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6화 〉41. 헬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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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은 통일되었다.
나아가 황제가 사라지고 황후와 황녀가 범해지면서 명나라도 붕괴했다.
대고려는 이를 기회삼아 40만 대군을 일으켜 왜국 원정을 시작했고, 유은의 관심은 거기서 끊겼다.
하고자 하면 더 할 수도 있겠지만 지구에서도 심한 일이 일어난다 하고, 또 슬슬 부인들이 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무림맹과 황실을 무너뜨리고, 나아가 흑천맹과 각종 정사파간의 거대문파들을 무너뜨리면서 약 3만 명에 달하는 무림인 시녀를 얻게 되었는데, 유은은 이 중에서 화중화(花中花) 1,000명을 뽑아 여세린이 관리하는 ‘무림시녀단’을 만들고, 명나라 황족과 고위 관료들의 가족들 중에서 참한 여인들을 뽑아 새롭게 ‘황실구강단(육변기)’으로 편성했다. 이들을 관리하는 화육대장은 현재는 후지산 자치령으로 불리는 구 일본의 빼앗긴 황족, 세이코가 맡았다.
그렇게 따로 편성된 무림인들은 다른이들과 달리 현대로 넘어와 유은의 시중을 들기로 했고, 나머지 3만 무림시녀와 지구에서 파견나오는 인프라 관리팀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이쪽 지구(이하 무림지구) 전체를 시녀생산공장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그렇게 현대로 넘어온 유은.
강남에 있는 무역센터 - 이세계게이트를 통해 먼저 1천 명의 무림시녀단과 황실변기들을 내보내고, 마지막으로 유은을 비롯한 서현, 루크레시아, 구예나, 은소령 등의 주요 인물들이 튀어나왔다.
“좀 빨리빨리 다녀라. 등짝 맞고 싶니?”
“우리 유은씨 야윈 거 아냐?”
그가 나오자마자 보인 것은 세 부인의 마중.
그녀들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반갑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고 아무튼 그런 얼굴.
“마망!”
유은은 두 팔을 벌리며 몇 개월만에 만난 여인들에게 달려갔다.
그리고는 한팔에 세 여인을 끌어안고 가운데에 있는 소냐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어머, 우리 오빠가 왜 이럴까? 갑자기.”
귀엽다는 듯 그의 머리를 쓰다듬는 소냐와, 시원하게 등짝을 갈겨주는 소라. 그리고 입술을 연신 달싹이며 손을 뻗었다 회수했다를 반복하는 유나.
비록 지구는 좀비로 인해 개박살이 나며 은하제국에 대한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지만, 이 순간 그것을 신경쓰는 인물은 없었다. 심지어 유나조차.
“…어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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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은 복귀하자마자 부인들과 시녀들을 모아놓고 상황을 들었다.
일단 은하제국에 대한 것으로는, 달에 기지를 짓고 10여만의 보지니아를 보내 생활하게 하면서 달의 일부를 영토화하는데에 성공하였고, 보지니아 연방제국에 궤도 엘리베이터를 착공함과 동시에,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우주쓰레기 제거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또 광활한 지하기지에선 추후 궤도 엘리베이터 완공 후 짓게 될 우주도크와 우주 조선소의 파츠들을 개발 및 건조하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기술이 개발되고 새로운 시설이 건조되었지만 생략.
“좀비에 관해서 유나씨한테 얼핏 들었는데, 지금은 어때요?”
“말도 마라. 난리도 아냐.”
“? 분명 중동쪽에서만 터졌다고 들었는데….”
“그랬었지.”
그때 듣기로는 분명 중동전 때문에 처리가 안 될뿐이지, 국제사회에서 개입하면 분명 진압될 거라고 했었는데, 뭔가 분위기가 다르다.
“중반부터 이상한 개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해서, 결론적으로는 진압에 실패했어요. 중동을 봉쇄해서 가두려던 계획도 실패했고요. 현재는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해서 추산으로만 12억 가량의 희생자가 생긴 상태에요.”
“세상에.”
12억이라니. 거의 서현이 중국을 쓸어버리고 10억 보지니아를 만들 때와 맞먹는 피해량이 아닌가.
그나마 보지니아 사태때는 인간이 보지니아로 대체된 것에 가까워서 경제적 피해는 어느정도 막아낼 수 있었는데, 이번 좀비사태는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순전히 손실이다.
“우리가 개입했다면 진작에 진압됐겠지만, 제 옆에 앉아계신 어느 위대한 분께서 극구 반대하시는 바람에 번번히 막혔죠.”
소냐를 살짝 흘기는 유나.
소냐도 지지않고 혀를 찼다.
“아직도 그러니. 성장하렴 유나야.”
“익…!”
“아무튼 지금은 그런 상황이라는 거죠?”
“…그래요. 전 인류적 재난이에요. 은하제국은 거의 우주쓰레기가 됐고요.”
“뭐, 그러는 와중에도 이민은 엄청나게 잘 오지만요. 훗.”
개 쓰레기지만 안전지대.
그것이 바로 현재 보지니아 연방제국과 은하제국에 대한 인식이었다.
지난 세월동안 전 세계적으로 벌인 패악질과 우주적 민폐, 그리고 명백히 해결할 수 있는 일에 나서지 않아 엄청난 인명피해를 방조하는 괘씸한 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살기 위해서는 이쪽으로 가야 한다.
실제로 보지니아 연방제국의 끝이라 할 수 있는 티벳을 통해 엄청난 수의 난민이 밀려들고 있었고, 은하제국의 영토인 인천 일부와 강남에도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이 몰려왔다.
물론 이것은 식민지인 후지산 자치령에도 해당되는 이야기.
“지금까지 보지니아 연방 제국으로 넘어와 난민신청한 이가 벌써 6천만 명에 달하고, 인천을 통해 은하제국으로 들어온 사람은 약 380만 명, 후지산 자치령으로 들어간 사람은 1270만 정도 돼요. 합해서 8천만 명에 육박하는 거죠.”
“워매….”
“그리고 한반도도 어쨌든 보지니아 연방제국과 은하제국, 후지산 자치령에 둘러싸여 있다보니 이쪽으로도 사람이 몰리고 있어요. 특히 대한민국으로.”
“아…그러네요 확실히. 근데 대한민국 만으로는 너무 좁지 않나요? 북한은 뭐 가는 거 자체가 말도 안 되고.”
이미 인구밀도 폭발인 지역인데 더 받을 여력이 있긴 한 건가.
“그래도 살려고 발버둥치는 인간을 몰아내는 건 민주국가에선 힘들죠. 특히 한국에는 감정적인 국민이 많아서…한국정부에서 벌써 울며겨자먹기로 500만 명 가량 받았어요.”
“히익.”
한국 인구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
이걸 다 감당할 수 있긴 한건가?
유은은 이 역대급 사태에 황당함을 느끼는 한 편, 알 수 없는 요상한 고취감을 느꼈다.
“진짜 지구는 나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
“그러게요. 우리 유은씨 없었으면 아무것도 못하고 다 죽을 텐데 아직도 뻗대는 게 어이없죠. 후후.”
사악하게 웃는 소냐와, 얼떨떨하게 웃는 유나.
“아, 근데 생각해보니까 미국도 안전하지 않아요? 대륙이 다르니까 중동에서 시작된 좀비라면 퍼질 이유가 없을 거 같은데.”
“그게….”
미국은 모든 이민자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그 뿐만 아니라 민간인의 항공 이용도 금지, 선박 이용도 금지 시켰다.
오로지 국내선만 이용 가능한 폐쇄국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같은 대륙에 있는 캐나다, 멕시코, 남쪽에 있는 남미국가등에도 국경폐쇄의 압력을 강하게 넣고 있다.
“아니 왜….”
“잠복기가 있는 개체도 있거든요. 이미 몇몇 국가에서 사례가 발견 됐어요. 난민 속에 섞여 있다던지.”
“어…그럼 위험한 거 아닌가.”
무려 8천만 명에 달하는 난민을 받았는데 그 안에 좀비가 있다면??
“우린 괜찮아요. 나노로봇을 주입하면 좀비 바이러스를 격퇴할 수 있고, 변이하지 않아요. 최우방국인 한국에도 제공하고 있죠. 딱 필요한 만큼만.”
일종의 백신이랄까.
이미 좀비가 되어버린 사람은 죽은자이기 때문에 효과가 없지만, 변이하기 이전이라면 몰아낼 수 있다.
간략한 보고를 받은 유은은 자신이 무림에서 얻은 성과(?)들을 말해주곤 함께 저녁식사를 마친 뒤, 오랜만에 부인들과 회포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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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렘궁의 궁주이자 은하제국의 상제인 유은의 귀환.
사실 강남을 중심으로 한 하렘궁을 편의상 은하제국으로 부르긴 하지만, 정확히 하자면, 옛 중국의 영토를 차지하고 있는 10개의 국가가 연합하여 형성된 ‘보지니아 연방 제국’과, 강남과 인천 일부를 영토로 두고 있는 ‘하렘궁’, 그리고 식민지가 되어버린 ‘후지산 자치령’ 이 세 국가 및 기관을 한데 묶어서 비로소 ‘은하제국’이 된다.
즉, 은하제국은 유은을 중심으로 한 세력을 통틀어 일컫는 말인 것이다.
그렇기에 ‘보지니아 연방 제국’의 대표인 소냐가 ‘연방황제’가 되는 것이고, 그녀보다 위에 있는 유은이었기에 ‘상제’라 불리는 것이다.
아무튼 은하제국의 주인인 유은이 귀환하자, 세계는 한 차례 들썩였다.
인류의역대급 쓰레기가 다시 돌아온 것에 대한 혐오감과, 이 사태를 해결해 주지 않을까 하는 묘한 기대감이 공존했다.
그런 가운데, 유은의 충실한 시녀 중 한 명이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보통기자회견은 서현이 하거나 최근 몇 번은 소냐가 했었지만, 둘의 급이 너무 올라갔다.
우선 소냐는 10억의 보지니아를 통치하는 보지니아 연방 제국의 황제가 되었고, 서현은 서현대로 일본열도를 하사받아 후지산 자치령의 총독이 되었다.
그렇게 된 지 시간이 꽤 지났기에, 이제는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기엔 조심스러워진 것이다.
그리하여 새로운 시녀의 등장.
그녀의 등장은 전 세계적인 물결을 일으킬 정도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주인님의 비서업무 및 황실구강단의 대표를 맡은 세이코입니다.”
바로 충실한 육변기이자 지금은 몰락한 구 일본의 공주인 세이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