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1화 〉42.반은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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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거창하다고 여겨질 수 있겠지만, 이는 실로 인류의 운명을 건 작전이었다.
역사상 최악의 악적에게 온 인류가 넘어가느냐,
아니면그의 손에서 이 지구를 지켜내느냐.
어디 영화나 애니에서나 나올법한 상황이었지만, 그것이 현재 진행중이다.
유은이 직접 전 세계에 대고 ‘항복제의’를 던진 이후 몇몇 국가들이 은밀히 뜻을 내보였다. 그러나 하나같이 같잖은 것. 은하제국은 굽히지 않는 자들의 제안은 모두 거절했다.
그렇기에 아직까지도 가맹국은 ‘보지니아 연방 제국’ ‘후지산 자치령’ ‘대한제국’ ‘하렘궁’ 이렇게 4개 밖에 없었고, 그나마도 하렘궁은 엄밀히 따져 일개 길드였다.
이 말은 곧 전 세계가 유은의 적이라는 것.
그래도 걱정은 오히려 적이 된 이들의 몫이었다.
미국과함께 은하제국을 배척하기로 결정한, 이른바 반은연맹이라 일컬어지는 국가들은 인류해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지닌바 모든 스탯을 긁어 모으고, 거기에 각국에 소속된 공무원이나 연이 깊은 모험가들의 스탯마저도 기부받아 마치 미국의 A-Force처럼 특수 에이젼트를 만들었다.
급조된 이들이었기에 훈련도는 낮았지만, 모두 스탯은 수십만에서 천 만에 이르는 자들.
스탯 카지노가 등장한이래로 많은 스탯이 풀렸다지만, 지금껏 이렇게 많은 강자들이 대거 등장한 적은 없었다.
그야말로 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영웅들인 셈이다.
뭇 국가들과 미국의 연합.
그리고 D10 의 참전.
기존 101명(대기자 포함)이었던 투입인원이, 순식간에 천 단위로 불어났다.
그것도 모두 양질의 인원으로.
“와…이거 어쩌면…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독일에서 아녜스와 합류하여 호위로 변장한 A-Force 대원들.
그들은 대서양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점점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처음 D10과 함께 움직인다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희망이 보이진 않았는데, 전 세계가 움직인다고 생각하니 그제야 솟아나는 것이다.
“들었겠지만, 혼자가 아니다. 원래도 아니었지만.”
주리엘이 기쁜 얼굴로 대원들을 모았다.
모두 정장을 갖춰 입은 어엿한 경호원.
“우린아녜스의 경호로 위장했기 때문에 다이렉트로 강남에 갈 수 있지만, 외국 요원들은 그게 아니지.”
변경된 계획에 따라 넓은 지도를 펼쳐놓고 설명을 시작하는 그녀.
동북아시아, 그러니까 유은의 세력권이 그려져 있는 지도였다.
“보다시피 은하제국의 세력권은 매우 넓어. 최근에 대한제국까지 가맹했으니 동북아시아 전부라 봐도 사실상 무방하지. 그래서 외국 요원들은 말레이시아에 한 차례 집결했다가 대만을 거쳐 한반도로 들어갈 거야.”
하렘궁 방면으로 투입되는 요원들은 현재 집계된 수로만 약 300명. 물론 A-Force는 제외한 수다.
주리엘을 위시로한 하렘궁팀이 아녜스와 함께 궁에 들어가게 되면, 미리 우주로 나가있던 가르강튀아 팀이 달에 대한 공격을 개시한다.
우주왕복선에 간단한 함포를 장착한 아주 기초적인 우주선이었지만, 어차피 그것은 보조. 진짜는 A-Force와 타이탄으로 이루어진 강습대이고, 그들을 보조할 세계 요원들이다.
가르강튀아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면, 궁에 투입된 A-Force와 요원들이 내부에서부터 소란을 일으키고, 동시에 말레이시아를거쳐 대만을 지나던 하렘궁 방면 요원들이 일제히 한반도로의 상륙을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작전이 개시되면, 우리 조국을 비롯한 상임이사국에서 일제히 탄도 미사일을 날릴 거야. 이걸로 타격을 입는다면 좋겠지만, 이건 일종의 양동이지.”
“양동이 대체 몇 개냐. 우리도 양동 그 자체인데.”
“어디까지나 목표는 가르강튀아니까.”
애초부터 유은이나 그 부인들을 무력으로 잡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고레벨스카우터가 많이 희귀하다지만 없는 건 아니었고, 유은과 그 최측근들의 말도 안 되는 스탯들은 이미 각국 수뇌부들에게 전달된 상태다.
처음에는 누구도 믿지 않았으나 이제는 현실을 외면하는 이들은 없다.
그렇기에 노리는 것은 대지구병기인 가르강튀아.
어떻게든 가르강튀아를 탈취하여 은하제국의 거점인 동북아시아를 대륙째로 날려버리는 것 외에는 답이 없는 것이다.
“여러분, 슬슬 준비 되셨나요?”
주리엘의 브리핑이 막 끝났을 즈음, 아녜스가 다가왔다.
은하제국의 일원이라는 의심이 붙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D10의 총회장.
손짓 하나로 전 지구의 모험가들을 움직일 수 있는 만인지상의 여인이었다.
“예.”
“좋아요. 이제 출발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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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 우주군
초기형 우주 전투함 십여대가 어마어마한 연기를 뿜어내며 달을 향해 허리를 세우고 있다.
각국에서 지원온 요원들과 A-Force 가르강튀아 팀, 그리고 그들이 탑승할 타이탄까지.
인류 최초의(은하제국 제외) 외우주 타격작전 치고는 상당한 규모였다.
당연히 들어간 비용도 천문학적.
그 미국조차 휘청거릴 정도였으니 결코 쉽게 볼만한 것이 아니다.
“이제 시작인가.”
긴장과 두려움.
상당히 많은 수의 지원이 왔다지만, 그래도 두려운 건 어쩔 수 없다.
과연 은하제국이 점거하고 있는 달에는 얼마나 강한 이들이 있을까.
대지구병기 가르강튀아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모두가 하고 있는 심호흡이 하나로 합쳐져 제법 큰 소리를내었다.
-발사 시퀸스 시작.
-5
-4
-3
-2
-1
-제로
쿠구구구궁!
웅장한 흔들림과 함께 뻗어 올라가는 우주선들.
마치 십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 같은 광경이었지만, 그보다 더 엄청난 것이었다.
우주라니.
무려 우주를 향해 본격적인 군사작전을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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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별 물체 다수 접근중. 목표, 본 기지로 예상.”
미국에서 발사된 십수 대의 우주선.
당연하지만 은하제국의 월면기지에서 곧바로 캐치해냈다.
-1함대 전개하세요. ‘절망’이라는 것을 있는 힘껏 새겨주도록 하죠.
연락을 받고 원격으로 통솔하는 소냐가 함대 전개를 명했다.
사실 통솔이랄 것도 없다.
‘전투’는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그저 압도적인 절망과 학살만이 있을 뿐이다.
그것에 무슨 통솔이 필요할까.
“1함대 전방에 전개.”
“1함대 전방에 전개.”
오퍼레이터의 말이 끝나자마자 레이더 화면에 초록색 점들이 속속 생겨나더니, 곧무서운 속도로 증식하여 마침내는 화면 전체가 초록색으로 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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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권을 벗어나 달로 쇄도하는 우주선들.
함선이라 하기에는 조금 민망한 수준이었지만, 엄연히 우주를 누빌 수 있는 우주선이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좌석에 마련된 안전장치에 매여있던 요원들은 난생 처음 겪어보는 우주를 눈에 담기 위해 전망대로 모여왔다.
서로 약속한 것도 아닌데 다른 배에 있는 요원들도 모두가 같은 행동을 취했다.
그리하여 담은 것은 절경 그 자체.
새까만 하늘에 하얀 점들을 뿌리고 그 위에 여러 색들을 덧칠해 마치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저 점들 하나하나가 다 은하라는 거 알고 있냐?”
“별 아니었어?”
“별도 있지만 은하도 있어. 그리고 그 은하는 천억 개가 넘는 별을 갖고 있지.”
“뭐냐 갑자기.”
“그런 은하를 이 우주는 또 천억 개가 넘게 품고 있다는 말이다. 이 대 우주에서 지구란 대체 얼마나 작은 걸까.”
감상에 빠져드는 한 대원.
옆에서 함께 우주를 바라보던 이들이 피식 웃었다.
“저새끼 사망 플래그 세우는 거 봐라. 넌 꼭 뒤질 거다.”
“사지 찢어져서 죽을 듯.”
심한 말이었지만 왜인지 푸근해지는 대사들.
대원은 개의치 않았다.
그저 가슴 속에 있는 의문을 넌지시 던질 뿐.
“지구는 그저 푸른 점일 뿐인데, 왜 우린 그 점 안에서 이토록 치열하게 싸워야만 하는 거냐.”
“그야 우리 눈엔 큰 곳이니까.”
“크긴 뭐가 커. 졸라 큰 거지.”
“아하.”
장난스런 답들이 돌아왔지만 그는 나름 진지했다.
뭔가 한 마디 하려는 순간,
우주는 변했다.
“?”
처음엔 몇 개.
쑤욱 하고 돌연 등장한 거대한 함선이 저 멀리서부터 그들의 진로를 막았다.
그들이 타고 온 기초 우주선과는 척 보기에도 비교가 안 되는 사양.
위압감부터가 남다른 그것들은 점차 그 수를 늘려갔다.
4척에서 8척,
8척에서 18척,
18척에서 42척,
42척에서 122척,
122척에서645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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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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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를 눈에 담던 요원들은 그 자리에서 절망을 맛보았다.
기존 인류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말도 안 되는 전력.
상상조차 못했던 규모는 온 시야를 압도했다.
그 넓은 우주를 까마득하게, 적어도 시야가 닿는 곳 까지는 말 그대로 새까맣게 칠해놓고, 경고하듯 번쩍 거렸다.
“저게…다…뭐냐….”
온 몸에 소름이 돋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니다.
새빨갛게 칠해진 레이더는 볼 필요도 없다.
얼핏 보아도 만 단위.
사람을 세어 만이 나와도 많다 여길텐데, ‘우주함선’이 만 단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