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진짜 생각치도 못했던 반응이었다.
그래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뭐야..'
이쪽을 남자로 안 보는 거 아니었어?
근데 저 반응은 대체 뭐냐고.
"..누나?"
왜 그러냐는 뜻으로 카트린느를 부르니 그제서야 정신을 좀 차린 것인지 카트린느가 묘하게 허둥지둥거렸다.
"아, 응.. 그, 그렇게 벌써 그렇게 됐구나. 화, 확실히 그럴 만한 나이긴 하지.."
대체 뭐가 벌써 그렇게 됐고, 뭐가 그럴 만한 나이라는 걸까.
대화의 흐름을 따라잡을 수가 없어서 속으로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하려던 말을 이어나갔다.
"자."
그리 말하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팔찌를 슬쩍 그녀 쪽으로 떠미니 여전히 붉은 색에 머물러있던 카트린느의 얼굴이 조금 더 붉어졌다.
"그.. 이, 이안아.."
"어차피 누나는 받을 사람도 없을테니까. 못 받았다고 괜히 쓸쓸해할 것 같아서 생각난 김에 하나 챙겨주러 왔어."
"..에?"
아니, 그러면 뭔데.
설마 내가 고백이라도 하는 줄 알았던 건가?
얼빠진 표정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그랬던 것 같은데..
'흠..'
나름 흥미로웠다.
주의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던 과거의 기억을 다시 한 번 들여다 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아무튼 그건 그거고 전해줄 건 전해줬으니 돌아가보실까?
"그럼, 난 이만 가볼게."
해서 곧바로 몸을 일으키니 살짝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던 카트린느가 날 따라 엉거주춤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런 그녀를 상대로 밥먹고 나서 꼭 들어가서 자라고 몇 번이나 당부를 해준 뒤에..
'자, 그럼 이제..'
오두막을 빠져나와 다음 타겟을 향해 움직였다.
왠지 등 뒤에서 날아오는 시선이 따가운 것 같았지만.. 뭐, 기분 탓이겠지.
아무튼 그렇게 기사부 건물이 자리하고 있는 서관에 도착한 나는 높은 확률로 클레어가 기다리고 있을, 그녀의 개인 연무장처럼 되어버린 곳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연무장 앞에 다다르니 아침부터 누군가 수련에 매진하고 있는 소리가 문틈 사이로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에 슬쩍 열린 문틈을 향해 얼굴을 들이미니..
'오우야..'
아까하고는 다른 의미로 흐뭇한 광경이 날 반겨주었다.
역시나랄까 연무장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주인은 다름아닌 클레어였다.
그것만보면 어울리지 않게 성실하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그녀의 복장이 그 성실함을 죽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몸 위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몸을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월말평가도 막 끝난데다가 이른 아침이라서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클레어가 천천히 몸을 움직여가며 특정한 포즈를 취할 때마다 땀에 젖은 검은색 머리칼이 흩날리며 다리 사이에 수줍게 나있는 검은색 수풀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달칵-
문을 열고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수련에 집중한다고 그제서야 내 기척을 알아차린 것일까.
뒤돌아 서 있다가 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동시에 적당히 근육이 잡혀있는 그녀의 몸이 흠칫하고 떨렸다.
날 보고 반응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일찍 나와 계셨네요? 스승님?"
살짝 웃으며 그녀의 몸을 위아래로 훑으니 그제서야 제가 어떤 몰골을 하고 있는지를 자각한 그녀가 수치심으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손으로 제 가슴과 음부를 가렸다.
'그렇지. 당연히 그래야지.'
그 수줍기 그지없는 반응을 눈에 담으며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반젤린네 저택에 방문했던 그날 이후 며칠동안 공을 들여서 수치심이라는 걸 학습시킨 보람이 있었으니까.
"따라오세요."
날 발견하고는 엉거주춤하니 서 있던 클레어를 데리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연무장에서 그대로 해도 상관없긴 하지만 그랬다가 불시에 디아나가 들이닥치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그렇게 탈의실 안으로 들어선 순간.
"차렷."
그 안에 비치되어있던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며 팔로 가슴과 음부를 가린 채 내 뒤를 따르던 클레어를 향해 명령했다.
그에 살짝이지만 앞을 향해 굽혀져있던 몸이 흠칫하고 떨리더니..
그녀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채 천천히 제 가슴과 음부를 가리고 있던 손을 옆으로 치웠다.
그렇게 확인하게된 그녀의 유두는..
"섰네요? 흥분했어요?"
꼿꼿하게 서 있었다.
아까봤던 카트린느의 것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그걸 지적해주니 클레어의 몸이 부르르 떨리며 잔경련을 내뱉었다.
그러면서 꼿꼿했던 자세가 살짝 흐트러지길래..
"차렷이라고 말씀드렸을텐데요."
다시 한 번 명령했다.
자세 흐트러뜨리지 말라고.
그 말에 클레어가 흠칫하며 살짝 움츠렸던 몸을 다시 꼿꼿하게 편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그녀의 몸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천천히 훑었다.
'정말..'
아름다운 몸이었다.
군데군데 생채기와 같은 흉터가 있긴 했지만 그게 적당히 근육잡힌 몸하고 어우러지니 묘하게 조화가 된달까.
"흐음.."
그래서였다.
살짝 콧소리를 내며 그녀의 복부 곳곳에 새겨져있던 자잘한 흉터들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훑었던 건.
그게 간지러웠던 걸까.
클레어가 입술을 꾹 깨문 채 허벅지서부터 허리에 이르는 부위를 움찔움찔 떨었다.
그러면서 가슴 끝에 매달린 선홍빛의 유두도 같이 흠칫흠칫 떨리길래..
"소리내도 괜찮아요."
손을 위로 올려 그것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려주었다.
동시에 내뱉은 내 말이 기폭제가 되었던 것일까.
"하윽.."
꽉 깨물고 있던 입술 사이로 나지막한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아침이라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허스키하게 느껴지는 그 신음성이 귓속으로 파고들어오는 걸 느끼면서 그녀의 양쪽 가슴을 번갈아가며 괴롭혀주었다.
안 그래도 뾰족하게 서 있던 그녀의 유두가 한층 더 딱딱하게 변할때까지.
그러다가..
"열중 쉬어."
기습적으로 명령했다.
아마도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차렷자세를 취하고 있던 클레어의 몸이 크게 움찔거렸다.
그렇겠지.
차렷자세에서 열중 쉬어로 넘어가기 위해선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으니까.
지금 뭔가를 감추기라도 하는 것처럼 서로 딱 붙여놓고 있는 허벅지를 좌우로 벌리는 것 말이다.
'사실 그냥 벌리라고 해도 되긴 하지만..'
굳이 '차렷'이나 '열중 쉬어'같은 말을 사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클레어가 그 편을 더 수치스러워하니까.
물론 이번에도 효과는 확실했다.
클레어가 다리를 벌리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움츠렸으니까.
그렇겠지.
요 며칠동안 그곳이 흠뻑 젖은 모습을 내게 보이는 게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지 확실하게 학습한 상태니 말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보이고 싶지 않을 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클레어는 나름대로 저항을 시도해봤지만..
"하기 싫으면 그만할까요?"
그 저항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리 말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허벅지를 흠칫흠칫 떨면서 딱 붙이고 있던 그걸 천천히 좌우로 벌리기 시작했으니까.
바로 조금 전까지 열심히 몸을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녀의 몸 곳곳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하게 맺혀있었다.
그건 허벅지도 마찬가지였다.
쯔업-
그래서일까.
그녀가 서로 찰싹 달라붙어 있던 허벅지를 벌리기 시작하자 찐득하기 그지없는 소리가 탈의실 안으로 울려퍼졌다.
그렇게 드러난 그녀의 음부는 살짝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흠, 손으로 벌려봐요."
그래서 다시 한 번 명령하니..
클레어가 손끝을 파르르 떨면서 꽉 다물어져있던 음부를 조심스레 좌우로 벌려보였다.
쯔어업-
아까하고는 차원이 다른 습기어린 소리가 탈의실 안으로 퍼져나갔다.
그 소리가 그리도 수치스러웠던 걸까.
안 그래도 수치심으로 빨갛게 달아올라 있던 클레어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새빨갛게 변했다.
그와 함께 손가락에 눌려 좌우로 벌어져있던 속살이 투명한 액체를 다리 사이로 쭉 늘어뜨렸다.
시선이 닿을 때마다 그게 느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쉬지 않고 움찔대는 그녀의 속살에 시선을 고정한채로 입을 열었다.
"흥분했어요?"
아마 전이었다면 대답을 듣지 못했겠지만..
"..네."
이번에는 달랐다.
목소리가 조금 많이 작기는 해도 그녀는 확실하게 내 말에 대답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목소리에는 미약하나마 열기가 깃들어있었다.
"그래서요?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데요?"
"마, 만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디를요? 손가락으로 가리켜봐요."
역시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쉽다는 걸까.
제 음부를 지그시 누르고 있던 손가락을 쭈욱하고 편 클레어가 그것을 이용해 빵빵하게 부풀어있던 음핵을 가리켰다.
"여, 여기를 만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명목상의 제자라고는 하지만 어찌되었건 제자는 제자.
그런 이를 상대로 쾌감을 구걸하고 있는 지금 이 상황이, 그런 제 모습이 너무나도 수치스럽고 치욕스러웠던 걸까.
꽈악하고 다물어져있던 클레어의 입술이 파들파들 경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음부를 벌리고 있는 손을 풀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만져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음, 어쩌죠. 그러기 싫은데."
그녀가 기대하고 있는 것과는 정 반대의 대답을 입밖으로 내놓았다.
그 때 클레어의 얼굴 위로 떠오른 배신당한 표정이란 정말로..
'하, 진짜..'
감미로웠다.
이러다가 생각치도 못한 성향에 눈 뜨게 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제멋대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느끼면서 아까 미리 눈 여겨 봐두었던 것쪽으로 손을 뻗어 내쪽으로 끌어왔다.
그리고는 그것을 클레어를 향해 겨누었다.
그녀가 다리 사이에 끼우고 허리를 비벼대기 딱 좋을 정도의 높이로.
"대신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어요."
"그, 그건.."
당황으로 물든 눈동자.
하긴, 그럴 수밖에.
지금 내 손에 들려있는 건 디아나가 수련을 할 때 사용하는 목검 중 하나니까.
그렇다고 특별히 아끼는 건 아니고 망가지면 언제든지 교체할 수 소모품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진짜배기 '제자'인 디아나의 물건이라는 건 변치 않는 사실이었다.
그걸 자위에 이용한다?
안 그런 듯 하면서도 은근히 디아나를 아끼는 클레어로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일터.
아니나 다를까 열기로 흐려져있던 클레어의 눈빛이 대번 사나워졌다.
'그래.'
당연히 그렇게 나오셔야지.
순순히 따랐다면 오히려 실망했을 거다.
그래서..
"하기 싫어요?"
"..."
"아쉽네. 제대로만 해주면 이거 만지게 해주려고 했는데."
반대급부를 내걸었다.
톡하고 바지 앞섬에 대고 손가락을 튕기며 그리 말하니 사납게 날이 서 었던 클레어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만져보고 싶다면서요? 이거?"
본인의 입으로 직접 들은 것이다보니 효과는 확실했다.
클레어가 눈동자가 다시 한 번 흔들렸으니까.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한 것 같아서..
"특별히 빨게 해줄 생각도 있었는데.."
지나가듯 중얼거려 봤다.
그랬더니 뭔가 상상이라도 한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면서 침을 꿀꺽 삼키더라.
그런 그녀의 결정을 도와주기 위해..
"딱 100번."
클레어의 하체를 향해 겨누고 있는 목검 끝을 이용해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꾸욱하고 누르며 조건 하나를 덧붙였다.
"100번이면 얼마 되지도 않잖아요?"
100번만 비벼봐라.
그러면 네가 그토록 원하던 건 물론이거니와 그 이상의 것까지 시켜주겠다.
그리 말하면서 목검 끝부분으로 연신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쿡쿡 찔러대고 있으니..
츠윽-
"흐읏.."
우연인지 아니면 의도한 것인지 목검이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파고들며 활짝 벌어져있던 그녀의 속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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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칵-
문이 열리며 척봐도 기대감에 가득 찬 얼굴을 한 디아나가 연무장 안으로 들어섰다.
"앗, 스승님."
그와 거의 동시에 스승인 클레어를 발견한 디아나가 제 스승을 향해 쪼르르 달려갔다.
물론, 평소처럼 인사를 하기 위함이었다.
"으, 음.."
그렇게 제 앞으로 달려와 꾸벅 고개를 숙이는 디아나의 인사를 받아주는 클레어의 모습은 평소와 비교하면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특히나 표정같은 게 그랬다.
평소에는 시니컬한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이면서 인사를 받아주었을텐데 오늘따라 그녀의 표정은 딱딱하게 경직되어있었다.
게다가 안색이 불그스름하고 숨도 살짝 거친 것이 꼭 감기기운이라도 있는 듯한 모양새였다.
"스승님 혹시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있으십니까? 안색이.."
고개를 들어올려 클레어의 모습을 살피던 디아나의 눈으로 요상한 것 하나가 들어왔다.
클레어의 붉은 입술 끝에 살짝 묻어있는 희끄무레한 무언가.
그것의 모습을 확인한 디아나가 곧장 시선을 그쪽으로 향했다.
"어, 입술에 뭐가 묻으셨.."
그리고는 입술에 뭔가 묻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그쪽을 향해 조심스레 손을 뻗은 순간.
타악-
클레어가 그런 디아나의 손을 황급히 쳐냈다.
그에 당황한 디아나가 살짝 굳어있는 사이, 클레어가 다급히 제 입가를 훔쳤다.
"아, 이, 이건.. 으, 음료수가 묻었나 보네."
"음료수요?"
스승의 말에 디아나는 속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학원 내에서 그런 색의 음료수도 팔던가?
꼭 요거트 같은 색이었는데 말이다.
"보, 본가에서 보내줘서 말이야."
"아.."
어쩐지 처음보는 것이더라니만.
그래도 특이하긴 했다.
요거트 색의 음료수라니.
요거트가 들어가기라도 한 걸까.
아무튼 참 특이한 색의 음료수도 다 있다고 생각하면서 디아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