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8화 〉41. 헬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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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리에 스탯을 모아 대 은하제국 대책을 세우려 했던 미국은 크게 두 가지 방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첫째는 모인 스탯을 모조리 한 명에게 부여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여려명에게 분산시키는 것이었다.
모두 장단점이 있었지만, 스탯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보통 전자를 지지했다. 공방 시스템 특성상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모여도 더 높은 공방을 가진 사람을 이기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내에서도 점차 전자의 의견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는데, 이번 좀비사태가 발생하면서 큰 딜레마가 생겨났다.
이미 십억을 넘는 규모로 성장해버린 좀비들과, 그들 사이에서 태어나는 변종 생명체들은 이미 순수 군사력만으로 제압하기에는 한계에 도달하였고, 심지어 핵을 들이붓고 있는데도 효과는 미진했다.
결국 스탯을 기반으로 하는 모험가들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도 여의치 않은 것이 좀비떼의 규모가 너무나 엄청나기 때문에 어지간한 스탯 가지고는 택도 없다는 것이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공방 100만 이상의 모험가 100여명을 동원하여 거대좀비와 같은 변이체들을 처리하게 하고, 동시에 현대병기를 총 동원하여 나머지 좀비들을 소탕한다면 이 사태를 진압할 수 있다.
물론 1명에게 몽땅 몰아주어도 어느정도 효과가 있겠지만, 그래서는 시간이 부족하다.
한 명에게 스탯을 몰아주어 조금이라도 은하제국과 대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느냐,
아니면 지금 당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스탯을 분산하여 인류를 위해 사용하느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것.
그러나 대통령은 결국 결정을 내렸다.
미국이 설령 은하제국에 대항할 수 있게 된다 해도 인류 그 자체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
그리고 은하제국이 물러선 지금, 미국이 전 인류를 위해 힘을 기울인다면, 미국으로 인해 위기를 벗어난 국가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뭉치고 타도 은하제국을 위해 결집할 것이다.
각 나라마다 인구가 있고, 던전이 있다.
누구나 던전에 들어가면 스탯이 생기는 만큼, 조금 무리한 방법을 사용한다면 어떻게든 스탯을 긁어모을 수는 있다.
모든 나라가 미국을 위해, 그리고 타도 은하제국을 위해 희생을 감내한다면, 지금 소모하는 1억 남짓의 스탯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극도로 표출되는 분노는, 인간으로 하여금 희생을 감수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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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MERICA FORCE! 줄여서 A-FORCE. 이것이 귀관들의 이름이다.”
미리 선발과정을 거쳐 대기하고 있던 대상자들.
1명이냐 다수냐를 두고 오랜기간 고민해온 만큼, 그 수는 꽤 많았다.
그 중에서도 101명을 뽑아 최종적으로 스탯을 부여하기로 했다.
“귀관들에겐 각각 100만씩의 스탯이 지급될 것이다. 이후 본인의 직업에 걸맞는 스탯을 전문가와의 상의 하에 부여하면 된다.”
스탯을 부여받기로 한 이상, 101명의 목숨은 미국의 것.
모든 활동에는 신분을 가릴 수 있는 복장을 착용해야 하며, 이름은 사라지고 각자의 가명으로 불리게 된다.
“앞으로 최종 테스트를 진행할 거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1인에게 추가로 2천만 개의 스탯을지급하여 A-FORCE의 총대장, 캡틴 아메리카로 삼는다.”
“…!”
진부하고 유치하기 짝이없는 네이밍이었지만, 대상자들은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100만개만 해도 엄청난 양인데, 무려 2천만 개나 추가로 지급한다니. 무조건 캡틴 아메리카가 되어야만 한다!
“그럼 스탯 지급을 시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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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 설명을 듣고 스탯지급까지 받은 대원들은 군인들의 통솔하에 무기고로 향했다.
선두에서 그들을 이끄는 자는 지금껏 설명하고 스탯을 지급했던 칼슨 대령.
그는 아직도 할 말이 많은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귀관들의 첫 임무는 현재 중동을 중심으로 세계를 위협하는 특수 좀비들을 소탕하는 거다. 아마 일반 던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난이도일테지.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장비와 무기가 필요할 것이고.”
철컹!
한참을 걸어가다 마주친 거대한 문이 때에 맞추어 좌우로 열렸다.
어찌나 크고 거대한지, 열린문틈 사이로 희뿌연 증기 같은 것이 뿜어져 나왔다.
거의 다 열려갈 즈음, 칼슨 대령이 뜬금없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기간트!!”
“…??”
“현재 우리 조국이 극비리에 개발중인 최첨단 신병기.”
쿠궁.
완전히 열린 문 너머로 군화를 퉁퉁 내딛으며 군인 그 자체의 걸음걸이로 걸어가는 그.
미합중국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뭉친 인간이었다.
“!!”
“비록 프로토타입에가까운 양산형이지만, 귀관들의 스탯과 저 병기들이 있다면 좀비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무슨!”
문 너머는 거대한 창고 같은 것이었다.
은하제국이 지하에 국가규모의 시설을 건설했다면, 미국은 넘쳐나는 땅을 활용하여 대규모 병기창고를 만들었다.
엄청난 넓이의 시설.
그 좌우로 거대한 로봇 같은 것이 스팀을 내뿜으며 쭈욱 도열해 있었다.
그 키는 족히 15미터.
영화에서나 보던 대형 로봇이 눈 앞에 있었다.
휘익!
칼슨 대령이 멋들어진 동작으로 대원들을 향해 뒤돌았다.
“기간트를 최고성능으로 운용할 때 파일럿에게 가해지는 평균 중력가속도는 약 24G. 귀관들과 같은 규격 외의 스탯을 지닌자가 아니라면 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는 입을 떡 벌리고 있는 대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설명이 이어질수록 대원들의표정엔 흥분과 기대감이 떠올랐으며, 점차 애국심이 고취되었다.
“귀관들은 이제 미합중국의 희망이자, 인류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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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마침내 스탯을 사용했습니다.”
전 세계에 무수히 깔린 연방제국의 눈.
보지니아는 외관상 인간과 차이점이 전무하기 때문에 구별하기가 몹시 어려웠다.
그나마 차이점이 있다면 너무 아름다워서 이질감이 생긴다는 것 정도? 하지만 이건 높은 스탯을 지녀 극도의 미를 지닌 모험가들에게도 나타나는 특징인데다, 얼굴을 가려버리면 의미가 없어진다.
그런주제에 신체능력이나 지능은 인간보다 월등하니 평범한 방법으로 이들을 색출해내는 건 거의 불가능.
때문에 연방제국에서는 자국에 남아도는 보지니아들을 적극적으로 외국에 파견하여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는데, 가장 신경쓰고 있는 지역이 바로 미국이었다.
“그래요? 어떤 방식으로?”
소냐가 안경을 벗으며 신문을 접었다.
여전히 신체나이 18세라는 어린티가 나는 외형이었지만, 타고난 기품과 색기는 어디 가지 않았다.
“폐하의 예상대로 총 101명으로 나누어 100만개씩 지급하였고, 추후 테스트를 통해 1명에게 추가적으로 2천만 개의 스탯을 부여한다고 합니다.”
“흐음. 그렇게 구체적으로 예상한 적은 없는데. 어쨌든 몰아주진 않았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소냐는 작게 미소지었다.
역시 예상대로.
한 명에게 1억이 넘는 스탯을 몰아주게 되면 은하제국 입장에서도 상당히 번거로워진다.
제아무리 제국이라 해도 모든 보지니아, 모든 국민, 모든 시녀에게 순간적으로 1억을 상회하는 스탯을 부여하는 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때문에 저렇게 무지막지한 스탯을 보유한 인간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날뛰게 되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무한정으로 스탯양산이 가능한 제국측이 승자가 될 수밖에 없겠지만, 그동안은 어느정도 긴장을 해야한다.
하지만 100명으로 나누어 100만개씩 지급했다면? 그런 애들을 처리할 수 있는 강자는 보지니아 연방제국 모든 지역 모든 마을에는 물론이고 은하제국과 심지어 후지산 자치령 곳곳에도 널려있다. 신경 쓸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럼 이제 국제정세만 보면 되겠네요. 아마 그쪽에서도 그걸 생각해서 이런 결정을 내린 걸테고.”
은하제국이 좀비사태 개입을 거부하면 인류의 온갖 증오가 이쪽으로 쏠리게 된다. 그때 미국이 이를 해결하고 ‘사실 좀비바이러스는 은하제국이 만들어뿌린 것이다!’같은 식으로 선동하면 안 그래도 이미지가 쓰레기인 은하제국에 대한 증오는 더 깊어지고,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거대한 연합세력(안티 은하제국)을 형성하여 마침내 소모한 스탯보다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
애석하게도 이것은 소냐가 이미 계산해둔 바였다.
만약 은하제국, 나아가 유은의 이미지가 지금처럼 쓰레기가 아니었다면 이번 개입거부의 이유에 대해 조금이라도 깊게 생각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진짜로 소냐가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은은 대외적으로 섹스 외에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색마 쓰레기에 불과했고, 그의 지휘를 받는 은하제국도 대충 비슷한 느낌이었다.
때문에 은하제국이 좀비사태에 대한 개입을 거부해도 ‘뭐 큰 이유가 있겠어?’ ‘그럴 줄 알았다’식의 반응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오산!!
비록유은은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가 거의 맞지만, 유은 자신도 이를 알기 때문에 정치는 소냐를 비롯한 부인들과 시녀들에게 일임해둔 상태다.
“투입은 언제쯤 한대요?”
“3일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거리가 있는데다 고방사능 지역이라 대비가 필요하겠죠. 물론 그 이상은 지체할 수 없을 겁니다.”
“3일….”
대장벽이무너진 지금, 좀비들을 억제하는 건 이미 한계이기 때문에 3일 이상 지체하는 건 개입포기나 마찬가지. 이미 스탯을 써버린 미국으로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쉽네. 지금 투입돼 있었으면 함께 처리할 수 있었는데. 어머! 있는 줄 몰랐어요. 미안~ 이러면서 후후.”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미국의 스탯을 분산시킨 것만 해도 큰 수확이다.
이미 스탯을 사용했는데, 그걸 이용해서 좀비사태에 개입하기도 전에 사태가 끝나버린다면 미국은 아무 의미없이 스탯을 분산시킨 꼴이 되고, 그걸 다시 합치려 해도 막대한 수수료를 부과해야 한다.
스탯을 모을 때 지불된 수수료는 제외한다 쳐도, 대원들에게 지급할 때 벌써 인당 10만의 수수료(10%)가 발생했다.
그런데 그걸 다시 모아서 한 명에게 몰아준다?
그들에게서 스탯을 뺄 때 10%를 또 지불해야 하고, 한데 모아서 한 명에게 줄 때 또 10%를 지불해야 한다.
대충 계산해도 인당 18만 가량의 스탯을 오직 수수료로만 날려먹는 셈이니 전체적으로는 2천만에 육박하는 손실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손실(수수료)은 고스란히 유은의 계좌로 입금되는 것이고.
“더 볼 거 없겠어. 『가르강튀아(Gargantua)』가동하세요. 목표는 중동.”
“예. 가르강튀아 가동하겠습니다.”
유은이 없는사이 달에 건설된 기지와 도시.
그리고 그와 함께 건설된 대지구 병기.
달은 항상 같은 면만을 지구에게 보여주기 때문에 지구를 바라보는 면에 거대한 행성병기를 건설해두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를 일직선으로 타격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지구의 자전에 따른 시간에 맞추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르지만, 다행히 중동은 지금 당장 타격할 수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뭐라 말할까요? 개입은 하지 않는 걸로 다들 알고 있을 텐데.”
“그냥 신형병기 시험하는 겸 겸사겸사 때렸다고 해요.”
“네 알겠습니다.”
약 2분여 뒤,
“가르강튀아, 가동시작했습니다.”
시녀의 보고와 함께, 소냐가 있던 방 사방에 무수한 화면이 떠올랐다.
월면기지에서 대지구 병기 가르강튀아를 조정하며 보는 화면들과, 외부에서 가르강튀아의 모습을 보여주는 화면 등등. 수십개의 화면이 떠올랐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화면은 가르강튀아 본체를 비춰주는 것.
마냥 보고있는 거라면 어마어마한 크기의 대병기(大兵器)에 가슴이 웅장해지겠지만, 저것이 지구를 타격하기 위한 병기라는 걸 안다면 온 몸에 소름이 돋을 것이다.
포구의 직경만 무려 2Km. 포신의 길이는 에베레스트 높이의 2배를 상회하는 20km에 달했다.
구구구구.
분명 화면을 통해선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는데,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절로 온사방이 진동하는 느낌.
Sf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지만 현실이다.
“출력은 어느정도면 되겠어요?”
소냐의 물음에 현장 지휘관이 보고했다.
-1%면 반경 800km를 초토화 시킵니다. 대부분의 좀비가 지면과 함께 증발할 겁니다.
“그럼 확실하게 1.2%로 하죠. 충분하겠죠?”
-그러면 인간구역도 어느정도 피해를 입게됩니다.
“그 정도는 상관 없어요. 1.2%로 하세요.”
-예. 가르강튀아 출력 1.2%
-출력 1.2%!
우우우웅 - !
역시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받침에서부터 포신까지, 마치 전류가 이어지는 것처럼 빨간 불이 줄무늬마냥 들어왔고, 그 세기가 극에 이르렀을 무렵, 일직선으로 뻗어있던 포신의 껍데기가 마치 꽃잎처럼 펼쳐졌다.
그리하여 드러난 진짜 포신은 군데군데 길쭉한 홀이 뚫린 모습으로, 그 틈 사이로 희뿌연 수증기 같은 것이 나와 인위적으로 생긴 바람 때문에 한쪽 방향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포탄도 살짝 보였는데, 언뜻 보기에 길쭉한 철제막대기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순수한 에너지체. 극도로 응축되어 어떤 ‘물체’처럼 보일 뿐이다.
-출력 안정, 기관 안정, 동력 안정, 올 그린. 발사 가능합니다. 전원 충격대비.
소냐가 책상 위 선글라스를 손에 쥐고 일어났다.
“이제 제대로 알려줄 때가 되었죠. 저 무지하고 오만한 인간들에게. 신의 강림을.”
선글라스를 끼며 창가쪽을 바라봤다.
“소멸하세요.”
쿠궁!
격렬하게 흔들리는 화면.
포신 주변의 땅이 완전히 뒤집어지며 한 차례의 거대한 폭풍이 달 표면을 휩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