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이 되기 전에 (48)화 (48/366)



〈 48화 〉히로인이 되기 전에..

'아니, 시벌..'


저게 대체 뭐람.


사람이 너무 당황하면 사고가 멈춰버린다고 하던가?

지금 내가 딱 그 짝이었다.

오죽하면 내가 제대로  게 맞는지 의심하는 마음까지  정도였다.

그만큼 내게는 충격적이었다.

우연하게 목격하게된 레이시아의 '일탈'은 말이다.

그래서였다.

뭔가에 홀린 것처럼 그녀의 뒤를 따른 것은.

아마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만큼 달빛에 젖은 레이시아의 모습은 매혹적이었으니까.


그 와중에 날  충격에 빠뜨린 건..

"흐으으.."

계단이 나타나니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네 발로 그것을 오르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그대로 튕겨져나올 것만같은 보들보들한 엉덩이가 좌우로 씰룩일 때마다  사이에 고여있던 액체가 후두둑 쏟아지며 그녀의 허벅지와 계단을 적셨다.

그 광경을 목도한 순간 알 수 있었다.

레이시아가 진심으로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더 충격이었다.

설마 일국의 왕녀쯤 되는 여자가 이런 취미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저러다가 들키면 대체 어쩌려고 저런 짓을 하고 있는 걸까.


들키는 순간 헤프닝 정도로는 끝날  없다는 걸 본인도 잘 알고 있을텐데 말이다.

그런 걱정이 드는 것과는 별개로 잔뜩 흥분한 레이시아의 모습은 충격적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평소의 그녀가 차마 손을 뻗을  없을 정도로 고고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면 지금 그녀는 뭐랄까..

음욕에 빠져 지상으로 추락해버린 여신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어느새 터질 정도로 부풀어오른 물건은 지금 당장이라도 그녀를 덮쳐서 범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걸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건..

다름아닌 그녀의 신분 때문이었다.

여기서 레이시아를 덮친다면?

그 순간은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방해받을 일도 없겠지.


이 시간에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도는 곳을 찾아올만한 년은 없을테니까.

그렇지만  다음에는?


과연 레이시아가  가만히 둘까?


안 그래도 디아나 때문에 날 껄끄럽게 생각하는 년인데?


'아, 시발..'


이 손에 휴대폰만 있었어도 진짜.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텐데 말이다.


휴대폰은 커녕 사진기 비스무리한 것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라는 것 자체가 애석할 따름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저 모습을 기록해둘 방법이 내 손에 있었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텐데 말이다.

생각이 그런 쪽으로만 흐른 탓에 이걸 빌미로 레이시아를 어떻게 해보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솔직히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아는 레이시아라면 내가 여기서 봤던  대놓고 까발려도 그게 뭐 어쨌냐면서  하나 깜빡 안 하고 그건 뭔 개소리나며 씹을 것 같았으니까.

아니, 그 정도로 끝나면 차라리 다행이지 까닥 잘못하면 레이시아가 보낸 밤손님을 받게 될 수도 있었다.


'그럴 수도 있다'가 아니라 백퍼센트겠지.


나라도 그럴테니까.

자신의 치부를 알고 있는 놈을 멀쩡히 살려둔다?

그건 정의병에 걸린 주인공 놈이나 하는 행동이다.


내가 본 레이시아는 그런 타입과는 백만광년쯤 떨어져있는 타입이었고.


'애초에..'

 디아나의 옆에서 떨어뜨리고자 유혹까지 시도했던 그녀 아닌가?

기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한단 소리다.


그런 그녀에게 밤손님을 보내는 것쯤이야 눈 하나 깜빡 않고 저지를 수 있는 짓이겠지.


그러니까..


'일단 기억만 해두자.'

지금 당장은 이걸 가지고 뭔가를 하긴 어려울 것 같았다.

적절한 타이밍이 오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대신 지금의 광경을 보다 확실하게 눈에 새겨두기로 했다.

분명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닐테니까.

왕녀의 야외노출이라니.


어디 가서 이런 진귀한 광경을 볼 수 있겠는가?

그래서 아까보다 더욱 기척을 죽인 채 레이시아의 뒤를 추적하니..


"하으응.."

누군가에게 애교라도 부리는 것처럼 교태어린 신음성을 내뱉으며 계단을 모두 오르는데 성공한 그녀가 다시금 몸을 일으키려다가 다시금  발로 기기 시작했다.


경사가 있어 비교적 움직이기 쉬웠던 계단과는 다르게 평지는 적응하기가  힘들었던 걸까.


처음 그녀의 자세는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엉덩이를 살짝 치켜든 채 엎드려 뻗쳐와 유사한 자세를 하고 있는 게..

'어우 씨..'

뒤에서 보는 입장에서 진짜 미칠  같았다.


그 새하얀 몸뚱아리를 살짝살짝 움직여댈 때마다 일자로 꽉 다물어진 균열에 수줍게 고여있던 액체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데..


당장이라도 자길 범해달라고 유혹하는 듯 했으니까.


'저거저거..'


내가 보고 있는 걸 알고서 저러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한동안 엉거주춤하니 어색하기 그지없는 자세로 움직이던 그녀가 이내 포기한듯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달빛을 받으며 천천히 복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어슴푸레하게 달빛이 쏟아질 때마다 균열에서 흘러내린 액체로 촉촉하게 젖어있는 허벅지의 모습이 드러났다가 자취를 감추길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렇게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린 애액이 발목에 다다를 때까지 그녀는 산책을 멈추지 않았다.

진짜 산책이라도 나온 것처럼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던 레이시아가 마침내 도착한 곳은 옥상이었다.

잠겨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원체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곳이라 그런지 옥상 문은 열려있었다.


익숙한  그것을 밀어젖히며 옥상으로 나간 그녀를 옥상 문에 달린 자그마한 창을 통해 지켜보고 있으니..


창문을 통해 들어오던 것과는 다르게 몇 배는 밝은 달빛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옥상 한 가운데에 오도카니 서 있던 레이시아가 철조망으로  난간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고 있는 모습이 모습이다보니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슬아슬하게 느껴졌다.

 탓에 심장이 제멋대로 두근거리는 걸 느끼고 있으니 레이시아가 철조망을 손으로 움켜쥔채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


갑자기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궁금하기라도 했던 걸까.


대체  하려고..

속으로 그리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으읏.."


나지막한 신음성과 함께 레이시아의 몸이 움찔움찔 경련하더니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샛노란 물줄기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허..'

야외노출도 모자라 이제는 알몸으로 방뇨라.


저 음탕하기 그지없는 공주님을 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가만히 내버려뒀더니 끝을 모르고 폭주하는 레이시아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헛웃음을 흘리고 있으니 영역표시라도 하는 것처럼 철조망에 대고 세찬 물줄기를 쏟아내던 레이시아가 이내 몸을 부르르 떨며 철조망에 몸을 기댔다.

몸과 철조망 사이에 끼인 그녀의 커다란 가슴이 일그러지며 새하얀 살결 위로 그물자국이 새겨졌다.

쾌감이 너무 과한 나머지 살짝 힘이 풀린 걸까.


"흐으응.."

뒤이어 울려퍼진 만족스러움이 그득하게 배여든 콧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어온 그 순간.


나는 재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내려오려면..'

꽤 걸리겠지.


분명 제대로 가버린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몸에 남은 쾌락의 잔여물을 수습하는데만 해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니까..

아쉽지만 오늘은 먼저 돌아가기로 하자.

그렇게 결심하고는 왔던 길을 그대로 거슬러가니..


툭-

'..응?'

뭔가가 발에 채였다.


가벼운 뭔가가 발에 걸리는 느낌에 시선을 밑으로 내리니  수 있었다.

레이시아가 벗어놓고 간 허물을 말이다.

이걸, 아니 이것만 입은 채 여기까지 온 것일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훑어봤지만 다른 옷가지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홀로 덩그러니 놓여져있는 커다란 로브를 보고 있자니 그녀가 그것의 가슴팍 부분을 꼭 움켜쥔 채 살금살금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직접 보기라도  것처럼 생생하게 눈앞으로 펼쳐졌다.

'거참..'


조심성이 없는 공주님이시구만.

그 정도로 급했나?

이런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길 잠깐의 틈조차 없을 정도로?


어쩐지 묘하게 달큰한 우유향을 풍기는 듯한 그 로브를 잠시간 멍하니 내려다보던 것도 잠시, 이내 조심스레 그것을 집어들었다.

 재밌을 것 같은 생각이 났으니까.

'너무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같긴 하지만..'

아무튼 그것을 챙겨서 몸을 숨겼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레이시아가 주변을 살피며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끝까지 치솟았던 흥분이 해소되니 비로소 좀 이성이 돌아온 것일까.


자세를 바짝 낮춘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그녀의 모습은 조심스럽게 그지없었다.

그렇게 아까 로브가 널브러져 있던 곳까지 다가온 그녀가 쪼그려앉은 채 조심스레 바닥을 더듬었다.

그 새 구름이 달을 가려버린 탓에 그렇게라도 로브를 찾아내려는 모양.

그런 식으로 손을 이리저리 뻗어가며 바닥을 더듬대던 그녀의 얼굴 위로 동요가 번져나가기까지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그렇겠지.


돌아갈  입어야할 것이 사라져버린 셈이니까.


손에 들린 저 가발은 혹시모를 상황을 대비해 정체를 숨기기 위함이려나?

아무튼 여기까지 올  유일하게 몸에 걸치고 온 로브가 사라졌다는 건..

'돌아갈 때도 알몸이라는 소리지.'

여기서 이대로 버티면서 로브를 찾아낼 때까지 주변을 수색한다는 선택지도 있긴 하지만..

그녀는 그걸 택하지 못할 것이다.


분명 그 자리에 있어야할 로브가 사라졌다는 건 누군가 구관에 드나들었다는 뜻이니까.


아마 지금쯤 언제 또 사람이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녀의 안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겠지.

과연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할까.


흥미진진하게 레이시아의 반응을 관찰하고 있으니 창백하게 질려있던 그녀가 이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는 손에 들고 있던 가발을 대충 머리 위에 뒤집어 쓰더니..

타닥-

주변을 한 번 살피고는 그대로 구관을 빠져나가 어딘가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오..'

운동하고는 꽤 거리가 멀어보였는데 레이시아는 의외로 빨랐다.

그래봐야 어렵지 않게 따라붙을  있을 정도였지만.

머뭇대다가 사람과 마주치게 되느니 아싸리 안전한 곳까지 빠르게 달리는 편이 훨씬 낫다고 판단한 것일까.


구관에서 보여주었던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모습과는 다르게 레이시아는 꽤나 과감하게 움직였다.

그래서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보는 맛이 있었다.


그녀가 뛸 때마다 그녀의 커다란 가슴이 털렁털렁 흔들렸으니까.

그렇게 알몸으로 내달린 끝에 레이시아가 도달한 곳은 학생회 건물이었다.

정확히는 학생회 건물 측면에 달려있는 쪽문이랄까.

'저기서 나왔나 보네.'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착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일까.

레이시아의 얼굴 위로 짙은 안도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런 그녀를 보며 피식하고 웃었다.


원래 그렇게 마음을 놓았을 때가 가장 위험한 법이니까.


그래,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부스럭-

여태껏 조용조용하게 움직이던 것과는 다르게 일부러 기척을 크게 내니 학생회 건물에 달린 쪽문 앞에 쪼그려 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던 레이시아의 몸이 펄쩍 튀어올랐다.


그것도 잠시 그녀가 다급하게 제 입을 틀어막으며 쪽문 옆에 있는 자그마한 틈에 제 몸을 구겨넣었다.

그냥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서 몸을 숨기면 될텐데 놀란 나머지 거기까진 떠올리지 못한 걸까.


아, 어쩌면 문을 열었다가 그 소리 때문에 시선이 그쪽으로 쏠릴 걸 걱정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눈을 동그랗게 뜬채 구석에 몸을 구겨넣고 있던 레이시아가 그 사이에서 빠져나온 건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난 후였다.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처럼 구겨넣었던 몸을 잽싸게 일으킨 그녀가 그대로 쪽문을 열고  안으로 호다닥 몸을 밀어넣었다.


그렇게 봉긋한 엉덩이를 흔들며 사라지는 레이시아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대로 돌아섰다.

덕분에 생각치도 못하게  좋은 구경했으니까.


그 누가 알았겠는가?


우리 왕녀님께서 이렇게 위험하고 은밀한 취미를 가지고 계실거라고는.

덕분에 고민거리 하나를 덜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지명권을 획득했을 때 그걸 어떻게 써먹을지가 고민이었는데..


이렇게 답을 알려줘버리면 굳이 그런 걸로 고민할 필요가 없지.

물론, 처음부터 그 짓을 하는 건 힘들겠지만..


차근차근 필요한 단계를 밟아나가다보면 아까는 멀리 떨어져서 봤던 걸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내 앞에 서서 수치심으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조심스레 입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벗는 레이시아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다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광경을 보고야 말겠노라고.


그러려면 우선 지명권부터 따내는 게 먼저겠지만.

'분명..'


학원 소속이라면 누구든 지목할 수 있다고 그러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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