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480)화 (479/517)



〈 480화 〉40.역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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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여식들의 도망사건은 루크레시아와 은소령이 야자권을 얻고 팽소련과 유이가 처벌을 받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다.
그와중에 팽소련은 유은의 주먹 10대를 견뎌내는 기염을 토했고, 덕분에 유이는 맞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엄청 범해지긴 했지만.


야자권은 추후 무림정벌이 완료되면 주기로 하고, 일단은 정벌을 속행하기로 했다.


이미 무림맹과 근방의 거대문파들을 파쇄하면서 3만에 이르는 대병력, 그것도 모두 여무사 출신 시녀로 이루어진 전력을 갖추게  유은은 고민 끝에 군을 둘로 나누었다.
본래 사파의 총본산인 흑천맹 본부가 있는 사천과 명의 황성이 있는 순천부쪽은 직접 가려 하였지만, 서로 정반대의 방향인데다 군대까지 이끌고 가기에는 -  군대가 아무리 무림인으로 이루어진 집단이라 해도 -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였다.

“내가 1만을 이끌고 베이징쪽을  테니까, 여세린이 1만을 데리고 사천쪽으로 가서 정리해. 그리고 사방에 퍼져있는 거대문파들은 나머지 1만을 쪼개 별동대를 조직하는 걸로.”

정파에 비해 점거하고 있는 면적이 넓은 사파였기에, 자연스레 소속 거대문파도 사방에 흩어져있다.
때문에 대규모 군을 이끌고 이들을 모두 처리하기에는 시간상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고, 더 이상 그만한 시간을 투자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호. 본녀보고 흑천맹의 맥을 끊어라? 참으로 짖궂은 아이로구나.”
“바람은 피지 말고.”
“흥. 네녀석 말고 다른 남자에게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럼 잘 됐네. 남자는 전부 죽이고 여자만 사로잡는 거야.”

여세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그렇게 하긴 했지만 이화궁도 몰락한 마당에 흑천맹 따위에 정 같은 건 없었다.


“주인님, 그런데 순천부쪽은 대고려와 거의 지척인데, 이참에 대고려도 밀어버리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으음…지리상 그렇긴 한데 그럼 또 괜히 길어질  같잖아. 나는 날 잘 알아. 여기서 멈추는  딱 적당해.”
“…그런가요.”

서현은 뭔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지만 곧 수긍했다.
어차피 무림을 통일하고 나면 본국에서 대규모 병력이 내려와 대고려 뿐만 아니라 행성 자체를 점거할 테니 아쉬움은 그때 가서 풀면 그만.


“좋아. 그럼 서현은 가서 병력 편성  해주고, 세린은 출정준비해. 루크레시아랑 구예나는 별동대 조직하고.”
“알겠습니다.”
“별동대는 무슨. 그냥 우리끼리 가서 쳐도 이기겠구만.”
“알겠다.”

투덜거리며 나가는 구예나와 묵묵히 수긍하는 루크레시아.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도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회의실을 나섰다.

그렇게 순식간에 비어버리는 방.
남은 여인은 아무런 지령도 받지 않은 은소령 정도였다.

“난 뭐냐. 아무것도 안 시키면 좋긴 한데.”

임서현도 나갔겠다, 슬그머니 담배를 꺼내며 불을 붙인 그녀가 유은의 책상 위에 걸터 앉았다.

“우리 소령쨩은 소령쨩이니까  옆에 있어야죠.”
“그래? 그럼 하나 물어보자.”
“?”
“그 야자권이라는 거, 정말 내가 주인으로서 명령할 수 있는 거지?”


음흉한 미소.
뭔가 노리는  있는 모양이다.

“…뭘 시킬 건데요? 저한테 뭘 바라시는 거죠??”
“새끼가 지는 온갖 지랄 다 하면서 쪼는  봐라. 어이없네. 걱정 마. 너한테 욕망 같은  없으니까.”

꿈깨라는 듯이 손사레를 치고는 담배연기를 내뿜는 그녀.
마치 영화의 한장면 같다.


“임서현 걔는 니 시녀니까 내가 하루동안 주인이 되면 명령도 내릴  있는 거잖아? 그지?”
“뭐…개념상 그렇긴 한데…아니 근데 야자라는 게 원래 그런 거였나? 뭔가 쓸데없이 일이 커지는 느낌인데.”
“대충 그런 걸로 치자고. 그럼 나중에 그년 하루만 빌린다?”
“너무 이상한  하면 안 되는데.”
“설마  없고연약한 내가 죽이기야 하겠냐. 걱정 마셔.”

그녀는 키득키득 웃었다.

“각오해라임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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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또 무엇인가..”

일전의 충격적인 보고로 인해 뒷목을 잡고 쓰러졌던 황제.
그가 다시 복귀했을 때, 또다시 암울한 얼굴의 신하들이 몇몇 올라와 있었다.

그들은 초췌한 몰골의 황제를 보고 머리를 조아리더니 차마 본인의 입으로 말할 자신이 없어 조용히 보고서만을 공손히 머리 위로 올렸다.
내시가 이를 받아 황제에게 바쳤다.


“….”

망설이는 그.

주예령이 이끄는 정예 금의위와 동창의 무인들, 그리고 수만의 중앙군이 궤멸하고 무림맹의 주력조차 전멸한 게 불과 며칠 전 일이었다.
 와중에 주예령은 적에게 포로로 잡혔으니 아마도 눈 뜨고 못 볼 꼴을 당하고 있을 것이 분명.


당연하지만 아직 그녀를 되찾아오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  다시 급보라니. 심지어 이번엔  가지였다.

그래도 황제라고,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두루마리 하나를 집어 들었다.

“….”

내용은 역시나 암담하고 또 참담.

주력군이 궤멸한 무림맹이었지만, 그때만 해도 여전히 정파무림은 건재했고, 아직 대고려방면을 지키고 있는 병력도 있었다.
하지만 하렘궁의 공격에 의해 결국 무림맹이 함락되었고, 근방 성에 있던 거대문파와 명문세가들이 멸문, 결국 정파의 맥이 끊어졌다.

남자 무사들은  자리에서 즉시 처리되거나 인간포탄, 인간방패 정도로 사용되었고, 여자들은 모두 끌려갔다.



여기까지만 해도 참혹하기 그지없는 소식이었지만, 결정적인 건 마침내 하렘궁이 이곳 순천부의 황궁을 향해 진군을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허윽!”
“폐,폐하!!”

뒷목을 잡는 그.
하지만 이번엔 쓰러지진 않았다.
가까스로 버텨내며 달려오려는 신하들을 제지하곤 나머지 두루마리를 집어들었다.


이번엔 중원이 아닌 고려의 소식.
그것도 두 눈이 번쩍 떠지는 일이었다.


“고,고려가 군을 일으켰다고???”

물경 40만 대군.
그만한 군대는 평시에도 막기 힘들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더더욱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행히 대고려의 군세는 명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왜를 정벌하려는 것이었군…후….”

놀란 심장을 다스리며 천천히 읽어내려간다.



대고려는 이번 기회에 매번 뒤를 거슬리게 하는 왜를 완전히 정리하고 본국의 영토로 편입할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고려의 무림에칙령을 내려 맹을 결성하게 하였다.
그 결과가 신생 무림세력인 제가연맹.
북해빙궁, 한양이가, 해동검문, 모용세가 등의 거대문파가 뭉쳐 고려 독자적인 무림의 맹을 맺었으니, 이는 대왜 정벌 때 명이 감히 요서를 넘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소식을 들어보니 명에선 대대적인 반란이 일어나 도저히 고려를 침략할 여력이 없었고, 이를 기회삼아 대왜정벌 일정을 조금 앞당긴 것이다.
물론 혹시라도 가능성이 남아 있으니 제가연맹과 요동 요서의 지방군에겐 일종의 계엄령을 내려둔 상태였다.

“고려는 아직도 힘이 넘치는 구려. 불과 얼마전 까지 내전이 한창이었거늘.”
“폐하, 외람된 말씀이오나,  정도 군대는 우리 대 명 역시 얼마든지 일으킬 수 있사옵니다.”
“그러면 무엇 하는가. 활용할 수가 없는데! 코앞에 있는 역도들조차 물리치지 못하면서!”
“그것이….”


황제는 안절부절 못하며 두루마리를 던져버렸다.
물론 신하의 말처럼 명나라 역시 얼마든지 수십만 대군을 운용할 수 있다. 심지어 장부에는 200만이 넘는 병력이 기재되어 있을 정도.
하지만 기록만 그럴 뿐 실질 동원력은 그의 몇 분지 일에 불과하였으며, 설령 온전히 징집한다 해도 하렘궁이 코앞에 와 있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황궁이 역도들에게 점거되고 나면 병력이 얼마나 많이 있든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게다가 지리적으로도 불리하다.
대고려를 견제하기 위해 수도를 순천부로 옮긴 것이 지금에 와선 여러모로 패착.
뒤에는 고려가 있고 앞에는 역도들이 있으니 마치 궁지에 몰린 쥐와 같은 형국이 되어 버렸다.



“차라리 고려가 일으킨 군을 빌리면 어떻겠는가?”
“예? 그,그것이 무슨 말씀이시온지….”
“순망치한이라 하였다. 이곳은 요서의 코앞인데, 저들이 이곳만을 점령하고 그냥 돌아간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냔 말이다. 분명 고려쪽으로도 진군할 것이다. 그리 되면 고려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지.”
“허면 고려의 군대를 들이잔 말씀이십니까?”


무려 중원의 천자가 외국의 군대를 들이자는 말을 하다니.
신하들은 경악했지만 그만큼상황이 심각하기도 했다.

“군을 들인다니! 잠시 빌리는 것이다! 먼저 천하에 칙령을 내려 군을 일으키고, 그 군이 이곳까지 오는 동안의 시간을 고려에서 벌어주기만 한다면  사태를 능히 해결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나아가 고려와의 관계도 쌓을 수 있을 터. 이것이 다시없는 상책임이 분명하다.”


아무래도 너무나 심각한 상황에 맛이 가버린 듯했다.

“폐하, 고려가 아무런  없이 도우러 올 리가 없사옵니다. 더구나 그들의 계획은 이미 왜 쪽으로 잡혀 있는 바, 이를 돌리기 위해서는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내놓아야 할 줄로 아옵니다.”
“그러니 순망치한의 이치를 들어야 한다하지 않았는가. 저들도 바보가 아니고 이치를 아는 문명인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터. 저 역도 무리들의 역류를 인지한다면 분명 우리의 요청을 받아들일 것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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