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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되기 전에 (73)화 (73/366)



〈 73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모습을 목도한 순간 안 그래도 딱딱하게 굳어있던 물건이 아플 정도로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어, 잠깐만..'

섰어..?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아릿한 통증.

그것의 존재를 자각한 순간, 나는 바로 손을 들어올려 크기부터 확인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몸이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것을.

아쉽다고 해야할지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뭐라 이루말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느끼고 있자니..

"으음.."

내 목에 팔을 두른 채 옆으로 누워있던 레이시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 참고로 레이시아의 미모는 아침임에도 한 점 흠이 없었다.

그녀도 사람인지라 평소보다 부스스한 느낌이 없잖아 있긴 했지만, 커다란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뽀샤시한 효과를 더해주었으니까.

아까 전부터 내가 이래저래 움직여댄 탓에 잠에서 깨어나려는 걸까.

그녀에게서 기상의 징조를 확인한 순간 나는  즉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팔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놓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러고 있으니..


"음.."

막 잠에서 깨어난 탓인지 살짝 잠긴 목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어왔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 작게 헛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주변으로 울려퍼졌다.

덕분에 알  있었다.

레이시아가 잠에서 깨어났고, 상황 파악까지 끝마쳤다는 것을.

술기운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소꿉친구라 할 수 있는 디아나와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던 남자하고 동침은 물론 사실상 본방만 쏙 빼고 다 해버린 상황.

그야말로 사고쳤다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는 상황인만큼 궁금해졌다.


레이시아가 어떤 대응을 보여줄지가.


모르는 척 하려나?

아니면 책임지겠다고 할 수도..


나름대로 상상해보고 있자니 스윽하고 누군가 조심스럽게 침대를 내려가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에 감고 있던 눈을 조심스럽게 떠보니..


'오우야 미쳤네..'

허리까지 말려올라간 슬립 아래로 새하얀 엉덩이가 슬며시 흔들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혹시라도 소리를 냈다가 내가 깨어날까봐 걱정이 되었던 걸까.


조심조심 움직인다고 레이시아는 그 때 구관에서 봤었던 것처럼  발로 엉금엉금 기고 있었다.

덕분에 슬쩍 눈을 뜨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엉덩이를 직관할  있었다.

그에 대한 피드백은 즉각적으로 이루어졌다.


남자를 미치게 만드는 그 모습에 안 그래도 깨어난지 얼마 안 되서 힘이 바짝 들어가있던 물건이 제멋대로 꺼떡거렸으니까.


레이시아가 뒤돌아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백퍼 깨어있다는  들켰겠지.


잔뜩 성이  그걸 어떻게든 진정시켜 보겠다고 애국가부터 시작해서 반야심경까지 알고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자니..


간신히 최소한의 소리만 내고 침대 밑으로 내려가는데 성공한 레이시아가 미네랄하고 커맨드센터 사이를 오가는 SCV마냥 방 안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능력좋고 명석한 그녀라 할지라도 이런 상황은 난제였던 걸까.

그녀의 걸음은 멈출 줄을 몰랐다.


'거참..'

옷부터 갈아입을 것이지 이러다가 내가 깨어나면 어쩌려고 저러는 건지 원..

뭐, 나야 덕분에 눈요기도 되고 좋았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그렇게 안 봤는데 우리 왕녀님의 잠옷 취향은 꽤나 과격한  했다.

저렇게 속이 훤히 비춰보이는 얇은 슬립이라니.

몸에 열이 많아서 두꺼운 건 못 참는 걸까.

하긴, 생각해보면 어제 이래저래 맞닿을 때마다 굉장히 포근했으니까.


'앗..'


욕실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린 게 실수였다.

뒤에서 날 끌어안은  거품을 잔뜩 낸 손으로 내 물건을 움켜쥐고 부드럽게 쓸어주던 그녀의 따뜻하기 그지없는 손길을 떠올리니 간신히 진정될 기미를 보이던 물건에 다시 힘이 바짝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아마도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자박자박하고 작게 울려퍼지던 발자국 소리가  멎었다.


그에 감고 있던 눈을 슬쩍 떠보니 양볼을 발그레하니 물들인  어딘가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레이시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어디가 어디일지야 뻔했다.


얇은 이불 위로 도드라진 것의 모습이 그리도 탐스럽게 보였던 것일까.


꼴깍하고 침 삼키는 소리와 함께 레이시아의 목울대가 작게 흔들렸다.


그것도 잠시, 이러면  된다고 스스로를 꾸중이라도 하는 것처럼 레이시아가 격렬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어제 그녀한테 놀림당했던  떠올라서..

"으으음.."


왠지 그 수모(?)를 갚아주고 싶어졌다.

그래서였다.


몸을 뒤척이는 척 팔을 움직여  몸을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냈던 건.

그렇게 이불을 걷어내고 나서 다시금 실눈을 떠서 레이시아 쪽을 확인해보니?


"후우.. 후우우.."


숨이 벅차오르기라도 했는지 쉬지 않고 심호흡을 반복하고 있더라.

시선은 여전히 내 하체 쪽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말이다.


'흐음.'


이 정도 자극은 버틸만하다 이거지?


하긴, 어제 대딸은 물론, 알몸으로 부대끼기까지 했으니까.


아까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보여주었던 반응을 생각하면 그 기억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당연히  정도로는 성에 안 차겠지.

해서..


"으음.."

이번에는 공평하게 상체를 까주었다.


마침 걸치고 있는 셔츠도 카트린느의 것 그대로라서 여러모로 굉장히 쪼이는 상황.


그래서 그걸 불편해하는 척 팔을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얇은 셔츠에 덮여있던 복근을 오픈해주니..


꿀꺽-

다시 한 번  삼키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거기까지가 한계였나 보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몸을 노골적으로 훑어대는 시선이 느껴졌다.

동시에 허공에 대고 손을 꼼질꼼질대는 게..

어제 만졌던 내 물건의 감촉을 떠올리기라도 하고 있는 걸까.

얼굴이 점점 더 빨갛게 달아오르는  보면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그 귀엽기 그지없는 반응에 자꾸만 새어나오려 하는 웃음을 속으로 삼키다가..

"으으음.."


잠에서 깨어나려는 것처럼 눈쪽에 힘을 줘서 그것을 파르르 떨리게 만들었다.


정확히  순간이었을 것이다.

내 몸을 감상하는데 푹 빠져있다가 찬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정신을 차린 그녀가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라했다.


'어떡해! 어떡해!'

아무 말 없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왠지 사운드가 지원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어울리지 않게 당황을 한움큼 집어먹고 패닉에 빠져버린 레이시아의 모습을 실눈을 통해 쳐다보다가..


"음.."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발을 동동 구르던 레이시아가 에라 모르겠다라는 표정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은 것도 바로 그때였다.

그랬다.


레이시아의 선택은 정면돌파였다.

어찌되었건 어제 제가 술에 취해 내 몸을 건드려댄  팩트인 상황.

해서 일단 그것부터 해결을 봐야겠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으음, 회장님?"


그런 그녀를 보며 아직 잠기운에서  빠져나온  비몽사몽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그러자 대답이랍시고 돌아온 건..

"..미안하다!"

어제 카트린느가 보여준 것만큼은 아니지만 거의 그에 버금가는 극상의 사죄였다.

그녀의 신분이 어디가서 함부로 고개 숙이고 그러면 안 되는 왕족임을 고려하면 그녀의 사죄는 조금  각별하게 느껴지는 뭔가가 있었다.

진심이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복장이 복장인지라 솔직히 꼴리는  조금  크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런 그녀의 사과를 받고 살짝 멍한 표정을 하고 있다가..

"..아."


 발 늦게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린 것처럼 나지막한 소리를 입밖으로 끄집어냈다.

세컨드 임팩트가 날아온 건 바로  다음이었다.

"미안하다. 술기운 때문이라는 핑계는 대지 않으마."


그 말을 들으니 궁금해졌다.


술기운 때문이었다면 핑계를  대면 뭐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

설마  책임이라도 지겠다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레이시아의 입에서 진중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회장님."

난 그걸 자르고 들어갔다.

그 그림은 내가 원하는 구도가 아니었으니까.

"으, 응?"

내가 갑자기 입을 여니 당황스러웠던 걸까.

레이시아가 어울리지 않게 말을 더듬거렸다.


그런 그녀를 향해 살포시 미소를 지으면서..

"저흰 아무 일도 없었던 거에요."


준비했던 말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그에 레이시아의 눈이 살짝 커진 순간.

"누구나 술기운에 실수는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죠?"


"..."

"따지고보면  잘못도 있으니까요. 설마 회장님이 그렇게 술이 약하실 거라고는 저도 생각 못했으니까.."

거기에 대고 쐐기를 밖았다.

어제 밤에 있었던 일은 어디까지나 술기운 때문에 벌어졌던 '실수'였을 뿐이고,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된 데에는 내 부주의함도 어느 정도 지분이 있으니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했으면 좋겠다.


날 책임지겠다는 결심까지 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저런 말을 듣게된 심정은 어떨까?


 번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봤다.

내가 만약 지금 레이시아같은 상황이었다면 기분이 어땠을지.


'그야..'

모르긴 몰라도 기분이 좋지는 않겠지.


하물며 레이시아처럼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높은 사람이라면?

말할 것도 없을 터.


아니나 다를까 내가 그리 말한 순간 레이시아의 눈가에 슬며시 경련이 이는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마무리를 지어줘야겠지.

다행히도 내게는 적절한 핑계거리가 있었다.


"이런 일로 디아나 선배한테 상처를 줄 순 없잖아요."

그러니까 없던 일로 하는데 동의하느냐.


내가 생각해도 완벽한 마무리였다고 생각한다.

"..그래, 그렇지."


그 증거로 레이시아의 목소리가 아까하고는 다른 의미로 확 낮아졌으니까.

아마 본인도 당장은 그게 무슨 감정인지 알지 못할테지만..

확실한 건 어떤 식으로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거라는 점이었다.

저번에 심어두었던 것하고 맞물릴수록 더더욱 그렇게  것이고.

기분이 많이 복잡한 모양이다.

제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애꿏은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어대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기세라서..


"그나저나 옷을 좀.."

"아, 그, 그렇지.."

멍하니 서 있는 그녀의 정신을 일깨워줬다.

맘같아서는 언제까지고  모습을 즐기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 말을 듣고 나서야 제 차림새도 그렇고 지금 상황도 그렇고 많이 민망하고 노골적인 상황이라는 걸 깨달은 것일까.

수치심과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레이시아가 호다닥 옆방으로 뛰어들어갔다.

드레스룸 같은 곳일까.


그렇게 그녀가 사라져버린 방향을 보며 난 어떻게 해야되나 속으로 고심하고 있자니..

똑똑-


레이시아가 뛰어들어간 방쪽에서 문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그에 그쪽을 향해서 귀를 기울이니..

"오, 옷은 사람을 시켜서 가져오도록 할테니 조금만 기다려다오."


수줍은 느낌을 물씬 풍기는 목소리가 문틈 사이로 새어나왔다.

"네."


그에 곧이곧대로 대답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닫혀있던 문이 슬며시 열리며 그 사이로 레이시아가 얼굴을 빼꼼하고 내밀었다.

드레스룸 쪽에는 바깥으로 통하는 문이 존재하지 않는 걸까.


그렇게 내쪽을  번 확인한 그녀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황급히 침실을 빠져나갔다.


'귀엽기는..'

제복 치마를 나폴거리며 호다닥 달려나가는 레이시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쿡쿡 웃고 있자니..


똑똑-

이번에는 침실 문 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진 건..

"오, 옷은 방문 앞에다 두고 가마."

갈아입을 옷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레이시아의 목소리였다.

그에 이불로 몸을 감싼 채 그쪽을 향해 걸어가니..


"앗.."


이제 막 받아온 걸 놓고 떠나려던 참이었는지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엉거주춤하게 허리를 숙이고 있던 레이시아와 눈이 딱 마주쳤다.


그 순간  봤다.


레이시아의 초록색 눈동자가  어깨서부터 시작해서 쇄골하고 목선을 쭉 훑는 것을.


원래 가끔은 대꼴보다 은꼴이 자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법.

하물며 그녀는 바로 조금 전에  몸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았던가?

이불 너머에 숨겨져있는 모습이 아주 자연스럽게 눈앞으로 그려질 터.

그래서일까?

화아아악-


몸을 일으키다가 말고 그대로 굳어버린 레이시아의 얼굴 위로 붉은 기운이 미친듯이 번져나가기 시작하더니..


"미, 미안하다..!"


그녀가 그대로 도망쳐버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사실도 보고할  혹시라도 부작용같은  남지는 않았을지 체크하기 위해 카트린느의 오두막을 방문한 나는 그곳의 주인으로부터 진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랬다.


레이시아가 그토록 앞뒤 가리지 않고 폭주했던 건..


'이 미친 여자가..?'


꼭 술기운 때문만은 아니었다.


카트린느가 지나가듯 흘린 진실을 들은 순간 나는 결심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사실을 무덤까지 가져가겠노라고.


남편을 페로몬을 뿜뿜 뿜어내는 쇼타로 만들어주는 약이라니.


이 세계의 여자들은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건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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