와서 확인해보니 과연 어제 먹었던 음식에 비슷하게 생긴 게 묻어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였다.
그걸 곧장 리파의 입쪽으로 들이민 것은.
그제서야 내가 하려고 하는 행동을 눈치챈 것일까.
품 안에 안겨있던 리파의 몸이 흠칫하고 떨렸다.
동시에 그녀가 입술을 꾹 다물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녀의 입술에 손가락을 비볐다.
그러면서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걸 잊지 않았다.
"더 기분 좋아져보고 싶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파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먹으면 키스해줄게요."
이번에는 유혹의 말을 던져보았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내게 첫 눈에 반했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는지 그녀가 곧장 입술을 열었으니까.
그렇게 열린 입술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넣고는 손가락에 묻어있던 것들을 그대로 그녀의 혀에 대고 비볐다.
그리고는 그녀가 그걸 입밖으로 뱉어내기 전에..
종지 옆에 놓여있던 병을 가져와 그 안에 든 것을 내 입안으로 쏟아부었다.
그렇게 입 안 가득 차오른 것을 그대로 그녀에게 전해주었다.
약속한대로 '키스'를 통해서.
내 입을 통해 쏟아지는 것에 처음에는 눈을 동그랗게 떴던 리파였지만 이내 포기한 것인지 내가 전해주는 것을 꿀꺽꿀꺽 받아마셨다.
그런 그녀의 협력 덕분에 알 수 있었다.
어제 내가 먹었던 양은 정말 소량에 불과했다는 것을.
쩌억-!
"하아아악..!"
날 향해 매끈한 등을 고스란히 내보인 채 개구리마냥 침상에 납작 엎드려있는 그녀의 위에 올라타 허리를 내리 찍을 때마다 침상에 고개를 처박고 있던 리파의 몸이 들썩이며 날카로운 신음성이 천막 안으로 울려퍼졌다.
아까 우려하던 고통?
내 밑에 깔린 그녀의 얼굴에서 그런 기색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쾌락에 푹 빠져 헤롱대는, 암컷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표정만이 자리하고 있을 뿐.
그렇게 내게 먹이려고 수하에게 주문했던 것을 잔뜩 퍼먹고 헤롱헤롱한 상태가 되어버린 리파의 몸을 어제하고는 다르게 말짱한 정신으로 만끽했다.
떠올랐던 해가 다시 가라앉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