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이 되기 전에 (88)화 (88/366)



〈 88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그렇게 디아나 모르게 그녀의 상의 안에 몰래 선물 하나를 넣어둔 뒤, 제복으로 갈아입고 탈의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그대로 연무장을 벗어나기 전에..

"스승님."


클레어를 부르며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디아나가 두  멀쩡하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설마 그럴 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걸까.

가부좌를 트고 앉아있던 클레어가 어깨를 움찔거렸다.


"..왜."

아마도 그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그녀가 할  있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디아나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당황했다는 걸 티내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그녀를 물끄러미 내려보다가..

"손 좀 줘보시겠어요?"

싱긋 웃으면서 그리 말했다.


"..손?"


여태껏 당한 게 있다보니 내가  요구하든 이제는 경계심부터 드는 것일까.

날 올려다보느라 위를 향해 치켜떠져있던 클레어의 눈동자 속으로 짙은 경계의 색이 어리기 시작했다.


"네, 손이요."

그럼에도 내밀기는 하더라.

무시하면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판단한 걸까.


그렇게 살짝 꺼림칙하다는 티를 팍팍 흩뿌리면서 내 앞으로 내밀어진 흉터투성이 손바닥 위에..


"선물이에요."

왼쪽 주머니 안에 들어있던 것을 꺼내 올려놓았다.

선물이라는 말에 눈썹을 꿈틀거리던 것도 잠시, 제 손바닥 위에 올려진 물건의 정체를 확인한 클레어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렇겠지.

내게 그런 걸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을테니까.


"이게 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니까 오해는 하지 마시구요."


황당하다는 목소리, 그에 뻔뻔하게 맞받아치니 '이 놈이 대체 뭔 생각이지?'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클레어가 한 발 늦게 뭔가를 떠올리기라도 한 것처럼 내 뒤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덕분에 굳이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도 알  같았다.

지금 내 뒤쪽에서 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을 디아나가 대충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 지를 말이다.

보나마나 배신감과 섭섭함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하고 있겠지.

안 봐도 뻔했다.


그러기 충분한 상황이었으니까.


"됐어, 뭐 이런 걸.."

그 증거로 클레어는 내가 건네준  받지 않으려 했다.

그럼에도 억지로 쥐여주었다.


눈빛으로 살짝 협박 비스무리한 것까지 곁들여가면서.


그런 식으로 클레어에게 그녀 몫의 장신구를 떠넘긴 뒤..


"그럼, 선배 내일 뵈요."

뭔가 아득해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는 디아나에게 작별 인사로밖에 들리지 않을 말을 건네며 연무장을 빠져나왔다.

'지금쯤 분위기가 어떠려나..'


살짝 궁금했지만 굳이 확인하지는 않았다.

그걸 수습하는 건 오롯이 클레어와 디아나의 몫이니까.

그렇게 연무장이 있는 건물을 빠져나와 필기 수업이 행해지는 강의실로 향했다.

기사부라서 좋은 점이 있다면 스케쥴이 굉장히 단순하다는 것이다.

그 덕분이었다.

어렵지 않게 앨리스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었던 건 말이다.


'저기 있네.'


디아나한테 대판 깨지고 나서 한결 성실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낮잠만큼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


창문을 통해 강의실 안을 들여다보니 앨리스는 강의실 맨 뒷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저렇게 불편하게 잘 거면 차라리 땡땡이를 치지 뭣하러 목 아프게 저런 고행을 하나 싶긴 했지만..


'그래도 강의에 출석하는 게 어디냐.'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나저나 확실히 분위기가 개판이긴 했다.


 봐도 들떠있는 게 한 눈에 보인달까.


시기가 시기다보니 어쩔  없는 일이겠지만.


강사도 오늘만큼은 반쯤 마음을 놓은 걸까.


자세히 들어보니 수업과 상관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상관이 없는 말이 강사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기묘한 분위기 속에서 행해지는 강의를 구경하고 있으니..

"자, 그럼 다들 내일 봅시다."


얼핏 들으면 그럴 듯하게 들리는 요상한 말들을 열심히 늘어놓던 강사의 입에서 강의의 끝을 알리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기대감으로 둥실둥실거리는 분위기를 온몸으로 뿜뿜 뿜어내고 있던 이들이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장신구를 받을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남자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곳에 가서 자리라도 잡을 생각인 걸까.


무슨 4교시 끝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은 중학생들마냥 앞문하고 뒷문으로 우르르 빠져나오는데..

'어우..'


그 기세가 너무 살벌해서 반사적으로 기둥 뒤에 몸을 숨기고 말았다.


웃긴 건 앨리스의 반응이었다.


오늘에 대한 기대감으로 어젯밤을 뜬 눈으로 불태우기라도 한 것일까.


 소란스럽기 그지없는 분위기 속에서 그녀는 여전히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강의실 안에서 유독 그녀의 주변만이 평화롭게 느껴졌다.


나갈 때 깨워줄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강사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앨리스를 발견하고도 딱히 터치하지 않았다.

그만큼 피곤해보이기라도 했던 걸까.


그렇게 강사마저 빠져나가니 강의실 안에는 어느새 앨리스만이 남겨지게 되었다.

내가 발뒤꿈치를 든채 강의실 안으로 들어선 것도 바로 그때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졸고 있는 틈에 몰래 채워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그러다가 중간에 깨버리면 서프라이즈라고 적당히 둘러대면 되는 거고 말이다.

'딱 좋네.'


그런 식으로 앨리스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들키지 않도록 발뒤꿈치를 치켜든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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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시점****

누군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건 막 잠에서 깨어났을 때였다.

누구길래 이토록 은밀하게 접근하는 것일까.


그리 생각하고 있던 순간, 익숙한 향기가 콧속으로 훅하고 파고들어왔다.

맡고 있으면 묘하게 가슴이 떨리는, 그냥 진하다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는 향기.


그것을 맡은 순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지금 이쪽을 향해 몰래 다가오고 있는 건 이안이라는 것을.


그 순간 결심했다.

계속 잠든 척을 하기로.

그러다가 이안이 코앞까지 다가오면?


그때 눈을 번쩍 떠서 놀래켜줄 생각이었다.

그러면 저번에 봤던 그 놀란 표정을 다시  번   있겠지.


어지간하면 진심으로 그런 표정을 지어보이는 일이 드문 이안이기에 이만한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눈을 꼭 감고 잠든 척을 하고 있었던 것인데..

"선배 자요?"


코밑을 맴돌던 향기가 갑자기 훅하고 짓쳐들면서 소곤대는 목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어왔다.

그와 함께 이안의 숨결이 귀를 간지럽히는 오싹오싹한 느낌이 너무 좋아서..


"으음.."


다가오면 놀래켜주려던 계획을 접고 계속 자는 척을 해버렸다.

어쩔 수 없었다.


그 소근대는 목소리를 더 듣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잠든 척을 했던 건데..

"주무시나 보네.."

귀에 대고 속삭여지던 이안의 목소리가 살짝 멀어졌다.


그에 속으로 아쉬움을 토하고 있던 순간..

바닥에 쪼그려앉기라도 한 건지 이안의 기척이 확 낮아지는 게 느껴졌다.

뭘 하려는 걸까.

기대감과 궁금함으로 가슴이 두근두근대는 걸 느끼고 있던 바로 그 순간.

"흐음.."


팔베개 삼아 베고 있던 팔의 손가락 사이로 굵직한 손가락이 파고드는 게 느껴졌다.

'읏..'


딱히 손에 뭔가를 바르고 다니는 타입은 아닌 걸까.

살짝 거친 느낌을 주는 살결이 손가락을 스치는 느낌에 순간 이상한 소리가 입밖으로 새어나올 뻔했다.

그에 철렁한 가슴을 다독이며 제멋대로 움찔대는 몸을 최대한 억누르고 있자니..

"진짜 작다.."


자기 것에 비하면 한참 작은 이쪽의 손이 신기하기라도 했는지 이안이 그리 중얼거리며 손을 조물딱대기 시작했다.


되게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가슴이 미친듯이 뛴다는 것이었다.

쿵쿵쿵쿵하고 귓가로 울려퍼지는 심장소리가 꼭 북소리같았다.

그래서였다.

눈을 한층 더 질끈 감았던 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지금 이 소리가 이안에게까지 들릴 것만 같았으니까.


그렇게 눈을 감고 있자니..

"앗.. 벌써 시간이.."

그리 중얼거린 이안이 손을 떼어냈다.

그에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슬슬 잠에서  척을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던 순간.


부스럭부스럭하는 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졌다.


이번에는 또  하려는 것일까.


그런 의문이 머릿속을 차지한 순간, 떠올라버렸다.

어젯밤에 밤잠을 못이루고 잠을 설쳤던 이유를.

그에 반사적으로 몸을 경직시키고 있던 순간 떨어져나갔던 이안의 손이 다시금 손을 움켜쥐는  느낄  있었다.


다만 아까하고는 느낌이  달랐다.


뭔가를 끼워주려는 듯한 느낌?

그걸 자각한 순간 몸이 긴장으로 제멋대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반사적으로 침을 꼴깍 삼킬 뻔했지만 어찌어찌 삼키기 전에 막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입  가득 차오른 것을 최대한 티나지 않게 나눠삼키고 있자니..


부스럭대는 소리가 뚝하고 멎더니 보드라운 감각이 손가락을 스치며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게 뭘지 당장이라도 눈을 떠서 확인하고 싶었다.


확인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아마도 그러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됐다."

흡족함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지더니..

"선물이에요. 선배."

웃음기어린 목소리가 귀에 난 솜털들을 스치며 귓속을 간지럽혔다.

"그러니까 그만 주무시고 일어나세요."

그 말을 들은 순간, 깨달아버렸다.


자는 척 하고 있던 걸 들켜버렸다는 걸.


그럼에도 눈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부끄러웠으니까.

그래서였다.

"그럼, 나중에 뵈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이안이 강의실을 빠져나갈 때까지 눈을 꼬옥하고 감고 있었던 건.

차마 그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지금도 이렇게 심장이 쿵쿵 뛰어대는데 눈을 떠서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을 마주해버리면 그때는 정말 터져버릴지도 몰랐으니까.


그렇게 쿵하고 문 닫히는 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진 순간.


"아으으으으..!"

얼굴에 열이 확 오르는 느낌에 그걸 그대로 책상에 파묻고는 발을 동동 굴렀다.

얼굴을 잠식한 열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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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애꿏은 발만 동동 구르는 앨리스의 모습은 상당히 귀여웠다.

그 모습을 뇌말고 다른 곳에 소장할 방법이 없다는  너무나도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그렇기에 아직 확인하지 못한 한 명의 반응이 더욱 기대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였다.

진작에 강의가 끝났음에도 강의실 문 옆 기둥에 몸을 기대고 있는 건 말이다.

드디어 강의가 끝난 것일까.

닫혀있던 문이 열리며 강의실 안을 채우고 있던 이들이 우르르 빠져나왔다.


그렇게 강의실에서 빠져나오는 여성들의 얼굴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있었다.


나라라도 잃은 것마냥 시무룩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이들과 콧대가 하늘을 뚫고 승천하기 직전인 이들로 말이다.


그리고 다른 이들을 따라 강의실에서 터덜터덜 걸어나오는 디아나는 명백히 전자에 속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알 수 있었다.

디아나가 아직 내가 몰래 넣어놓은 선물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걸.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문득 실소가 새어나왔다.

'아니..'


일부러 발견하기 쉬우라고 상의 주머니에다가 넣어놨는데 그걸 아직도 못 알아차렸다고?


클레어한테 먼저 '선물'을 줬던  그만큼 충격적이었던 걸까.


'하긴..'

눈앞에서 그랬으니까.

주고 나서 그런 의미가 아니라고 덧붙이긴 했지만 그런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말았으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알고 있음에도 생각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겠지.

게다가 디아나의 상의 주머니에 숨겨놓은 선물은 다른 이들에게 선물해준 것에 비해 크기가 좀.. 작기도 했고.

뭐, 나야 딱히 상관없었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그녀가 아직까지 선물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 덕분에 그걸 발견하고는 놀라는 반응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감상할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였다.


어깨를 살짝 늘어뜨린 채 내가 숨어있는  옆을 지나치는 디아나의 손을 잡고 내쪽으로 끌어당겼던 건.


"앗.."

갑자기 한쪽으로 홱 쏠리는 몸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것도 잠시, 자신을 끌어당긴 장본인이 나라는 걸 확인한 디아나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여, 여기는 왜.."

"음, 선배랑 같이 돌아가고 싶어서요."

안돼요?


그 말을 스리슬쩍 덧붙이니 디아나가 얼굴을 살짝 붉게 물들이며 말을 더듬거렸다.


"아,  될 건 없다만.."


그런 그녀에게서 아까의 시무룩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기대라는 감정이 그녀의  어깨와 입꼬리에서부터 뭉클뭉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럼 갈까요?"


그렇게 디아나와 함께 걸으면서 속으로 고민했다.

언제쯤 그녀의 상의 주머니 안에 숨겨져있는 비밀에 대해 귓뜸해주는 게 좋을까하고.

그러다보니 볼  있었다.


이렇게 함께 돌아갈 때면 항상 우리가 헤어지는 장소였던 기숙사와 가까워질수록 기대감으로 물들어있던 디아나의 얼굴 위로 초조함이라는 감정이 덧씌워지는 모습을 말이다.

분명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어느덧 기숙사가 코앞까지 다가왔음에도 내가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으니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한 걸까.


그러다보니 더더욱 말을 꺼낼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었다.

아니, 온몸으로 '언제 줄 건데? 언제  건데?'라는 말을 외치고 있는데 거기에 대고 어떻게 말을 꺼내냐고.


그렇지만 해야만했다.


이제 정말 기숙사가 코앞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럼, 들어가볼게요. 선배."

이제 그만 들어가보겠다는 듯 기숙사를 등진 채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그, 그래."

다시금 시무룩하게 변한 얼굴.

그렇지만 그걸 티내긴 좀 그랬는지 어설프지만 최선을 다해 그런 제 감정을 숨기는 디아나로부터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두어 걸음 정도 걷다가..


"아, 맞다."

그 말을 입밖으로 꺼내들었다.

그에 뒤쪽에서 누군가 몸을 움찔대는 기색이 전해져왔다.

그걸 느끼며 조심스레 디아나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는 다시 기대감어린 표정을 한채 날 바라보고 있는 그녀와 눈을 맞추며..

"선배, 혹시 뭐 깜빡하신 거 없어요?"


은근슬쩍 말을 꺼내봤다.


"..깜빡한 거?"

"네, 예를 들면 주머니 안에 뭔가를 넣어놓고.. 잊어먹었다던지."


싱긋 웃으며 그녀로 하여금 보란듯이 가슴팍에 달려있는 주머니를 톡톡 두들겼다.

"한  확인해보세요."

아마도  순간이었을 것이다.


뭔가를 깨달은 사람마냥 디아나의 눈이 살짝 커지더니..

그녀가 허둥지둥하며 잽싸게  상의 주머니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모습을 확인한 순간 부끄러워서 그러는 척 그대로 돌아서서 기숙사 안으로 호다닥 달려들어갔다.

그렇게 울려퍼지기 시작한 내 발자국 소리 사이로..


"으으으..."

누군가 다리에 힘이 풀려서 털썩 주저앉는 소리가 섞여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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