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이 되기 전에 (50)화 (50/366)



〈 50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그게 실은.."

날 여기까지 걸음하게 만든 용건이 떠오른 즉시 주인공 놈한테 부탁을 받고 왔음을 설명하니 카트린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약을 가져다달라고 부탁했다고? 너한테?"

그러면서 굉장히 놀랍다는 투로 그리 말하는데..


주인공 놈이 내게 그런 부탁을 했다는 사실 자체에 엄청 놀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

선생님이 놀라시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예?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그런 말도  되는 약을.. 아니, 지가 무슨 검은조직 시절 백장미냐고.


하긴,  히로인 후보신  같으니까.

주인공 정도는 아니더라도 히로인또한 불합리한 존재인건 마찬가지니 이정도야 솔직히 놀랍지도 않았다.


결전을 앞둔 용사를 꼬셔서 런하는 련도 있는데 이 정도야 뭐..

그래, 애교지 애교.

그렇게 내가 상식이라는 걸 반쯤 포기하고 있는 사이에도 카트린느는 연신 '헤에..'하는 소리를 내며 놀라는 걸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대체 주인공 놈이 나한테 부탁한 약의 정체가 뭐길래 저렇게까지 놀라는 걸까.


'설마..'


 마약이나 금지된 약물같은 건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주인공인데 그런 것에 손을 댈까 싶었지만은  약을 쥐고 있는 상대가 상대다보니 쉬이 안심할 수가 없었다.


관상학적으로 볼 때, 그리고 내게 주입된 이안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카트린느라는 여자에 대한 이미지로 볼 때 이 년은 제가 유의미한 결과만 거둘 수 있다면 마약이건 뭐건 척척 내어줄 타입이었으니까.


애초에 새롭게 만들어낸 약의 효과가 궁금해서 자기한테 써봤다가 저런 몸이 된 년 아닌가?


일반인하고는 사고방식 자체가 다르다고 보는 게 맞았다.


아무튼 그래서 준다는 건데 안 준다는 건데.

주인공 놈을 내 발판으로 삼기 위해 친히 여기까지 온 것이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린 탓에 슬슬 돌아가봐야하는 상황이었다.


쓸데없는 농담따먹기를  시간은 없었다.

지금은 눈앞에 있는 히로인보다 코앞까지 닥쳐온 월말평가가 더 중요했으니까.

'레이시아 눈나..'

딱 기다려 진짜.


물론, 그렇게 된다면  안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내가 약을 가져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을 주인공 놈한테는 참 미안한 일이 되겠지만..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해서 이 의미없는 실랑이를 끝내기 위해 빨리 안 줄거면 가겠다는 뜻을 밝히려고 하니..

"음, 뭐, 알겠어. 진도 다 생각이 있겠지."


그런  기색을 눈치채기라도 한 것처럼 질질 끌려던 기색이 무색하게 카트린느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잠깐마안~"

살짝 말꼬리를 늘어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제 뒤에 놓여져있던 상자를 뒤지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문제는 그녀의 자세와 복장이었다.


쪼그려 앉아서 뒤지면 될텐데 그녀는 백의가 바닥에 닿으면 죽는 병이라도 앓고 있는지 하체는 조금도 굽히지 않은 채 허리만 굽힌  상자를 뒤적였다.


다만 입고 있는 옷이 사이즈가 하나같이 다 작은 것들이다보니..

스륵-

'오우..'

그녀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에 맞춰 말려올라가기 시작했다.


뭐가?

입고 있는 치마가.


기본적으로 연구 외에는 담쌓고 지내는 타입일  같더라니 기본적으로 바깥에 나가질 않는 걸까.


카트린느의 피부는 살짝 병약하게 느껴질 정도로 창백했다.


그러니까 엉덩이가 새하얘서 참 좋았다는 소리다.

찰싹찰싹 두들겨서 핏기가  돌도록 만들어주고 싶어지는 비주얼이랄까.


엉밑살을 살짝 드러낸  엉덩이를 좌우로 살짝씩 씰룩거리는데..

그럴 때마다 치마가 그녀의 살결을 타고 말려올라가며 조금 더 은밀한 풍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이거..'

지금 혹시 유혹하는 건가?

그 순간 머릿속으로 '난 널 유혹하고 있는 거란다~'하고 유혹의 소나타가 자연스럽게 재생되기 시작했지만 아쉽게도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볼  눈앞에 있는 여자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지 편한대로 몸을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다만  기준이 평소 모습, 그러니까 아까봤던 꼬꼬마 모드일 때로 맞춰져있다보니 중화제를 복용하여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 지금 자기가 타인의 눈에 어떤 식으로 보여질지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뿐.


'와우..'

주인공 놈이 여길 뻔질나게 드나드는 이유가 있었구만.


이렇게 쭉쭉빵빵한 누님이 자각도 없이 암컷의 몸짓을 시도때도 없이 해댔을텐데 남자로서 눌러앉고 싶은 욕망이 들지 않으면 그게 고자새끼지.


이 좋은 걸 감히  혼자만 감상하고 있으셨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치마는 계속해서 말려올라가며 조금 더 아슬아슬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팅-!


봉긋한 엉덩이에 걸린 채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치마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항복을 선언하며 그 아래 눌려있던 새하얀 엉덩이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압권인 것은 그 사이에 자리한 손바닥만한 팬티의 모습이었다.


그래, 진짜로 손바닥했다.

겉옷을 갈아입느라 속옷은 그만 깜빡해버린 걸까.

'토, 토끼..'


성숙해보이는 외관과는 다르게 카트린느는 꼬꼬마들이나 입을 법한 토끼 무늬가 그려진 팬티를 착용하고 있었다.

무늬 뿐만이 아니라 사이즈도 꼬꼬마 수준이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그래서일까?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팽팽하게 늘어난 토끼의 모습이 참 괴로워보였다.


"앗..!"


훤히 드러난 엉덩이 위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니 그제서야 제가 어떤 모습인지를 깨달은 것일까.


당혹스러워하는 비명과 함께 카트린느가 허리춤까지 말려올라간 치마자락을 황급히 끌어내렸다.

그러면서 억지로 잡아당겨진 치마자락에 봉긋한 엉덩이가 찌부러지는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살짝 긴가민가했던 클레어와는 다르게 그녀는 확실한 히로인 후보가 맞다는 걸.

"미, 미안.."


그나저나 여자 쪽에서 실수로 팬티를 노출했는데 그걸 본 남자한테 사과를 건네는 게 당연한 세계라니.


새삼스럽긴 하지만 이럴 때마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느낌이었다.


"아, 아니에요. 그러실 수도 있죠.."

물론 겉으로 티내지는 않았지만.

민망함과 난감함을 반씩 섞어서 얼굴 위에 띄운 뒤 볼을 살며시 긁적이자 에헤헤하고 멋쩍게 웃은 카트린느가 다시금 상자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얼핏 그녀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상자 내부를 보며 생각했다.


'일단 정리는 젬병이구나.'

아니, 어찌보면 정리를 잘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대체 저많은 물건들이 어떻게 저 쪼그만한 상자 안에 다 들어간 건지 의아할 정도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카트린느가 열심히 물건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지켜보고 있자니..

"아, 찾았다!"

상자 안에서 보랏빛 액체가 담긴 병이 그녀의 손에 잡혀 끌려나왔다.

척봐도 불길해보이는 게 일단 평범한 약은 아닌 것 같은데..


"이거 가져다 주면 될거야."


그걸 건네는 카트린느의 얼굴이 너무 해맑아서 차마 그 정체를 물어볼 수가 없었다.

뭐, 엄청나게 효과  진통제라도 되나?

아니면 주인공 놈이 앓고 있는 병의 특효약?

'음.. 지병이 있는 주인공이라..'

이건 또 처음 접하는 케이스인데.


설마 이런 식으로 골골 앓다가 어느 순간 오랜 지병으로 콱 뒈져버리는 결말은 아니겠지?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빨리 가져다주는 게 좋겠지.

척봐도 놈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으니까.

해서 곧바로 그것을 받아들고는 오두막을 빠져나가려하니..


"아! 이 말도 전해줄래? 혹시 효과 없으면 직접 찾아오라고."


뒤에서 들려온 카트린느의 목소리가 내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잠시 뿐이긴 했지만.

"그.."

그걸로 끝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꼬리를 애매하게 늘어뜨리길래 왜 저러나 잠시 고민하다가..

"나중에 또 놀러올게요."


왠지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이 저것일 것 같아 대충 느낌적인 느낌으로 내뱉어봤다.


생각해보면 이안의 기억 속에서 카트린느는 어린 이안을 상당히 귀여워 했으니까.

몇 년만에 만나는 반가운 동생인데 이대로  일만 보고 입 싹 닦기에는 아쉬웠을 수도 있겠지.


"그, 그럴래?"

아니나 다를까 그런 내 발언에 카트린느가 반색을 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그대로 그녀의 오두막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카트린느로부터 건네받은 약을 주인공 놈에게 전해주기 위해 곧장 학원을 가로질러 기숙사로 돌아가니..

똑똑-

"진? 깨어있어?"

"으응.."


아까봤을 때보다 상태가 한층 더 나빠져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걸보면 두통이 심하기라도 한 걸까.

아무튼 상태가 많이  좋아보여서 괜찮냐고 묻는 대신 챙겨온 약부터 전해주니..

"..고마워."


녀석이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별 일 없었어?"


뜬금없이 그리 묻는 게 아닌가?

 일이라.


있기야 있었지.

카트린느라는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을 것 같은 떡을 주인공 놈이 혼자 몰래 꿍쳐놓고 있었다는 걸 알게되었으니 말이다.


"응? 딱히?"

그렇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르는 척을 헀다.

그런 내 발언이 신뢰가 가지 않았던 걸까.


눈을 가늘게 뜬채 이쪽의 반응을 탐색하듯 내 얼굴을 위아래로 훑길래..


"그나저나 빨리 약부터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야 시험 시작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컨디션이 돌아올테니까.."


놈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 하나를 알려주었다.


이제 월말평가까지 남은 시간은 약 두어시간.

놈의 상태로 보면 약을 먹고 컨디션을 추스리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었다.

그 사실을 놈이라고 모르지 않았던 걸까.

'아.'하고 작게 탄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놈이 내게 다시  번 감사인사를 전하고는 그대로 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아니..'


먹을거면 걍 여기서 먹지..

약효..

궁금했단 말이야..


하여간에 진짜 주인공이라는 놈들은 예뻐할래야 예뻐할 수가 없다니까.

매정하기 그지없는 놈의 태도에 속으로 툴툴대던 것도 잠시, 그대로 몸을 돌려 내 방으로 향했다.


슬슬 방에서 사람들이 빠져나오는 걸 보니 여기  서있다간 먹잇감을 노리며 주변을 배회하는 여자 생도들한테 붙잡히기 딱 좋을  같았으니까.

그리고 약 두시간 뒤..


"이안 데일! 그리고 진 후르온! 앞으로 나오도록."


나는 정해진 운명처럼 놈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것도 실기 시험의 무대인 대련장에서 말이다.

딱 예상했던 그대로의 전개에 문득 쓴웃음이 나왔다.

'어쩜..'

이렇게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질 않는지..

그래서 더 엿같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러한 틀에 박힌 전개가 꼭 네 운명은 결국 조연따리라고 내게 윽박지르는 듯 했으니까.


아마 내가 지나쳐온 이전의 회차들처럼 성실하게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면?


지금쯤 미친듯이 짱구를 굴리고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하면 주인공 놈을 보다 부각시켜주는 방식으로 져줄 수 있을까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겠지.


분명 그랬을  뻔했기에 자꾸만 입매가 제멋대로 비틀어지려 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의외네..'


그동안 보여준 게 워낙 없다보니 어쩌면 1회전에서 광탈하고 그대로 바닥에 꼬라박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헌데 의외로 주인공 놈은 1회전 상대를 무사히 이겨내고 2회전까지 올라와 내 앞에 섰다.


'상대가 방심했나?'


어쩌면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1회전에서 상대했던 년도 내가 클레어의 인정을 받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알고 있음에도 묘하게 방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니까.

하물며 그런 타이틀도 없는 주인공 놈이 상대라면?

그러기 싫어도 방심하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겠지.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놈은 주인공으로서 아직 그 어떤 업적도 쌓지 못한 풋내기.

놈과 비교하면 내가 지금껏 거쳐왔던 주인공 놈들은?

하나같이 괴물들이었다.


마지막에 런했던 용사 놈도 마찬가지다.

아마 그 놈하고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놈하고 붙으면 눈앞에 있는 놈이 몇 명이 있던 그 놈이 이기겠지.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눈앞에 있는 놈이 자꾸만 보잘 것 없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방심은 안해.'

다른 놈도 아니고 주인공 앞에서 '방심'을 한다?


필패 패턴이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단번에 전력으로.'

쳐부숴주마.

주인공? 조연?

그런 것따위가 개입할 틈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단숨에 끝내버릴 거니까.


그렇게 다짐하며..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는 주인공 놈을 향해 창을 겨누었다.

"그럼, 시.."

그리고 심판을 자처한 교수가 대련의 시작을 알린 순간.


"..아?"

대련은 끝나있었다.

내 승리로.

깡-!

주인공 놈의 손에서 튕겨져나간 대련용 검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걷어차인 깡통같은 소리를 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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