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당연히 사려야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상대를 자극하고 나선 건 그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내가 방금 고분고분하게 그녀의 말에 따랐다면 어땠을까.
날 향한 클레어의 흥분은 바람 앞의 촛불마냥 파사삭 식어버렸을 거다.
저 년은 딱 그런 타입이니까.
그러니까.. 전형적인 육식계라고 해야할까.
어찌보면 고양이하고도 닮은 구석이 있었다.
생긴 걸 말하는 게 아니다.
행동패턴을 말하는 거다.
고양이가 어디 움직이지 않는 장난감을 상대로 흥미를 보이던가?
고양이가 흥미를 보이는 건 살아있는 것처럼 격렬하게 흔들리는 장난감 뿐이다.
그래서 그런 거다.
저 년은 흥미가 식어버린 순간 고양이마냥 날 내팽개치고 유유히 제 갈 길을 갈 타입이니까.
그건 곧 내 비밀에 대한 폭로라는 결과로 이어지겠지.
그렇기에 상대가 흥분 상태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자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날 향한 흥미가 유지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런 위험을 감수한 보람은 충분했다.
클레어의 얼굴 위로 진득하게 눌러붙은 가학적인 미소만봐도 그녀가 아까보다 더 불타오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그런 그녀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전 가만히 있을테니까 하고 싶은 게 있으시면 알아서 하시던가요."
그리 말하면서 고개를 옆으로 팩 돌렸다.
이제부터 그녀가 무슨 짓을 하던 절대로 반응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거참..'
대체 내가 어쩌다가..
이런 일까지 하게 된 걸까.
속으로 한탄하면서도 굳게 다문 입술을 유지하고 있자니 흐응하고 콧소리를 낸 클레어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그러더니..
"정말 후회 안 하겠어? 내가 뭘 할줄 알고?"
빙그레 웃으며 그리 말하는 게 아닌가?
눈까지 사르르 접으면서 그리 말하는데 솔직히 무섭다기 보다는..
'오우야..'
묘하게 자극적이었다.
아마 이 자리에 있는 게 내가 아는 이 세계의 평범한 남자였다면 저 소리를 들은 순간 기겁했겠지만.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클레어의 목소리에는 묘한 마력이 있었다.
레이시아가 듣는 사람을 홀리게 만드는 달달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면 클레어는 기본적으로 허스키함을 베이스로 깔고 들어가서 평범하게 말해도 귀에다 대고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소리가 귀에 난 솜털을 하나하나 훑으며 귓속으로 파고드는 듯한 느낌에 제멋대로 움찔거리려는 몸을 힘으로 억누르며 침묵으로 일관하니..
"뭐, 네 뜻이 그렇다면야."
클레어가 얼굴 위에 띄우고 있던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로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더니.. 날 향해 바짝 다가섰다.
그렇게 벌어졌던 거리가 한 순간에 다시 좁혀진 순간, 나는 몸을 움찔하고 떨면서 반응하는 걸 잊지 않았다.
클레어를 상대로 그녀가 무슨 짓을 하던 절대로 반응하지 않을 것처럼 발언하긴 했지만 진짜로 목석마냥 아무 반응도 없으면 그건 그것대로 흥미가 식을테니까.
이 정도가 딱 좋았다.
예상대로 효과는 확실했다.
내가 몸을 움찔거린 순간 클레어의 얼굴 위에 맺혀있던 미소가 한층 더 진득하게 변했으니까.
그런 걸 얼굴 위에 매단 채로..
쿡-
검지손가락을 날카롭게 세운 그녀가 그걸 이용해 내 쇄골 부분을 꾹 눌렀다.
그게 시작이었다.
마치 육질이라도 확인하는 것처럼 그녀의 검지손가락이 쇄골부터 시작해 내 몸 곳곳을 찔러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몸을 찔릴 때마다 몸을 흠칫하고 떨면서 입술을 꾹 깨물어주니까 아주 좋아서 죽으려고 하더라.
그래서일까?
팔뚝같은 살짝 어정쩡한 곳에서 맴돌던 클레어의 손가락이 조금씩 과감해지기 시작했다.
쿡-
뒤로 물러났던 그녀의 손가락이 내 가슴 쪽을 슬며시 짓눌렀다.
놀랍게도 정확히 내 유두가 위치한 곳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찍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찍은 거라면 이렇게 그곳을 손가락으로 찍자마자 살살 긁듯이 움직여댈 이유가 없으니까.
"윽.."
뾰족하게 선 손톱이 민감한 곳을 쿡하고 찌르면서 살살 긁어대는 느낌에 이번에는 연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앓는 소리를 흘렸다.
그랬더니 아예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려대더라.
얼굴에 예의 그 가학적인 미소를 얼굴 위에 매단 채로 말이다.
싱글벙글 웃으며 내 얼굴을 올려다보는 그녀의 모습은 꼭 '여기가 좋은 거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게 묘하게 자극적이어서..
'오우..'
아까하고는 다른 의미로 몸을 움찔하고 말았다.
그런 내 반응이 만족스러웠던 걸까.
클레어의 입에서 다시 한 번 예의 그 콧소리가 새어나왔다.
그게 못내 수치스럽다는 듯 억지로 시선을 피하고 있자니..
"발기할 것 같아?"
그녀가 대뜸 내 몸에 제 몸을 기대며 그리 속삭여왔다.
딱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발기할 것 같은 걸 억지로 참는 건 말이다.
오늘도 안에 아무 것도 입지 않은 걸까.
바람이 잘 통하도록 얇은 천으로 된 수련복 위로 보란듯이 도드라져있던 두 개의 돌기가 내 가슴팍을 간지럽혔다.
대체 얼마나 흥분했길래 유두가 이 정도로 딱딱해진 걸까.
천으로 덮여있음에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하는 그것의 감촉에 그만..
우뚝-
물건을 세우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변화를 나와 바짝 밀착해있던 클레어가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흐응.. 섰네?"
제 아랫배를 쿡쿡 찔러대는 내 물건의 감촉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하고 웃은 클레어가 조금 더 과감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밑을 향해서 내려가는 손.
그와 함께 살짝 고개를 숙인 그녀가..
"움.."
살짝 입을 벌리더니 내 가슴팍을 셔츠 째로 베어물었다.
그와 함께 다가온 따뜻하고 축축한 감촉을 느끼고 있자니.. 영역표시라도 하는 것처럼 내 가슴을 앙 베어물고 있던 클레어가 그것을 그대로 입밖으로 뱉어냈다.
그러더니..
츕-
혀를 입밖으로 내밀어 제 타액으로 젖은 부분을 낼름대는 게 아닌가?
굉장히 묘한 느낌이었다.
옷 위로 유두를 자극당하는 건.
그것만으로도 앓는 소리가 절로 흘러나올 정도였는데..
"가만히 있겠다면서 이건 왜 세운 걸까? 응?"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 클레어의 손이 바지 위로 도드라진 내 물건을 잡고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슥- 스윽-
굳은살과 흉터 때문에 살짝 거칠거칠한 손이 천을 스치는 소리가 귀를 울렸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순간 인상을 찡그렸던 클레어가 이내 내 물건에서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는 그것을 제 얼굴 높이까지 들어올리더니..
퉤-
그곳에 대고 침을 뱉었다.
투명한 타액이 그녀의 손바닥을 타고 주륵하고 흘러내렸다.
그렇게 제 손에 윤활유를 더한 클레어가 다시 내 물건을 잡고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위아래로 자극당하는 상황.
위아래에서 시간차를 두고 올라오는 근질근질한 쾌감에 바지 앞섬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젖어드는 게 느껴졌다.
그걸 놓칠 클레어가 아니었다.
"억지로 당하고 있는 데 기분 좋나 봐? 쿠퍼액이나 질질 흘리고 말이야."
아니나 다를까 내 가슴팍에 묻고 있던 얼굴을 떼어낸 그녀가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그리 속삭였다.
"쌀 것 같아? 응? 쌀 것 같냐고."
그 와중에도 그녀의 손은 내 물건을 잡고 흔드는 걸 멈추지 않았다.
측-
츠윽-
그렇게 아까와는 살짝 달라진 소리가 연무장 안으로 울려퍼지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이제 내 유두를 가지고 노는데에는 흥미가 식었는지 내게서 나는 체향을 만끽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있던 클레어가 대뜸 내 목덜미를 콱 깨물었다.
"윽..!"
목덜미 쪽에서 올라오는 아릿한 통증에 즉시 반응을 돌려주니 내 목덜미에 박아넣은 이빨을 떼지 않은 채로 그곳을 잘근잘근 깨물어대던 그녀가 이내 쪽쪽 소리를 내며 화끈거리는 통증이 올라오는 곳을 빨아대기 시작했다.
"지, 지금 뭐하는.."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당황한 척 말을 더듬으니 내 목덜미에 가져다붙이고 있던 입술을 떼어내며 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 그녀가 나와 시선을 맞추며 예의 그 가학적인 미소를 얼굴 위로 띄워보였다.
"아니, 그냐앙 궁금해서 말이야."
어느새 내 몸을 타고 기어올라온 그녀의 손이 그녀가 남긴 흔적으로 얼룩덜룩하게 변해있는 부분을 슬금슬금 간질였다.
"이거 디아나한테는 들키면 안 되겠다. 그지?"
그러면서 싱글벙글 웃는데 와..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내일부터는 좀 두꺼운 걸로 입어야겠네?"
목덜미까지 가려줄 수 있는 걸로 말이야.
내 귀에 대고 그리 속삭인 클레어가 내 목덜미를 간질이던 손을 다시 밑으로 내렸다.
그러더니..
"저번부터 쭉 궁금했단 말이지.."
그것을 슬금슬금 내 바지속으로 밀어넣기 시작했다.
그에 반항하는 척 엉덩이를 뒤로 빼봤지만 소용 없었다.
애초에 벽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뒤로 물러나봐야 벽에 가로막힐 뿐이니까.
그런 내 반항이 기꺼웠던 걸까.
그녀의 목소리 위로 웃음기가 깃드는 게 느껴졌다.
"바지 위로도 이 정도인데 실제로 확인해보면 어느 정도일까.."
그래서 오늘 확인해보시겠다?
어느새 물건을 움켜쥐고 있던 손마저 바지속으로 밀어넣은 그녀가 그것을 그대로 밑으로 끌어내렸다.
그리하여 그 아래 숨겨져있던 것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볼 수 있었다.
클레어가 흠칫하고 몸을 떠는 모습을.
'그럼, 그렇지.'
여태껏 거침없이 남자를 희롱하던 여자의 것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귀여운 그 반응에 속으로 피식 웃었다.
왜? 바지 위로만 만지다가 실물을 접하니까 새삼 놀랐나 보지?
너무 커서?
결국 이 년도 디아나처럼 남자 경험이 없는 년이었다.
그럼에도 지금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어디선가 주워들은 지식과 머리끝까지 솟아오른 흥분 덕분일 것이고.
하긴, 남자를 경험할 시간이나 있었겠는가?
사람 썰고 다니느라 바빴을텐데 말이다.
그렇지만 그 귀여운 반응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내게 그걸 들켜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건지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얼굴 위에서 지워버렸으니까.
그렇지만 표정은 숨겨도 몸의 반응까지는 어쩌지 못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커서 섣불리 손대기가 좀 그랬던 것일까.
바로 조금 전까지 보여주던, 남자를 거침없이 희롱하는 여왕과도 같은 태도는 온데간데 없이 클레어의 손이 허공에 어정쩡하게 멈춰선 채 움찔움찔거렸다.
그것도 잠시 입술을 살짝 깨문 그녀가 조심스레 내 물건에 손을 가져다댔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뜨거워서 놀란 걸까?
아니면 생각했던 것보다 단단해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손을 가져다대자마자 흠칫하고 몸을 떠는 게 여태까지 보여주었던 여왕님같은 태도하고는 사뭇 달라서 솔직히 좀..
'귀엽네.'
그랬다. 귀여웠다.
그것도 상당히.
아무튼 그렇게 내 물건에 무사히 손을 대는데 성공한 그녀가 아까 전처럼 그것을 잡고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다만 그 속도는 아까하고는 다르게 좀 느렸다.
"하아.."
신기한 건 그녀의 반응이었다.
자극당하는 건 내쪽인데 왜 그녀가 더 흥분하고 있는 걸까.
내 물건 쪽에 시선을 고정하느라 살짝 숙여져있는 클레어의 자그마한 머리통으로부터 달큰하기 그지없는 숨결이 새어나와 가슴팍을 간지럽혔다.
그것도 잠시 조심스레 시선을 들어올린 그녀가 내 얼굴 쪽을 힐끔거렸다.
새삼 내 반응이 궁금하기라도 했던 걸까.
그런 그녀의 시선을 느끼며 깨물고 있던 입술 쪽에 조금 더 힘을 실으니..
내 반응에 자신감을 생긴 듯 클레어의 손놀림이 조금 더 과감해졌다.
"흐으.. 후우우.."
대체 얼마나 흥분한 걸까.
그녀의 입에 벌어질 때마다 뜨거운 숨이 새어나와 가슴팍을 스치는데 그게 몇 번이고 반복되니 살짝 축축한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아마 그 와중이었을 것이다.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기라도 한 건지 한손으로 내 셔츠자락을 꼬옥하고 움켜쥐고 있던 클레어가 그 손을 움직여 내 오른팔을 제쪽으로 잡아당겼다.
대체 뭘 하려고 이러는 걸까.
그녀가 이끄는대로 순순히 팔을 내어주니 내 팔을 살짜쿵 접어서 경사지게 만든 클레어가 내 팔에 조심스레 몸을 기댔다.
그러더니..
"흐으.."
까치발을 들어 내 손바닥을 제 다리 사이로 쏙 밀어넣는게 아닌가?
그야말로 삽시간에 벌어진 일에 나는 기겁한 척 손을 뒤로 빼내려했다.
그렇지만 클레어의 대응이 더 빨랐다.
그건 허락치 않겠다는 듯 클레어가 허벅지를 이용해 그 사이로 파고든 내 손바닥을 꼬옥하고 조였다.
그러더니 조심스레 허리를 앞뒤로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흐으.. 하아.."
대체 얼마나 흥분한 것일까.
그녀가 입고 있는 수련복 바지 위로 도톰하게 올라온 부분이 손바닥을 스칠 때마다 뜨겁고 축축한 감촉이 손바닥을 꾹 짓눌렀다.
그렇게 날 사용한 자위 행위에 몰두하던 클레어의 움직임이 멈춘 것은..
"으으읏..!"
그녀의 허벅지에 감싸여있던 내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들고 난 후였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몸을 바들바들 떨다가..
"..뒷처리는 알아서 해."
정신을 차리자마자 그대로 냅다 튀어버리더라.
쉬불년이 진짜..
그렇게 홀로 남겨진 나는..
내가 나중에 그대로 갚아주고 만다.
아주 응?
그만해달라고 엉엉 울 때까지 괴롭혀줘야지.
속으로 그리 중얼거리면서 그녀가 남기고 간 흔적을 열심히 지웠다.
물론 혼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