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495)화 (494/517)



〈 495화 〉41. 헬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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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국밥집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들어버린 나와 사랑씨는 일단 하렘궁으로들어왔다.
비록 한국이 초유의 사태로 혼란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난 내가 더 중요하단 말이지.

무려 사랑씨가내게 청혼을 했단 말이다.
당연하지만 이 소식은 부인들에게 가장 먼저 말해줬다.
부인이  명 늘어나는데도 다들 그러려니 하는 표정.
아무래도 해탈한 모양이다.

“그쪽에서 먼저 청혼할 줄은 몰랐는데. 기분이 묘하네요.”


마치 상견례라도 하듯 나와 사랑씨가 함께 앉고, 그 반대편으로 소냐씨와 소라누나 그리고 유나씨가 앉아있다.
딱히 살벌하다거나 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눈치가 좀 보이는 상황.

아니 일딴 느낌상 쪽수가 밀린다고나 할까…
반대편은 3명이고 내쪽은 사랑씨랑 나랑 해서 2명이니까.


물론 다 내 부인이니 대치하는 관계는 아니다.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 느낌이…

“보통은남자가 청혼하고 여자가 받아들이곤 했는데 말이죠.”
“그게 대체 언제적 얘기에요.”
“얘는, 나때만 해도 그랬어.”
“라떼충인가요.”
“엄마한테 충이라니. 너 그거 패륜이야.”

소냐씨와 유나씨가 자그맣게 티격태격한다.

“아무튼, 언젠가 이렇게 될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좀 애매한 관계였는데, 이렇게 확실히 정해지니 좋네요.”
“근데말야. 솔직히 좀 이해가  된다고나 할까. 다른 남자도 많은데 말이지. 굳이 이런 난봉꾼을 선택하다니.”

아니 저기요.

“그러게요. 그건 저도 좀 궁금하네요.”

아니 저기요!


소라누나와 유나씨가 돌려돌려 나를 극딜(?)하자, 사랑씨가 나를 살짝 올려다봤다.
그러고보니  사람 예전 상태창에선 다른 남자를 찾아야 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었지.
음.
그래. 그거 가지고 서현이랑 상담도 했었고.


“뭐, 사실 그렇긴 한데 이미 꿰인 시점에서 놓아줄 지도 의문이고요.”
“놓아줄 리가 없지.”
“그리고 다른 남자라고 해도…제 수준에 맞는 사람을 찾긴 힘들 겁니다.”

그렇지.
사랑씨와 어울리는 남자는 나밖에 없지.
우주전함까지 몰고다니는 사람인데!


“그래. 뭐. 본인이그렇다는데.”


소라누나는 그렇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여기서 칙칙하게 이럴 거 있어요? 이제 가족이나 마찬가지인데, 이것저것 정해야 할 것들은 나중으로 미뤄두고, 친목을 다지도록 하죠.”
“어떻게요? 엄마 혼자 나이가두 배인데.”
“어머. 요게 못하는 소리가 없네.”

소냐씨는 웃으면서 유나씨의 머리에 대빵만한 혹을 만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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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과한사랑이 하렘궁으로 돌아갔을 때, 대한민국의 상황은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그것도 아주 좋지 않은 방향으로.


일단 무수한 채널에서 끊임없이 속보가 나갔는데, 그 내용들이 하나같이 섬뜩한 것들이었다.
어느 도시의 어느 시의원이 시청 앞에서 목이 잘렸다던가, 총살당했다던가,
혹은 쿠데타 세력에 반기를 든 사람들이 무참히 진압되었다던가.

그들 모두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가장 충격적이면서 전 세계를 경악으로 몰고갈 만한 내용은 따로 있었다.

바로 국회의원 공개처형!


의문의 군세력은 대놓고 방송을 때리면서 마치 심판이라도 하듯 300여명의 국회의원들을 묶어놓더니, 발악하는 그들 다리 밑에 수류탄을 던졌다.
당연히 그들은 힘없이 폭사.


공개적인 총살만 해도 대대적인 PTSD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이지만, 이건 아예 수류탄이다.
온 몸이 조각나는 모습이 전국으로 생중계된 것이다.




이후 본인을 ‘단군’이라 칭한 의문의 남자가 가면에 변조된 목소리를 덮어 쓰고 등장했다.

“나약해진 한민족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라는 말을 골자로, 여러 말들을 쏟아낸 그는 지금껏 국정을 이끌어온 국회의원들을 향해 ‘국부를 축내는 벌레들’이라비난하며 다음 타겟은 청와대라 외쳤다.




 상황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 외부에서 이를 지켜보는 외국에서도 패닉에 빠졌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이란 단지 외국들 중 하나일 뿐이였지만, 지난 좀비사태라던가 인천사태라던가 나아가 던전이 등장한 것 자체까지이 모든것이 세계의 멸망을 향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되니 불안한 마음이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나 은하제국, 그리고 아직도 허공에 떠 있는 한사랑의 우주선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각각 발빠르게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아 일단은 루머들을 불식시켰다.


++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수가 없네.”

하렘궁에서 돌아온 한사랑이 푹신한 소파에 몸을 던졌다.
딱히   별로 없는데 뭔가 피곤하다고나 할까.
아무래도 정식으로 결혼허락(?)을 받으려다보니 깨나 긴장했던 모양이다.

“오셨습니까. 사령관님. 일찍 오셨네요.”

일찍이라고 하기엔 이미 하룻밤을 유은과 보낸 상태였지만, 최소 삼일 정도는 그와 함께 머물거라 생각했던 그녀로서는 심히 일찍  것처럼 느껴졌다.

“응. 뭔가  이상해서.”
“이상하다고요?”
“어. 지금 한국 상황 말야.”
“아아.”


셜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현재 한국은 폭풍의 한가운데.
무려 쿠데타가 일어난 상황이다.

“잠깐 조사해보니 난리도 아니던데요. 국회의원이 전부 사살됐고, 지방에선 시의원들까지 죽어나가는 실정이에요.”
“그건 나도 알아.”
“도대체 그만한 군 장악력을 보이는 사람이 누굴까요.”

셜리가 차를 건내며 건너편에 앉았다.

“흐음…글쎄. 우리나라에 그 정도의 군인이 있었던가.”
“계급으로만 본다면 최소 스타겠죠?”
“의외로 영관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러기엔 장악력이 심상치 않은데요.”
“그렇긴 하지.”

국회의사당을 점거하여 지금까지 유지중인 것도 놀랍지만, 그러면서도 지방에 대한 장악력까지 갖고 있다.
이것만 해도 일개 영관급, 아니 설령 장군이라 해도 일부의 세력 가지고는 택도 없는 소리다.

적어도 5.16이나 12.12 당시 반란군에 준하는 세력은 되어야 이 정도의 일을 벌일 수 있고, 국회의원이 모두 사살당했다는 걸 생각하면 그보다 훨씬 거대한 세력이 뒤에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만한세력이 군부내에 존재했다면 특무 중령에 연대장까지 달고 있었던 한사랑이 몰랐을 리가 없다.


“뭔가 좀 많이 이상하단 말이지. 타이밍도 그렇고.”


그래서 더 이상했다.
이만한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서 뭔가를 하려면 한참 옛날부터 계획을  해두었다는 건데, 왜 그걸 한사랑이 몰랐을까.

물론 그녀가  수개월 간 타행성에 나가있긴 했다.
하지만 이건 다시말해 그 전에는 대한민국의 군인이었다는 뜻.


그것도 그냥 군인도 아니고 무려 대장의 딸인 중령이다.

‘…설마 아니겠지?’


문득 불길한 느낌이 스쳐지나갔다.

대장이라 하면 대한민국  중에 가장 큰 별.
반쯤은 정치인이라지만 적어도 군대 내에선 왕이나 다름 없는 사람들이다.

탁탁탁.

괜히 느낌이  좋아졌는지, 그녀가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려대기 시작했다.
뭔가골똘히 생각할  주로 나오는 버릇이다.


“사령관님? 혹시 저랑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신건가요?”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데?”
“음~. 사실은 이 모든일이 그 망할 대통령씨의 작품이 아닌가 해서요.”
“….”
“그리고거기에 사령관님 아버님도 살짝 끼어 계신 거고.”
“….”

말없이 신음하는 그녀.
방금 그녀도 셜리가 말한 결론을 도출해낸 상태다.

물론 확실한 건 아니기에 확언은 금물이지만, 정황상 가장 그럴듯해 보였다.



일단 타이밍.
한사랑이 대통령의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나서 바로 이 일이 터졌다.
그 움직임이 일사분란하고 거침없는 것이, 무수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것 같았다.

다분히 계획적이고, 아주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왔던 일인 것이다.

그럼 무엇을 위해 이런 일을 벌이는가?


쿠데타를 일으키는 주제에 자신의정체조차 밝히지 않은 남자가 이 일을 통해 얻을 게 있을까?
예전이야 어떨지 몰라도 지금의 대한민국은 고작 쿠데타  방에 모든 걸 가질 수 있을 정도로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사병은 징병된 사람들이며, 자신이 쿠데타군에 속해있다는  알고 있을 텐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기도 떨어지고 탈영병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게 된다.

어떻게 해서 모든 권력을 손에 넣었다 해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주변에는 북한도 있고 은하제국도 있으며, 심지어 하렘궁은 대한민국의 심장부에 턱 하니 박혀 있다.

그런데 만약에 대한민국에 쿠데타정부가 들어선다면? 정통성도 없는 그들의 권력을 대체 누가 그냥 두고 보겠는가. ‘우방국의 국권 회복을 위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들고 쳐들어오면 정통성 없는 쿠데타 정부로서는 딱히 할 말도 없고, 국제적으로도 그냥 두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정말로 개인의 권력을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다는 건 시점에서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럼  일이 끝까지 진행되었을 때 가장 이익을 보는 이는 과연 누구일까.

아이러니하게도 국회의원들의 다음 타겟으로 지정된 대통령이다.

그의 꿈은 한민족의 부흥.
그것을 위해 다소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한사랑이 대한민국을 점거하여 통치하고, 그 길로 은하제국에 가맹했으면 좋겠다는 망상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한사랑은 매몰차게 거절.

이 시점에서 그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정복할 뜻이 없다면, 정복할 수밖에 없게 만들면 된다.’



라고.

우주선까지 띄우는 과학력과 군사력을 갖고 있으니, 대한민국을 점령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녀로 하여금 동기를갖게 하는 것.

그녀가 거절하긴 했지만, 동기를 만들어 준다면 기꺼이 군사행동에 들어갈 것이다.

그럼  동기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예로부터 인간의 가장 큰 동력은 분노와 증오.
그 둘은 자신의 몸조차 돌보지 않고 오로지 눈 앞의 목표만을 향해 전진하게 만든다.

그리고 아마도 대통령이 노리는 것이 바로 그것.


“자기 자신의 목숨마저 아예 내놓고 도박을 벌이는 거죠. 어쩌면 사령관님의 아버님과도 이미 얘기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게 진짜면 보통 미친새끼가 아닌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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