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1화 〉40.역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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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으니까 대충 정리하고 빨리 돌아와요. 여기도 난리라구요.
“거기도 난리라면 혹시 새로운 던전이라도 생긴건가요.”
-그보다 심해요.
오랜만에 유나와 통화하는 유은.
은소령의 요청대로 본국에서 가져온 설비를 이용하여 기본적인 인프라를 깔고 차원문도 개설하여 열어두었다.
덕분에 와이파이를 비롯한 통신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 기념으로 부인들에게 연락한 것이다.
문제는 이게 무림에 오고나서 첫 연락이라 처음 통화연결이 되었을 땐 온갖 쌍욕을 퍼먹었다. 특히 소라에게.
-강남던전 돌았던 거 기억하죠?
“그럼요 거기에 추억이 얼마나 많은데.”
-강남던전 같은 D급 던전에 좀비가 있잖아요. 이녀석들이 안에서는 전염능력이 없는데던전 밖으로 나오면 전염력이 생기거든요.
“엥? 설마 밖으로 나왔어요?”
굳이 그런 걸 언급한다는 건 밖으로 나왔다는 게 아닌가.
설마하니 영화에서나 보던 좀비아포칼립스가 강남에서 실현된 건가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불가능했다.
던전과 몬스터에 한정한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강남일 테니까. 고작 D급 던전에 함락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의 예상대로 다행히 강남은 아니었다.
-네. 중동에서 일이 터졌어요.
“중동…근데 그쪽도 모험가 전력은 꽤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고작 좀비를 못 막을 정도인가…석유머니 다 어디다 썼대요?”
-당신이 없는 사이 6차 중동전이 터졌거든요. 이스라엘이랑 싸우느라 그쪽을 소홀히 한 거죠. 군대고 모험가고 다 끌어다 전선에 배치했는데 마침 그 타이밍에 던전이 생겨서 방어전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어요.
“헤…좀 많이 심각해요?”
-…살짝? 솔직히 우리가 개입하면 금방 끝나기야 하겠지만 지지부진한 상태에요. UN에서도 적극적인 개입은 하지 않고 있고…D10도 뭐 그냥저냥이고. 물론 좀비가 그 도시 이상으로 퍼진다면 국제기구도 더 이상 두고보진 않겠지만…현재는 그런 상황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이상한데. 그런 사태가 터지면 앞다투어 도와주려 하지 않나 보통.”
-그렇긴 한데 중동과 전쟁중인 게 이스라엘이잖아요. 어디든 중동사태를 도와주려 하면 그 자본력과 영향력을 이용해서 압박을 해대는 통에 이도저도 못하고 있죠.
“와. 노답. 그럼 우리는요? 유대인 같은 거 신경 안 써도 되는데.”
-안 그래도 우리라도 개입하려고 했어요. 근데 우리의 위~대하신 대 보지니아 연방제국의 황제폐하께서 자꾸 캔슬하시잖아요. 뭐 어쩌겠어요. 그 인간이 안 된다는데.
보지니아 연방제국의 황제라면…소냐다.
그녀가 왜 캔슬했을까?
-아무튼, 빨리 돌아와요……보고싶으니까.
“네?”
반사적으로 반문한 순간, 전화가 뚝 끊어졌다.
전파가 원활하지 않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 유나가 끊어버린 것이다.
“…음.”
유은은 불의의 기습이라도 당한 것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상당히 묘한 느낌이 들어 혼란스러웠다.
“주인님?”
그렇게 멍하니 폰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 모습을 발견한 서현이 기이하게 여겨 다가왔다.
“뭔가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응? 아니…그냥…”
유나에게 불의의 기습을당한 유은은 본인조차 무슨 느낌인지 몰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런 말하면 되게 이상하게 볼 수도 있는데.”
“?”
“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구나 해서.”
“네?”
‘이건 또 무슨 소리지?’ 하는 얼굴로 반문하는 서현에게 유은은 ‘그냥 그렇다고’라 말하며 대충 얼버무렸다.
“그건 그렇고 점령상태는 어때?”
“아, 절강은 거의 완벽하게 점거한 상태고요, 안휘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해요.그나마도 남궁세가쪽 시녀들이 대거 유입돼서 이 정도죠.”
“으음….”
유은은 따라오라는 듯이 손짓하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향하는 복도에는 간간이 거뭇한 자국이 묻어 있었는데, 이게 다 유은의 난봉질로 인한 흔적이다.
복도를 걷다가도 먹고 싶은 여자가 지나간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범하곤 해댔으니 그로 인한 정액이나 애액, 앵혈 등이 이렇게 자국으로 남은 것이다.
유은이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앉자, 서현이 홍조를 띄운 채 유은에게 다가갔다.
“중원을 다 점령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네? 아…중원이요. 음…잠시만요.”
침대에걸터앉은 유은의 앞에서 막 옷을 벗으려 할 때, 기가막히는 타이밍으로 날아오는 질문.
서현은 입맛을 다시며 계산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무리 빨라도 1년 안엔 무리죠.”
“1년….”
“보지니아를 비롯한 현대병기를 이용하신다면 훨씬 단축하실 수 있습니다만…지금처럼 하신다면 정말 오래 걸릴 거예요.”
“으…진짜 그렇게 오래 걸리나….”
“뭐…나중에 세력이 불어난다는 걸 감안한다면 많이 단축될 수도 있겠지만…그래도 1년은 넘게 걸리겠죠.”
“무림만 즐기려고 했더니 그것도 엄청 시간이 걸리네.”
그제서야 서현은 유은의 심정을 대충 짐작했다.
부인과 통화하고 나서 중원 점령의 시간을 물어보는 걸 보니 시간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확실히 부인들도 함께 온 게 아니고서야 마냥 눌러앉아 있을 순 없는 노릇.
유은은 한참을 곰곰히 생각하다 결심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
“전격전을 벌이는 거야.”
“전격전이요?”
“응. 솔직히 마냥 100퍼센트 점령되길 기다리는 건 너무 오래걸리잖아. 그러니까 닥치고 진격해서 주요 거점들을 전부 먹는 거지.”
“아하.”
“나머지 세세한 점령은 그냥 맡겨둬도 되잖아? 굳이 내가 기다리면서까지 할 필욘 없잖아?”
“그렇죠.”
“어차피 무림은 크게 두 개로 덩어리져 있으니까 걔네들만각각 부숴주면 나머지는 여기서 얻은 시녀들 만으로도 충분히 밀 수 있을 거야.”
무림맹과 흑천맹.
이 두 무리만 격파하면나머지는 지리멸렬이다.
마침 무림맹이 있는 하남까진 고작(?) 성 하나거리.
게다가 무림맹은 고려를 견제하느라 항상 주요병력이 하북쪽으로 가 있는 상태다. 공격하기 아주 좋은 상황인 셈이다.
“그럼 일단 무림맹을 노리시죠. 관군이 그쪽으로 집결중이긴 한데,어렵지 않을 거예요.”
“그래. 일단 무림맹부터 먹고, 그 다음에 주요 거대문파를 격파하는 거야. 그런식으로 탁탁탁탁 치고 나가는 거지.”
“마침 하남 주변에 거대문파가 많이 있어요. 소림파, 개방, 화산파, 무당파, 종남파, 제갈세가, 황보세가. 무려 7개나 되죠. 그리고 하북까지 올라가시면 최전선에 하북팽가가도 있어요.”
“오. 우리 팽소련쨩의 본가잖아.”
“그 정도면 처리하시면 일단 정파쪽은 대충 점거하신 거죠. 사파영역에도 정파측 거대문파가 여럿 있지만 거리가 멀어서 여기까지 오긴 시간이 많이 걸릴 거예요.”
“그러고보니 흑천맹이 있는 사천에는 아미파가 있잖아?여자들로만 이루어진 불교문파!”
“네.”
“아주좋구만. 그럼 무림맹 먼저 쳐서 멸망시키고, 근방 주요 문파들 정리한다음에 하북팽가까지 정리하면 그 즈음 아미파를 비롯한 애들이 이쪽으로 왔을 거고, 그럼 걔네들 요격한 다음에 사천으로 쳐들어가서 흑천맹과 함께 박살내면 되겠다.”
유은은 만족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적인 보병을 데리고 전격전을하는 건 택도 없는 소리지만, 이곳은 무림.
완벽한 전격적은 무리라해도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것이었다.
“무림맹이랑 흑천맹은 내가 직접 가서 터뜨려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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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모양새는 여전하군. 이토록 화려한 전각을 쌓는다는 건, 감히 하늘에 닿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것이겠지?”
“…뭘 또 그렇게 해석하십니까.”
하남에 도착한 주예령은 이자성과 함께 무림맹을 방문했다.
그녀의 뒤로는 금의위와 동창의 무사들이 함께하고 있었는데, 그 위세가 거대문파의 정예 그 이상이었다.
“열어라.”
“…그,금의위와 동창에서 오신 분들이군요. 일단 안에 확인ㅡ,”
기별을 넣으려던 문지기는 채 말을 끝맺지도 못한 채 목이 떨어졌다.
“열라면 열 것이지. 이 나보고 한낱 평민 따위의 허락을 구하라는 것이냐?”
“!!”
즉시 발검하는 무림맹의 무사들.
주예령이 싸늘한 얼굴로 검에묻은 피를 흩뿌렸다.
“이젠 감히 금의위 앞에서 검을 뽑는구나. 분수도 모르는 것들 같으니.”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또다시 그녀의 검이 번뜩이고, 검을 뽑아든 이들은 본인이 죽는지도 모르고 목이 떨어졌다.
“…벌써부터 그러시면 어쩝니까.”
그 아찔한 광경에 이자성이 머리를 부여잡았다.
시작부터 살인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사단을 목격하고 급히 날아온 장로 중 한 명이 이 무슨 행패냐는 듯이 쳐다봤다.
무림맹의 장로 정도 되면 어지간한지방관리는 얼굴을 들지 못하는 무력의 소유자다.
그러나 금의위의 진무사이자, 황제의 먼 친척인 주예령에겐 해당없는 이야기. 황실의 직계가 아니라면 그누구도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게 할수 없다.
그녀는 한 눈에 봐도 나이가 지긋한 장로를 발로 차 넘어뜨렸다.
“꾸웩!”
“평민 주제에 어디 고개를 쳐들고 있지? 너도 죽고 싶으냐?”
“아이 참. 그러지 마시라니까….”
가까스로 이자성이 그녀를 말리고는 장로를 일으켜 세웠다.
“저분은 금의위에서 오신 주예령 진무사님이시고, 나는 동창에서 나온 이자성 첨형관이오. 맹주와 볼일이 있으니 어서 안내하시오.”
“….”
장로는 잠시 주예령과 이자성을 번갈아가며 노려보다 말 없이 돌아섰다.
“맘에 안 드네?”
그리고 분노한 주예령에 의해 내공을 일으킬 틈도 없이 등에 칼이 꽂혀 사망했다.
“아니! 대체 왜 그러십니까!!”
“고개가 뻣뻣한 것들은 쓸데가 없어.”
그건 니가 제일 심한 거 아니냐.
는 말을 무심코 뱉을뻔한 이자성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협조가 안 되지 않습니까….”
“협조? 까라면 까는 것이지 무슨 놈의 협조? 그딴 걸 바라고 예까지 찾아온 줄 알아?”
“….”
이자성은 갑자기 암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