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금방이라도 풀썩 주저앉을 것처럼 다리를 후들후들 떨어대는 클레어를 바라보는 앨리스의 눈빛에 상대를 비웃는 듯한 기색이 서렸다.
그걸 클레어도 눈치챈 것일까.
그녀는 여전히 절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치욕스럽다는 듯 이를 악물었다.
앨리스는 그 표정을 조금 더 오래 감상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가 싸지른 정액으로 얼룩덜룩하게 변한 손을 앨리스가 천천히 들어올렸다.
상대한테 과시라도 하려는 것일까?
자기가 이만큼 뽑아냈다고?
그리 생각하기가 무섭게 살짝 비틀어져있던 앨리스의 붉은 입술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더니..
선홍빛 살덩이가 손가락을 마중나왔다.
츕-
꼭 그런 소리가 울려퍼진 것만 같았다.
정액이 얽혀있는 손가락이 느릿하게 그녀의 입 안을 드나들었다.
'오우야..'
그 모습을 본 순간 사정 후에 힘을 잃고 수그러들던 물건에 힘이 빡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만큼 음탕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 남자의 물건을 만지는 걸 어색해하던 모습이 내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있어서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그 정도로 분했던 걸까.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 연기까지 할 정도로?
모르긴 몰라도 딱 하나 확실한 건 그런 앨리스의 모습이 굉장히 야릇하게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이대로 저질러버려도 괜찮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분위기를 탄 건 나뿐만이 아니었던 걸까.
클레어에게 과시라도 하는 것처럼 쯉쯉하고 제 손가락에 묻은 걸 빨아대던 앨리스가 내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쏟아지는 눈빛이 뜨거웠다.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에 취한 것처럼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정도로.
그렇게 조금씩 서로를 향해 가까워지고 있던 찰나..
똑똑똑-
누군가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우리 둘 사이를 가로질렀다.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그 소리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몸을 뒤로 물린 순간, 노크를 한 장본인의 목소리가 문틈 사이로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아닌..
"고모~ 앨리스 언니 여기 있어요~?"
에반젤린이었다.
"화장실 간다고 그랬는데 안 보여요.. 힝.."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나는 속으로 탄식했다.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것 같았으니까.
'어떻게 떼어놓고 왔나 했더니만..'
화장실 간다고 잠깐 핑계를 대고 빠져나왔던 모양이다.
그랬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질 않으니 얼마전에 길 잃어버린 적 있는 꼬맹이 입장에서는 당연히 걱정이 되었을 것이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다가 마침내 이곳까지 도달한 거겠지.
'문제는..'
흘깃하고 클레어를 향해 시선을 던져보니 나나 앨리스보다 몇 배는 더 당황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 문제는 저거였다.
방 주인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
누가봐도 당황을 왕창 집어먹은 게 눈에 훤히 보이는 상황.
저런 상태인데 에반젤린을 상대하도록 시킨다?
온몸에서 발정한 암컷 냄새를 풀풀 풍기는 상태로?
그건 그것대로 꽤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었다.
그녀가 내게 굴복한 이유가 뭔지를 생각하면 그런 명령에 따를 리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마냥 쌩까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랬다가 에반젤린이 문을 열고 들어오기라도 하는 날에는 대참사도 그런 대참사가 없을테니 말이다.
그래서였다.
당황하고 있는 앨리스의 허벅지를 두들겨 나가보라는 신호를 보냈던 건.
나?
나야 클레어하고 아직 정산할게 남았으니까.
그렇기에 지금 이 상황에서 방을 빠져나갈 수 있는 이는 앨리스 뿐이었다.
그 사실을 그녀도 인지하고 있었던 걸까.
아쉬움을 표출하듯 눈동자를 한 차례 파르르 떨며 입술을 꾹하고 깨문 그녀가 이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방 안의 풍경이 드러나지 않도록 그것을 아주 살짝만 연 뒤에..
"어? 언니!"
그대로 방을 빠져나갔다.
아니, 잠깐만..
빠져나가기 전에 손 안 닦지 않았었나?
그렇다는 건 아까 클레어에게 과시하듯 핥짝거려서 없앤 걸 빼면 내 정액이 손에 고스란히 묻어있을 거라는 소린데..
경황이 없어서 그만 깜빡해버린 걸까.
그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 걱정이 울컥하고 올라왔지만 일단은 신경 끄기로 했다.
애도 아니고 앨리스가 알아서 잘 숨길테니까.
에반젤린이 한 눈을 파는 사이에 어디다가 몰래 닦아내던 하겠지.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라..
'얘지.'
그래, 지금 눈앞에서 날 노려보고 있는 클레어부터 어떻게 할 필요가 있었다.
머리끝까지 차올랐던 묘한 흥분이 절정 한 방으로 뻥하고 터지니 이제 그나마 좀 이성이 돌아온 것일까.
클레어의 얼굴은 수치심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 상태로 날 노려보는 게 꼭 '감히 나한테 이런 치욕을 줘?'라고 항의라도 하는 듯 했고.
그런 그녀의 눈빛을 확인한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었다.
그만큼 어이가 없었으니까.
그렇게 질질 싸댈 정도로 성대하게 가버려놓고서는 이제와서 체면을 챙기려는 꼴이라니.
솔직히 좀 웃겼다.
그래서 자꾸만 입술 사이를 비집고 웃음이 새어나왔고.
그런 내 모습이 클레어의 눈에는 자길 비웃는 것처럼 비춰졌던 모양이다.
안 그래도 벌겋게 달아올라 있던 그녀의 얼굴이 점점 더 벌개지기 시작했다.
톡하고 건드리기만해도 폭발할 것만 같은 모습.
그런 얼굴을 한채로 날 노려보는 클레어의 시선을 마주하며 보란듯이 입매를 비틀었다.
"왜요? 분하기라도 하십니까? 스승님?"
내 발언에 대답이랍시고 돌아온 건 뿌득하고 이를 가는 소리였다.
말은 안 했지만 확실히 치욕스럽긴 했던 모양.
물론, 그러라고 일부러 스승님이라는 호칭까지 사용한 거였지만.
손에 검만 쥐여져있었다면 당장이라도 그걸 휘둘렀을 것같은 그녀의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시선을 돌려주었다.
"그런 것 치고는 꽤나 즐기시는 것 같던데요."
정확히 그 때였을 것이다.
내 입에서 그 말이 흘러나간 순간, 날카롭게 벼려져있던 클레어의 기세가 휘청하고 흔들렸다.
하긴 그렇겠지.
차마 내 말을 부정할 수가 없을테니 말이다.
지금처럼 카페트하고 수련복 바지 위에 '즐긴' 증거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황이니만큼 더더욱 그럴 것이고.
그렇게 클레어가 흔들린 틈을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그녀를 몰아붙였다.
"제 딴에는 복수를 하려고 시켰던 건데.."
"..."
"설마 그것마저 즐기실 줄은 몰랐네요."
사람으로서 도리를 져버린 뭔가를 바라보는 것처럼 경멸스러워하는 눈빛과 표정을 얼굴 위로 띄워올리니 클레어의 기세가 다시 한 번 흔들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녀도 지금 많이 혼란스러운 상태일테니까.
설마 자신이 그런 상황에서 그토록 쾌감을 느낄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을테니 말이다.
게다가 그녀는 지금도..
"설마 이런 상황에서까지 느끼시는 건가요?"
다리 사이에서 애액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게 아까 새어나온 것인지 아니면 이제 막 새어나오기 시작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아무튼 그 점을 지적하고 들어가니 클레어가 수치심과 굴욕감이 반씩 뒤섞인 얼굴을 한채 황급히 제 허벅지를 움츠렸다.
"그 정도면 의사라도 찾아가보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너무 안 쓰셔서 고장난 것 같은데."
그런 내 말에도 클레어는 차마 대꾸를 하지 못했다.
그저 입술을 꽈악 깨문 채로 날 노려보기만 할 뿐.
"아니면 혹시.. 뭐 그런 취향이신가? 매도당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날아와 꽂히는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며 그녀를 깎아내리는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던 순간, 나는 그녀의 허벅지가 흠칫하고 떨리는 걸 놓치지 않았다.
본인의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터져나온 그 반응이 꽤나 당황스러웠던 모양이다.
클레어의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리며 안 그래도 움츠러들어있던 그녀의 몸이 한층 더 쪼그라들었다.
그렇게 혼란에 빠져서 어쩔 줄 몰라하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그런데 나도 참 이상하단 말이지.."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내가 갑자기 다가오니 놀랐던 것일까.
클레어가 그녀답지 않게 당황한 얼굴로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쳐댔다.
그래봐야 벗다만 바지가 허벅지에 걸쳐있어서 보폭에 한계가 있었지만.
"당신이 그런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려."
덕분에 어렵지 않게 그녀를 따라잡은 나는 가랑이 사이를 덮고 있던 그녀의 손을 움켜쥐어 위로 들어올렸다.
"읏.."
"그래서 더 보고 싶어."
훤히 드러난 음부.
그곳에는 여전히 투명한 액체가 이슬처럼 맺힌 채 금방이라도 바닥을 향해 몸을 던질 것처럼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제 치태를 빤히 들여다보는 내 눈빛에 다시 한 번 굴욕감을 느낀 것일까?
클레어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내게 잡힌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흐옷..?!"
내 손이 그녀의 다리 사이로 파고드는 게 훨씬 빨랐다.
음부 위로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던 음핵을 살짝 건드리기만 했을 뿐인데 날카로운 신음성과 함께 클레어가 번개라도 맞은 것마냥 몸을 파드득 떨었다.
그런 그녀의 반응을 눈에 담으며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차원이 다르죠? 스스로 만질 때하고는?"
물론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정확히는 하지 못한 거겠지만.
막 가버린 참이라 민감해진 몸에 기습적으로 가해진 쾌감.
삽시간에 그 안으로 퐁당 빠져버린 클레어는 그 안에서 정신없이 허우적대기 바빴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람이 질문을 던졌으면 마땅히 그에 대한 대답을 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네? 제가 물어봤잖아요."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밀어넣고 있던 손을 움직여 툭 불거진 그녀의 음핵을 손가락으로 툭툭 튕겨주었다.
펀치볼이라도 치는 것처럼 그것을 가볍게 툭툭 쳐댈 때마다 내게 팔을 잡혀버린 탓에 까치발을 들고 서 있던 그녀의 두 다리가 위태롭게 떨렸다.
"대답하셔야죠? 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 하지 마앗.."
클레어에게서 그녀가 낸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가냘픈 목소리를 끌어내는데에는 말이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쾌감이 상당히 낯설게 느껴졌던 것일까.
손가락으로 음핵을 톡톡 건드려댈 때마다 몸을 파들파들 떨어대던 그녀가 마침내 항복을 선언했다.
'쉽기는..'
하긴 아까 격렬하게 손장난을 쳐대던 모습이 꽤나 능숙했던 걸 생각해보면 하루가 멀다하고 여길 건드리면서 끓어오르는 몸을 달랬던 것 같은데..
그렇게 스스로의 손으로 한계까지 개발하고 조교한 곳을 건드려지니 그야말로 죽을 맛이겠지.
"네, 뭐라구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 번에 항복을 받아줄 생각은 없었다.
해서 잘 못들었다는 뜻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니 스스로가 그런 소리를 내버렸다는 걸 두고 수치심과 굴욕감으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던 클레어가 꾸욱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하흑..!"
그래봐야 다시 음핵을 살살 건드려주니 언제 앙 다물고 있었냐는 듯 다시금 신음소리가 터져나왔지만.
"대체 뭘 하지 말아달라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그만하길 원하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을 해봐라.
내 말 속에 담겨있는 그런 뉘앙스를 눈치채지 못할 클레어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건 말 그대로 치욕스럽기 때문이겠지.
남자한테 굴복한다니.
이 세계의 여성들에게는 너무나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테니까.
그래서..
쯔윽-
조금 더 결정을 내리기 쉽게 만들어주기로 했다.
톡톡 건드리던 전과는 다르게 살짝 딱딱하게 변한 그녀의 음핵을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넣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딱 붙여서 적당한 압박감을 선물해준 뒤..
"흐큿..!"
그것을 천천히 돌려주었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꾹꾹 눌러대면서 돌려주니까 허벅지를 부들부들 떨면서 어쩔 줄 몰라하더라.
"원하는 게 있으면 똑바로 말을 해야죠. 안 그래요?"
에반젤린도 그 정도 사실은 알 거라는 말을 덧붙여주니 클레어의 얼굴이 굴욕감으로 일그러졌다.
그 상태로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는 모습을 보며..
꾸욱-
이번에는 손바닥으로 그녀의 음핵을 슬며시 짓눌렀다.
그리고는 그것을 빠르게 움직여 음핵하고 마찰시키자..
츠즙- 츱-
"으으읏..!"
추잡스런 소리와 함께 클레어의 몸이 앞으로 푹 고꾸라지며 그녀의 종아리서부터 시작된 경련이 허벅지를 타고 엉덩이까지 쭉 기어올라왔다.
그대로 있으면 앞으로 넘어져버릴 것 같았던 걸까.
내 셔츠가 무슨 동앗줄이라도 되는 것마냥 그걸 꼬옥하고 소중하게 움켜쥐고 있길래 움직이고 있던 손을 멈춰주었다.
물론, 떼어내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대답은?"
"하, 하지 마.."
"하지마?"
부탁하는 입장인데 지금 감히 반말을 하는 거냐.
그런 뉘앙스로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니 클레어가 다시 한 번 입술을 깨물었다.
그에 그녀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있는 손바닥에 슬며시 힘을 실으니..
화들짝 놀란 그녀가 퍼드득 몸을 떨었다.
"큭.."
그 모습이 왠지 귀엽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가볍게 웃고 있으니 클레어의 얼굴이 조금 더 붉어졌다.
그 상태로..
"하, 하지.. 말아.. 주세요.."
그녀가 간신히 한 마디를 입에 담았다.
"부탁한다는 말은요?"
"부, 부탁.. 드리겠.. 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