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던전은 나만의 기회 (470)화 (469/517)



〈 470화 〉40.역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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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휘에 머무르고 있던 관군의 일부가 하남으로 이동했다.
절강의 관군과 더불어 남궁세가의 오천병력까지 허망하게 무너졌으니 일개 성이 감당하기에는 사안이 심히 중대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명정부 중앙에서는 임시로 조직을 개편하여 안휘성과 절강성을 둘러싸고 있는 강소, 산둥, 하남, 호북, 강서, 복건성에 비상령을 내려 소란을 잠재울  있게 하였다.

동시에 대고려에 사신을 보내 혹시라도 있을 침략을 미연에 방지하는 한 편 무림맹에게 황군을 도와 반동의 무리를 잠재우라는 칙령을 내렸다.

무림 입장에선 이랬다 저랬다 상당히 맘에 안 드는 상황이었지만 무려 칙령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
게다가 그들 입장에서도 이화궁에 이어 남궁세가까지 무너졌다면 도저히 그냥 방관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황실에서 결국 중앙군을 내려보낸다고 합니다.”
“후….”

무림맹주 독고월의 말에 회의실에 앉은 장로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황실에서 병력과 장수를 파견한다는 건 이 일을 일개 무림의 일로 보는 것이 아닌 국가와 황실에 대한 도전으로 본다는 의미였다.

“그리고…금의위와 동창에서도 사람을 보낸다는군요.”
“귀찮게 됐습니다 정말.”
“무량수불….”

황제 친위대인 금의위와 정보기관인 동창의 개입은 무림에서 가장꺼려하는 일 중에 하나로, 이들이 엮이면 주도권이 그쪽으로 넘어가는 건 물론이고 자칫하면 없는 죄까지 옴팡 뒤집어쓰고 옥에 갇힐 수도 있다.

이는 거대문파의 장문인이라 해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오히려 금의위와 동창에서는  문파나 세가의 장로 등등을 ‘평민 주제에 무력만 믿고 깝치는 하찮은 것들’정도로 보고 있었기에 더  좋은 취급을 당할수도 있었다.

“그래서 누가 온답니까?”
“금의위에선 주예령 진무사(鎭撫使), 그리고 동창에선 이자성 첨형관(貼刑官)이 온답니다.”
“주예령…? 설마….”
“예. ‘그’ 주예령입니다.”
“….”

장로들의 표정에 깊은 한숨이 더해졌다.

진무사는 정사품직의 고위 인사로서, 금의위 내부에서도2명 밖에 없는 입김이 상당히 강한 직책이다.
그러한 자리에 있는 사람이 오는 것만 해도 피곤한데, 주예령은 성격이 개차반인 걸로 유명했고 그런주제에 황제의  친척이라 까마득한 상관도 제대로 건들지 못하는 무소불위 그 자체였다.

게다가 본인도 무공을 익혔으면서 무림을 심히 천대했고, 심지어 나이가 훨씬 많은 장로들이나 원로들에게까지 야야거리며 하대했다.


물론 그녀도 나름 명분이 있다. 무림인이라곤 해도 엄연히 일반백성이고, 따로 작위를 받거나 관직에 진출한 게 아닌 이상 평민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녀 입장에서는 하대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그 여자, 그야말로 뼛속까지 금의위인 인간인데 참으로 피곤하게 됐습니다.”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황실의 의지.
고려에 사신까지 보낸 걸 보면 위기의식이 상당한 모양이다.

“동창도 온  보면….”
“하아….”

언제부터 무림맹의 회의실이이렇게 한숨 덩어리가 되었는지.
무림인들 입장에선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었지만  다른 수가 없었다.


“청운도사님, 사파쪽은 어떻답니까?”

독고월이 청성파의 장로에게 묻자, 그가 난감하다는 듯이 답했다.


“여전히 날뛰고 있습니다. 당가놈들을 회유하는 움직임이나, 천지사방으로 파발을 날려대는 게 심상치가 않아요.”
“듣자하니 이화궁과 잔살마가 하렘궁에 가담했다는데, 그에 대한 해명은없습니까?”

본래 사천의 흑천맹에선 이화궁을 남궁세가가 무너뜨린 것으로 오해하여 정사대전을 벌이려 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잔살마와 이화궁의 알맹이는 작당하여 하렘궁에 가담했고, 오히려  반란세력을 잠재우려던 남궁세가가 멸문지화를 입었다.


당연히 사파의 하늘인 흑천맹에선 이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와 가장 가까이 있는 청성파에서도 이렇다할 소식을 듣지 못한  보면 그쪽 내부도 상당히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일단 황실의 압박을 생각하여 관과 황실 쪽에는 사람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우리쪽에는 별 다른 언질이 없습니다.”
“흥! 사파잡놈들이 그렇지 뭐. 전형적인 강약약강.”


장로들은 혀를 차며 흑천맹을 욕하고, 독고월은 상념에 잠겼다.

‘이 정도로 일이 커졌는데 황실에서 사파놈들을 두고 볼 리는 없을 테고…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하렘궁을 처단하고 나면 우리에게 기회가 온다.’

본래 확보하고 있는 영역의 넓이 자체는 사파가 훨씬 넓지만, 자세히 보면 알짜땅은 대부분 정파가 갖고 있다.
게다가 사파진영 최대의 노른자 중 하나인 절강성을 하렘궁에게 빼앗겼으니 그 격차는 더 커졌다고 할  있다.

이런 상황에 황실까지 개입하여 사파를 눌러준다면?
이화궁이 이 일에 개입한 이상 흑천맹이 아무리 허리를 굽힌다 한들 황실의 검을 피할 순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여자들인데….’


톡.톡.


깊게 빠져든 그가 탁자를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울리고, 장로들은 맹주가깊은 고민을 하고있다는 걸 알고는 조용히 회의실을 나갔다.


‘분명 나보다 강했다.’

독고월은 이전 회의실에서 몇 번이고 보았던 서현을 생각하며 신음했다.
아름다운 자태에 가려진 무서운 무공실력.
화산파의 장로를 허무하리만치 간단하게 물리친 그녀는 분명 독고월 이상의 실력자였다.

독고월은 현재 정파무림에선 천하제일인으로 평가받는 초절정의 고수.
남궁세가의 의군자 남궁거휘보다 몇 수는 앞선다고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실제로는 두  정도 앞서는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그의 감으로는 임서현이 훨씬 강하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잔살마에게 처참히 패배했다고 했다.


‘그년이 강한 건 알고 있었지. 하지만 그 임서현이 처참하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심한 격차로 패했다면…내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고 상정해야한다.’


이미 천하제일인을 상회하는 강자가 두 명.
하지만 하렘궁에서 이화궁과 남궁세가를 상대하면서 알려진 강자는 그녀들만이 아니었다.
특히 폭렬권봉과 앵화신녀는 들리는 소문만 들어보면 잔살마 이상.

그렇다면 독고월보다 강한 고수만 벌써네 명이다.


“어이가 없는 상황이군 정말로. 기회가 될 수 있는 위기인가. 아니면 쓰러질 수밖에 없는 몰락의 전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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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무림인이 참 맘에 안 들어.”


20명의 총기(總旗)와 40명의 소기(小旗)를 이끌고 순천부(북경)에서 내려오는 금의위의 주예령 진무사.
그녀의 곁에는 비슷한 인원을 이끌고 내려오는 동창의 이자성 첨형관이 조용히 말을 타고 있었다.

두 무리의 뒤로 가면 비로소 2만의 중앙군이 줄을 지어 오는데,  위세가 심상치 않았다.


“또 무엇이 그리 맘에  드는 겁니까?”
“동창은 아니그런가? 못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진사님마냥 뜬금없진 않습니다.”
“뜬금없긴.”

그를 흘겨본 주예령.
그녀는 무림인을 싫어하는 것 만큼이나 동창도 싫어했다.
아니, 정확히는 동창을 싫어하는 것 만큼 무림을 싫어했다.

그나마 이자성은 동창 중에서 나은 인간으로 평가하고 있었지만,  역시 환관임은 다르지 않았기에 그녀의 혐오감을 피해갈 순 없었다.


“무공을 배우면 다 무림인인 줄 알아요. 한 마디로 지들이 원류인 줄 아는 것이지. 황상의 은덕을 먹고 사는 평민 주제에 말이야.”
“흠흠…일단 무공의 원류는 소림사의 달마니까…아주 틀린 건 아닙니다만.”
“조용히 해.”
“죄송합니다.”
“사내자식이 목소리가 그게 뭐야?”
“…환관인지라.”

고작 몇 마디 나누는 순간에도 오락가락하는 그녀의 말.
상대하기 심히 같잖은 여인이었지만 신분이 깡패인지라 잠자코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일단 도착하면 무림맹 그 노친내들부터 조져야겠어. 입만 열면 ‘정의’거리는 것들이 그 모냥이니까 이 사단이 나는 거 아냐. 절강에서 일 터질 동안 뭐했냐고.”
“….”


엄밀히 말해 절강은 흑천맹의 영역이라는 말이 턱 밑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


“관아놈들도 그래. 하나같이 무능한 것들 투성이야.”
“그보다 일단은 하렘궁인지 뭔지하는 것들부터 알아보심이 어떻겠습니까?”
“알아보는  아랫것들 일이고. 너나 나는 가서 처리하라고 보내신 거지. 피차간에 눈비 맞아가며 정보수집할 급은 아니잖아? 그리고 어지간한 정보는 무림맹놈들이 알고 있을거고. 대충 뜯어내다보면 다 나오지 않겠어?”
“…이런 말씀 드리면 송구합니다만….”
“송구하면 하지 말던가.”
“…무림맹을 너무 자극하시면 황실에도 좋을게 없지 않겠습니까. 고려 견제도 해야 하고 흉노도 있습니다. 남쪽엔 남만도 있고요.”
“그래서, 숙이고 들어가자고?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으니까 황실 무서운 줄 모르고 기어오르는 거 아냐.”
“…그들도 황실을 무시하진 않습니다.”
“아아니. 천자께서 내려주신 신분을 망각하고 자기들끼리 세력을 만들어 귀족행세하는 게 어떻게 기어오르는 게 아냐. 너도 그들과 한패냐?”
“설마…그럴리가 있겠습니까….”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이자성 그도 동창에 있으면서 무림인을 혐오하는 사람을많이 봐왔지만, 주예령은 그 이상.
도대체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이토록 큰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는지 모르겠지만,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후…제발 가서 아무짓도  했으면 좋겠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괜시리 앞날이 걱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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