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이 되기 전에 (72)화 (72/366)



〈 72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한편으로는 실감했다.


평소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레이시아의 평소 행실이 만약 방탕하기 그지없었다면?


앨리스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에서 날 빼내려고 했겠지.

그렇지만 레이시아의 대외적인 이미지는 완벽했다.

행사 준비같은 걸 할 때 가끔씩 몰래 도망치는 사실이 새어나갔다면 그 정도까진 아니었겠지만  사실은 학생회에서 혹시라도 알려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틀어막았다고 했으니까.

공명정대한데다가 그 누구보다 손쉽게 남자를 취할 수 있는 왕녀라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단 한 번도 그와 관련된 잡음이 없었던 사람.


아마도 그런 점 때문이었을 것이다.


혹시라도 걱정할까봐  사정을 알리고 싶었다는 내 말에 살짝 감동받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던 앨리스가 자신은 그럼 이만 돌아가보겠다는 듯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섰던 것은.

"부디 잘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 말하며 레이시아를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는 앨리스의 모습은  내 일을 자기 일처럼 여기는  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완벽하게 평소의 모습을 연기하고 있던 레이시아의 눈썹이 살짝이지만 꿈틀거렸다.

그렇지만 그게 전부였다.

금세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앨리스를 향해 손을 휘휘 저었다.


이만 가보라는 것처럼.


그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인 앨리스가 그대로 물러나기 시작한 순간.


나는 그녀를 향해 쪼르르 달려갔다.

생각해보니 아직 전하지 못한 말이 하나 남아있었으니까.

다만 레이시아가 듣고 있는 곳에서 할만한 이야기는 아니라서 그대로 앨리스의 손을 잡고 방을 빠져나갔다.


"선배."

"으, 응..?"

"그때 그 초대 있잖아요."

그 용건이란 다름아닌 저번에 에반젤린네 가족에게 받았던 초대에 관한 것이었다.

"아."

"약속을 오일 뒤로 하려고 하는데 어떠세요?"

"나야 언제든 딱히 상관없긴 한데.. 괜찮겠어?"


"그 전까진 돌아온다고 그랬으니까요. 괜찮겠죠 뭐."

아무튼 그래서 괜찮겠냐고 물으니까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들어가세요~!"


그런 그녀를 배웅하고서 다시 집무실 안으로 들어선 순간이었을 것이다.

타악-!


내가 문을 닫기도 전에 문이 닫혀버렸다.

그에 고개를 들어올려 그런 행동을  장본인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살짝 화가 난 듯한 레이시아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설마 뭐 질투라도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당연히 이용해줘야겠지.

"그.. 업무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좀.."

말해줄 생각이 없다는 것처럼 누가봐도 연기라는 게 티가 나도록 어색하게 말을 얼버무리니..


'요것봐라?'라는 느낌으로 레이시아가 입술을 삐뚜름하게 말아올렸다.

그러더니..

"그러고 보니까 소원권 주기로 하지 않았던가~?"

나한테 협조하는 대가로 자기가 받기로  보상에 대해 언급하는  아닌가?


말하는 것만 보면 누가봐도  자리에서 그걸 바로 써먹겠다는 기세였다.


문제는 그걸 가지고 뭘 요구하냐는 건데..

예상할 수가 없어서 살짝 긴장하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흐으음, 뭐가 좋으려나아~"

그런 내 기색을 즐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꼬리를 쭉 늘어뜨리던 레이시아가 이내 좋은 생각이라도  것처럼 히죽하고 웃었다.

그러더니..


"그러고 보니 오늘 날씨가 참 꿉꿉하단 말이지.."

여러모로..


"몸도 끈적끈적한데에.. 오늘 업무는 여기까지만 보고 목욕이라도 할까~?"


의미심장한 말을 입에 담았다.


그에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킨 순간.


"..앗, 그런데 시중을 들어줄 시녀들이 없네 어떡하지~?"


먹잇감을 노리는 듯한 시선이 얼굴로 날아와서 꽂혔다.


그에 반사적으로 흠칫한 순간.

"피곤해서 누가 좀 씻겨줬으면 좋겠는데에.."


그녀의 얼굴이 조금씩 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내 어깨 위에 고개를 걸쳐놓은 그녀가..


"해주려나~? 소원인데?"

속삭임으로 내 퇴로를 완전히 가로막아버렸다.


물론 나는 나름대로 저항해보려고 했다.


아무리 술에 취했기로서니 이건 몬가.. 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회, 회장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그렇지만 이미 술기운이 뇌까지 침범해서 맛탱이가 가버린 레이시아를 막기엔 한 부위만 빼고 형편없이 쪼그라 들어버린 몸은 너무나도 허약했다.

게다가 레이시아는  저항을 효과적으로 분쇄하는 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뭐라도 잡고 버텨보려고 하면..

"후우~"


그럴 때마다 그 볼륨감 넘치는 몸으로 내 몸을 뒤에서부터 끌어안으면서 귀에 대고 바람을 불어넣었으니까.

그건 진짜 안 당해보면 모른다.


술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때문인지는 몰라도 촉촉하고 뜨거운 숨결이 귀에 난 솜털을 간지럽히면서 지나가는데..

"느헤엫.."

 의지와는 상관없이 꼴 사나운 소리가 입밖으로 새어나오며 몸에 힘이 쭉 빠지더라.


진짜로.

그리하여 마침내 욕실 앞에 도착한 순간, 나는 포기했다.


뭐를?


더 생각하는 것을.


'그래 시발..'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걸 어쩌겠는가?

그저 '운명인갑다~'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그래서 나름대로 각오를 굳혔는데..


"그.. 회장님..?"


그런  각오는 굳어지기가 무섭게 배신을 당해버렸다.


잠깐만  좀 감아보라길래 그래도 부끄럽기는 한가 보다하고 순순히 눈을 감아줬는데..

"앞이.. 안 보이는데요..?"


뭔가 얼굴 위로 씌워지는 느낌에 감고 있던 눈을 슬그머니 뜨니 세상이 온통 어두컴컴하게 변해있었다.


콧등하고 눈에서는 이질적인 감각이 느껴졌고.


아무래도 눈 감고 있는 동안 안대를 씌운 것 같아서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올려 그걸 벗으려고 하니..


그런 내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인지 바로 손목을 잡혀버렸다.


그렇게 내 양손목을 단단하게 틀어쥔 그녀가  상태로 날 벽까지 밀어붙였다.

그러더니..

"왜에~? 안대 벗고 싶어~?"


키득키득 웃으면서 속삭이더라.

이번만큼은 나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즉시 고개를 끄덕였더니 돌아온 대답이 또 가관이었다.


"그렇게 순진하게 생겨놓고서는.. 변태였구나~? 그렇게 누나 몸이 보고 싶어~?"

그 말을 들은 순간 생각했다.

진짜 그만 좀 놀렸으면 좋겠다고.

아무래도 레이시아는 날 놀리면서 흥분을 느끼는  같은데 당하는 입장에서 진짜 미칠 것 같으니까.

"인정하면 한  생각 정도는 해볼게? 누나 몸이 보고 싶니~?"


선심 썼다는 투로 내뱉어진 그 말에 여부가 있겠냐는 듯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더니..

"어쩌지? 싫은데~"

또 놀리더라.

심지어 내가 허튼 짓 못하도록 손목까지 수건 같은 걸로 묶어버리는데..

그 때문이었다.


내가 지금 이렇게 눈하고 손을 봉쇄당한 채 탈의실 한쪽에 오도카니 서 있는 건.


이렇게  방치해놓고  어디로  걸까.

괜스레 초조해지는 마음에 입술을 짓씹고 있자니..

스륵-


보드라운 천이 살결을 스치는 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수 있었다.


레이시아가 지금 옷을 벗기 시작했다는 것을.


어차피 나야 안대로 눈이 가려져있으니 거리낄 게 없다는 걸까.

그녀의 탈의는 과감하면서도 신속했다.


스륵하는 소리가 울려퍼지면 어김없이 툭하고 가벼운 뭔가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퍼졌으니까.

두 눈 부릅 뜨고 지켜보고 있어도 미칠듯이 자극적일게 분명한 그 광경을 보지 못하고 소리로만 느끼고 있자니 진짜로 미칠  같았다.


'시발 진짜 꼼꼼히도 묶었네..'

어찌나 꼼꼼히 묶었는지 열심히 꼼질대봐도 손을 덮고 있는 수건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니면 그냥 내가 약해진 걸 수도..

꼭 벙어리 장갑을 착용한 것같은 느낌이었다.


뭔가를 잡아보려고 해도 잡히지가 않는달까.


그래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낑낑대고 있자니..

"그러면 안 돼요~"

고새 탈의를 끝마친 건지 레이시아가  향해 다가오는 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졌다.

그와 함께 아까보다 한층 더 진하게 변한 그녀의 체향이  향해 후욱하고 끼쳐왔다.

그에 반사적으로 몸을 굳힌 순간.

"흐흥.."


내 볼을 살살살살 쓰다듬으며 만족스럽게 웃던 레이시아가 이내 내 옷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뵈는  없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몸을 이렇게 만든 약의 부작용이라도 되는 걸까.

몸이 평소보다 몇 배로 민감해진 것 같았다.

그런 몸 위를 레이시아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이리저리 거닐었다.

"으으으.."

그에 나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흘리고 있던 순간.


 옷을 모두 벗겨낸 레이시아가  욕실 안으로 인도했다.

그렇게 들어선 욕실 안에서도 철저히 그녀의 인도에 따라야만 했다.

 어깨 위에 손을 올린 레이시아가 날 어딘가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의 인도에 따라 걸음을 옮길 때마다 뒤통수에 보들보들하고 말캉한 그녀의 살결이 닿았다가 떨어지길 반복했다.

솔직히 감질나서 미칠 것 같았다.

어떻게든 그걸 조금이라도 더 느낄 수 있도록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그것을 슬며시 움직여대고 있으니..


"흐흫.. 간지러워.."

레이시아가 작게 웃으며  몸을 살짝 끌어안았다.

동시에 포근하면서도 욕실의 열기에 살짝 달궈진 보들보들하고 매끄러운 피부가 포옥하고  몸을 감싸안는데..


이런  하면 솔직히 좀 쪽팔리지만 기절할  했다.


흥분이 머리끝까지 솟아올라서 순간적으로 눈앞이 아득해지더라고.

"자아, 그럼 들어가자~?"

그렇게 레이시아의 품에 안겨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커다란 욕탕같은 걸까.

아니면 내 몸이 작아져서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이건 좀 아쉬웠다.

욕조같은 거였다면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끌어안긴 모양새가 되었을텐데 말이다.


탕의 열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의 이성을 훌륭하게 마비시켜버린 술기운이 내게까지 전염된 것일까.


탕에 몸을 담구고 있을수록 머릿속이 이상해지는 느낌이었다.

디아나를 생각하면 그래선  된다는  분명 알고 있음에도 자꾸만 저질러지고 싶어진다고 해야할까.

이 와중에 환장하겠는 건..

몸은 분명 잔뜩 흥분하고 있는데 평소하고는 다르게 유달리도 잠잠한 가운데 다리 놈이었다.


어쩌면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더니만 설마 그게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 걸까.

원래 몸일 때는 자그마한 자극에도 벌떡벌떡 반응하더니만 어째서 레이시아가 이렇게 자극을 덩어리째로 전해주는데도 반응하질 않는 걸까.


'내가.. 내가..'

덕분이라고 말하긴 좀 슬프지만 머리끝까지 차올랐던 흥분이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하는 걸 느낄  있었다.


'그래, 시발..'


이왕 할 거면 원래 몸일 때 해야지 조금 걸었다고 헉헉대는 이런 몸으로 해봐야 얼마나 하겠는가?

분명 찍 싸고 끝나겠지.

그럴 수는 없었다.

암, 그렇고 말고.

그런 식으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상황을 합리화하고 있으니..

"으음.."

흥흥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온수가 전해주는 포근한 감각을 만끽하던 레이시아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에 반사적으로 몸을 흠칫하니 그런 내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끼워넣은 그녀가 날 그대로 일으켜세웠다.

솔직히 좀 수치스럽긴 했다.

아무튼 그렇게 날 강제로 일으켜세운 레이시아가..

"자."

내 손에 뭔가를 쥐여주었다.


샤워타월 같은 걸까.


감촉으로 보아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이런 걸 내 손에 쥐여줬다는 건 당연히 씻겨달라는 걸텐데..


'뭐가 보여야 씻겨주던가 하지..'

아, 설마 지금 벗겨주려고?

기대감으로 심장이 두근두근대는  느끼고 있던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스윽-

뭔가가 날 향해 뻗어져오는 소리가 귀를 울렸다.


그에 기대감이 한층 더 부풀어오른 순간.

날 향해 다가오던, 아마도 레이시아의 손일 게 분명한 그것이 샤워타월을 꼬옥하고 쥐고 있는 내 손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자, 그러면 부탁할게?"

그대로 제 몸에 대고 꾸욱하고 눌렀다.

'그럼 그렇지 시발..'


이제와서 벗겨줄리가 있나.


속으로 아쉬움을 통감하던 것도 잠시, 이것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지 않는다는 건?


내가 어딜 건드리던 그 핑계를 댈 수 있다는  아니겠는가?


"흐으응.."

해서 그때부터 이따금씩 레이시아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나지막한 신음소리를 들으며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그렇게 뿌듯한 마음이 들 때까지 손을 놀리고 나니..

'어우..'

팔이 미친 듯이 땡겼다.


 빌어먹을 허약한 몸 같으니라고..


아무튼 이제 얼추  씻긴 것 같으니까..

'이제 끝난 건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였다.


"자, 그럼 이제 누나가 씻겨줄게~?"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졌다.

안타깝게도 기억나는  딱 거기까지지만.

 그래도 허약한데 뜨거운 열기를 뿜뿜 뿜어내는 온탕 안에서 열심히 혹사당한 게 문제였던 걸까.

아니면 몸을 씻겨주겠다는 핑계로 내  곳곳을 쓰다듬어대던 레이시아가 부작용까지 이겨내며 발딱 서 버린 내 물건을 잡고 여기도 씻겨주겠다면서 슥슥 흔들어댄 끝에 아래쪽에서부터 폭발하듯 올라와 머리를 쿵하고 때리고 지나간 아찔할 정도의 쾌감이 문제였던 걸까.

나는 그만 까무룩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기절했다가 눈을 뜨니?

레이시아가 내 옆에 누워있었다.

속이 얼핏 비춰보이는 슬립  장만 몸에 걸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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