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그때 그녀의 얼굴은 뭐랄까..
남자의 가학심을 불러일으키는 뭔가가 있었다.
수치심과 굴욕감으로 물들어 새빨갛게 변한 두 볼과 찔끔 새어나와서 눈꼬리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는 눈물방울.
그리고 꽉 깨물어진 입술까지.
그런 얼굴을 한채로 몸을 파르르 떨어대는 클레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미치겠네 진짜로..'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는 느낌이었다.
본능이 자꾸만 외쳐댔으니까.
더 괴롭히라고.
그래서 조금 더 울상을 짓게 만들라고 말이다.
지금 내 앞에서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솟구치는 쾌락 때문에 허벅지를 부들부들 떨어대며 울상을 짓고 있는 클레어를 보고 그 누가 평소의 그녀를 상상할 수 있을까.
아마 친동생인 세피아가 와도 이건 못 알아보지 않을까?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 갭이 엄청났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자꾸만 욕망이 울컥 솟아올랐고.
두근두근-
뒷목이 뻐근해지며 심장이 미친듯이 뛰며 제멋대로 박자를 찍어내기 시작했다.
심장박동 소리가 어찌나 큰지 누군가 내 심장을 뽑아다가 내 귀 옆에 가져다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흥분됐다.
내게 이런 성향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간 주인공이라는 놈들 밑에서 이꼴 저꼴 다 보면서 구르다보니 알게 모르게 누군가를 괴롭혀주고 싶다는 가학심이 내 앞에 차곡차곡 적립되기라도 했던 걸까.
꼭 그게 지금 이 순간 한 번에 터져나오는 것만같은 느낌이었다.
아마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말을 안 했잖아요? 뭘 그만해줬으면 좋겠는지."
그리 말하면서 손바닥으로 클레어의 음부를 찰싹하고 때렸던 건.
차박-
"흐큿..!"
꼭 마치 장화를 신고서 물이 야트막하게 고여있는 물웅덩이를 밟은 듯한 소리가 방 안으로 울려퍼졌다.
그와 함께 그녀의 균열에 맺혀있던 이슬들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그녀의 허벅지와 바닥에 깔린 카페트를 적셨다.
내 손길이 꼭 잘못한 아이의 엉덩이를 두들기는 부모의 그것처럼 느껴지기라도 했던 걸까.
작게 헛숨 들이키는 소리와 함께 뭐라 이루말할 수 없는 굴욕감이 클레어의 얼굴 위로 떠올랐다.
하긴, 그렇겠지.
엉덩이라면?
어렸을 적에 몇 번 맞아본 적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 잘듣는 아이였을 것 같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거길 맞아본 적은 오늘이 처음일테지.
웃긴 건 그녀의 몸이 보여준 반응이었다.
얼굴은 굴욕감하고 수치심으로 범벅이 되어있는 반면에 그녀의 몸은 허벅지를 부들부들 떨며 뜨뜻한 액체를 내 손바닥 위에 뚝뚝 쏟아내기 바빴으니까.
그걸 본인이라고 모를 리 없었다.
"뭐야, 설마 또 느낀 겁니까?"
그래서 곧장 그 점을 찌르고 들어가니 클레어의 반응이 가관이었다.
굴욕감과 수치심이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는지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입술을 꼬옥하고 깨물어댔으니까.
"스승님은 칼솜씨는 뛰어나신데 이쪽은 정말 형편 없으시네요."
물론, 그렇다고 봐줄 생각은 없었다.
한국산 카사노바 놈이 말하길 기가 쎈 여자일수록 휘어잡을 때 한 번에 제대로 휘어잡아야 한다고 그랬으니까.
-상대가 울상을 짓고 있다고 해서 절대 중간에 그만두면 안 돼. 중간에 그만둬버리면 아예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되어버리거든.
그렇다니 어쩌겠는가?
안쓰러워도 계속 가는 수밖에.
찰싹-!
"아읏.."
"응? 내가 물어봤잖아요. 왜 대답이 없을까?"
얼른 대답하라는 뜻으로 찰싹찰싹 그녀의 몸 어딘가를 집중적으로 두들기며 대답을 재촉했다.
그러고 있자니 꼭 샴푸통을 누르고 있는 것만같은 느낌이었다.
찰싹찰싹 때려댈 때마다 뜨뜻한 액체가 찍찍 쏟아졌으니까.
"대답하라니까요?"
"그, 그만해엣.."
"그러니까 뭘 그만하라는 말씀이시죠? 예? 스승님?"
사람이라는 동물은 한계까지 몰리게 되면 기본적으로 굉장히 단순해진다.
사고나 어휘같은 것들이 말이다.
그리고 그건 클레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찰싹찰싹하는 거 그마안..해엣..!"
저렇게 살짝 녹아내린 목소리로 '찰싹찰싹하는 거 그만해에'라니.
내 손에 녹음기능을 가진 뭔가가 들려있지 않은 게 그저 아쉬울 뿐이었다.
녹음기 비스무리한 뭔가만 있었어도 방금 그걸 녹음해서 나중에 다시 들려줄 수 있었을텐데.
그러질 못한다는 게 너무나도 아쉽게 느껴졌다.
물론, 그런 말을 들었다고 해서 멈춰주지는 않았다.
아직은 그녀의 대답이 만족스럽지가 않았으니까.
"제가 지금 어딜 찰싹찰싹하고 있는데요?"
빙그레 웃으며 그리 물으니 이대로 계속 당해버리면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 것 같았는지 내 옷깃을 양손으로 꼬옥하고 움켜쥔 채 몸을 파들파들 떨어대던 클레어가 눈을 부릅 떴다.
설마 내가 그런 것까지 시킬 줄은 몰랐다는 듯 걸까.
경악으로 눈을 부릅 뜨고 있는 그 모습은 꽤 웃겼다.
"왜요? 말 못하겠어요?"
그래서 그런 그녀의 귀에 대고 친히 속삭여주었다.
"난 듣고 싶은데."
날 이렇게 만든 건 바로 너라고.
너한테 당한만큼 복수해주려다가 내가 이렇게 된 거라고.
사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아마 클레어의 안에 조금이라도 이성이라고 부를만한 게 남아있었다면 분명 그렇게 생각했겠지.
그렇지만 지금은 어떨까?
그녀에게 과연 제대로된 사고를 이어나갈만한 이성이라는 게 남아있기는 할까?
그건 곧 알 수 있었다.
"거, 거기.."
차마 지금 머릿속으로 떠오른 그 '단어'를 그대로 입에 담기에는 너무나도 수치스러웠던 것일까.
어렵게 목소리를 쥐어짜낸 그녀가 더듬더듬대며 간신히 한 마디를 내뱉었다.
"거기요? 거기가 어딜까?"
물론, 그 마저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금 그녀의 음부를 찰싹찰싹 두들겨주었다.
이번에는 아까하고는 다르게 빵빵하게 부풀어오른 그녀의 음핵을 중심으로해서.
"흐으읏..!"
그렇게 통증과 쾌감, 그리고 수치심을 동시에 선사해주니 클레어의 다리를 타고 잔경련이 번져나가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응? 거기가 어딜까요? 전 도저히 모르겠는데.."
이쯤되면 자존심 싸움이었다.
그러니까 꼭 듣고 말리라.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보.. 보지.."
이제보니 클레어는 이미 한계였던 모양이다.
그녀의 붉은 입술이 파르르 경련하더니 그녀가 눈을 질끈 감으며 간신히 한 마디를 쥐어짜냈다.
뭐든 처음이 어렵고 두 번째부터는 상대적으로 쉬운 법.
한 번 굽히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어렵지 않았던 걸까.
"네? 어디요?"
"보지이..! 찰싹찰싹하는 거.. 그, 그만해주세요.."
잘 못들었다는 뉘앙스를 품고 있는 내 발언에 순간 울컥했던 것인지 뺴액하고 소리를 지른 클레어가 인간으로서 중요한 뭔가를 포기한 것같은 얼굴을 한채 그 말을 입에 담았다.
백점 만점을 기준으로 85점 정도는 될만한 대사였다.
내 가학심을 만족시킨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래서..
"진작에 그렇게 했어야죠. 잘했어요."
이번에는 잘했다는 의미로 찰싹찰싹이 아닌 토닥토닥을 해주었다.
그럼에도 차박차박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물이 튄 건 매한가지지만.
"읏..!"
설마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내가 계속할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던 걸까.
엉덩이를 움찔하고 떨면서 배신이라도 당한 것 같은 표정을 얼굴 위에 띄운 채 날 노려보는데..
'미치겠네 진짜로..'
다시 한 번 가슴 속에서 시커먼 뭔가가 솟구치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결심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다고.
이대로 계속 해버리면?
진짜 내가 어디까지 가게 될지 솔직히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만큼 지금 나와 클레어를 둘러싼 분위기는 위험했다.
사람의 이성을 흐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래서였다.
클레어의 허벅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있던 손을 빼낸 것은.
일단 손이 빠져나가니 좀 안심이 되었던 것일까.
어깨와 함께 솟구쳐있던 클레어의 긴장감이 살짝이지만 옅어지는게 눈으로 들어왔다.
확실히 클레어는 클레어였다.
저렇게 긴장이 풀리기 무섭게 날 사납게 노려보는 걸 보면 말이다.
나름 열심히 깔아뭉갰다고 생각했느넫 역시 주인공의 스승이 될 예정이었던 여자의 기를 꺾기엔 이 정도만으로는 부족했던 걸까.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플랜 B를 실행하는 수밖에.
움켜쥐고 있는 그녀의 손목을 놓아주지 않고 그대로 그녀를 벽까지 쭉 밀어붙였다.
그에 클레어가 날 떨쳐내려는 듯 무릎을 치켜들어 내 배를 노려왔지만..
'어딜.'
예상하고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대처할 수 있었다.
놀고 있던 다른 손을 이용해 배를 노리고 날아든 그녀의 무릎을 힘으로 찍어누르면서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무릎을 밀어넣었다.
그리고는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무릎을 살짝 치켜들어 그녀의 다리 사이를 슬며시 짓눌렀다.
"흐으윽.."
흐느끼는 듯한 소리와 함께 입고 있던 바지의 무릎 부분이 축축하게 젖어드는 게 느껴졌다.
그 느낌이 무릎을 타고 번져나가는 걸 느끼면서..
"좋았어요?"
벽과 내 사이에 갇힌 클레어의 귀에 대고 그리 속삭였다.
귀에 와닿는 솜털이 이질적이었던 걸까.
품 안에 갇혀있던 클레어의 몸이 어깨를 기준으로 살짝 움츠러들며 흠칫하고 떨렸다.
"기분 좋았죠? 혼자서 할 때보다 훨씬?"
두 번째로 속삭인 말은 처음의 것하고는 다르게 질문이 아니었다.
이미 확신하고 있는 걸 확인차 내뱉은 것처럼 그리 내뱉으니 클레어의 몸이 다시 한 번 움찔거렸다.
물론, 이번에도 대답은 없었다.
그렇지만 상관없었다.
애초에 대답을 바라고서 내뱉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일종의 포석이었다.
세 번째 말을 내뱉기 위한 포석.
"더 기분 좋게 해줄 수도 있는데.."
살짝 움츠러들어 있는 클레어의 귀에 대고 느릿하게 속삭였다.
그런 내 숨결이 간지러웠던 걸까.
클레어의 몸이 부르르 떨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기분좋은 떨림을 만끽하면서 그녀의 귀에 대고 마저 속삭였다.
앞으로 내가 시키는대로 따르기만 하면 지금과 같은 쾌감을, 어쩌면 지금보다 더한 쾌감을 계속 느끼게 만들어주겠다고.
"어떻게 하실래요?"
그런 내 물음에 클레어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것도 잠시..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그녀가 내게 까닭을 물어왔다.
복수할거면 복수나 할 것이지 자기한테 왜 이러는 거냐고.
하긴, 이해가 안 가겠지.
"음, 글쎄요.."
그래서 나도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해보였다.
그러다가..
"말했잖아요."
"..."
"당신이 수치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까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빈말따위가 아니었다는 뜻으로 움켜쥐고 있던 그녀의 손중에 하나를 풀어준 다음에 가슴쪽으로 끌어당겼다.
이건 솔직히 반쯤 도박이었다.
왠지 이러면 뭔가 입질이 있을 것 같아서 던진 도박수였는데..
'이게 먹히네..?'
놀랍게도 효과가 있었다.
흥분으로 빨라진 내 심박을 느끼기라도 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슴팍에 손을 대게 해준 순간 클레어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으니까.
그와 함께 드러난 틈을 놓치지 않고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래서 더 보고 싶어.."
그에 클레어의 입에서 '읏..'하고 작게 헛숨들이키는 소리가 새어나온 순간..
"그냥 관계가 좀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건 어때요?"
그녀의 귀에 대고 독을 불어넣었다.
우린 애초에 이런 관계지 않았느냐.
거기서 너하고 내 역할만 바뀌었다고 생각해라.
"알고 있잖아요..? 이제 혼자 하는 걸로는, 평범한 걸로는 만족 못할 거라는 걸.."
끊임없이 속살거릴 때마다 클레어의 몸에 깃든 떨림이 한층 더 진해졌다.
그렇게 그녀를 쥐고 흔들다가..
"그럼, 선택해요."
깔끔하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두 개의 선택지를 제시해주었다.
하나는 여기서 깔끔하게 다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탁-
아까 미리 눈여겨 보았던 것을 가져와 클레어의 앞에다가 내려놓았다.
딱 좋은 사이즈와 크기.
그렇기에 그녀는 그걸 본 순간 깨달았으리라.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 증거로 내가 내려놓은 것의 모습을 확인한 클레어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렇게 갈등으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와 눈을 맞추면서..
"어느 쪽으로 할래요?"
그녀를 향해서 물었다.
그 순간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클레어가 어떤 선택을 할지를.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한국산 카사노바놈이 그랬으니까.
자기 내키는대로 사는 여자일수록 제 욕망하고 쾌락에 솔직한 편이고, 그런 여자를 무너뜨리는 방법은 그런 스스로의 모습을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 인정하게만 만들면 된다고.
그래서였다.
클레어에게 일부러 선택지까지 쥐어주며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그리고 그런 내 질문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