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9화 〉41. 헬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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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르르.
어마어마한 규모의 군세.
평범한 생명체의 그것이라 해도 이쯤되면 어지간한 나라 몇 개쯤은 그냥 전복시킬 수 있을만한 전력인데, 심지어 이들은 던전으로 인한 마나생명체다.
다행히 던전 안에 있는 것이 아닌지라 마나를 품지 않은 병기도 효과가 있었지만, 이들을 모두 제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오죽하면 핵공격에도 이렇게 많은 좀비들이 살아남았겠는가.
이들은 얼추 1000구의 좀비가 모이면 강력한 돌연변이로 변이하며, 또 10만구의 좀비가 모이면 거대좀비와 같은 극강 돌연변이로 변화한다. 여기에는 수천 구의 좀비가 소모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좀비의 수가족히 수백은 아울렀다.
아니, 전체적으로따지면 아마도 천 단위는 가볍게 넘으리라.
이것만해도 인류에겐 충분히 벅찬 일인데, 이젠 거기에 더해 새로운 돌연변이까지 창궐하려 하고 있었으니…
-키이이이익!!
드넓은 평지를 가득 매우는 어마어마한 수의 좀비들과, 군데군데 우뚝 서 있는 천여 구의 거대좀비.
그들 가운데 또다시 수없는 좀비들이 한데 뭉치기 시작했다.
그 뭉치는이전과는 완전히 새로운 돌연변이를 만들어 내었고, 그 결과는 좀비들에게 하늘을 선사했다.
지금껏 사방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좀비무리는 새롭게 출현한 공중 돌연변이들을 통해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원거리로 자신들의 감염원을 쏘아보낼 수 있었다.
좀비무리의 단점이 보완된 것이다!
이 사실은 무인정찰기와 미사일 수십여발이 무력화된 이후 각국에 보고되었으며, 세계는 점차 움울함으로 점칠되어 가고 있었다.
미국역시 스탯을 활용한 A-force에 대한 투입을 앞당겼으며, 인류에게 안정을 되찾아주기 위해 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 군부 내에서 피력되었다.
그리하여 아직 A-force를 투입하진 않았지만, 머지않아 좀비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발표를 하려던 그때,
갑자기 좀비무리가 있는 곳으로 하늘에서 무언가가 뚝 떨어졌다.
지구의 대기를 무자비하게 꿰뚫고는 그대로 지면에 꽂히는 그것.
순간적으로 엄청난 빛무리와 함께 사방의 모든 것이 하얗게 점멸했다.
잠시 뒤 보이는 것은 백수십키로 상공으로 치솟은 버섯구름과 충격파로 뒤집히는 대지의 모습.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멸망의 파도가 온 대지를 헤짚었다.
발생한 지 수 개월에 전 인류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좀비사태.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인류의 멸망이 닥쳐오는 건 아닐까 하고 수많은 전문가들조차 한숨을 내쉬게 했던 그 위협적인 좀비들은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증발했다.
무려 반경으로 1000km.
좀비들이 득시글거리는 지역의 전부는 물론이고 그 너머로 아직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까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피해규모만 얼추 100여만.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반경 1000km는 단지 가르강튀아 포격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불과했고, 이 포격으로 인한 간접적인 영향은 이보다도 훨씬 멀리 퍼져나갔다.
바로 근처에 있는 곳은 규모 9.0을 훌쩍 넘기는 지진으로 인해 완전히 붕괴, 어느정도 떨어져 있는 유럽에서도 규모 5.0 수준의 지진이 보고되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유리창이 와장창 깨져나가는 것은 애교수준.
고작 1.2%의 출력을 썼을 뿐인데, 10억에 이르던 좀비들을 소멸시켰을 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지역을 초토화 시켰다. 그 충격파는 지구를 11바퀴나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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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는 대지진과화산폭발 등의 일로 전 지구가 들썩이고 있을 때, 몇몇 국가와 기관들은 이상을 감지해냈다.
일단 위성으로 지구를 봤을 때, 중동이 아예 삭제되어 아프리카와 유라시아대륙이 완전히 끊겨버렸고, 더 이상 좀비들의 존재도 감지되지 않았다. 고작해야 5%확률로 발생하는 잠복기로 인한 난리 정도일까.
하지만 그 정도는 현대국가가 충분히 케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세계가 혼란속에 빠져있을 때, 보지니아 연방제국에서 소냐의 스피커역할을 하는 보지니아가 나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내용은 심히 충격적.
월면기지와 월면도시와 함께 건설한 신병기를 시험하는 과정에서 좀비들을 소탕했다는 것이었다.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하였지만, 그것은 모든 기자들의 입을 떡 벌리게 만들었다.
“그러니까…지구 어디에 있든지…달에서 그냥 직사로 때려박을 수 있다는 거잖아…?”
예전에 미국에서 ‘신의 지팡이’라는 프로젝트를 계획한 적이 있다.
지구 궤도에 위성병기를 올린 뒤, 거기서 텅스텐 막대기를 떨어뜨려 운석충돌의 효과를 내는 무기로서, 그 파괴력이 핵 이상일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연구결과 파괴력은 예상에 미치지 못했고, 오히려 예산을 따져보면 핵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결과가 나와 결국 폐지되었다.
그런 일이 있고나서 위성병기가 실제로 건설될 거라는 생각은 잘 갖지 못하고 있었는데, 은하제국에 의해 비로소 실현되었다. 그것도 신의 지팡이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형식으로.
이 일을 접한 미 국방성은 그야말로 전의를 상실했다.
일단 스탯을 쓸데없이 분산해놓고 마땅한 보상조차 얻지 못했거니와 달에서부터 때려박는 공격은 제아무리 미국이라 해도 막을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광범위하게 퍼져있던 10억 좀비들을 한순간에 소멸시키지 않았던가. 위성에서 내려다보면 그 지역은 깨끗하게 삭제되어 있다.
이런것이 만약 미 본토에 때려박힌다면? 핵이고 뭐고간에 대적할 방법이 없다.
이 긴급한 사태에 시급히 회의를 해야했지만, 누구하나 회의를 소집하는 이가 없었다. 거대한 충격으로부터 회복될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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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있었을 줄이야. 미리 말 좀 해주시지.”
“…진작 해치울 수 있었던 걸 이렇게 끌어왔다니.”
유은과 유나는 제각각의 반응을 보였다.
소냐는 그저 나긋하게 웃고 있었는데, 유나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역시 너무나 많은 희생이 따랐기에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뭐, 그래도 이젠 잘 알겠죠. 전 세계가 다 힘을 합쳐도 우리에게 대적할 수 없다는 걸.”
“그렇긴한데 뭔가 지구쪽으로만 쏠 수 있다는 게 아쉽네요. 대우주병기로는 쓸 수 없으니.”
달은 항상 한쪽 면만을 지구에게 보여준다.
이 말은 즉 가르강튀아는 지구만을 보고 있다는 뜻이며, 지구만을 타격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물론 달과 지구사이의 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멀기 때문에 지구방향으로 있는 것이라면 지구가 아니라도 타격할 수 있겠지만, 각도로 인한 제약이 있다.
“후후.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달 반대편에도 있으니까.”
“헤?”
유은의 얼빠진 얼굴이 귀여웠는지 소냐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대지구병기는 가르강튀아, 그리고 대우주병기는 데트루이어. 당연하지만 데트루이어가 최대출력도 훨씬 높고 사거리도 길답니다.”
“언제 그런걸!”
유은이 그녀의 품에 안기며 젖무덤 속에 얼굴을 문질렀다.
자신이 무림에 가 있는 사이 이렇게 살림을 잘 해놓다니. 대충격!
“그나저나 이제 진짜지구를 통합할 때가 된 건가? 솔직히 우릴 대적할 수 있는 곳도 없잖아? 미국이래봤자 달에서 때려박겠다는데 별 수 있겠어?”
무섭기짝이없는 소라의 말. 하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설령 유은을 비롯한 초고수들이 없다 해도 이미 은하제국은 그들을 제외한 지구의 총역량을 훌쩍 넘어섰다.
아니, 그 이전에 바르카나를 개조한 시공전함 육림이 나온 시점에서 이미 지구의 운명(?)은 다했다고 볼 수 있다. 딱히 적극적이지 않은 유은의 성향으로 인해 지금까지 살아남았을 뿐.
“으음.”
유은은 소냐의 젖에 얼굴을 묻은 채 잠시 생각했다.
그동안 지구 전체를 장난감처럼 생각하며 놀고 있었지만, 이젠 슬슬 정리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미 은하제국을 천명했다는 것부터가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인데, 그동안 너무나 신사적(?)으로 행동해왔다.
“좋아.”
“뭐가?”
“생각해보니까우주는 넓잖아요? 바르카나 같은 외계인도 얼마든지 있을 거고. 그들로부터 지구를 수호하려면 일단 지구가 통일돼있어야 할겁니다.”
“그냥 점령한다고 하면 되지 뭔 말이 많아.”
“헤. 어쨌든 최소한의 명분정도는 말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에휴. 그래요 그럼. 이참에 확실히 통일해버리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나을 것 같기도 하네요.”
너무나 많은 인명피해가 순식간에 발생해서일까, 유나는 지쳐버린 모양이다. 통합전쟁이 일어나면 분명 큰 피해가 발생할텐데 말릴 생각조차 없어보인다.
“일단 평화적으로 해 봐야죠.”
“평화아? 어떻게?”
“무력시위도 보여줬으니 혹시 알아요? 넌지시 던져보면 물어올지.”
“으음…글쎄. 과연 그럴까?”
다들 회의적이었지만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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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어둠이 자리한 밤.
마당에서 홀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남자는 흰머리가 수북한 중년이었다.
분명 처음 당선될 때만해도 거뭇한 머리와 나이에 비해 상당한 동안을자랑하던 인물이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늙어버린 걸까.
“결국 이렇게 되는건가.”
그는 대한민국, 아니 한민족의 부흥과 생존을 위해 그 작은몸을 바쳐왔다.
그것 하나만을 위해 온갖 오욕을 뒤집어쓰는 걸 감수하고 수많은 일을 벌여왔고, 심지어는 한사랑과 짜고 국가를 전복시킬 계획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한사랑은 대차게 배신을 때리며 연락을 끊었고,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세계쪽에 독자적인 거대세력을 구축했다고 한다.
그녀가 있어야만 그가 원하는 이상을 이루고 마침내는 큰 인명피해없이 은하제국에 안착할 수 있는 것인다.
그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그렇다고 그녀를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것이, 그녀는 유은의 애인이다. 건드렸다간 본말전도.
이러니 흰머리가 안 나겠는가. 머리숱이 건재한 것만 해도 다행인 참이다.
“엄청난 피가 흐르겠어. 이 땅에….”
몸에 해로운 담배가 오늘따라 왜 이리 달콤한지.
그는 담배연기가 가득 머금어진 한숨을 내쉬었다.
몇 시간 전, 은하제국의 외교라인을 통해 유은의 뜻이 전달되었는데, 세상에 지구통합을 생각하고 있단다. 대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일단 각 주요국가에 의사를 묻고 있다는데, 말이 묻는 거지 사실상 협박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한민족의 항구적인 번영을 꿈꾸는 그로서는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자발적으로 은하제국 산하에 들어가는, 사실상 식민지가 되는 것을.
아마 엄청난 반발이 있을 것이다.
시위도 일어나겠지.
쿠데타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야한다.
지금 그들에게 속하지 않으면 추후 일어날 대전쟁에서 수십배는 더한 피를 흘리게 될 테니까.
혹시라도 좀비들을 소멸시킨 그 대행성병기를 맞게 된다면?
이 작디작은 한반도는 그냥 지구상에서 삭제될 것이다.
대적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음의 극치인 것이다.
“후우.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런지. 두렵구나 두려워.”
자꾸 내쉬어지는 한숨 만큼이나, 담배는 빨리 타올랐다.
어느새 조그맣게 쪼그라든 그것.
그는 한 개피 더 피울까 하다가 고개를 내젓고는 작아진 담배를 발 앞으로 버렸다.
꾸욱.
처참하게 짓밟힌 담배는 곧 제 몸을 다 까뒤집으며 가루들을 쏟아냈다.
“대통령님.”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